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너 예쁜거 알어
w. 미샹스
A
: 갑과 을
***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시차에 아직 덜 적응해서 그런가 살짝 피곤했다. 또 오늘은 바로 그날. 그렇게 오지 않았으면 했던 날이 오고야 말았다. 이왕 하게 된 거 제대로 하자.라는 심정으로 빈틈 없이. 확실하게 준비했다. 전 날에 미리 연습했던 멘트도 다시 세뇌 겼다. 그리고 그와 마주쳤을 때 지을 표정 또한 생각했다. 그를 피하면서도 그에게 어필해야 한다.
'너 버리고 나 이렇게 잘 살아왔다'라고
***
"자자, 오늘 새로운 메인 피디가 왔다는 거 다 알지?"
"... 네~"
"그분으로 말하자면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경력 쌓다가 추천으로 여기 오게 되었고 한국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시차 적응 때문에 예민할 수 있으니까 알아서들 조심하고! 그분한테 잘하고!"
".... 네"
그런 건 좀 조용히 말하면 안 되나... 나름 나 몰래 말하는 거 같았지만 다 들렸다. 물론 시차가 아직 좀 어색하긴 해도 버틸 수는 있는데 내가 그렇게 예민해 보였나- 싶기도 했다. 이제 슬슬 내가 나타나면 되는 건가 싶어 '우리 결혼했어요' 스태프들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김여주'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나름 형식적인 인사들이 여러 번 나누어졌다. 나를 스캔하는 눈빛과 어색한 느낌이 조용하게 주위에 머물러있었다. 그렇게 어색하기만 한 시간이 지났을까, 뒤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여러 명이 오는 소리였다.
"어? 설마 말로만 듣던 새로운 피디님?"
그들이 가까이 오자 확 풍겨오는 향수, 화장품 냄새로 짐작했다. 아- 출연진들이구나... 드디어 올게왔구나. 혹시 지금 내 뒤에그가 있을지 떨리면서도 불안하면서 설렘반, 두려움 반을 느끼며 나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뒤를 돌아봤다.
"안녕하세요. 새로운 피디 '김여주'입니다. 잘 해봐요. 우리"
그가 있었다. 김태형, 그런데 김태형은 마치 내가 새로운 피디인 줄 알았는지 별로 놀라 하지 않았다. 나만 걱정하고 나만 두려웠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나를 잊어버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잘 지내는 척하려는 것은 나였는데 왜 김태형 네가 더 잘 지내고 있는 거 같을까...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불안할 때마다 나오는 나만의 습관이었다.
"..... 입술.."
"...... 네?"
"입술 깨무는 버릇... 여전하시네요 피디님"
김태형의 말에 나도 놀랐다. 아는 척 안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와 동시에 나를 기억하고 있구나, 내 습관을 기억하고 있구나 하는 약간의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김태형의 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물었다. 둘이 아는 사이였냐고- 무슨 사이였냐고, 친구였냐고 그러자 김태형은 웃으며 말했다.
"아... 친구는 아니고... 나름 뭐... 아는 사이긴 했어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리면서 말을 하는 김태형의 모습에 몸이 굳었다. 역시 거절했어야 한다. 아직은,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내 머릿속은 한국으로 오라고 윤기 선배가 나를 설득했었던 그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
미국 캘리보니아주
"... 한국에.. 다시 들어가라고요?"
"응. 좋은 기회야. 나름 시청률도 좋고 나오는 사람들도 빵빵하고"
"선배, 그렇지만..."
"알아. 네 고민. 근데 뭐 어쩌라고. 이미 지난 일이야 ##여주야 김태형은 그때의 김태형이 아니야"
"...."
"그때랑은 달리 저기 하늘을 날고 있는 사람이라고. 어쩌면 너를 잊었을 수도 있어"
순간 선배의 이 말에 가슴이 아렸던 건 기분 탓이었을까...
"언제까지 여기서 피하고 살 수는 없어. 너 재능 있잖아 ##여주야. 들어가자 한국 "
"선배..."
"정작 힘들어야 할 김태형은 너보다 훨씬 더 잘 살고 있어. 버린 건 오히려 너야. 의도가 어찌 됐든. 끝낸 건 너라고"
".... 알아요 그건"
"그럼 보란 듯이 잘 지내는 모습 보여줘야지"
"... 그래도 김태형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일러요... 차라리 다른..."
"이것도 어렵게 얻어온 거야. 김태형이 너 아는 척하는 일은 없을 거야. 나도 아주 유령 취급하니까"
".... 알겠어요. 할게요"
그때 내가 술을 마셨나, 아님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나 나름 편안하고 좋았던 곳이었는데 캘리포니아- 너무나 쉽게 다시 돌아가겠다는 말을 했다. 윤기 선배의 요청을 수락했을 때 생각했던 거 같다. 김태형은 어떤 반응일까... 나도 유령 취급할까, 아니면... 다를까
***
어색함과 형식 적임이 풍기는 이 자리. 마치 나 혼자로 인해 화기애애할 분위기가 나 때문에 조용하고 어색해진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게 맞았다. 서로 내 눈치만 보고 있었으니까. 대놓고 동물원 우리 안 동물을 구경하듯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출연진들과 나를 견제하는 것인지 나를 째려보는 어떤 여자. 아 전날 혹시 실수할까 봐 출연진들을 찾아봤었는데 이 여자의 이름만 까먹었다. 이런 어색한 분위기는 마치 너만 빠지면 완벽해-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음... 그럼 결론은 저만 잘하면 되겠네요. 이미 여러분들은 충분히 잘하셨으니까. 제가 많이 보고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나가보세요~ 본격적인 촬영은 작가님이랑 상의하고 따로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내 말을 기다렸는지 내 말이 끝나자마자 우르르- 나가는 스태프들이었다. 그런데 출연진들은 아직 그대로였다. 김태형 또한 남아있었다. 출연진들 중 한 명인 전정국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피디님! 혹시 연예인이에요?"
"네?"
이건 무슨...
"아니 진~짜 예뻐서요. 와 내가 태어나서 본 사람들 중 제일 예뻐요!"
"아... 고마워요... 하하 "
"그럼 첫 촬영 때 보겠습니다! "
전정국은 그 뒤로 회의실을 나갔다. 그리고 이어서 다른 출연진들도 나갔고 나를 째려보던 그 여자 아이돌은 나를 끝까지 째려보며 나갔다. 내가 뭐 잘못한거 있나... 이제 다 나갔겠지싶어 안심을 하고 의자에 풀썩- 앉았다. 그러면서 정면을 보았는데. 아직 남아있는 한 사람. 김태형이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에서 나갈려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려는 순간 나의 팔목을 잡아오는 김태형이었다.
"끝까지 아는 척 안 하네... 여주 피디님 아, 그래도 양심은 있다. 이건가"
"......"
"뭘 물어야 할까 내가 김여주한테"
"...."
"욕을 해야 할까 아니면 잘 지냈냐고 물어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
"나 버리고 어떻게 지냈냐고 물어야 할까"
"...."
"...김여주 씨"
"....."
"김여주 씨"
"......"
"나랑 아예 말을 안 할 생각인가?"
"........"
"피디로 들어왔으면 나한테 잘해야지. 내가 여기 시청률 지분 80프로에다가 화제성 다 가지고 있는데"
"......."
"계속 나 그딴 식으로 무시하면"
"......"
"나 이 프로 그만둡니다."
"김태..."
김태형이 그만둔다는 말에 다급해서 말이 나왔다. 아, 벌써 피디 다 된 건가... 이 말을 시점으로 갑과 을이 생성되었다. 김태형이 갑. 내가 을
"아 먼저 물읍시다. 민윤기랑 아직도 그렇고 그런 사인가?"
".... 그건"
"좀 기분 나쁘네... 망가지길 바랬는데"
"...."
"내가 잘 된 거 소식 듣고 다시 돌아와서 매달리길 바랬는데"
"...."
"근데 김여주 넌 존나 멀쩡하네. 아니 더 예뻐졌네. 사람 기분 나쁘게"
아니 어쩌면 내가 갑, 김태형이 을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
미샹스입니다! 역시 프롤로그와 마찬가지로 당황하셨을 분들께 죄송하면서도 곧 올라올 공지를 봐주세요ㅠㅠ
그리고 이 똥망인 글로도 불구하고 프롤로그에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 더 열심히 할게요! 사랑합니다♥
아니 그리고 꾹짐톡 왜이리 좋은거져???ㅠㅠㅠㅠ
★암호닉★
기존 암호닉 분들은 다시 신청해주세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