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년 18세, 이름 ㅇㅇㅇ. 저에게는 치명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짝남이 하나 존재한다. 꽤나 날렵한 첫인상과는 달리, 눈꼬리를 힘껏 접어 미소를 지을 때면 퍽 순둥해지는 인상이 특징인 놈이다. 갈색으로 살짝 물들인 머리는 그에게 꼭 맞는 옷을 걸친 듯 아주 잘 어울렸고, 언제나 살짝 붉은 입술은 틴트라도 바른 양 매번 저를 설레이게 하기 충분했다.
매번 멀리서 놈을 지켜보는 저를 알았을까, 몰랐을까. 넋이라도 빠질 듯 놈을 빤히 바라보고 있을 때면 간혹 제 시선을 내게 꽂는 놈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마주한 시선은 당황한 나와, 잔뜩 여유를 부리는 놈 둘의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시선은 언제나 정신을 차린 제가 피할 즈음에야 거둬졌다, 이거다.
" 아... 망했어. "
ㅡ 또 눈 마주쳤구나?
" 어... 나 진짜 바본가? 아, 아... "
놈은 인기가 많았다. 그러니까, 저를 제외하고도 놈을 노리는 시선, 손길, 심지어는 혼들까지도 넘쳐났다 이 말이다. 소위 말하는 날라리라면 날라리라고 할 수 있는 놈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별거 있지 않았다. 잘생겼으니까, 잘생겼으니까, 잘생겼으니까. 고작 잘생겼단 이유 하나로 놈은 학교 내 수많은 여학생들의 짝사랑 상대가 되어갔다. 그리고 그건 저에게도 마찬가지였고.
" 나도 말 좀 섞어보고 싶다... "
제 자리와는 멀리 떨어진 놈의 자리에 서서 놈과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는 여학생을 보자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랬다, 인기라면 하늘을 찌름과 동시에 학교에서 깨나 이름 날린다는 놈과 평범하디 평범한 저 사이에 연결고리란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같은 반인 지금, 새학기의 반이 지난 지금도 놈과 말을 섞어본 적이 없었다. 제가 놈에게 반해 시선을 던진 게 두어 달, 그 뒤로 서로 진득히 시선을 마주한 몇 번이 놈과의 전부였다.
그런데, 대체 왜.
" ㅇㅇ야, 밥 먹었어? "
그러니까, 이해가 안 된다고.
" 딸기우유 좋아해? 뭘 좋아할지 몰라서. "
놈이, 그러니까 제 3개월의 짝사랑 상대인 강다니엘이 지금 제 앞에 딸이우유를 들고 있는 이 순간이.
믿기지 않는 상황에 두 눈을 있는 힘껏 깜빡였다. 퍽 조용해진 주위를 둘러보자 저들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저와 놈에게 시선을 박은 채 자신들끼리 수군대는 아이들도 곳곳에 보였다. 그러니까, 나도 이해가 안 되는 지금 이 상황에서 여유로운 미소를 내비치는 건 놈 하나였다. 아니, 이게 말이 돼? 얘가 대체 왜? 것도 딸기우유까지 내게 내민 채로. 아무리 생각해도 제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아 놈이 내민 딸기우유를 빤히 바라만 보고 있었을까, 곧 제 손을 직접 붙들며 딸기우유를 쥐어 준 놈이 저와 시선을 맞췄다.
" 네 거 맞는데, 이거. "
놈은 그 이후로도 매일, 하루도 빼지 않고 저에게 까대기, 그러니까... 쉽게 말해 수작이라는 걸 부려왔다. 어느 날은 초콜릿을 제 손에 쥐어줬고, 또 어느 날은 급식도 같이 먹자며 제게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또... 야자를 할 때면 종종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같은 하교길을 걷기도 했던 것 같고.
ㅡ 강다니엘, 있잖아.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은 매우 제 심기를 건드린다, 이 말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흘러가던 하루 중 점심시간, 그날따라 웬일인지 따로 점심을 먹고 교실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교실 앞 복도에 모여있는 아이들 틈을 비집고 들어서자 퍽 제 심기를 거스르는 장면이 눈에 들어오더라. 네가 그 8반 예쁜이냐?라고 불릴 만큼 예쁘장하게 생긴 8반 여학생과, 요즘 제게 설렘이란 설렘은 몽땅 안겨 주는 강다니엘까지. 게다가 그 여학생은 제 볼까지 발갛게 붉혔다. 그러니까 이건, 누가 보더라도 고백하기 10초 전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이런 말이다.
" 어, 말해. "
ㅡ 너... 여자친구 없지.
" 엉, 없지. "
ㅡ 그, 있잖아...
" ... "
ㅡ 혹시 번호 좀 알려 줄 수 있어?
교내에서 나름 유명하다면 유명한 둘의 조합이라서일까, 점점 더 삼삼오오 모여드는 아이들과 그 틈에 선 둘까지. 놈의 표정은 알 수 없었다. 좋은 건지, 싫은 건지. 거절도, 그렇다고 긍정도 내비치지 않던 놈이 미워 입술을 짓이기며 그 자리를 빠져나가려던 찰나였다. 그래, 너도 남잔데 예쁜 여자가 번호 달라는 걸 어떻게 거절하겠냐? 이렇게 심심찮은 위로를 제게 던지고 있을 때.
" ㅇㅇㅇ. "
놈이 저를 불렀다.
갑작스레 던져진 이름 석 자에 놀란 건 저뿐만이 아닌 듯 어수선해진 아이들 틈에서 놈의 시선이 정확히 저에게로 꽂혔다. 그러니까... 다 보고 있었다, 이거네. 당혹감에 물든 얼굴로 놈을 빤히 바라보니 다시금 절 진득히 바라보며 미소를 띄웠다.
" 번호 주지 말라고 해라, ㅇㅇ야. "
" ... "
" 나 네 말 잘 듣잖아, 어? "
" ... "
" 얼른. "
신이시여, 저 이 남자랑 무조건 연애하고 뒈지고 싶은데... 저 얘랑 연애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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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읽고 싶은 단편 소재, 원하는 멤버까지 언제나 받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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