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열등감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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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불공평했다. 숙취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박경과 셋이 술자리를 갖은 후 그 다음날에도 우지호는 곧은 자세로 평소와 마찬가지로 출근했다. 나는 어땠냐고? 당연히 지각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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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온도는 푹푹 더더 내려가고 사람들이 입는 옷가지는 많아져 크리스마스가 이브가 되었다. 이런 날에 내가 다른 사원들과 같이 회사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절망적이었다. 그나마도 앞 뒤 옆 대각선 모두 연인이 있는 동료, 선배, 후배들 뿐 이라 진한 향수 냄새만 하루 종일 맡았더니 이젠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바쁘게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모니터를 껐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니 주변사람들의 눈이 모여든다. 마침 자리에서 일어나던 우지호의 눈까지도. 먼저 고개를 돌려버렸다.
“화장실...헿..”
그리곤 어설프게 웃으며 말하자 금새 눈길이 떨어져 나간다. 사람들은 아마도 커피를 기대했었나 보다. 그리고 다시 돌아본 그 자리에 그는 없었다. 진득히 달라붙는 향수 냄새를 가르고 화장실로 잽싸게 도망 왔다. 꼭 산에라도 온 마냥 화장실 공기가 이렇게 좋을 수 있는지 놀랍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에휴. 한숨 한 번 쉬고 거울로 비치는 나를 봤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에 내가 생각해도 내 처지가 한심한 것 같다. 뺨을 몇 번 두들기곤 손을 씻었다.
“음..서비스 좀 할까.”
기대의 눈동자들이 생각이 났다. 커피를 타야겠다고 생각하며 사무실로 돌아와 자리로 가기 전 탕비실 쪽으로 몸을 틀었다. 문고리에 손이 닿자 어설프게 닫혀있던 문이 작은 소리를 내며 열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사람이 우지호라니. 그것도 여자한테 데이트 신청 받는 우지호라니. 아, 눈 마주쳤다.
주춤 뒤로 물러났다. 예쁜 그 여사원은 아직 내가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동시에 집요하게 따라붙는 우지호의 눈길을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데이트를 하든 말든 내가 뭔 상관이고, 우지호는 왜 저렇게 나를 쳐다보는지 머리가 어지러웠다.
“현아씨,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안되겠네요.”
구두소리가 날까봐 뒤를 돌지도 그 자리를 피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게 실수였다. 우지호에게 귀엽게 애교를 부리던 여사원이 앞만 보던 우지호가 이상했던지 뒤를 돌아 나를 발견했다. 순간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되는 것만 같았다. 우지호에게 뭐라 뭐라 물은 그녀는 곧 나를 한껏 째려보며 나를 지나쳐갔다.
“왜 거짓말했어. 그 정도면 예쁘고 귀엽던데.”
“나 그때 얘기 끝난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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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 글에 다음은 없었는데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해서ㅠㅠ
다음편은 또 언제 나올까요... 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