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101/안형섭] 아기토끼 양육하기
; 매일 해가 저물때마다 네 생각을 했어
W. 윙딥학관섢섭웅머뷔해
Clover - 어느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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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월요일이지만 월요일같지않은 상쾌함이 푹 자고 일어난 주말 아침같이 느껴지는 오전이었다.
일요일 내내 안형섭과 연락하고, 심지어 어제는 새벽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는데도 몸이 이렇게 가뿐할수도 있다는건 기적이었다. 심지어는 눈까지 일찍 떠져서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준비까지 완벽하게 마쳤다. 종치기 0.1초전에 아슬아슬하게 들어가는 지각인생에서 버스 좌석에 앉아가는 하루라니. 아침부터 운이 좋을것같았다.
교문에 들어가기전 학교 앞 편의점에 들려 아침 대용으로 바나나우유와 빵 하나를 골랐다..가 잠시 고민하고는 바나나우유와 새콤달콤 레몬맛도 골라서 올려놓았다. 전에 노란색을 좋아한다고 친구와 스치듯 이야기했던것 같아서. 별 다른 이유는 없었다.
"밥 안먹었어?"
"아, 안녕."
"안녕. 아침에는 빵 말고 밥을 먹어야 몸에 좋은데.."
"아침에는 밥먹을 시간이 잘 없어서, 안먹거나 빵으로 때우거나 해."
"안 먹으면 배고프니까 아침은 꼭 먹어야해."
"못먹으면 점심시간까지 기다리는거지, 뭐."
어색한 내 미소에 안형섭은 뭐가 마음에 안드는건지 입을 삐죽거렸다. 아침부터 어떻게 이렇게 뽀얗고 하얗고 귀엽고 아기토끼같을까. 바나나우유를 집어들려던 손을 멈추고는 아차, 하며 검은 봉지 안을 뒤적거렸다. 이거, 너 먹어.
"바나나우유야?"
"응, 그리고 이거도."
"새콤달콤이네. 진짜 고마워 인간아! 내가 이거 아껴서 먹을게."
"안아껴 먹어도 돼. 매일 사줄수도 있으니까, 마음껏 먹어. 너 혼자."
"혼자...?"
"장난이야. 친구들하고 나눠먹어도 돼."
"응! 고마워 인간아!"
내 손에서 바나나우유와 새콤달콤이 딸려나오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안형섭은 곧이어 제것이라는 말에 눈을 빛내며 기뻐했다. 애 자체가 밝고 순수하니까 이런 작은 선물에도 기뻐하는구나. 생각보다 더 많이 쏟아지는 고맙다는 말에 내가 다 뿌듯하고 뻘쭘한기분이 되었다. 얘한테는 뭐 사줄맛 나겠다.
멘트는 남자 여자가 바뀐것같지만 뭐 어떤가. 더 사주고싶은 쪽이 더 사주면 되는거지. 행복하게 웃으며 새콤달콤을 까먹는 모습에 괜히 놀리고싶어져 짐짓 혼자먹으라 언질을 주니 금새 축 처진 토끼꼴을 하고선 머뭇대는게 무슨생각을 하는지 환히 들여다보였다. 혼자, 하고 물으며 특유의 동그랗게 눈을 뜨곤 나를 보는데, 장난이라도 이런 말을 하면 안될것같았다.
죄짓는 기분이 들어서 빠르게 말을 바꾸니 축 쳐저있던 토끼 귀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솟는게 보이는 느낌이었다. 단순하긴.
팔랑이며 고맙다 재차 인사를 하고는 자기 자기로 쪼로로 달려가서 주위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는게 저러다가는 금방 사라질텐데.. 아니나 다를까 어느새 하나밖에 안남은 새콤달콤을 한 손에 꼭 쥐고는 울상을 짓는게 시야에 잡혔다. 저러다 또 내 눈치보지. ...라고 생각한지 1초도 지나지 않아 나를 흘낏 보는 모습에 나조차도 놀랐다. 어쩜 이렇게 행동 읽기가 쉽고 귀여울까! 턱을 괴고 안형섭을 보던 모습 그대로 한번 씩 웃었다. 괜찮다는 의미였는데 안형섭은 그래도 미안했던건지, 눈썹을 축 늘어뜨리곤 입술을 축였다.
괜찮다니까. 입모양으로 말했다. 그제서야 밝게 웃는 모습이 예뻤다. 내일도 사가지고 와야지!
04.
몸이 가볍다고? 눈이 일찍 떠졌다고? 그런 개소리는 대체 누가한걸까. 설마 아침의 나는 아니겠지.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금 몇시지..아직 점심시간은 아닌데 왜 교실에 아무도 없을까. 조용한 교실과 복도에는 점심시간 직전 약간의 소란스러움과 조용함이 공존하고있었다. 오늘은 월요일이고.. 월요일 4교시는.. 체육이네? 하하.
놀란 마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어깨에 있던 무언가가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그에 자연스럽게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면 내것보다 훨씬 더 커보이는 체육복 상의가 떨어져있었다. 누구꺼인가하는 생각은 일체 하지도 않았다. 나한테 이런거 덮어줄 사람은 한명밖에 없거든.
쭈그려앉아 체육복을 집어들고는 그제서야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일단 지금은 체육시간이 맞고, 아마 강당 아니면 운동장 둘 중 한곳에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일으켰는데, 생각조차 못했던게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
[너무 피곤해보여서 내가 체육쌤께 아프다고 말씀드렸어. 그래서 깨우지않고 내려간거니까 교실에서 편하게 있어!
혹시라도 중간에 깰까봐 쪽지 남겨두고갈게. 함부로 수업 빠지게해서 미안ㅠㅠ]
노란색 포스트잇 옆에 가지런히 놓여져있는 새콤달콤 한개. 처음 든 생각은 아기자기하네. 두번째로 든 생각은... 손으로 입 주위를 꾹 눌러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웃음소리는 막을 수도 없이 조용한 교실을 타고 복도까지 흘러들었다. 노란색 포스트잇과 새콤달콤도, 내 마음속으로 조용히 흘러들었다.
마지막으로 남은거 아껴뒀다가 준다는게 고작 나냐고...입 밖으로 내 뱉지도 못한 말을 목구멍으로 삼키고는 새콤달콤을 소중히 교복 치마 주머니에 넣었다. 이걸 어떻게 먹어.
포스트잇은 잘 접어서 필통에 넣어두었다.
'너무 좋다.'
두번째로 든 생각때문에, 모르는 사람에게 내 마음을 들킨듯 심장이 쿵쿵댔다. 그 쿵쾅대는 소리는 너무나도 커서, 저 멀리 있는 안형섭에게도 들릴것만 같았다.
온 세상 모두에게, 내 심장소리가 들릴것만 같았다.
05.
6월 모의고사가 끝났다. 점수는 참담하기 그지 없었으나 요즘은 너무 놀긴했다. 모의고사 끝나고 채점하고 등급도 알아야하니까 학원에서는 끝나자마자 바로 오라고했지만, 학원갈 기분도 아니고 뭘 하고싶은 의욕도 없어 친구들이 놀자고 하는것도 뿌리쳤다. 독서실이나 가서 채점하고 오답풀이하고 조금 잘까. 하필이면 날도 화창해서 사람 속을 태우는 기분이 들건 뭐람.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교실을 나서려는데 내 팔을 잡아채는 느낌에 당황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안형섭?"
"아, 아. 아팠지? 미안해!"
나보다 더 당황해선 땡그란 눈을 하고서는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에 피식,하고 바람빠지는 웃음이 나왔다. 내 웃음에 한결 가벼워진 표정을 지은 안형섭이 이제는 우물쭈물대며 말을 아끼기 시작했다.
아무리 안형섭이라지만, 오늘 기분은 별로기도 하고 답답한 마음이 차올라 인상이 안좋아져가는게 나에게도 느껴졌다. 이러면 안되는데, 싶으면서도 머리와 몸은 따로놀았다.
"할 말 없으면 나 그냥 간,"
"나랑 영화보자!"
...어?
눈이 땡그래지다 못해 튀어나올것 같은 안형섭은, 이미 온 얼굴이 씨뻘겋게 달아올라있었다.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댓글을 남겨주시고 다음 편을 원하셔섷ㅎㅎㅎㅎ 빠르게 가져와봤어요ㅎㅅㅎ
형섭이는 언제까지 소심쟁이일것인가.. 언제 소심쟁이를 버리고 불도저가 될것인가!
기대해주세요(찡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