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규 귀엽져??
이거 제가 그린거임(200% 레알 참 트루임 그러니까 칭찬좀;;;;헥헥헥)
6개월 된 햇병아리 사내커플 35세 남팀장이랑 27살 김사원의 솜사탕보다 초컬릿보다 아이스크리보다 달콤한 럽슽톨위 |
밝지 않은 휴게실 창문 틈으로 보다 밝은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뻐근한 목을 이리저리 돌리고 길게 기지개를 편 성규가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어제 과음을 한 탓일까? 신입 사원의 환영을 위한 늦은 환영회 겸 회식이었다. 몸에서 받지도 않는 술을 주는 대로 넙죽넙죽 받아먹었더니 아무래도 하루 일과에 지장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까부터 따끔거리는 눈 때문에 성규는 쓰고 있던 안경을 잠시 벗어 내려두었다. 테이블 위로 ‘달그락-’하는 소리와 함께 놓인 안경과 투명한 안경알을 통한 햇빛이 책상위에 예쁘게 그림자 졌다. 성규는 따가운 눈을 비비며 자판기 앞으로 걸어가 바지 주머니를 뒤졌다.
“어어… 아까 내가 동전을 챙겨 왔는…” “동전은 내가 넣어 주면 되지?” “어? 팀장님?” “얼굴 푸석해진 것 좀 봐. 힘들었어?”
성규의 어깨 뒤에서 쑥― 튀어나온 팔이 자판기 안으로 동전 여섯 개를 밀어 넣었다. 놀란 얼굴의 성규가 뒤를 돌아보자 환히 웃는 얼굴을 한 우현이 서있었다. 성규는 볼을 긁적이며 자판기 앞에서 비켜섰다. 우현이 밀어 넣은 동전이 딸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자판기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제야 자판기 버튼에 켜지는 빨간 불. 밀크커피, 맞지? 자상한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더니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어 주고는 버튼을 꾹 누르는 우현의 손. 성규는 손을 들어 볼로 가져다 대었다. 화끈화끈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아직까지는 부끄러운 모양이다.
“어제 좀 무리 하지 않았어?” “아, 조금….” “잠은 잘 잤고?” “…별로.” “이런, 다음부터는 어떻게 해서라도 못 마시게 해야겠다. 우리 성규 너무 힘들어하네.”
아직은 낯간지러운 ‘우리 성규’라는 쑥스러운 호칭. 제 손을 만지작거리며 빨리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라는 신호의 빨간 램프가 꺼지자 우현은 자판기의 커버를 열어 따뜻한 종이컵을 꺼내었다. 자, 받아. 우현이 내미는 커피를 수줍게 받아든 성규는 ‘블랙커피’의 버튼을 꾹― 눌렀다.
“팀장님은… 이거….” “어? 어떻게 알았어?” “그야 당연히 알고 있죠.” “이러니까 우리 제법 연인 같은데?” “…에…….” “하하, 우리 성규 얼굴 빨개졌다.”
뽀뽀―
휙휙, 손부채질을 하는 성규의 얼굴 앞으로 우현의 얼굴이 다가왔다. 화들짝 놀라 주변을 살피는 성규를 보며 우현은 배시시 웃었다. 아무도 없어. 그러니까 뽀뽀. 쪽―하고 왔다 가는 소리에 우현은 눈을 감은 채 피식 웃었다.
귀엽다. 부끄럼 많고 순진무구한 어린 애인이, 귀여워 미치겠다.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W. Irara
울림 회사 디자인과 A팀 사무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매년 연말이면 찾아오는 크리스마스 시즌. 그곳에 내 놓을 한정판 패키지를 매년 출시하고 있었다. 따뜻하고 포근한 소재와 설레는 디자인. 성규는 디자인팀의 막내였지만 가장 촉망받는 사람이기도 했다. 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했던 실력이라고 들었다. 캐스팅 제의를 한 번에 받아들여 디자인과 A팀으로 바로 배정을 받았다. 책상 위로 하얀 스케치북을 놓아두고 검지와 중지 사이에 연필을 낀 성규는 지끈지끈 아프기 시작한 관자놀이를 꾸욱 눌렀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전년도의 모든 도안을 훑어보고 났더니 자신감이 확 죽어버렸다. 내 머리에서는 나오지 못할 대단한 디자인들이 많이 있었다. 흰 눈벌판 같은 하얀 도화지가 이렇게 원망스러울까. 이번 시즌에는 크리스마스의 포근한 기분을 살려내는 게 키 포인트였다. 가장 크리스마스다우면서도 독특한 아이템. 도무지 영감이라고는 떠오르는 게 없어서 그냥 책상위로 푹 엎드려버렸다. 어렵다, 어려워.
“잘 되어가?” “아, 팀장님!”
내 등 뒤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라 책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직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내 스케치북을 보고는 팀장님의 얼굴이 다소 실망스러운 얼굴로 변한다. 도움이 되지 못해 괜스레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어 입술을 내밀었다. 죄송합니다. 아직 아무것도 못 그렸어요. 들릴 듯 말듯 작은 목소리로 내뱉은 사과에 팀장님은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뭐가 죄송해. 성규씨 일이 제일 어려운 일인 거 알고 있는데. 우현은 다정하게 성규의 어깨를 끌어당기며 전년도의 도안을 뒤적거렸다. 이런 거 봐봤자 하나도 도움 안 돼. 그냥 성규씨 경험과 생각이 가장 좋은 방법이야. 우현의 말에 성규는 울상을 지었다. 아까부터 웬만한 좋은 생각과 경험은 모조리 다 떠올려봤지만 마땅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언을 줘도 어려운 표정을 짓고 있는 성규를 보며 우현은 가만히 그의 볼을 잡아 당겼다. 아야―하고 아픈 소리를 내는 성규의 이마위로 쪽 하고 입술을 맞춘 우현은 웃는 얼굴로 자리로 돌아갔다.
예고도 없었던 갑작스러운 스킨십이었다. 당황해서 멍하니 팀장님의 자리만 쳐다보고 있었다. 높은 칸막이에 가려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위로 삐죽 솟아오른 머리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잠깐 다녀간 온기가 너무 따뜻해서, 자꾸만 웃음이 났다.
[뽀뽀 쪽 -오후 2:29]
내 컴퓨터의 화면에 팀장님으로부터 온 메시지가 깜박이고 있었다. 내용도 자꾸 부끄러운 내용. 급히 메시지를 닫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들 자기 할 일에 몰두하고 있어서 인지 내가 있는 쪽은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내심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답장을 보냈다.
[갑자기 이런 거 보내기 없어요. -오후 2:31] [사랑해 -오후 2:31] [자꾸 이런 거 보내지 말라니까요? 누가 보면 어떡해요..... -오후 2:32] [성규야, 내가 많이 사랑해. -오후 2:32]
하지 말라는데도 고집불통이다. 칸막이 위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더니 마침 나를 보고 있던 팀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화난 눈을 했더니 웃으면서 아래로 쏙 사라진다. 싱거워져서 다시 바른 자세로 돌아왔다. 장난만 치고. 나는 머리아파 죽겠는데. 그런 서운한 마음이 들면서도 기분이 좋은 게 역시 연애 초기라는 건 참 좋은 듯.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마음이 따뜻한 일이었다. 코를 찡긋하고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아직 머물러있는 메시지. ‘성규야, 내가 많이 사랑해.’ 가슴 설레는 메시지를 보며 콧잔등을 문질렀다. 부끄럽지만 이런 소리를 듣는 게 참 좋다.
대화창을 닫고 다시 제품 디자인하는 것에 몰두하기 시작한 성규는 턱을 괴고 곰곰이 무언가를 떠올렸다. 포근한 느낌? 크리스마스 특유의 포근함과 따뜻함….
‘성규야, 내가 많이 사랑해.’
“…연인의 품 같은 포근함과 마주잡은 손처럼 따뜻함……, 아!!”
두 손가락을 딱- 하고 맞부딪친 성규는 연필을 잡고 뭔가를 열심히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성규에게 줄 커피를 들고 성규의 자리로 걸어온 우현은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성규의 등을 보며 씨익 웃었다. 이렇게 등 뒤에 서서 빤히 보고 있는데도 눈치도 못 챈다. 동글동글한 성규의 뒷머리를 내려다보며 제 손에 들린 커피를 홀짝였다.
역시, 사랑이라는 건 여러모로 참 좋은 거구나 싶어서.
* * *
“내일은 눈이 왔으면 좋겠어요.” “왜?” “크리스마스이브니까요.” “크리스마스에 눈이 와야 좋은 거 아니야?” “이번에는 그냥 이브에 눈이 오고 크리스마스 때는 눈이 안 오는 게 좋거든요.” “그건 왜?” “팀장님이랑 같이 눈도 밟고 싶고, 또 팀장님이 보고 싶어서요.”
수줍게 잡은 손에 힘을 주는 성규를 바라보며 우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나? 나는 눈이 와도 볼 수 있잖아. 그 말에 성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답했다.
“…눈이 오면 팀장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으니까….”
성규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솔직하고 당돌한 애인이었다. 처음 봤을 때 눈도 못 마주 치던걸 떠올리면 많이 발전했다 싶어 뿌듯하기도 했지만, 이런 모습의 성규는 처음이라서. 아니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성규 때문에 항상 놀라고는 했다. 지금도 저렇게 부끄러운 얼굴을 하고서 제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는 성규를 보며 또 내심 놀라고 있었다. 제가 생각하기에 조금이라도 부끄러운 짓을 했다고 생각이 들면 귀부터 빨개지는 게 성규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고 애교 포인트라면 포인트. 점점 붉게 달아오르고 있는 성규의 귀를 두 손으로 잡고 능청스럽게 물었다.
말 해놓고 부끄럽지? 우현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로 세차게 저은 성규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했다. 하, 하나도 안 부끄러워요! 제 딴에는 크게 말한다고 말 한 듯싶은데, 우현의 눈에는 개미가 소리를 지른다. 둘이 걷고 있던 거리가 사람이 많은 거리라는 것도 잊고 우현은 가슴으로 성규를 끌어안았다. 귀여워. 미치겠다, 김성규씨.
성규는 내 가슴을 살짝 밀어내고 주변을 살폈다. 이렇게 공개된 장소에서 막 껴안고 그러는 거, 안하겠다고 약속 하셨잖아요. 미간을 구긴 채 입술을 삐죽 내미는 걸 보니 적지 않게 놀란 것 같았다. ‘미안’하고 멋쩍게 웃었더니 작은 입으로 한숨을 포옥 하고 내쉬더니 괜찮다며 어깨를 으쓱인다.
“내일 약속 있어?” “음, 아직은 없는데. 왜요?” “왜긴. 우리 성규랑 같이 보내려고 그러는 거지.” “우리는 크리스마스때 보기로 했지 않았어요?” “매일 보고 싶어, 우리 성규는.”
자연스럽게 성규의 어깨로 팔을 둘렀다. 그렇게 넓지도 좁지도 않은 어깨가 내 가슴 쪽으로 확 당겨졌다. 성규의 손에 들린 서류가방이 무릎에 부딪쳐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냈다. 성규에게서 가방을 뺏어 들고 한쪽 손을 끌어와 내 허리를 감싸게 했다. 다소 놀란 표정을 한 얼굴이 너무 귀여워서 웃었더니 아직 내 행동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건지 어리둥절이다. 내 허리에 손 얹으라고. 결국에 입으로 말을 해 줬더니 또 주위를 살피기에 한숨을 지으며 성규의 머리위로 군밤을 놓았다.
“왜 그렇게 눈치를 봐?” “아… 사람들이 볼까 봐요.” “그렇게 온 세상 사람들 눈치 다 보고 연애를 어떻게 해? 그냥 우리가 좋으면 좋은 거지.” “…그래도….” “아무도 나무라는 사람 없어. 누가 뭐라고 한다 해도 내가 있으니까 괜찮아.” “그게 문제가 아니고….” “그럼?” “저는 팀장님이 욕먹는 거 싫거든요.”
나이가 어려 애 같을 줄 알았더니 생각하는 마음 씀씀이는 어른스러운 아이였다. 예쁜 입으로 예쁜 말만 골라서 하는 어린 애인 때문에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귀여운 사람. 볼을 잡아 늘이고 귓속말을 하는 척 볼에 꾹- 입술을 눌렀다. 눈을 댕그랗게 뜨는 게 또 잔소리를 들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귀를 막고 일부러 ‘아아아’하는 소리를 냈다.
성규는 우현의 장난스러운 행동에 까르르 웃었다. 팀장님은 대체 나이를 어디로 드셨기에 그렇게 아직 아이 같으신 거예요? 성규의 물음에 우현은 성규의 머리 위로 알밤을 놓았다. 누가 누구더러 아이 같다는 겁니까? 김성규씨. 우현의 말에 성규는 웃으며 우현의 어깨로 머리를 기대었다. 팀장님이 아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아요. 팀장님 같은 아이라면 분명 멋지고 늠름할 테니까요. 나긋한 성규의 목소리에 우현은 가만히 어깨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누구보다 저를 믿고 의지하는 그 목소리가 너무 예뻐서. 함께 같은 곳을 보며 걷는 이 길이 너무 아름다워서.
“성규야, 우리 쭈욱 데이트 할까?” “쭈욱? 어떻게요?” “크리스마스때까지 쭈욱.” “그러니까 어떻게요?” “음, 방법이야 찾으면 되지?” “에이, 대책 없어.” “우리 연애에서까지 대책같은 거 세우고 그러지 말자.”
관자놀이를 짚으며 말했더니 알았다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사랑은 마음가는대로 하면 돼. 방법이라는 게 없어. 마음이 가는 대로 말 하고 사랑하고 행동하면 그게 바로 상대방이 원하는 거니까. 사랑을 전하는 수단이나 함께하는 방법 같은 건 어떻든 좋잖아. 그냥 함께 하면 되는 거니까. 그걸로 만족인 거니까. 우현의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성규는 활짝 웃으며 우현에게 말했다.
“오늘 팀장님 집에서 파티를 열까요?” “파티?” “네. 저희끼리 하는 크리스마스이브 파티요. 팀장님께서 쭉 데이트 하자고 하셨고, 파티하면 우리는 계속 쭉 붙어있을 테니까. 저는 팀장님이랑 같이만 있는 다면 뭐든 좋으니까요!”
순진한 그 얼굴에 대고 다소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은 못했다. 조금 망설이는 듯 한 내 얼굴에 실망한 듯, 눈 꼬리를 늘어뜨리며 ‘싫으세요?’하고 묻는다. 내가 못살아.
“아니, 좋아.”
그리고 너의 집으로 가던 걸음을 돌려 우리 집으로 향했다.
푸르스름하게 어둠이 가라앉고 하나둘씩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다. 얼마 전 성규가 고심하던 크리스마스 패키지 상품은 꽤 성공적인 반응으로 출시되었다. 하얀 이어폰과 손 장갑. 그리고 목도리 하나. 그 위로 새겨진 성규의 사랑.
‘이번 디자인과 A팀은 크리스마스 패키지 상품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이번 상품 디자인은 김성규 사원이 해주셨고요. 패키지 상품을 이렇게 구성한 이유와 디자인에 대해서 설명 해 주시겠어요?’ ‘네. 이번 크리스마스 특별 패키지 상품의 테마는 ‘포근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였습니다. 아무리 영감을 떠올려보려고 해도 떠오르지가 않아서 애를 썼는데, 제 애인이 너무 쉽게 답을 주었어요. 연인의 품 같은 포근함과 연인의 손을 잡을 때와 같은 따뜻함. 이게 이번의 컨셉이었습니다. 커플들은 모든 따뜻함을 나누어 함께 하라는 의미로, 솔로는 연인을 대신할 포근함으로 다가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내 손에도 들려 있는 붉은 색의 장갑과 귀에 꽂힌 하얀 이어폰. 그리고 나누어 하자는 성규의 말에 나는 됐다며 성규의 목에 칭칭 둘러준 목도리까지. 성규의 바람대로 모두 함께 하고 있었다.
솔직하게 말해 봐. 이거 디자인 할 때 내 생각 했지? 저번 발표 때에 그렇게 말했잖아. 우현의 물음에 성규는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요? 팀장님 생각을 했던가? 한 번 튕기는 성규를 보며 우현은 고개를 젖히고 웃었다. 우리 성규가 밀당을 할 줄도 알아요? 아유 기특해라. 머리를 쓰다듬는 우현의 손을 쳐내고 성규는 눈을 세모지게 떴다. 자꾸 어린애 취급하면 삐질 거예요.
내 눈에 성규의 어떤 모습이 안 예뻐 보이겠느냐마는, 그래도 이건 너무 귀엽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내 생각을 만약 내 친구들이 듣는다면 팔불출 났다고 욕을 하겠지. 성규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뭐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구석이 없어서. 당장이라도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싶었다. 만약 내 눈에 콩깍지가 쓰인거면 영영 벗겨지는 일이 없게, 내 심장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면 영영 불이 꺼지는 일이 없게 해 달라고 하늘에 대고 기도했다.
“내일은 네 말대로 정말 눈이 왔으면 좋겠다.” “왜요?” “그냥, 눈을 떴을 때 네가 내 눈앞에 있고. 또 너를 옆에 두고 아침부터 내리를 눈을 본다면 정말 행복할 거 같아서 말이야.” “헤헤, 저두요.”
내일은 앙상했던 저 나뭇가지 위에 하얀 눈꽃이 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허전한 것 없이. 온 마음이 온 세상이 풍요로워 질 수 있도록. 힘이 들어도 함께 걷고 싶어 나란히 손을 잡고 퇴근하는 이 퇴근길이 깨끗한 순백의 눈으로 뒤덮일 수 있도록. 그 길 위를 걸으며 또 나아가 내일의 우리를 그리며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함께 있으면 뭐든 행복하고 모든 일이 기쁠 수 있겠지만, 그 안에 가장 큰 행복은 성규 너라는 존재의 여부였기에. 내 옆에 서서 가만히 웃어주는 너를 사랑해서. 오늘 하루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나이니까.
“제과점에 들러서 케이크 사가지고 갈까?” “네!”
내일도 분명히 행복할거라고 믿을 수 있다.
* * *
아침에 눈을 떠 가장 먼저 보이는 사람이 너라면 어떤 기분일까.
매번 생각에 그치던 말이었다. 그런데 지금, 눈을 뜨자마자 앞에 보이는 성규의 얼굴이 마냥 좋아서 가만히 보고만 있다.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게 잠이 들었다. 어제 저녁 깜박하고 끄지 않은 알람에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났다. 손을 뻗어 알람을 끄고 내 앞에 누워있는 성규를 살폈다. 아직은 잠에 취해 아무것도 듣지 못한 듯, 작은 입을 웅얼거리며 꿈을 꾸고 있었다. 처음 안아보았던 성규의 하얗고 마른 몸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불 속에서 움직일 때마다 맞닿는 부드러운 살이 좋아서 가만히 성규를 끌어안고 녀석이 잠에서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다. 한 시간 남짓을 성규의 얼굴만 보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느릿하게 눈을 뜨고 일어난 성규에 가만히 웃으면서 이마위로 입술을 내리 눌렀다.
“좋은 아침.” “히이, 좋은 아침.”
손을 들어 눈을 비비는 가 싶더니 다시 내 허리를 끌어안으며 품안으로 파고든다. 더 자고 싶은데 팀장님이 앞에 있어서 못자겠어요. 뜬금없는 소리에 ‘왜?’ 하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심장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요.”
…란다.
나는 성규의 말에 크게 웃으며 다시 물었다. 누구 심장소리가 너무 큰데? 내 심장소리? 아니면 우리 성규 심장소리? 그 물음에는 또 수줍음을 타면서 가슴으로 얼굴을 묻는다. 묻지 마요. 팀장님은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 꼭 그래.
이쯤하면 내가 어쩌다 이런 귀여운 생명체를 만나게 된 건가 하는 생각도 들기 마련이었다. 내가 입사를 한 게 잘 한 짓이었구나 싶은 생각도. 어리바리한 신입 사원으로 들어와 뭐든지 열심히 하려는 모습도 보이 좋았다. 입사한지 일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아직은 서투른 실력으로 모두의 일을 도와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성규는 시즌마다 디자인만 하면 되는데 다른 서류 업무들까지 돕고 있었다. 바르고 착하고 성실하기까지 한 사람이 내 사람이라는 게 또 한 번 놀랍고 행복해서, 나는 성규를 꼭 끌어안고 놓지 않았다.
우현의 품에서 빠져나와 침대 아래에 떨어진 우현의 셔츠를 주워든 성규는 꽤나 개구쟁이 같은 얼굴로 우현을 바라보았다. 팀장님도 여자가 막 이런 거 하나 입고 있는 거 좋아하고 그래요? 성규의 질문에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우현은 너무 쉽게 응 하고 답했다. 성규는 제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셔츠를 들어 제 팔을 꿰어 넣었다. 성규의 행동에 살짝 당황한 우현은 위에서부터 셔츠 단추를 채워 내려오는 성규의 손을 따라 시선을 이동시켰다. 하얀 셔츠 아래로 떨어지는 잘 뻗은 다리 두 개. 아침부터 꽤나 자극적인 장면에 마른세수를 하며 성규와 눈을 마주했다.
“예뻐요?” “어?” “팀장님 눈에는 제가 이렇게 있어도 예쁘냐구요.” “어떤 거?” “일어나자마자 눈곱도 안 떼고 머리는 부시시한데 팀장님한테 예쁨 좀 타보려고 이 큰 셔츠 하나 입고 있는 모습이요.”
아무래도 아까 응이라고 답한 여자가 뭐 어쩌고 하는 물음에 샘이 났나보다. 야한 모습까지 귀엽게 만들어버리는 성규 때문에 혼이 빠질 지경이었다. 애써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가 본 중에 제일 야하고 제일 어른 같고 제일 예쁘다. 단순하게 그 대답이 끝나자마자 활짝 웃는 아이 같은 녀석을 눈앞에 두고 있자니 눈물이 나려고 했다. 정말요? 기뻐 되묻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서 내려온 우현은 바닥에 떨어진 제 브리프를 주워 입었다. 다급했던 어제의 영상이 떠오름과 동시에 눈앞에 서있는 하얀 성규의 모습에 가만히 웃으며 뒤에서 그를 끌어안았다. 창을 가리고 있던 푸른빛의 커튼을 걷으니 온 동네에 하얗게 쌓인 눈이 제일 먼저 들어왔고, 두 번째로 아직 하늘에서 내리고 있는 하늘하늘한 눈 꽃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우와- 눈이다! 하고 감탄사를 뱉어낸 성규는 제자리에서 콩콩 뛰었다.
“팀장님, 눈이에요!” “그러네. 성규 말대로 눈이 오네.” “이번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요!” “아직 이브잖아.” “그래도 크리스마스까지 눈이 녹지 않고 있어주지 않을까요?” “그것도 물론 성규가 바란다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그럼 이번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요.”
성규는 하얀 눈을 만질 것처럼 창문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성규의 손 옆으로 하얗게 서리는 김에 우현은 웃으며 성규의 목으로 코를 묻었다. 아침을 맞이해 눈을 뜸과 동시에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둘은 기분 좋게 웃었다. 성규는 창문 위로 호오― 하고 입김을 내불었다. 하얀 김이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손가락으로 ‘남우현’ 하고 우현의 이름을 적은 성규와 그의 행동을 가만히 주시하던 우현의 눈이 마주치자 둘은 푸흡―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성규는 점점 사라져가는 우현의 이름 위로 입김을 세게 한 번 더 불었다. 그리고는 조금 더 빠른 행동으로 ‘남우현 내꺼’하는 아기자기한 글씨 뒤로 하트까지 써 넣었다. 우현은 성규가 적어 놓은 글씨 아래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우현의 신호를 알아차린 성규는 우현의 손이 있는 곳에 호오― 하고 입김을 불었다.
‘성규야 사랑해’
투명하게 적힌 글씨를 보고 성규는 뒤를 돌아 우현과 마주보고 섰다. 갑자기 몸을 돌린 성규 때문에 놀란 우현은 고개를 뒤로 뺐다. 우현의 목을 끌어안고 성규는 작게 궁시렁거렸다.
“키스하고 싶은데… 양치 안 해서 입 냄새 나는데….” “어?” “나도 사랑한다구요.” “정말?” “네. 저도 팀장님 무지 많이 사랑해요.” “그랬구나, 몰랐네.”
능글맞은 우현의 행동에 입 꼬리를 말아 올린 성규는 우현의 입술 위로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먼저 다가온 성규의 입술에 놀란 것도 잠시. 자신을 꼭 끌어안아 오는 성규의 팔에 우현은 갑작스럽게 성규에게 안기게 되었다.
“팀장님. 사랑해요. 내가 많이 사랑하니까 계속 내 옆에 있어줘야 해요?” “성규야.” “약속하면 이거 놓아 줄게요.” “그럼 약속하고 싶지 않게 되잖아.” “네?” “성규한테 안겨있으니까 기분 진짜 좋네.”
성규의 허리를 마주 안으며 우현은 성규의 어깨위로 입술을 묻었다. 성규야, 네 옆에 내가 있는 건 당연한 거야. 우리는 지금도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할 거니까. 천사 같은 우리 성규, 팀장님이 많이 사랑해요. 알죠? 우현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성규는 더욱 꽉 우현을 끌어안았다. 놓고 싶지 않아요. 계속 팀장님 안고 있고 싶어요. 처음 보는 성규의 어리광에 우현은 웃으며 더욱 꽉 성규를 끌어안았다. 얼마든지 안고 싶은 만큼 안아도 됩니다, 김성규씨.
내 숨은 하나이지만 우리의 숨은 둘이 되고, 함께 한다면 얼마든지 셋이 될 수 있겠지. 하얗게 내리는 눈송이들처럼 우리도 하얗고 포근한 사랑을 할 수 있기를 하늘에게 빌어 보았다. 숨을 쉬는 것 마저 사랑스러운 내 사랑이 늘 내 곁에 함께 해주기를. 우리의 사랑을 하늘이 늘 지켜봐 주기를. 내 품에 안기어 사랑을 말하는 저 작은 입술을 내가 지켜 줄 수 있기를. 하늘이 참 맑은 날이었다. 크리스마스의 이브.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태어난 날, 그 전날에 우리는 또 한 번 사랑을 맹세했다. 우리의 미래를, 우리 사랑의 영원을.
내일은 팀장님이랑 같이 손잡고 걷고 싶어요.
같이 걷자.
팀장님이랑 손잡는 거 좋아요.
나도 성규랑 손잡는 거 좋아.
근데 뽀뽀하는 게 더 좋아요.
나도 그래.
매일 팀장님이랑 같이 있고 싶어요.
나도 매일 성규랑 같이 있고 싶어.
사랑해요, 팀장님.
내가 더 사랑해, 성규야.
-Fin. |
미리메리크리스마스 잡소리
우와.........글씨색 핫하다.........눈아프고 좋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대들! 안녕!!!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서, 달달물을 들고왔어요.
전혀 달달하지 않다는 게 함정이긴 한데, 그래도 나름 애썼으니까ㅠㅠ 엉엉엉
하얀 구라(<-읭?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는 화요일이 넘어서야 업뎃이 될 듯 해요ㅠㅠ흑.....
제가 이래뵈도 나름 크리스마스때 파티있는 여자라그여.....ㅋㅋㅋㅋㅋ.........ㅋ.....;..........네....죄송해요..ㅠㅠ
재미없는 글 재미있게 잘 읽어주시구요!!!!!!!!
내 사랑 내 그대들!!!!!!!!!메리크리스마스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