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의 비행으로 피곤하긴 하지만 막상 이렇게 와보니까 역시나 오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새끼손가락을 지키려고 도망치듯 왔지만 많은 나라 중에 미국을 선택한건 역시 최고의 선택이었어.
…라는 생각은 약 3시간도 가지 못하고 깨져버리고 말았다.
Paradise
w. 김밥줘요
'네가 철 없는 이 아이들을 이끌때가 온 것 같다-'라는 큰형님의 말에 그 날로 짐을 싸서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사실 내가 속했던 조직은 TV나 영화에서 보던 그런 위엄있는 조직이 아니라 그냥 동네 깡패들을 모아놓은 것 같은 느낌이 강한, 조직이라고 하기에도 뭐시기한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 부담감도 덜하기‥는 개뿔, 그래도 몇십명의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데, 그들의 인생이 나 때문에 좌지우지되는건 딱 질색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큰형님의 말을 거절하면 한국에서 살기 어려워지거나, 새끼손가락이 뎅강 잘려나가기 때문에 결국 몰래 미국으로 도망친거다(처음엔 독일이나 영국 등 유럽 쪽도 생각해봤으나 그나마 바디랭귀지가 통한다는 미국으로 결정했다.).
정신없이 뉴욕 길거리를 걷다가 급 배고파진 나는 편의점에 들려 빵이라도 먹자 해서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고 최대한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게 편의점이 어디있냐고 열심히 물었고 그 결과, 상대방은 아주 친절하게 나를 근처 편의점까지 데려다주었다.
"얼마예요?…아,아니..하우..하우 머치.."
"8달러입니다."
"…한국인이세요?"
한층 밝아진 표정으로 물어보는 나와는 달리 점원은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고선 우유와 빵을 봉투에 담고 있었다.
"그 쪽이 제가 미국 와서 처음으로 만난 한국인이예요!진짜 반가워요!"
"아‥네."
"이름이 뭐예요? 나이는 어떻게 돼요? 언제 미국에 왔어요?"
머나먼 타국에서 같은 한국인을 만났다는 사실이 기뻐서 이것저것 다 물어봤더니 점원은 살짝 나를 흘겨보고선 '지동원이예요-',짤막하게 답했다. 아쉽게도 점원은 숫기가 없는건지 아니면 피곤한건지 시종일관 무표정,무관심이었다. 그래도 뭐‥이름이라도 안 게 어디야.
"저는 구자철이라고…"
"헤헤- 성용이 왔다아!!"
내 소개를 하려던 찰나, 귓가에 꽂히는 명랑한 목소리,명랑한 한국어! 구자철 ,미국에 온 지 3시간 만에 벌써 두 명의 한국인을 만났다. 비록 한명은 정상이 아닌 것 처럼 보였지만.
"성용이형 왔어요?"
"으응, 근데 얘는 누구냐아?"
"한국인이래요."
여전히 점원은 무표정이었지만 조금 더 다정한 말투였다. '성용'이라는 남자는 나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대뜸 '얘 너무 못생겼다아!', 말하는게 아닌가? 누가 누구 얼굴을 지적하고 난리야!! ‥시원하게 외쳐주고 싶었지만 젠장스럽게도 그는 바보 주제에 잘생겼다.
"하하..네.."
"성용이, 못생긴얘를 찾고 있었다!! 성용이 드디어 찾았다!!"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를 한번 쓱-훑어보고선 다시 점원과 이야기를 나누려 하는데, 망할 바보는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계속 못생긴얘,못생긴얘 거리며 놀리는게 아닌가.
"성용이형 그러는거 아니예요."
"동원이도 못생겼는데 얘는 더 못생겼다아!!"
점원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건 내 착각이겠지.
"동원아!! 성용이 결정했다!!"
이젠 그의 입을 막고 싶을 지경까지 왔다. 누가 저 바보 입 좀 막아봐.
"나 얘랑 살거다!!!"
‥오 하느님, 제발.
새롭게 연재하는 기구 글입니다^^ 배경은 미쿡, 그러나 작가는 영어곶아라 「」- 영어로 대화하는 부분입니다. 뭐,한 두번 사용하고 말거지만 말입니다. 밥싹글은 다음주에 업뎃하겠습니다. 그리고 오싹.... 행 ....행쇼.......ㅁ7ㅁ8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