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백현이 이들과 같이 산지 얼마가 지났을 볕좋은 오후 집은 어두웠고 백현은 하릴없이 침대에서 뒹굴고있었다.
"악!!!!!!!"
"변백현!조용히 안해!!"
"....."
"이제야 좀 조용하네."
"...심심하다고!!!!!!!!!!!!"
경수는 손에서 종인에게 선물하려 만들고 있던 목도리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이미 목도리는 코가 깜찍하게 삐져나와있었다.
다만 대바늘을 놓지않고 더욱 다잡았다.
"우리 백현이 심심하니?좀 놀아볼까?"
경수가 문을 열었고 백현은 두꺼운 이불로 자신을 감싸안았다.
"자,여기."
"내가 이걸 배워서 뭐해.안해."
"그럼 또 놀아줄까?"
"어떻게 하면 된다고?"
잠시 조용해진 것도 잠시 백현은 내던질수밖에 없었다.
"못하겠어,씨발."
말없이 발광하는 백현을 한심하게 보던 경수가 뭐가 생각난듯 말을 꺼낸다.
"준면이 작업실 가봐.재밌는 거 많을거야."
"작업실?!"
백현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진다.
"응.아마 오세훈도 있겠고 박찬열도 있겠지."
"근데 나 밖에 못나가잖아.."
"이럴때 박찬열을 쓰는거야."
"뭘 어떻게?박찬열한테 작업실을 통째로 옮겨달라고 할까?"
경수와 백현의 눈이 마주치고 경수는 핸드폰을 들어 키패드를 눌른다.
...
"미쳤어!미쳤어!!"
"나를 고작 이딴 걸로 불렀다고?"
"찬열아,한번 해봤잖아.옛날 그 기억을 살려내라고."
"뭐..?너네 무슨..."
백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심하던 찬열이 경수가 들고있던 커다란 담요를 집어든다.
"미친..내가 아무리 심심하다고 해서 이건 아냐,다가오지마.나 소리지를거야!!"
곧 찬열에 의해서 백현의 음성이 먹혀든다.
....
"이런 경험이 있다는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담요 속 백현은 말이 없었다.
"엣날 생각나고 아주 좋네.돈벌이가 짭잘했거든."
"그 아낙네 피맛이 짭잘하지않디."
"..공격적인게 아주 매력있어."
"닥치고 대체 언제부터 모기새끼였길래 이런 경험이 있냐,농담 아니고 흥선대원군도 만나봤겠어."
"난 그때 일이 있어서 본부에 올라가있었어.아마 종인이는 봤을거야."
백현이 말없이 발버둥쳤다.
"다왔다."
"이제 날 어떻게 하게?"
"몸 안 상하게 잘 모셔줘야지."
조수석의 문을 연 찬열이 백현을 그대로 어깨에 짊어진다.
"아악!!!"
"나도 지금 쪽팔려 죽겠으니까 조용히 좀 할래?"
"씨발!니 어디 만지는데!!"
"어머,이게 엉덩이였나요?"
"개새끼야,도착하기만 하면 물어버릴거야."
"화끈하게 물어줘,백현아."
백현이라 불리는 까만 덩어리가 축 늘어진다.
.....
"이제 정말 정말 다왔어.이제 비밀번호만 누르면..자..."
"널 물어버릴거야."
찬열이 백현을 고쳐매며 엉덩이부근을 잡아쥔다.동시에 경쾌한 음을 내며 도어락이 풀렸다.
"씨발!!!풀어!!이거 빨리 안 푸냐!"
"문부터 열자고."
찬열이 문을 열고 보이는 모습에 백현을 놓친다.
"박찬열!!!!"
"......"
"..찬열아...?"
"으,어..억...으어아아아아아악!!!!!!!!!!!"
복도에 찬열의 비명이 메아리같이 울려퍼졌다.
"차,찬열아!!..이건 또 뭐야."
"나다.씨발놈아."
"백현아?"
준면의 작업실에서 세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
"눈알을 파버리고싶어."
"도와줄수있어,찬열아."
"닥쳐.김준면.작업실이 그 작업을 뜻하는지는 몰랐다."
"알았어.이젠 집에서 할게."
"말을 말자."
세훈이 웃으며 준면의 머리를 감싸안는다.그리고 그 사이로 음료수캔이 사이를 가른다.
"질투도 많지."
"너네 꼬라지를 보니 캔이 그대로 날아가더라.신기하지?"
"얘들아.내 꼬라지가 여직도 이런게 신기하지?"
백현이 담요속에서 꼬물딱댄다.
찬열이 급하게 일어나 담요를 단단히 봉하고 있던 끈을 풀고 백현은 그대로 찬열에게 달려들었다.
"이 씨발놈이 나를 까먹고 수다나 떨고!!"
"니 험한 꼴 안 보여줄려고 그랬던거야!"
"입은 살아있지!!!"
"아파!!악!!!!"
...
"이게 뭐야?"
"그거 이번에 맡을 아이돌 컨셉.그거에 맞춰서 작곡해달래.요구도 많지."
"보자..컨셉이..."
"뱀파이어..네."
"의상 봐.미친거 아냐.대체 언제부터 우리가 롱코트를 입고다닌거야."
"파우더 꽤나 쓰겠어."
"늙은아.요즘 애들은 비비 쓴다."
"아...맞아."
세훈이 뭔가 생각난듯 이야기를 꺼낸다.
"나 어제 김종인 책상에서 비비 봤어."
"...헐."
"대박이네."
"난 알고있었어."
찬열이 실실 웃는다.
"야,걔도 얼마나 심란했으면 그랬겠냐.그래도 뱀파이언데 일반인보다 까맣잖아."
"도경수는 알고있어?"
"아마 걔가 사줬겠지."
"도경수라면 가능하겠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 그 시각 경수는 코가 빠진 목도리를 집어던지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박찬열이냐?변백현은?"
"여기 있어."
"왜 담요 안 싸고있냐.간만에 좋은 꼴 보나 했는데."
"요즘은 낮이 짧더라."
"유감이야."
"나도."
"둘다 닥쳐."
"제수씨!!배고파!!!"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형수님이라고."
"김종인!!"
"귀도 밝네,오세훈하고 김준면은?"
"지들끼리 외식한대."
"개자식들이네."
"그러니까."
백현이 동조하며 방으로 향한다.
"변백현!손 씻고 들어가!"
"제수씨 너무 까탈스럽네."
"변백현!!"
"백현아,가서 박찬열 좀 불러서 저녁 먹으라고 그래."
"엉."
백현이 이층에 있는 찬열의 방문을 연다.
"노크 좀 하지."
"야동 보나 안 보나 검사할려그랬지."
"형아는 그런 거 안봐."
"퍽이나.내려와서 저녁이나 먹어."
"어,좀만 기다려봐."
"뭐하는데?"
백현이 찬열의 곁으로 간다.
"일하는 중이야.오늘 밤까지 내야되거든."
"너 백수아니였냐?"
"내가 얼마나 돈을 잘 벌어오는데!"
"하도 집에만 붙어있어서 백수인줄 알았지."
"직업상 특성이야."
"작가?"
"아니,칼럼니스트야.입 좀 터는 나한테 아주 적합하지."
"보자.뭐라 써놨나."
백현이 찬열의 컴퓨터를 들여다본다.
"그냥 크리스마스에 대한거야.안 보는게 나아.내가 너무 민망하거든."
찬열이 급하게 창을 끄고 백현과 방을 나선다.
"빨리도 왔다."
"맛있겠네."
"너네 내일 알아서 밥차려먹어."
"뭐?왜?"
"내일은 크리스마스잖아.나 내일 휴업이야."
"나 내일 약속있는데."
찬열이 우물쭈물 얘기를 꺼낸다.
"그럼 난?!분명 오세훈하고 김준면도 하하호호 밖에 나가있을텐데!"
"어쩔수있겠어,여자라도 한명 불러들이라고."
"씨발, 내 인맥이 지금 너네에서 끝나는구만.그런 말이 나와.김종인?"
"그럼 박찬열이 약속을 취소하는수밖에 없겠네."
백현이 찬열을 쳐다보고 찬열은 그저 고개를 저으며 국을 떠먹는다.
"중요한 약속이야."
"그래,중요한 여자분이시겠지."
"내일은 크리스마스잖아."
"망할 크리스마스!!!"
백현이 밥을 우겨넣는다.
...
"진짜 갈거야?"
"어,내일 아침까지 안 들어올 예정이지."
"도경수.못됐어."
"고마워."
"너넨 어차피 사람들한테 치일거야."
"우린 호텔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거란다.간다.백현아."
"...."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문은 닫혔다.
"벌건 대낮인데 무슨 호텔이야.호텔은."
퉁명스레 중얼거려봤짜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영화나 봐야지."
백현이 벌써 세번째 디비디를 넣으며 따분해하고있을때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백현은 벌떡 일어났다.
"누구야??"
"나."
찬열이 아이스크림이 든 봉투를 흔들며 들어온다.
"어떻게 된거야?약속은??"
"생각보다 일찍 헤어져서 들어왔어.집에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개 한 마리가 생각나서."
"..고맙다.임마."
"뭐 보냐?"
티비에서 휴그렌트가 주연인 러브액츄얼리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이런게 취향인줄 몰랐다."
"크리스마스잖아."
"됐고 먹자."
찬열이 백현에게 분홍색의 앙증맞은 스푼을 쥐여준다.
"재밌다."
"응,재밌었어."
영화가 끝나고 시침이 열두시를 가르쳤다.
"메리 크리스마스."
"너도."
그리고 백현은 어제 본 찬열의 칼럼을 생각해냈다.
나도 크리스마스엔 좀 설레보려한다.내일은 크리스마스니까.
+달달하고싶으나 내 손이 주인을 닮아 퍽퍽하네..
여러분,크리스마스엔 러브액츄얼리를 보세요.그게 바로 최고의 스릴러 범죄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