episode. 1 |
02
"뭐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우현에 성열이 다시 자리에 앉아 고개를 들어 우현을 바라본다. 우현은 창 밖 남자를 꽤나 좋지 못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는 사람이야?"
저 멀리 사라져가는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성열에게 물어온다. 남자가 시선에서 사라지자 우현은 성열을 내려다본다. 성열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젓는다. 아니, 몰라.
"그럼 왜 그렇게 바라봐…."
불안하게. 우현의 좋지 않은 반응에 성열이 아랫입술을 쭈욱 내밀었다. 우현은 아직도 성열의 머리에 손을 올린 채 성열을 내려다 보고있다. 성열은 나름 애교라고 부린것인데 우현의 반응은 썩 좋지 않다.
"…그냥. 왠지 낯이 익어서."
성열은 그러한 우현의 모습에 기가 죽은듯 고개를 떨구고 답한다. 푸스스. 우현이 성열의 모습을 보고 숨이 터져나오듯 웃음을 내뱉는다. 그러고선 성열의 뒷목을 잡아끌어 이마에 입을 맞춘다. 성열의 큰눈이 커졋다 눈웃음을 짓는다. 입술을 땐 우현이 성열의 머리를 해집는다. 장난스러운 우현의 손길에 성열이 기분이 좋았던건지 허리에 팔을 감아온다. 아아, 날씨가 좋지 않아도, 사람들의 기분이 나쁘다 하여도, 우리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어? 잠시만…, 멈춰봐…."
채널을 돌리던 성열의 손길을 우현이 제지한다. TV에선 뉴스가 진행되고있다. 뉴스앵커에 표정이 좋지않다. ……도시가 몰락됬습니다. 원인은 불명이며…. 어째서일까. 우현은 뉴스에 꽤나 집중한듯 하다. 성열은 뉴스에서 비춰주는 도시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린듯 우현의 옷자락을 잡아본다. 도시의 모습은 처참했다. 투명한 막은 찢어졌는지 3일째 계속되는 비에 도시 곳곳 물이 차올라 있고, 물웅덩이가 있었다. 도로 위에는 사고가 난듯 찌그러진 차들이 있었고, 재가 되지 못한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있다. 무슨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된것일까. 외부의 습격일까. 자연재해의 의한 모습일까. 문득 겁이난다. 사람들의 행복이 존재하던,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안전을 보장하던 도시 역시 안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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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째 이어가던 비에 두터운 구름에 가려졌던 해는 언제 그랬냐듯 버젓히 자신의 모습을 들어냈다. 성열이 창가에 기대 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 한점없이 좋은 날씨이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거리를 바라본다. 맑은 하늘과는 다르게 사람들의 축쳐진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좋지 않다. 아마 그들의 입에서는 뉴스에서 봤던 내용들이 오가고 있을것이다. 성열이 지루한듯 한숨을 푸욱 쉰다. 물론 성열이라고 신경이 안쓰이는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아무렇지않게 있는 원인은 우현일 것이라 생각된다. 자신이 끙끙 앓으면 평소 우현이 화를 냈으니까.
"저기요!"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성열이 남자를 불러본다. 남자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소리가 나던 방향 주위를 둘러본다. 응? 못들었나. 성열이 다시 한번 불러본다. 창가에 기대 하얀커튼 사이로 고개를 쭈욱 내민 성열이 보인다. 남자는 대답이 없다. 남자가 성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표정을 굳히곤 저번처럼 점점 시야에서 멀어지다가 사라진다.
"뭐야, 기분나쁘게."
무언갈 찾는거 같아서 도와줄려고 그런건데. 성열은 이내 몸을 돌려 거실로 나갈려다가 문앞에 서있는 우현과 부딪힌다. 우현의 표정이 좋지않다.
"너 뭐했어."
"뭐…, 뭐가!"
"지금 뭐했냐고."
아무것도 안했어…. 기어들어가는 성열의 목소리. 우현이 변했다. 변해도 단단히 변했다. 무엇이 그렇게 그를 까칠하게 변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성열은 푸욱 고개를 숙인 채 붉어지는 눈시울을 숨기려 애를 쓴다. 우현이 그런 성열을 안아오더니 귓가에 속삭인다.
"제발 나 좀 걱정시키지마."
자신이 무엇을 했기에 그를 걱정시켰을까. 성열은 곰곰히 생각해본다. 하지만 답은 안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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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성열은 창문에 매달려 바깥을 구경 하고 있다. 요새들어 확연히 달라진 우현의 태도에 성열은 우현의 심기를 건드릴 만 한 일을 자제하고 있다. 그 이유인지 성열은 최근들어 확실히 창밖을 보는일이 잦아졌다. 적어도 고장난 TV보다는 바깥을 내다보는것이 더 재미있을것이니까. 오늘 역시 그 남자가 보인다. 저 남자는 누굴까.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하지만 확실한건 우현은 저 남자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것이다. 예전 처음으로 저 남자를 보았을때 우현의 표정은 힘 없이 구겨진 종이장 같았으니까.
"……."
"……."
서로 눈을 마주한 채 이어가던 침묵은 남자에 의하여 깨졌다. 고작 2층밖에 안되는 높이였기에 성열은 쉽게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하기보단 그의 입모양을 보았다고 하는게 확실하지만 말이다.
"잠시만 거기서 기달려!"
성열이 남자를 가르키며 소리친다. 뭐가 그렇게 급한것인지 빼꼼 내밀었던 머리가 쏘옥 들어간다. 성열이 급하게 계단밑으로 내려간다. 문을 벌컥 열자 문앞에서 기달려주길 바랬던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실망한 성열이 내려와 거리를 살핀다. 항상 가던 방향으로 사라져가는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성열이 그 모습을 보자 아랫입술을 쭈욱 내민다. 진짜 마음에 안든다니까.
"야!"
성열이 남자에게 또 한번 소리친다. 남자가 뒤돌아본다. 남자가 몸을 돌리더니 성열에게 살며시 손을 흔들어준다. 성열은 그 모습을 보자 언제 짜증을 냈냐듯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그 모습을 보던 남자는 다시 뒤로 돌아 가던길을 마저 간다. 살풋 웃는 그의 모습이 꽤나 슬퍼보인다.
그가 성열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성열은 집에 들어가기 위해 뒤를 돈다. 뒤를 돌자 우현과 성규가 서있다. 웃으며 성규가 성열을 번쩍 안아든다. 큰키에 비하여 가벼운 성열을 들고 우현에게 앞장서라고 장난스레 강요한다. 양쪽팔을 성열드는데 써서 한쪽 다리를 들어 우현의 엉덩이를 툭툭 치자 우현이 피하면서 자연스럽게 집안으로 들어간다. 성열을 든 성규가 그 뒤로 집으로 들어가고 문을 닫는다.
"우현이가 요새 너 기분 안좋아 보인다고 그러더라고."
성열이 성규의 말을 듣자 우현을 흘끗 쳐다본다. 우현이 성열과 눈이 마주치자 웃는고, 성열은 그런 우현의 모습에 우현에게 안긴다. 최근 무심하고 까칠하던 우현이지만 자신을 걱정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서 일것이다.
"성열아, 오늘은 무슨일 없었어?"
성규형이 맛있는거 해준댔어. 우와! 진짜? 우현의 말에 성열이 성규에게 묻는다. 성규는 종이봉지안에 있는 음식재료를 꺼내며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따라 우현이 기분이 좋아보인다. 굳이 우현의 기분을 망칠 생각은 없기에 남자를 마주한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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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규와의 식사를 마친 우현과 성열이 성규와 헤어지고 둘만이 거리를 간만에 나섰다. 저녁시간인 거리는 화려한 조명에 달빛은 묻히고, 사람들은 붐빈다. 이 세계의 관습이라도 되는양 자연스럽게 시계탑으로 향하는 우현과 성열의 발걸음은 기분이 좋아서 일까, 꽤나 가볍다. 시계탑 주변에는 평소와 같이 사람들은 술을 들이키고 기분좋게 취해있고, 어린아이들은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기에 급급하다. 잠시후 시계탑의 종이 울리고 비명소리가 들릴것을 알고있음에도 말이다. 자신의 회중시계가 12시를 가르킬때 그들은 웃고있을까. 아마 그렇겠지. 근심과 걱정의 해소감을 느끼며 말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우현의 물음에 정신을 차렸다. 아, 내가 또 잡다한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이곳에 온 뒤로 생각이 많아졌다. 이해하기 힘든 세계관에 한숨을 푹 쉬고선 우현의 손을 잡고 가게로 향한다. 간만에 취하고 싶었다.
맥주를 홀짝이며 마셔되는 성열에 우현이 답답하다. 아니, 자신이 마시자 했으면서 저런 먹기 싫은 표정을 하다니. 우현이 손을 뻗어 성열의 맥주잔을 빼앗자, 성열이 다시 우현의 손에 들린 맥주잔을 빼앗아 자기 앞에 둔다.
"너 왜 그래."
"뭐…." "너 지금 이상해."
너도 요새 이상해졌어. 우현의 말에 성열이 퉁명스레 대꾸한다. 우현의 표정이 구겨지고, 성열의 맥주잔의 술이 일렁이며 성열의 목을 타고 넘어간다. 이어지는 침묵. 이 침묵은 서로에게 해줄말이 없다는 것을 뜻했고, 너와 말을 섞기 싫다는것을 뜻하기도 한다. 우현은 지금 자신이 성열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모르기에 저런 반응을 보이는것일것라고 성열은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 우현이 성열을 이렇게 대하겠는가. 쓰잘때기 없는 집착이 늘어가 성열 역시 피곤하던 참이었다. 맥주를 들이키던 성열이 잔이 비자 자리에서 일어난다. 우현을 한번 흘끗 봐주고 테이블 위 회중시계를 챙겨 자리를 뜬다. 오늘따라 우현이 더 밉다.
"자기가 뭘 잘했다고 말이 없어."
성열이 뾰루퉁하게 얼굴을 찡그린 채 거리를 걷는다. 간만에 데이트였는데, 성열이 갑자기 멈춰서서 생각을 해본다. 내가 너무 했나. 오늘 우현이 기분 좋아 보였는데…. 멈춰선 채로 뒤를 돌아보지만 우현은 보이지 않는다. 막상 그러고 보니 속상하다. 그래도 붙잡을 줄 알았는데. 자신은 최근 우현의 달라진 태도에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술을 마시고 기분좋게 취했을때 대화를 나눠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우현의 말에 기분이 팍 상했다. 자신이 이상하다니, 먼저 변한것은 자신이면서. 우현의 까칠해진 모습에 눈물이 나온다. 멍청히 서서 눈물을 참아보려고 주먹을 꽈악 쥐고 눈을 바로 떠보지만 정작 보이는것은 자신의 눈물로 그려지는 땅위에 물자국 뿐이다. 흐느끼고 있었을때 뒤에서 자신의 어깨를 툭툭 쳐오는 손길에 성열이 팔을 들어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든다. 자신의 앞에서 성규가 의아한 표정으로 보다가 놀란듯 눈이 커지고 입이 벌어진다.
"야! 이성열! 너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성열이 고개를 저었다. 성규가 손을 들어 성열의 눈물을 닦아준다. 한없이 다정한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 생각나 다시 눈물이 터진다. 정작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건 우현이지만 우현은 옆에 없고, 이런 사소한 일에 싸우는 자신과 우현이 미웠다. 그리고 이렇게 짧은 시간에 변해버린 우현이 미웠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모르는 사실에 성열이 성규에게 안겨 머리를 어깨에 기댄 채 눈물을 뚝뚝 떨어트린다.
"무슨일이야…."
아무리 말을 걸어봐도 대답은 없다. 한참을 울었을까, 성열이 고개를 들며 웃는다. 성규가 안심을 한듯 한숨을 푸욱 쉬더니 성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자신을 걱정시키는 성열과 우현에 성규는 항상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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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막 바깥으로 불이 타올르고 투명한 막은 찢어진 듯 희끄무래한 연기들이 올라오는 도시가 보인다. 웅성거리며 모여드는 곳으로 따라가보니 반대편 도시가 불에 타고 있다. 어찌된 일 일까. 성규가 성열의 손을 꼭 잡는다. 혹시라도 큰일이라도 날까싶어 두려움을 느낀다. 뉴스 속 모습이 불현듯 생각난다. 남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사람들의 표정은 겁에 질려있다. 저 불이 이 도시에 옮겨 붙을리는 없지만, 요새 뉴스에 나오듯 연속된 몰락은 사람들에게 겁을 심어주었다. 성열의 밝은갈색으로 빛나는 눈동자에 빨갛게 불빛이 비친다. 흔들리는 눈동자는 겁에 질린것을 보여준다. 그 모습을 보던 성규가 성열의 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형, 형! 지금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야! 형 알고있는거 없어?"
성규의 단호한 반응에 성열이 말없이 끌려간다. 우현만이 변한것이 아니다. 모두가 변했다. 이 세계는 변화가 시작되었고, 그 변화에 사람들 역시 변해가고 있는것이다. 멍하니 성규의 손에 끌려가던 성열의 눈에는 자신의 집앞 거리를 배회하던 남자의 모습이 비춰진다. 그 남자는 성열과 눈을 마주하자 입을 연다. 미안해. 왜? 뭐가 미안한데? 성규에 의해 성규의 집에 도착한 성열이 쇼파에 앉아 곰곰히 생각해본다. 뭐가? 뭐가…. 난 너에게 사과받을일이 없는데. 깊이 생각을 하던 성열이 쇼파에 기대 잠에 드는동안 우현과 통화하는 성규에 목소리가 귓속으로 흘러들어온다.
"응, 성열이 우리집에 있어. 재워서 내일 보낼께."
어, 끊어. 피곤한 하루가 지나 서서히 눈이 감기고 성규가 성열의 몸을 드는것이 느껴진다. 곧 포근한 침대가 느껴지고 이불 속에 파묻혀 잠이든다. 내일은 우현에게 애교라도 부려가며 기분을 풀어주는것도 썩 나쁘지 않은 계획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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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규와의 통화를 마친 우현이 글라스에 담긴 양주를 마시고선 내려놓는다. 불안하다. 나쁜일이 생길것만 같아 두려움을 느낀다. 뉴스에 나오는 소식이며 자신의 집앞 거리를 배회하는 남지이며 모든것이 무서움으로 다가온다. 언젠간 성열을 놓칠까 싶어 걱정된다. 확실히 자신이 성열에게 요새들어 모질게 굴고 있는것은 알고있다. 하지만 자신 나름의 성열을 걱정하고 있다는 표현방식이기도 했다. 그런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성열이 밉기도 했지만, 현재 떨어져 있는 성열이 걱정되기도 했다.
글라스 안 반쯤 담긴 양주가 일정하게 출렁인다. 사람이 느끼기엔 미묘한 땅 속 울림이 더욱 커져 큰 영향을 가져다줄지, 아니면 이렇게 묵묵히 사라질 지는 이 도시사람들은 모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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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
안녕하세요! S2Yeol이에요:( 우선 독자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부터 드려야겠네요ㅠㅠ. 너무 늦게 찾아온점 죄송합니다. 개인사정이 있어서 늦어졌습니다 아 물론 이것도 핑계로 들리시곘지만 핑계맞아요 제가 게으른 탓이네요 앞으로는 연재주기를 정해놓고 연재를 할 생각입니다. 독자 여러분들 죄송해요 ㅠ_ㅠ... 실망시켜드린것같네요 간만에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깔끔하지 못한글 죄송합니다. 아마도 다음편은 월~수요일 사이에 보여드릴것같네요! 빠른 시간내에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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