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andicapped
이상한 놈
"우지호!"
"아윽!"
뒤에서 뛰어오면서 허리를 휘감는 김유권. 그 충격으로 허리의 통증이 아리도록 느껴지자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자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본다
"뭐야, 왜그래?"
"아, 아 계단에서 살짝 굴러서. 별거아냐"
"왠일이야, 우지호가 다치기도 하고. 요즘 공부한다며? 박경이 그러던데"
"아나, 박경 이새끼가"
우지호 철들었나보네? 웃으면서 장난을 치는 김유권에 베시시 웃음이 새어나온다.
허리 괜찮냐면서 주물러준다는걸 겨우 돌려보내는데, '아' 하고 걸음을 멈추더니
해맑은 미소로 내게 다가오는 김유권.
"이 얘기 하려고 온건데, 그냥 갈뻔했네"
"무슨말?"
"교문앞에서 어떤 애가 기다리고있더라, 너 좀불러달래"
무슨말인지, 기다리는 놈은 누군지 물어보기도 전에 그럼 난 간다,
지 할말만 다하고 쏙 빠지는 김유권에 한숨을 쉬고 어기적 어기적 교문으로 향했다.
썅, 용건이 있으면 지가 찾아오지 왜 쳐 부르고 지랄이야
그렇게 느릿느릿 교문으로 향했지만 아무도 없었고, 김유권 이새끼가 장난친건가 싶어 욕을 내뱉으며
뒤로 도는데, 내 손목을 휘감아 채는 새끼
"이렇게 보니까 색다르네요, 선배"
"니가 왜 여깄어"
"얘기좀해요, 암울한 얘기지만"
"난 니랑 할얘기없는데. 가라 그냥"
멀리서보면 양아치같은 샛노란 머리색을 지닌 표지훈이 날 똑바로 쳐다본다.
할얘기없다고 팔을 내치자 다시한번 팔을 잡고 자기에게 시선이 가도록 만든다
"왜요, 수업들을꺼에요? 아니잖아"
"그래, 반장꺼 뺏겨서 공부좀 하려고 그런다. 꺼져"
"선배네 반장보다는 내가 더 공부잘할텐데. 내 노트보여줄게요. 얘기좀해요"
순간 망설였다. 성적향상이 목표인 내게 학원에서도 우등생에 속하는 표지훈의 노트가 우리반 반장보단 나을것같애서.
그걸 눈치챘는지 거래완료니 뭐니 이상한 말을 뱉던 표지훈은 내 손목을 잡고있던 그대로 끌고가더니 택시를 잡고 학원으로 향하는 표지훈.
아직까지 놓지 않은 표지훈의 손을 빤히쳐다보다 김샌 웃음을 짓고 창밖을 바라봤다.
학생이없는 시간이라 그런지 금방 학원에 도착했고 공사한다고 비워놨던 반으로 끌고 들어가는 표지훈,
"존나 거창한거 얘기할것 같더만, 끌고온 장소가 겨우 학원이냐?"
"겨우 학원이라니. 이 학원 다니고 싶어서 안달난 애들이 수두룩한데"
지랄한다, 욕을 내뱉으며 의자에 걸터앉자 맞은편으로 의자를 하나 끌고오더니 날 마주보고 앉는 표지훈에
뭐하는 새낀가 싶어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그런날 무시한건지 말을 이어간다.
"우태운, 형이라면서요"
"뭔 개소리야"
"들었는데, 선배의 형이 우태운 선배님이라고"
"난 형없는데, 그딴 소리하려고 끌고왔냐? 미친, 간다"
가려고 몸을 일으키자 아까와는 다른 사뭇 진지하고도 아주 낮은,
부담스러울 정도의 저음으로 정색을 하면서 말을 내뱉는 표지훈에, 살짝 비위가 상했다
"우태운 선배, 거리 양아치들한테 맞아서 병원에 입원중이래요"
"근데"
"근데라뇨, 형인데. 병문안정도는 가줘야 정상아닌가?"
"말했지않나? 난 형 그딴거 없다고. 그리고 그새끼 팼으면 팼지 맞고다닐 새끼는 아니야"
"......."
"그렇게 걱정되면 니가 가보시던가"
"......역시"
공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고개를 숙이고 땅을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더니
비열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미소, 미소도 아니다.
한쪽 입꼬리만 올린채 말을 이어갔고, 내 몸은 굳어져갔다
"쓰레기네, 우지호"
"......"
"그래, 개구라야. 우태운이 맞고다닐리가 없지. 진짜, 쓰레기네 우지호"
"이제 알았냐"
정적. 시비조의 표지훈의 말투에 똑같이 시비조로 답하고 한쪽 입꼬리만 올렸더니
표지훈이 일어나더니 가방에서 웬 노트하나를 꺼낸다. 그리고 내 발앞에 툭, 던지더니 뭐냐는 듯한
내 시선에 한참동안 날 바라보더니 입을 여는 표지훈.
"약속대로, 필기노트에요. 열심히 해보세요, 어디"
그대로 내 어깨를 치고 나가는 표지훈.
ㅡ
"우지호?"
낯익은 여자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저멀리서 웃으면서 달려오는 최진리.
아까 아줌마가 복도 물청소했는데, 하는 생각도 잠시, 그대로 넘어지려는 최진리를
나도 모르게 잡아채자, 어벙한 눈으로 날 올려다본다
"왜"
"어? 아.. 아, 학교수업 빼고 오는거라, 학원에 나밖에 없을줄 알았거든, 근데 낯익은 뒷모습이 있길래. 혹시나했어"
똑바로 선 최진리의 손에 든 책들을 살펴보자, 고 2인데도 벌써 고 3 문제집들을 한아름 들고
해맑게 웃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안지겹냐, 공부"
"응? 야, 누가 공부를 재미로 하냐? 커서 성공하려고 하는거지"
"그래그래, 어련하시겠어"
머리를 툭툭치고 뒤를 돌아서는데 달려가더니 내앞을 막아서는 최진리에
뭐하냐는 표정을 짓자,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을 거는 최진리.
"무슨일 있지, 너. 뭔데, 말해봐 다 들어준다, 이 누님이"
"누나는 지랄이, 비켜"
"아 왜! 야 내가 이래뵈도 애들 고민상담사다?"
"난 애들이 아니라서, 비켜. 워이워이"
"아, 뭐든지 털어놓으면 좀 나아지는거 모르냐? 말해보라니까"
계속 찡찡대는 최진리를 보고 한번 웃어준채 지나쳐 나가려다가
발걸음을 돌려 성큼성큼 최진리에게로 다가갔다
"그럼....10분만"
ㅡ
"뭐 그런새끼가 다있어?! 남의 가족가지고 거짓말을 하고, 걔 병신아니야?"
"가족, 겁나 거창하네"
"야 넌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노트 받았다며, 그거 볼꺼야?"
"모르겠다, 자존심같애선 면상에 던지고 침뱉고 싶은데, 지금은 무조건 성적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거든"
"나같으면....안볼것같은데"
앞만보다가 갑자기 진지해진 최진리의 말투에 고개를 돌려 얼굴을 바라보자
특유의 순수한 미소로 말을 이어가는 최진리.
"솔직히 공부엄청 잘하는 애꺼를 니가 본다해도, 이해할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잖아"
"그건....그렇지"
"공부는 스스로해서 이해하는거야, 장담하건데 너 노트열자마자 무슨말인지 몰라서 공부 때려친다?"
"...그런가"
"그냥, 하고싶은대로 해. 노트를 찢던, 면상에 던지던. 아니면 공부를 하던. 나중에 후회만 안하면 됬지"
"고맙다"
한참을 망설이다 최진리의 얼굴을 마주하고 진심으로 미소짓고 밖으로 향했다.
최진리의 얼굴이 빨갛게 보였던건 기분탓이었겠지.
ㅡ
지나가면서 교복이 다르자 동물원 원숭이보듯 쳐다보는 놈들때문에 신경이 곤두섰다.
아 시발, 이래서 남의학교 오기 싫은데.
지나가면서 계속 훑는 새끼들중에서 유난히 기분더럽게 야리던 새끼의 멱살을 잡고 물었다
"표지훈 몇반이냐"
"3,3반이요"
어, 땡큐.
놈을 던지다시피 밀어내고 계단을 올라 표지훈네 반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보이는 표지훈. 새끼, 아까 지랄할때랑은 완전히 다른 표정이네.
해맑은 미소로 남녀할것없이 모두랑 얘기하고 있는 표지훈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약간은 일그러진 노트를 표지훈의 책상위로 던지자, 약간은 굳은표정으로 날 올려다보는 표지훈.
"좆같애서 안봐, 새끼야"
"......."
"고맙다, 쓰레긴거 확실하게 각인시켜줘서"
한대칠듯한 표지훈을 약올리기라도 하듯 싱긋 웃어주곤 복도로 향했다.
2층, 1층..금방 다 내려와 나가려고 문쪽으로 가는순간, 누군가에 의해 몸이돌려졌고,
그대로 끌려갔다. 노란머리를 보아하니 표지훈이었다.
교사용화장실로 날 끌고온 표지훈은 문을 쾅 소리가 날정도로 세게 닫더니
그대로 날 벽에 던지듯이 힘으로 밀친다
"아, 씹..!"
"우지호"
충격으로 인해 약간 풀려버린 다리탓에, 날 내려다 보는 표지훈을
있는힘껏 꼴았더니 내 턱을 잡더니,
"우읍...!"
그대로 입술을 맞대어 오는 표지훈에
순간 놀라 벌어진 입술사이로 무섭게 들어오던 표지훈의 혀는
치아 하나하나를 훑더니, 도망치는듯한 내 혀를 끝까지 찾아내더니 점점 깊게 파고든다.
숨이막혀 놈을 밀어내자 꿈쩍도 않던 놈을, 어깨를 퍽퍽 치자 그제서야 입술을 뗀다
"하아..하아...뭐하는짓이야, 너"
"참고있는 중인데, 댁이 꼬리를치네"
"무슨 개소리야, 그건"
"날 자극시키진 마요, 힘든건 선배일 테니까"
내 볼을 툭툭 치더니 씩 웃고는 나가버린다.
알려고 해도 알수없는, 존나 뜻모를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