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빨리 끝내고 쓰고싶은 게 있는데 머리를 손이 못따라가네요.
*우라딜.
*암호닉 첨 해보는데 '이불'님 사랑해요 뽀뽀:.
The Festival축제下
뒤돌아 봐.
음악이 객석을 향해 등을 보이고 서는 것과 동시에 쿵 멎었다. 짧은 정적속에서 지호와 경의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이어 터져나오는 환호성에 둘은 뒤를 돈 채 서로를 보며 슬쩍 웃었다. 잘했다 오이야. 응 자기도. 경 쪽을 바라보며 입모양을 뻐끔거리던 지호는 무대와 이어진 대기실 문에 기댄 한 인영과 눈이 마주쳤다. 다시 어둡게 깔린 조명속에서도 뚜렷하게 보이는 눈동자. 그 눈에 사로잡힌 듯 움직임이 멎은 지호를 건드린 건 박경. 첫번째 곡은 '뒤돌아 봐' 라는 곡이었습니다. 하는 곡소개와 함께 지호의 몸을 돌려 어깨동무를 한다.
"여러분 잘 들으셨나요?"
네에!! 경이 싱글벙글 웃으며 다음곡을 소개하는데도 지호의 시선은 움직일 줄 몰랐다. 물론 그 인영 또한.
*
허우, 헉.. 이제 막곡이에요! 어ㅓ어어어우!!! 아쉬움을 숨기지 않는 객석에 지호가 미소지었다.
"이제 저희도 집에 가아죠. 마지막까지 잘 들어주실거죠?"
네에에!!! 식었다 싶던 땀이 다시 흐르고 쿵쿵 뛰는 심장은 진정되질 않는다. 마지막. 불과 한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완성한 곡을 선보이는 것이다. 지호는 약간 차가워진 손끝을 느끼며 마이크를 다잡았다. 다시 쿵. 흐르는 북소리에 맞춰 손가락을 튕기다 순간 터져나오는 맹수의 포효소리에 맞춰 소리를 지른다. 뒤이어,
"야옹"
체육관의 분위기를 쥐고 흔들던 맹수가 순식간에 귀여운 고양이로 변해 우는소리에 긴장이 풀린다. 하이햇챔벌이 들어오고 날카로운 소리에 맞춰 다시 흐르는 비트. 경이 무대 아래로 튀어나갔다. 지호는 무대를 돌아다니며 박수를 유도했다. 어째선지 첫곡이 끝난 직후처럼 대기실 문쪽을 빤히 바라볼 수가 없다. 애써 그쪽으로 눈길을 돌리지 않으려 노력하며 팔을 쭉 뻗고 위 아래로 흔들며 리듬을 탔다.
UH, 저기 잘 빠진 다리에 꽉 묶인 머리에
감각적인 몸매에 허리예쁜 언니의 옆, 을 봐봐.
뒷모습도 이뻐,서 아 간단히 내 이성을 이겨
넘어지면 민망하니까 앞에깔린 돌부릴 비켜
같은 방향인척 그냥 행인인척 옆을 지나가는데,
경이 객석에 앉은 한 여학생의 옆에서 얼쩡대다 시선을 맞춰 앉았다. 그러다 불쑥 얼굴을 들이대더니 셔츠 깃을 더듬는다.
OH, 예쁜아 목에 그거 뭐야
목걸이 말고 그 셔츠 안에 있잖아
아, 누나 아니 제가 보려고 한 게 아니고요,
아니 저기 제가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요.
그거,
키스마크?
쿵, 하는 북소리와 함께 벌떡일어난 경과 무대에서 내려온 지호가 시선을 마주했다. 끈적하게 튕기는 멜로디가 깔리고 지호는 뒷목을 쓸며 경과 여학생 쪽으로 슬슬 걸어왔다. 주변에서 들리는 비명소리와 호흡소리에 취해 몸을 쓸며 다가가자 경이 그 여학생을 신사의 포즈로 일으켰다.
그가 되고싶어, 그게 되고싶어. 니 심장을 되게 물어뜯고싶어.
그를 알잖아, Mr.Pyo
그걸 알잖아, Mr.Pyo
물리고 싶잖아, 안기고 싶잖아.
그 목소리만 들으면 어디 가버리고 싶잖아
아이, 알잖아. 어디 가고 싶은지? 응?
그가 되고싶어, 그게 되고싶어. 니 심장을 되게 물어뜯고싶어.
그러곤 지호에게 손을 상냥하게 넘겨주는 척 하더니 확, 하고 밀어버린다. 갑자기 덥썩 안기게 된 여학생의 얼굴은 겉잡을 수 없이 붉어졌다. 조명이 붉은색이라 다행이라면 다행.
가볍게 안주만 먹고 있었거든?
그냥 인정해 니가 온거거든?
혼자 왔냐며 나 마시던 맥주가 맛있어보인다며
한입 달라더니 그러면 뭘 준다고 뭘?
소파긴데, 자리 남았는데 굳이 누나가 앉았잖아요
내무릎에, 안그래도 되는데 굳이 앉았잖아요
그래도 입술 예뻤어, 너무 예뻐서 한번 들이댔더니
당장에 거절할 건 없잖아, 세시간 동안 한마디도 없었잖아
남친 있다고, 남자 있다고 한마디도 안했잖아
잘어울렸던 카키색 야상 왜 안벗나했어, 누나
이제 알았으니까 저리가, 이유 알겠으니까 저리가.
그거,
키스마크.
거의 닿을랑 말랑 할 정도로 귓가에 댄 입술이 속삭이는 소리에 여학생은 거의 다 녹아내린 듯 했다. 경과 지호는 그녀를 다시 자리로 에스코트 해주고는 무대로 뛰어올라갔다. 다시 진한 멜로디가 흘렀다. 경은 지호의 뒷목을 잡고 자신을 들이대고, 지호는 슬슬 웃으며 도망 다니는 척을 했다.
그가 되고싶어, 그게 되고싶어. 니 심장을 되게 물어뜯고싶어.
그를 알잖아, Mr.Pyo
그걸 알잖아, Mr.Pyo
물리고 싶잖아, 안기고 싶잖아.
그 목소리만 들으면 어디 가버리고 싶잖아
아이, 알잖아. 어디 가고 싶은지? 응?
그가 되고싶어, 그게 되고싶어. 니 심장을 되게 물어뜯고싶어.
그렇게 둘이서 무대를 종횡무진 돌아다니는데, 지호가 대기실 문 가까이 걸어가는 순간 갑자기 한마리 짐승이, 튀어나왔다.
니가 내 게, 될 수 없다 그런다면
니가 내 걸, 할 수 없다 그런다면
너를 잡고 있는 야수를 잡겠어, 그를 잡겠어. 그걸 잡겠어.
향수를 뿌리고, Mr.Pyo
머리를 세우고, Mr.Pyo
반지는 빼고, Mr.Pyo
내가 될게 너의 짐승, 너의 맹수. 멀리 달아나 멀리 달아나.
당황했지만 가사를 잊지는 않은 입이 음을 흘렸다. 짐승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다가왔다. 갑자기 등장한 불청객의 등장에 수습도 못하고 뒷걸음질 치며 무대를 이어 가고 있을 때, 경은 다시 무대 아래로 내려가 객석을 휘젓고 다니는 중이었다. 일단 관심이 분산된 건 좋은데, 뭐냐고.
향수를 뿌리고 Mr.Pyo, 짐승이 마이크를 잡지 않은 자신의 손목을 붙잡았다. 히익 소리가 튀어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머리를 세우고, Mr.Pyo, 자신을 붙잡지 않은 손으로 정말로 세워져 있는 자신의 머리를 한번 쓸어올린다. 짜증나게 섹시한 걸 지호는 인정했다. 반지는 빼고, Mr.Pyo, 붙잡힌 자신의 왼손 검지에 끼인 반지를 이로, 느릿하게 뽑아 삼킨다. 아니, 삼키진 않았다. 멀리 달아나를 내뱉은 내가 우습다는 듯, 자신이 할 말이라는 듯 짐승이 반지를 올린 혀를 내밀고 눈을 접어보인다. 미친,
"표지훈이에요."
뭐? 라는 의문을 떨굴 새도 없이 마이크를 잡아 챈 짐승이, 지훈이 지호의 허리를 잡아 끌어당겼다. 후크가 시작하기 전 남은 짧은 텀사이에, 짐승은 입모양으로만 말했다. 무대 위 지호만이 알아 볼 수 있게. 내 이름요.
그가 되고싶어, 그게 되고싶어. 니 심장을 되게 물어뜯고싶어.
그를 알잖아, Mr.Pyo
그걸 알잖아, Mr.Pyo
물리고 싶잖아, 안기고 싶잖아.
언제 외운것인지, 들어봤자 딱 두번뿐이었던 가사가 정말로 짐승의 목소리로 흘러나온다. 자신이 상상한 그대로. 단단히 붙잡혀 밀착된 몸에 목소리가 직접 흐르는 것만 같다. 가까이 있어 스피커 소리와 겹쳐 들리는 바로 앞의 목소리가 진하다. 낮다. 자신도 키가 그닥 작지 않지만 마찬가지인 듯 시선이 마주치는 공간이 좁다. 물리고 싶잖아, 안기고 싶잖아. 성큼 다가오는 효과음이 들릴만큼 강한 인상이 바로 귀 아래에서 들려온다. 뜨거운 숨이 닿는 걸 적나라하게 느끼며 지호는 지훈의 어깨를 붙잡았다. 으아, 그만..!
그 목소리만 들으면 어디 가버리고 싶잖아
아이, 알잖아. 어디 가고 싶은지? 응?
그가 되고싶어, 그게 되고싶어. 니 심장을 되게 물어뜯고싶어.
허리를 붙잡은 손이 그대로 티셔츠 속으로 파고든다. 등을 더듬는 손이 소름돋게 차갑다. 부르르 떨리는 몸을 다시 단단히 힘을 줘 자신에게 밀착시키는 짐승. 지호의 허벅지 사이로 지훈의 다리가 들어온다. 어깨를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지훈은 부러 더 낮게, 귓가에 속삭였다. 아이, 알잖아. 어디 가고 싶은지? 응? 뼛속으로 들리는 듯한 목소리에 지호는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스스로도 인식했다. 마이크를 뺏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남은 가사에 귀를 내어주었다. 니 심장을 되게 물어뜯고싶어.
쪽.
뜨거운 입술이 목덜미에 찍히는 감각에 놀라 눈을 반짝 뜨자 짐승이, 지훈이 바로 코앞에서 웃고 있었다. 좌중이 조용한 가운데 지훈이 역시 일부러 마이크에서 입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형."
니 입술을 되게 물어뜯고 싶어. 체육관은 순식간에 후끈한 열기와 비명으로 가득찼다.
*
무대가 끝나고 지호는 경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후크부분에서 갑자기 바뀐 목소리에 놀라 경 자신은 아무 가사도 뱉고 있지 않았고,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무대만 바라보고 있었다고.
이런 씨,.
*
부르르,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며 몸을 떠는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발신인은 표지훈. 무대가 모두 끝난 후 뜨거운 얼굴이 가라앉지 않았을 때 다짜고짜 자신이 저장한 번호다. 참 정직하게 이름으로 저장해놨다. 전화를 받을까 말까 망설이는 지호를 재촉이라도 하듯, 다시한번 부르르, 하고 몸체를 떤다. 받자마자 귓속을 파고들 목소리에 대비하며 지호는 착신버튼을 눌렀다.
["형, 오늘 만나. 한번 더 안아보고 싶어."]
지호는 그 직설적인 내용에 화들짝 놀라 그대로 휴대폰을 떨어트렸다. 부서지지 않았지만 겨우 집어든 휴대전화는 이미 착신이 끊긴 후. 부르르, 이번엔 문자다.
[끊지마우지호]
변명하듯 급히 답장을 보냈다. 그러곤 몇번 자판을 누르고는 주머니에 휴대전화를 넣는다. 부르르, 하고 아주 빠르게 온 답장.
[알았어. 오늘 카페 범블비에서. 10시에 봐, 지호야.]
발신인의 이름은 '표짐승'. 지호는 괜히 반말하지 말라는 답장을 보냈다.
*끝이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기숙사갈시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다고 인티를 안달릴 수 없죠, 아주 짧은 텀 후에 다음작 올라옵니닼ㅋㅋ
*읽어줘서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