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ROMANCE w.피크닉 # 라디오 로맨스는 중장편으로 메인 커플은 찬백이며 사이드 커플은 카디입니다. 곧 경수가 출현하겠군요. 기대해주세영~ 하트하트 " 커피 배달 왔습니다! " " 오. 변작가 수고했어. 내가 좋아하는 설탕 반 프림 반으로 타왔지? " 당연하죠. 절 뭘로 보시고. 쟁반 위에 놓여진 여러 개의 종이컵을 실실 웃으며 든체로 강아지 마냥 쫑.쫑 거리며 조정실로 들어오는 백현의 모습에 권 작가와 김 감독의 얼굴이 화사하게 펴진다. 조심해 변작가. 권 작가의 말에 백현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커피를 들고 탁자 앞까지 걸어가던 백현은 뭔가 생각난듯 아차, 하며 짧은 탄성을 내지르며 케비넷 위에 올려진 대본을 작은손으로 꽉 쥐었다. 무슨 일있어? 권 작가의 말에 백현은 대본을 탁.탁 한 손가락을 쳤다. " 아, 맞다. 권작가님 대본 2부 바꼈죠? " " 맞다 맞다. 그렇지. " " 딴건 아까 노래 나갈때 유빈씨한테 설명 해줬는데 노래 최종적으로 수정된거 말을 못한거 같아서요. " " 노래? " 여-기요. 쟁반을 대충 내려놓은 백현은 대본을 휙휙 넘겼다. 오늘 새로운 코너를 시작하지 못한 이유 때문에 대본이 꽤나 많이 수정됬는지 빨간색 펜으로 직.직 그어진 대본이 백현의 시야에 들어왔다. 얼마나 급했는지 깨끗함 만을 추구하는 권 작가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정갈한 글씨체가 왠일인지 서툴고 얼핏 너저분해 보인다. 기억해 놨는데 다행이네. 1부 마지막 사연 노래 수정… 대본을 급하게 읽어가던 백현은 이내 웃으며 권 작가에게 다가갔다. 여기요. 작가님. " 어머, 내 정신좀 봐. 노래 바꾸기로 했지? " " 유빈씨한테 메세지 안 보내셨죠? " " 응. 변작가 아니었음 큰일날뻔했다. 고마워 변작가. " " 헤헤. 뭘요. " " 요즘 권 작가님 왜그래요? 이제 곧 변 작가한테 메인자리 내놔야 할 것 같은데요? 그니까 얼른 늦기전에 남자 하나 잡아서 시집가요. " " 어머,저 벽에 똥칠 할때까지 이 프로 할거에요. 그리고 김종인 감독님이나 잘하시죠? 그쪽도 만만치 않아요. 나나 음향 감독님이나 나이 차이 별반 다를거 없거든요? " " 에헤이. 말은 똑바로 하셔야죠. 내 나이 27. 권 작가님 33. 6살 차인데요? 변 작가랑은 자그마치 8살이에요. " 지금 누가 나이 많나 대회 한번 해보잔 거에요, 김종인씨? 검은 뿔테안경을 쓱 올린뒤 눈을 매섭게 치켜뜨곤 노려보는 권 작가의 시선에 종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니에요 그런거. 이내 손을 세차게 흔들며 부인하는 종인에 권 작가는 입술을 삐죽였다. 아무리 잘 나가는 권 작가지만 한가지 단점이 있었으니. 너무 깔끔한 성격 때문에 시집을 못갔단 이유였다. 여자가 깔끔하면 좋은거 아니냐란 말도 안되는 소리는 이미 '이유빈의 사랑은 라디오를 타고' 연출진들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이다. 툭하면 청소한지 하루도 안된 케비넷 위를 만지면서 먼지가 많다고 투덜 대지를 않나. 커피에 먼지가 들어간건 어떻게 알고 성화를 내지를 않나. 권 작가를 잘못 건들였다간 국장님도 화를 잠재울 도리가 없었다. 나름의 고민거리 이려니. 라디오 식구들의 다가오는 2013년 목표는 딱 하나였다. 일명 ' 권 작가 시집 보내기 ' 라나. 그…그럼 제가 할게요.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어 보고자 백현은 눈웃음을 지으며 모니터 앞으로 다가갔다. 그래줄래? 어느새 미간을 쫙. 피고 웃는 권 작가의 모습에 종인은 결국 고개를 돌렸다. 이중인격자. 「 사랑은 라디오를 타고 식구 여러분. 혹시 이런 경험 있나요? 」 - 2016님 브로콜리 너마저 ' 앵콜요청금지 ' 에서 바닐라 어쿠스틱 ' 공원여행 ' 으로 수정 됬습니다 ^^ 신청곡이 들어와서요. 화이팅. 다했다. 근데 화이팅은 뺄걸 그랬나. 에이 몰라. 탁. 소리와 함께 메모장에 글을 마친 백현은 발그레한 볼을 매만지며 뒤로 돌았다. 꼭 연애하는 느낌이라니까. 이내 미련이 남는듯 자신이 보낸 메모를 은근슬쩍 쳐다보는 백현의 모습에 종인은 회전 의자를 흔들 거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 이렇게 쓰면 되는거죠? 사실 이렇게 글 써본건 처음이라서.. " " 응 맞아. 어깨 너머로 보더니 금방 익혔네 변 작가. 역시 떠오르는 작가계의 샛별이라니까. " " 에이. 뭘요. " " 얼씨구.이모티콘까지? 화이팅? " " 그냥 뭐..밤늦게까지 하니까요. 스케줄도 바쁠텐데…" " 변명은. " 사연을 읽는 도중이었는지 유빈은 스크립트에서 고개를 뗀체 웃으며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했다. 그 미소에 백현의 표정은 물 만난 고기 마냥 밝기만 하다. 둘이 진짜 뭐 있지? 종인의 음흉한 미소에 따라 입꼬리를 쓱 올려 보이며 고개를 저은 후 케비넷으로 향했다. 아참 커피 드세요. 백현은 휘.휘 손을 더듬 거리며 커피 쟁반을 양 손에 쥐었다. 조심 조심. " 변 작가 예전엔 안그러더니 엄청 노련해졌어. 그래도 뭐… 커피 타왔으니까 더이상 묻진 않을게. 내 커피. " " 감사해요. 여기요. 그리구 여-기 권 작가님꺼. 이 작가님은 어디 계세요? " " 저기 박혀있네. 도대체 요즘따라 왜 저러는지 원. 무튼 고생했어. 커피 잘 마실게. " 커피 잘 마실게. 별 일 아니라는듯 종이컵을 입에 앙 문체 의자를 끌어당겨 탁자 위에서 스크립트를 보는 권 작가와 음향 기기를 조절하는 음향 감독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백현의 시선이 이 작가에게 향했다. 어디 아픈 사람 마냥 조정실 구석에서 끙끙 대는 이 작가가 안쓰럽게 보이기만 한다. 여기 커피. 백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슬금.슬금 새로운 종이컵을 들고 이 작가에게 향했다. " 이 작가님 커피 안드세요? " " 으윽… 어헉. " " 왜,왜그러세요? 어디 아프세요? " " 거,건들지마 변 작가. " " 이…이 작가님? " 다가오지마. 슬금 슬금 다가오던 백현의 발걸음을 끼익 하며 멈추었다. 식은땀 잔뜩 흘리면서 얕은 신음을 내뱉는데 누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 한 걸음 떼려고 치면 손으로 턱, 막는 이 작가의 정체 불명의 행동에 백현은 울먹였다. 어떡하지. 권 작가니임… 백현의 애절한 목소리에 권 작가는 백현을 흘끗 바라보았다. " 그냥 둬. " " 네? " " 또 영화 찍고 있네. 저런거 한두번 아니니까 괜찮아. 오늘은 또 뭘 먹었길래 그러는거야 이 작가. " " 그게…악. 시…신호! 저 화장실 좀 다녀 올게요! 변 작가, 다른 새코너 구성안은… 으흡. 후우. 내,내가 조금 있다가 줄게! " 이,이 작가님! 어흡. 이상한 소리를 내며 배를 움켜 쥐고 조정실을 나가려는 이 작가의 태세에 백현이 이 작가의 팔을 잡은건 그 순간이었다. 어헉. 밝은톤의 이 작가의 얼굴이 어느새 샛노랗게 질려 죽을상을 한 꼴에 백현은 벙찐 얼굴로 슬며시 잡은 팔을 놓았다. 고마워. 이 작가가 백현을 향해 안쓰러운 미소를 내비췄다. " 이 작가님. 여기 커피 … " " 아아. 변 작가 진짜 미안해. 탁자 위에 올려 놔줄래? 내가 좀 급해서. 그럼 이만. " 저기… 저기 이 작가님? 작가님? 쌩. 빛 보다 빠르게 화장실로 향하는 백현만 그저 멍한듯 하다. 하하 진짜 왜 저래. 푸흡, 하며 웃음 참는 소리가 들린다 하더니 조용한 조정실에 꽉 들어맞는 권 작가의 웃음소리에 백현은 고개를 돌렸다. 나이도 먹어서 너무 웃으면 추하기까지 하다는 얘기를 내뱉었던 권 작가가 맞는걸까. 대본을 손에 쥔채 웃지 않으려고 몸을 부르르. 떨며 숨 넘어갈듯 끅끅 거리는 권 작가의 모습에 백현은 입술을 삐죽였다. 무슨 일인데요. " 신경 쓰지마. 하하. 이 작가 요즘 장 안좋다고 유산균 음료 엄청 들이 마실때부터 알아봐야 했다니까. " " 네? " " 잘 모르는구나. 이 작가가 요즘 음료 엄청 마시는데 효과가 직빵인가봐. 어제 변 작가 일찍 들어 갔을때부터 들락날락 대더니.. " " 저러시다가 로비에서 국장님 만나시면 어떡해요? " " 걱정마. 설마 생리 현상을 막으시겠어? 그건 인간으로서 너무 무자비 하다. 그러다가 이 작가 난리 날걸. 어휴, 너무 웃었더니 얼굴 땡긴다. 주름 생김 안되는데. " 어으. 얼굴 땡겨. 권 작가는 얼굴을 이리 저리 쭉쭉 늘리더니 이내 탁.탁 손으로 가볍게 쳤다. 벌써부터 주름살 걱정이라니까. 권 작가의 장난 섞인 말에 백현은 곧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방송일이 이렇게 재밌는건지 알았으면 진작에 들어올걸. 흐흐, 웃음을 흘리며 탁자에 커피 쟁반을 내려 놓은 백현은 쟁반에 놓인 세 개의 종이컵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이건 이 작가님꺼고, 음향 감독님이랑 권 작가님도 드렸는데. 다른 하나는 유빈씨꺼고. 하나는 누구꺼지. 응? 종이컵을 하나하나 가리키던 백현은 눈알을 도록도록 굴렸다. 분명히 팀원수 맞춰서 타온게 분명하다. 평소에도 이 수 만큼 타왔을때 모자르는 것도 남는 것도 없었는데. 종이컵에 시선을 주며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백현을 바라보던 권 작가는 손바닥을 딱, 치며 말했다. 박 피디님꺼네. 권 작가의 말에 백현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뱉어진다. " 맞네, 맞아요. 박피디님꺼죠. 박피디님꺼 확실한데… " " 왜, 아까 일 때문에 그런거야? 마음씨 좋은 변 작가가 풀어. " " 그건 아닌데…음. 그냥요. " 백현은 한숨을 폭 쉬었다. 이걸 어떻게 주려나. 평소엔 철판 깔고 주었지만 오늘은 다르다. 평소보다 더 화나 있던 찬열의 얼굴이 끝끝내 잊혀지지 않는다는 듯 백현은 종이컵을 흘끔 거리다 스튜디오실의 투명한 창에 시선을 주었다. 오늘 같은 밤에 참 좋은 사연이에요… 어. 무심코 돌린 백현의 시선에 유빈의 밝은 눈동자가 허공에서 마주쳤다. 커피 드세요. 눈을 느리게 꿈뻑. 이던 백현은 유빈을 향해 입 모양을 말 하며 커피를 가리켰다. 감사해요. 백현을 따라 입 모양으로 말한 뒤 고개를 까딱 하는 유빈의 행동에 백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으아 긴장돼. 뭔가 비밀연애 하는 느낌이 이런거겠노라. 백현은 고개를 푹 숙였다. " 유빈 언니, 예전에 차 타고 가다가 펑크가 나서 비상용 타이어로 교체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또 터지고 말았어요. 그래서 결국 사람 불러서 고친거 있죠? 먼저 불렀으면 번거롭게 시간 낭비할 이유 없었을텐데요. 하며 2016님이 사연 보내주셨어요. 괜찮으세요? 다치지 않으셨나 걱정되네요. " 걱정되요. 사뭇 진지하게 사연을 읽는 유빈의 달달한 목소리에 백현은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조정실 벽에 달린 시계는 벌써 11시 40분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방송 시작한지 벌써 1시간 40분이 지난 시각이다. 이런거구나. 1시간이 1초 같다는게. 백현은 읏차, 하며 팔을 힘껏 들고 기지개를 폈다. " 음- 비상용 타이어 말이에요. 자동차 바퀴에 펑크가 났을때 갈아 끼우도록 차에 예비로 준비되어 있는거잖아요. 근데 그게 어느 나라에서는 다른 타이들보다 크기가 좀 작대요. 당장 달릴수는 있지만 그걸로 오래 운전할순 없는거죠. 음… 허술한거 자체가 문제될 만큼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문제는 부족한걸 알면서도 바꾸지 않는 그 고집이 아닐까요? 저도 2016님 같은 사연이 있어봐서 더 공감 가네요. 김정민씨가 저도 그런적 있어요, 하시면서 글 보내주셨어요. 타이어에 빗대어 말한거지만 일상 생활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 같아요, 이건. " 역시 유빈씨야. 백현은 검정펜 하나를 휘,휘 돌리며 흐뭇하게 웃었다. 유빈은 백현이 찾던 꿈속의 이상형이다. 행동 조신하고 얼굴 청순가련형에 미성의 목소리까지. 그때였다. 쾅. 소리와 함께 거칠게 조정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자의 모습에 권 작가와 음향 감독은 놀란 눈으로 주변을 흝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지구 멸망하는 소리야. 뭐 이 작가님이겠지. 그저 유빈을 바라보기 급급한 백현은 고개를 돌릴 생각도 하지 않은체 무심히 시선을 고정했다. " 변작가님? " " … " " 변작가님. " " 네.네? " 변 작가님 하고 부르는 저 싸가지 없는 말투는 박피디 밖에 없는데. 실실 웃던 백현은 손으로 귀를 긁적이며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까… 깜짝이야. 그곳엔 검은색 두꺼운 패딩을 입은 찬열이 백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저 온몸으로 내뿜는 한심하단 눈빛. 백현은 흠짓 하며 시선을 돌려 찬열의 목에 걸려진 사원증을 바라보았다. " 어,언제 오셨어요? " " 방금요. 근데 엄청 좋아하시네요. 입이 귀에 걸리시겠어요. " " … 아,예. " 박찬열 말은 무시해주는게 제맛이지. 잔뜩 빈정대는 찬열의 어투에 백현은 고개를 숙이고 궁시렁댔다. 참나. 난리야. 남이사 좋아하든 말든. 괜한 책상을 툭툭 치며 먼지가 있나 없나 확인하던 백현은 살짝씩 떨리는 찬열의 손을 바라보았다. 어디 아프세요. 백현의 심드렁한 말투에 찬열은 고개를 저었다. " 아닌거 같은데… " " 아무것도 아닙니다. " " 헐. 손이 너무 빨개요. 도대체 뭐하시고 온거에요? " " 보이는 라디오 장소 섭외 하고 왔습니다. 다음준데 여러 장소 둘러봐야 할 것 같아서요. " " 그래서 이렇게 미련하게 다녀 오신거에요? 장갑은 좀 끼고 가시지. " " 뭐, 미련이요? " " 아, 아 그건 아니구. 무튼… 으앗, 손 진짜 차갑네요. " " 뭐하세요. 손 좀… " " 아 왜요. " 됬습니다. 평소에 자기 일이나 잘하세요 변 작가님. 자신의 손을 마주잡은 백현의 손을 차갑게 탁 쳐내며 찬열은 낮게 으르렁 거렸다. 와. 손 끝 엄청 빨개서 좀 녹여주려고 했더니만 완전 성격 파탄자구만. 백현은 머쓱하게 내쳐진 손을 슬슬 쓰다듬으며 시선을 돌렸다. 그래도 커피는 줘야지. " 여기 커피 드시던가요. " " 커피 안마십니다. 변 작가님이나 많이 드시고 새벽까지 열심히 일 하세요. " 와. 저 인간이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평소에 커피 주면 넙죽넙죽 잘 마실땐 언제고 성격처럼 커피 취향도 자주 바뀌시나. 승리의 미소를 날리고 저만치로 가버린 찬열의 모습에 백현은 머리를 거칠게 헝크러뜨렸다. 그래. 내가 다 마신다. 다시 한번 타주나 어디 한번 보자. 백현은 원샷후 말끔히 비워진 종이컵을 한 손으로 구겼다. " 벌써 오늘 방송 마지막 노래에요. 음. 2031님의 신청곡이네요. 바닐라 어쿠스틱의 공원여행. " 나쁜 새끼. 나쁜 새끼. 이 방송에서 나가라. 주술하듯 입 모양으로 중얼중얼 거리며 무언의 주문을 걸던 백현은 갑자기 홱, 돌아 자신을 바라보는 찬열의 시선에 입을 꾹 다물었다. 변 작가님. 방송 시작 전과 흡사한 말투, 아니 좀 더 낮은 찬열의 목소리에 백현은 그저 눈만 깜빡였다. 찬열의 행동에 권 작가와 종인은 백현을 흘끗 바라보았다. 무슨일 있…읍. 읍! 이내 볼일을 마치고 돌아온 이 작가는 권 작가로 인해 입이 틀어 막힌채 복도로 질질 끌려갔다. " 변 작가님. 대본 좀 주시죠. " " 네? " " 대본 달라구요. " " 아, 네. 네. 여기… 근데 왜… 수정 한거랑 박피디님이 요구하신거 다 했는데.. " " 이게, 다 한겁니까? 네? 지금 장난해요? " 대본을 홱 낚아챈 후 빠르게 넘겨보던 찬열은 한 페이지를 핀체 백현 품에 팍, 대본을 던졌다. 왜 그러세요. 얼떨결에 대본을 받은 백현은 찬열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오늘은 정말 꼼꼼히 했단 말이다. 대본도 휴식시간 주어질때마다 틈틈히 정독했는데. 백현의 억울한 시선에 찬열은 한숨을 크게 내쉬며 한 대목을 가리켰다. 사연 추가로 인해 노래 수정. 브로콜리 너마저 ' 앵콜요청금지' → 페퍼톤스 ' 공원여행 '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대본이다. 그저 다른 점이라면 살짝 너저분한 권 작가의 글씨 정도일뿐 그 마저도 희미한 차이였다. 아직도 뭘 잘못한건지 모르시겠어요? 찬열의 시선에 백현은 시선을 내리깔았다. 분명 유빈씨한테 바닐라 어쿠스틱의 ' 공원여행 ' 이라고 잘 보냈는… 헐.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에 백현은 눈을 크게 뜨고 타다닥. 빠른 걸음으로 모니터 앞으로 발걸음을 떼었다. ' 바닐라 어쿠스틱의 공원여행. ' 설마 설마 했던 생각이 진짜라니. 슬쩍 위를 본 곳엔 이제야 무슨 실수를 한지 깨달았다는듯 잔뜩 당황한 유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찬열은 백현 옆으로 갔다. 유빈씨 진정해요. 찬열의 말에 백현은 불안한 시선으로 권 작가를 바라보았다. " 유빈씨 진정해요. 노래 끝나면 정정멘트 해요. 알았죠? " " 네. 알겠어요. " 찬열의 말에 유빈을 고개를 끄덕이곤 잠시 내려놨던 헤드폰을 들었다. 노래는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오늘 시그널도 위태위태 했는데 마지막 곡도 이 모양이라니. 백현은 자신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권 작가를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 여러분 놀라셨죠. 지금 게시판에 많은 글이 올라오고 있는데 바닐라 어쿠스틱 밴드 노래가 아니라 페퍼톤스의 노래네요. 약간의 실수가 있었어요. 죄송합니다. 방송 끝날때쯤에 확 잠이 깨신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 라디오 DJ 3년차답게 비상시에 쓸 대본도 없이 말을 술술 이어나가는 모습에 적막에 둘러싸인 조정실 안에 크고 작은 한숨이 내뱉어졌다. 이런 실수는 꿈에도 할 줄 몰랐다. 그래서 당연하게 비상 대본도 작성하지 않은 상태였고. 유빈을 바라보던 찬열은 고개를 돌려 사원증을 만지작 거리는 백현을 향해 입을 떼었다. " 새코너 시작이 시급한 마당에 스크립트 안 가져오시는 바람에 오늘 게시판 난리 났습니다. " " … " " 또한. 변 작가님 통화 하신다고 룰루랄라 자리 비운 사이에 권 작가님 콜사인 받고 국장님께 다녀 오셨고요. " " 그게 저기.. 박피디님. 이번엔 저가.. " " 물론 권작가님이 다 뒤집어 쓰셨죠. 메인 작가란 이유 때문에요. 평소에 밥 먹듯이 하던 지각이 이제 지겨우세요? 날 한번 제대로 놀리고 싶은데 레파토리가 지겨워서 신종 약올리기 방법이라도 개발하신 겁니까. 지금? " 그게 아니구요. 변명을 남발하려던 백현의 입이 야무지게 꾹 닫혔다. 여기서 괜히 큰소리 내봐야 말이 통할리도 없고 오히려 욕 먹는건 제 쪽이니까. 그래도 이번엔 정말 실수였다. 평소에 하려던 실수 좀 만회해보려고 추운 날씨에 1층까지 내려가서 커피도 타오고 대본도 열심히 읽었는데. 백현은 시큰 거리는 눈을 벅벅 문질렀다. 빨갛게 부어오른건 안봐도 뻔하다. 백현의 눈물 어린 모습에 찬열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변 작가님. 왜요. 백현의 가시 돋힌 말투로 대답했다. " 제가 너무하단 생각 드실 수 있지만. " " 아니에요. 그런거. " 그래. 너 너무해 죽겠다 진짜 박찬열. 새빨개진 눈으로 올려다보는 백현의 시선에 찬열은 눈빛을 살짝 누그러뜨렸다. " 아무리 막내라고 하셔도 열심히 하셔야죠. 아니, 열심히 하시는거 압니다. 근데 모든 일이 그렇지만 특히 방송일은 열심히 한다고 되는게 아닙니다.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 " 알아요. " " 한번 방송 잘못 나갔다간 퍼지는건 시간 문제고 프로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 매장되기 쉽상이에요. 이런 사소한듯한 실수가 더더욱 위험요소구요. " " 죄송해요. 꼼꼼하게 하겠습니다. " " 빠뜨릴 수 있는 세세한 일을 담당하는게 변 작가님 임무입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꼼꼼하게 해주세요. 오늘 키 담당은 변 작가님이시네요. 그럼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작성할 기획안이 있어야 되서요. 내일은 웃는 얼굴로 봐요 변 작가님. " 백현을 흘끔, 쳐다보던 찬열은 자신의 의자에 걸터 놓은 목도리를 손에 쥔채 검정 크로스벡을 맸다. 뭐야 저 인간. ' 먼저 가보겠습니다' 란 말만 내뱉은채 미련 없이 어두운 복도를 항해 성큼 성큼 걸어나가는 찬열의 모습에 권 작가의 입에서 말이 튀어나갔다. 경악 그 자체. 백현의 표정은 썩은 감을 먹은 듯 심하게 구겨졌다. " 사람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거 같지만 조금씩 생각하고 느끼는게 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드려도 되겠죠? 늦은 밤. 많은 고민거리에 밤 잠 설치는 분들께 희망이 되는 말이 됬으면 좋겠어요. 그럼 오늘은 그만 물러날게요. 여러분 좋은 밤 되세요. 내일 밝은 얼굴로 다시 만나요. 안녕. " 안녕. 유빈의 말이 끝나자마자 11:59분을 아슬아슬 하게 가르키던 시계의 초침이 탁, 하며 12시를 가르켰다. 이내 빨간 불을 은은히 풍기던 ON AIR 전광판이 꺼지는 것을 바라보던 백현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진짜 힘들다. 박찬열 나쁜 새끼. 자기가 계모도 아니고 맨날 구박만 하구. 한마디 말 없이 조용히 자신의 어깨를 토닥이는 다정어린 권 작가의 손길에 백현은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다. 이 놈의 라디오를 때려치든가 해야지. 확. 꼭 꺼진 온에어 전광판이 앞으로 나아갈 나날들 마냥 어둡다. # 다녀왔습니다. 힘 없이 말을 내뱉곤 탁.탁 운동화를 벗어 던지던 백현은 깔깔 거리는 웃음 소리와 시끄러운 티비 소리에 어깨를 으쓱했다. 내 목소리를 못 들었나. 각종 카메라가 든 크로스벡을 끙차, 힘을 주어 맨체로 거실로 향한 백현은 자연스레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변백진. 낮은 백현의 목소리에도 백현의 동생 백진은 신경도 쓰지 않은체 웃으며 티비를 보며 큰소리로 웃어 재꼈다. " 변백진. " " … " " 아오 깜짝이야. 왜 또? " " 니 밤 늦게까지 뭐해? 부모님 시골 내려가셨다고 얼씨구나 놀고 있냐? 공부 안해? 내년에 고2 되는 놈이. " " 아 몰라. 형 또 혼났지? " " 뭐? " " 왜 또 와서 히스테리야. 눈은 퉁퉁 불어서. 졸리면 얼른 자던가. 형이나 잘해! " 야. 내가 졸려서 그런게 아니라 울… 됬다. 울 뭐? 됬다고. 백현은 푹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저런 싹퉁 바가지 철 없는 동생이 사회 생활의 고단함을 알리가 없지. 됬다 됬어. 백현은 번쩍 든 손을 힘없이 내린뒤 방으로 향했다. 끼익. 유난히도 오늘따라 녹슨 문에서 나는 소리가 크게 느껴진다. 꼭 내 인생처럼. 에휴. 되는게 없어. 백현은 입술을 찌북이며 불도 키지 않고 침대 옆에 대충 크로스벡을 턱 던져 놓은체 침대에 철푸덕 엎드렸다. " 으아. 이제야 살 것 같네. " 벌써 새벽 1시라 그런가. 스튜디오를 총정리 하고 평소보다 늦은 시각에 퇴근을 해서 그런가 오늘따라 새까만 하늘이 더욱 어둡게만 느껴졌다. 평소에도 실수가 잦은건 누구보다 잘 알지만 오늘은 두번씩이나. 박피디가 얼마나 얕봤을까. 에이씨. 욕을 낮게 읊조린 백현은 방송중 겪었던 끔찍한 악몽에 몸을 파닥 거리더니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었다. " 아 맞다. " 백현은 머리 끝가지 덮은 이불을 가볍게 쳐내곤 몸을 일으켜 가방을 찾기 위해 손을 더듬거렸다. 여깄다. 백현은 가방속에 손을 넣고 무언가 열심히 찾기 시작했다. 이내 핸드폰을 꺼낸 백현은 탁, 전원키를 키자 밝게 비추는 환한 빛에 인상을 찡그리며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010 - 3543 - 1234 이름 : 박 피디님 박 피디는 무슨. 난 너같은 피디 둔적 없다. 백현은 어둠 속에서 킥킥 대며 가벼운 손놀림으로 타자를 쳤다. 병…정…남. 됬다. 맨날 권 작가님이 쓰시던 사랑 듬뿍 담긴 애칭이 이렇게 쓰일줄이야. 병정남 같은 놈. 백현은 화면에 띄여진 찬열의 번호를 보며 주먹을 흔들었다. 띠링. 띠링. 문자 왔어요. 어? 이내 가벼운 마음으로 잠에 정하려고 핸드폰을 탁자에 내려 놓으려는 타이밍에 띠링. 하며 울리는 문자 수신음에 백현은 픽 웃었다. 나이스 타이밍. 몸을 뒤로 젖혀 침대에 누은 백현은 핸드폰을 얼굴 위로 가져다 대었다. 누굴까. 그 순간 백현의 표정이 굳었다. 발신자 병정남.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드니. 설마 기획안 새로 작성해 오라는건 아니겠지… 확인 버튼을 누를까 말까. 머뭇 거리던 백현은 에라. 모르겠다 하며 확인 버튼을 눌렀다. 「 다음주부터 유빈씨와 함께 방송 진행 할 DJ 분 오십니다. 도경수씨라고 아이돌인데 유명해서 변 작가님도 알듯 싶네요. 이미 작가님들이랑 상의 끝났고 국장님도 적극 추천한 사안이니 불평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아까 유빈씨 힘들텐데 라는 말을 하신 변 작가님이라면 더더욱. 그럼 내일 봅시다. 그리고 아깐 미안했어요. 」 뭐야? 지금 병주고 약주나. 백현은 상체를 일으켰다. 분명 방송중엔 항상 옆에 있었으니 저들끼리 몰래 만난게 틀림 없었다. 새 디제이를 반대한 백현 몰래 일을 진행 시키고 빼도 박도 못하게 하려는 심산인게 당연했다. 뭐야? 나 지금 무시하는거야? 나는 팀원 아닌가. 백현은 괴성을 지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 " 잘거면 조용히 자. 티비 소리 안들리잖아! " " 야. 변백진 니가 더 시끄러워! 조용히 해! " 백현은 집이 울릴듯 소리를 꽥꽥 지르곤 신경질적으로 귀를 틀어 막았다. 좋게 봐주려고 해도 어디 한구석 이쁜 곳이 없단 말이야 박찬열. 얄미워. 얄밉다고. 내일 동이 트면 방송국으로 가서 박찬열 그 잘난 얼굴을 뭉개고 멱살을 잡아버리겠어. 백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내일 보자 박찬열.
" 변백진! 야 인마! "
###########
안녕하세요. 피크닉이에요. 분명 이틀전? 에 찾아 뵙기로 했으면서 이제 와서 죄송해요 ㅠ.ㅠ 맨날 글 쓰려면 자고 자고..흡.. 겨울잠 자나봐요.. 곰도 아니고..
이젠 빨리빨리 찾아 뵐게요 사랑합니다! 찬열이와 종인이 분량이 점점 늘어날거에영
그리고, 방송용어가 이해 안가시는 분들을 위해..
♣ Call sign : 방송국의 호출부호
암호닉 받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