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맞다!! 남우현!! " " 남우현 뭐? 아는거라도 있어? " " 우리 회사 부사장 이름!! " 아 그래? 라며 순규는 상관없다는 듯 발바닥을 벅벅 긁는다. 야! 지금 니 발바닥 간지러운게 문제야? 성규가 순규의 어깨를 잡고 흔들자 순규는 100% 단호박즙을 섭취라도 했는지 딱 잘라 단호하게,
" 백퍼 그 남우현은 아닐걸? 남우현이 이 세상에 한둘이냐? "
라고 대답한다. 으이구, 혹시나 알아? 남우현이 부사장일지..는 너무 무리수 인가. 아 맞다! 성규가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난건지 방에서 쿨쿨 주무시고 있는 엄마에게 달려가 엄마를 급하게 흔들어 깨운다. 엄마 나도 드디어 팔자피게 생겼슈!!
" 아이고 무슨 일이여.. " " 엄마 나 드디어 지긋지긋한 사원놀이에서 벗어났어!! " " 벗어? 뭘 벗어!! "
벗어라는 단어에 정신이 확 깬건지 성규를 주먹으로 퍽퍽 때린다. 아 엄마 벗긴 뭘 벗어!! 그제서야 주먹질을 멈추고 뭐여? 아니여? 라고 하신다. 어머니 제발 주무실 때라도 귀는 열어놓고 계실께요. " 사원에서 벗어났다고 사원에서!! " " 사원?..아..뭐? 사원?! "
아이고 내 아들아..아이고.. 성규의 어깨를 잡고 일명 돌리고돌리고 댄스라며 허리를 빙글빙글 돌리시는 모습에 성규는 웃음이났다. 그래 김성규. 남우현이 부사장이건 뭐건 뭐가 중요해. 우리가족이 달려있는데.. 남우현이 부사장이라해도 그게 중요해 지금?
*
우현과 명수가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이 김비서 어쩌면 좋아? 나 진짜 병신인증 제대로 했어. 우현이 발을 동동 구르며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자 명수가 한숨을 쉬곤 '그냥 부사장이라 하시면 되지 뭐 이렇게 고민하세요.' 란다. 우현이 에라이 라고 짜증 이빠이 잔뜩난 표정으로 명수의 대갈빡을 후렸다. " 김성규 놀리는게 재밌어서 이러는데 부사장인걸 그냥 얘기하냐? " " 아!! 왜 때려요! 사장님 진짜 게이에요? "
이 새끼가!! 우현이 주먹을 높게 쳐들자 명수가 엉덩이를 쭉 내빼고는 그럼 저는 이만!! 이라며 부사장실을 나가려 문쪽으로 달려 나갔다. 우현이 그제서야 무언가 좋은 방안이 떠올랐는지 스토옵!! 이라 외치며 손가락을 까딱이며 명수를 부른다. 명수가 경계를 하며 손으로 머리를 막고 자리에 슬그머니 앉았다.
"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지? " " 뭔 생각이요? " " 너 김성규 실제로 본적 있어? " " 네, 있는데요? "
뭐? 이자식이!! 그럼 김성규도 너 본거야? 우현이 TV프로그램 스타퀸에서 무한별희 막내가 카드로 풍선을 터뜨리지 못했을 때보다 아쉬운 표정으로 명수에게 묻자 명수가 그건 아니란다. 명수의 목소리에 우현이 덩실덩실 일어나 봉산탈춤을 추더니 마치 김연아라도 된듯이 트리플악셀을 선보였다. 부사장님 미쳤어요?
" 너!! 부사장해!! " " 예? " " 김성규 앞에서만 부사장하라고!! " " 그럼 부사장님은요. " " 내가 비서를 하는거야!! 개인비서가 꼭 한명이여야할 필요가 있냐? " 그건 아니지만.. 금방 들키실 것 같은데.. 명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불안하다는 듯 얘기하자 우현이 닥쳐!! 라며 자신의 시나리오를 매도하지 말란다. 님은 이게 매도로 보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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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지긋지긋한 사원에서 벗어나고 하는 첫출근. 성규가 평소보다 30분은 일찍 일어나서 치카푸카 이도 닦고 세수도 하고.. 아마 해가 오늘은 99.9% 서쪽에서 떴을 것이다. 해가 서쪽에서 뜨지 않고서야 김성규가 꿈 한편은 더 꿀 수 있다는 귀한 30분씩이나 일찍 일어났을리가 없겠지. 성규가 왁스를 손에 쫙쫙 펴발라 머리에 힘껏 힘을주자.. 이게 뭣이여. 소라빵이여? " 아.. 머리 다시 감아야겠다. 소라빵도 아니고.. "
물을 틀고 머리에 쫘자작 뿌린다. 으 차가워. 겨울이라 그런지 물이 아무리 따뜻해도 차갑게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너무 뜨겁게 하면 손 따가운데.. 시계를 보니 아직도 출근시간까지 꽤 넉넉, 응? 뭐야!! 저 시계 왜저래!! 치카푸카도 하고 세수도 하고 머리까지 감으려고 하는데도 시간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물을 재빨리 끄고 수건으로 머리를 감싼 채 핸드폰 잠금을 풀자 오 마이 갓. 8시 27분 허허허.
" 해가 서쪽에서 뜬게 아니구먼 정확히 동쪽에서 떴잖아!! 아오!! "
성규가 머리를 대충 털고 수건을 가지고 그대로 나간다. 아침은!! 성규 엄마의 쩍쩍 갈리진 목소리에 안먹어!! 라고 대답을 하곤 버스정류장까지 아이돌육상대회에서 남위엔인가 뭐시기 하는 놈이 열성적으로 달릴 때보다 더 빠르게 달려 4분만에 도착했다. 회사를? 노노. 버스정류장을.
" 아씨 벌써 지각인데 어떡해. 아 나 진짜 이호원한테 혼나는 것도 아니고 부사장님한테 혼날텐데.. "
모가지 날라가면 어떡해!! 성규가 지갑을 보며 눈물을 머금고는 그래 천천히 벌면 되는거니까..라고 울먹이며 택시를 있는 힘껏 불렀다. 택시를 타면서도 1초에 한번씩 시계를 보니 1분씩 흐를 때 마다 쫄깃해지는 심장에 오줌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방광아 조금만 참아.
아 드디어 도착. 만원짜리 몇장을 꺼내고는 잔돈은 괜찮습니다!! 라고 매너있는 멘트를 날리며 차 문을 급하게 닫았다. 대한민국 아줌마들이 세일기간에 백화점으로 몰릴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부사장실 앞에 도착. 아 무슨 말부터 꺼낼까.. 성규가 에라 모르겠다 라고 문을 두번 똑똑 노크하자 들어오란다. 목소리가..부사장감이 아닌데?
문을 열자 보이는건 옆에 서있는 그때 본 그 일찐st 남학생과.. 헐 대박. 목소리가 뭐가중요합니까!! 얼굴이 중요하지!! 존나 세상에서 저렇게 잘생긴놈은 처음본다 어떡해 미쳤어. 약간 무한별희..그 형커요? 드립을 한 멤버를 닮은 것 같기도.. " 부사장 남우현입니다. " " ..어..예.. " " 성규씨 오늘 좀 늦으셨네요? " " ..아..죄송해요.. 집이 좀 멀어서. "
아침마다 이 비서분이 성규씨 집 앞으로 모시러 갈거에요, 아마. 부사장으로 보이는 저 훤한 인물이 웃으며 얘기한다. 근데 어째 저 남학생 표정이 안좋다. 가 아니라 뭐? 비서? 저 일찐같은 놈이 비서? 지금 비서라 했어요 부사장 양반? 놀란 표정으로 성규가 쳐다보자 부사장으로 보이는 조각남께서 저 일찐비서를 툭툭치며 해야할 것이 뭔지 알려주고 일 배분도 하고 오란다.
밖으로 나와 일찐비서를 보고 아주 당당한 표정으로 이름이 뭐에요? 라고 묻자 일찐비서가 당황한다. 뭐야 이름도 안알려줘? 너님이 나보다 비서 선배라 이거세요?
" 아 이름이 그러니깐.. " " 이름이 뭐냐니까요? " " 남우발. "
헐 나같아도 알려주기 싫었겠다. 어떻게 이름이 우발이지. 부모님이 이름을 대체 왜 저렇게.. 그러고 보니 부사장님 이름이랑 굉장히 비슷하네.
" 부사장님 이름이랑 비슷하시네요.. " " 허허, 그게 내가 비서로 뽑힌 결정적인 이유지. "
아 그래요? 나도 이름을 애초에 김우현이라고 지을걸 그랬나? 성규가 입맛을 쩝쩝 다시며 나중에 애를 낳으면 애 이름을 뭘로 지을까 생각하다 이내 우리가 해야할 일이 뭐에요? 라고 우현에게 물었다. 그러더니 우현이 하는 말은,
" 그냥 부사장님이 시키는거. " " 그게 끝? " " 시키시는거 별로 없어. 워낙 자기가 다 하시는 스타일이라.. "
헐대박. 완전 좋은 분이시네. 성규가 마음속으로 오예!! 를 외치며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었다. 우현이 힘을 주고 있는 성규를 이상한 표정으로 보다 성규에게 부사장 스케줄 표를 건넸다. 이게 뭐에요? 성규가 묻자 우현이 금자씨 뺨치는 친절함으로 천천히 손가락으로 일정 하나하나를 가르키며 설명했다.
" 우선 오늘 스케줄은 별거 없어. 어떤 고등학교 교복? 그거 디자인 한다고해서 교장 만나러 간다던데? " " 교장? " " 무슨 고등학교였지? 울림고등학교였던 것 같은데.. 하여튼 거기. " " 아, 그럼 우리도 같이 교장실에서 들어가있는거에요? " " 미쳤어? 당연히..! "
들어가면 안되지. 나는 들어가고 너는 교장실 밖에서 기다리면 될껄. 우현의 말에 성규가 아, 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우현을 째려봤다. 째려보며 천천히 다가오자 우현이 숨을 헙! 하고 멈추고는 설마 들킨건가 하는 마음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왜!
" 근데 왜 반말? " " 뭐가.. " " 같은 비서고, 너가 나보다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 " ..그럼 너도 반말 쓰던가 뭐. "
허이고 웃기고 있네. 성규가 어이없다는 듯 웃자 우현이 웃기긴 뭐가 웃겨 라며 손가락으로 성규 머리를 툭 밀었다. 성규가 이씨! 라고 주먹을 올리려다 흥 소리를 내고 내가 참는다! 란다. 참는게 아니라 무서웠던거겠지. 말은 바로합시다.
" 근데 언제 학교가요? " " 왜. 가고싶어? " " 나름 설레네요. 고등학교가 대체 얼마만이야.. "
성규가 눈을 위로 뜨며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는다. 헐 대박!! 10년이네 10년!! 성규가 우와 세월 참 빨라 라며 온갖 놀란 척은 다하자 우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성규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 이제 가자. " " 어딜요? " " 부사장님 데릴러. "
***
" 성규씨는 차 안에서 기다려요. "
명수가 낮게 목소릴 깔고 최대한 멋지게 얘기하자 성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현이 황급히 내려 명수의 차 문을 열자 명수가 양복을 팍 털더니 차에서 내린다. 그대로 우현이 명수의 귀에 속삭였다. 너는 김성규만 없으면 내 손에 죽을줄 알아. 뭐? 아침마다 데리러가? 죽을래 진짜?
우현은 그렇게 교장실로 쏙, 하고는 들어가고 명수는 교장실 밖에서 아이씨 인생퇴갤이네.. 라며 온갖 짜증을 부렸다. 여고도 아니고 남고라 이 잘생긴 외모를 보고 감탄하는 사람도 없어서 쭈구리고 앉아 링스타를 미친듯한 집중력으로 하고 있는데 내 손에서 핸드폰이 나가 떨어지고 어떤 새끼 엉덩이가.. " 뭐야!!! 무한별희 추격자 최고기록 세우고 있었다고! 하나도 안틀렸다고! "
명수가 떨어진 핸드폰에서 계속 나오는 추격자 반주소리에 눈물을 머금고는 엉덩이의 주인을 째려봤다. 헐. 지금 추격자가 중요해 추격자가? 명수가 엉덩이의 주인을 보고 헉 소리를 냈다. 저건 신이 내려준 요정이 분명해.
" 헐 존나 죄송해요. 어떡해. "
저 요정이 뱉은 '존나'는 욕이 아니야.. 천국에서 만든 용어임에 틀림없어. 명수가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액정이 다나간 핸드폰을 손에 꽉쥐고 자리에서 일어나 성열이를 일으켜 세웠다. 최대한 신사답게,
"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죠 성열학생. " " 헐? 내이름 어떻게 알아요? " " 이름표.. " " 아 맞다 이름표 흐핳 "
바보같이 웃는 성열의 모습에 한참을 넋이 나간듯이 쳐다보던 명수가 누군가의 부름에 의해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다. 아씨 남우현. 왜 이때 와서 우리 사이를 갈라놓고 난리야. 명수가 씨씨 거리며 우현을 쳐다보자 우현이 명수의 어깨를 툭툭치고는 앞장서라는 눈짓을 준다.
" 다시봐요 성열학생! "
다시보긴 뭘 다시봐. 성열이 그런 명수를 귀찮다는 듯 쳐다보곤 자신의 엉덩이를 명수 손으로 향하게 만든 친구를 조용히 화장실로 데려가고 [ xx군 같은 반 친구에게 화장실에서 폭행당해.. ] 라고 뉴스에 실렸다는 전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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