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그곳에서 기다려다오.
내가 널 만나러 갈게. 꼭 약조해줘. '
- 닻별 하나 -
눈이 번쩍 떠지고 자동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시계를 쳐다보니 시곗바늘은 아직도 새벽 4시를 가리킨다.
오늘도 같은 꿈이다. 요새 자꾸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 얼굴도 흐릿한 형체가 자꾸 이상한 말을 건네는데 왜 자꾸 꿈만 꿨다 하면 눈물을 흘리는지 의문이네.
" 아. 진짜 이 지랄 맞은 꿈! "
" 야. 또 꿈꿨어. 아주 미칠 지경이야. 새벽만 되면 발작을 일으킨다! "
" 한서영 너 또 울었냐? 눈 부었어. "
" 티 나? 아오! 짜증 나. 이젠 자기 전에 숟가락을 얼려두고 자. 하도 울어서. "
" 적응된 거냐? 큭, 너도 대단하다. "
" 너 또 지랄 맞은 소리 할래? "
커피를 홀짝이면서 내 10년 친구 혜연이와 혜연이 오빠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한참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렇게 2시간을 쫑알 쫑알 떠들다가 눈이 간 곳은 시계였다.
" 아, 미친. 늦었어! 오늘 알바 면접 있는데 깜빡했다.
나 먼저 갈게. 나중에 돈 줄 테니까 일단 네가 계산해라. 오빠 잘 마시고 가요! "
세상에나. 알바 면접에 늦다니. 어떻게 구한 자린데.. 망했다.
어떻게든 늦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서 달렸다. 저기 보이는 신호등은 초록불이 꺼지기 5초 전이다.
" 아. 무단 횡단해야 하나? 어떡하지? 모르겠다. 늦는 거보단 낫겠지! "
빨간 불로 바뀐 후임에도 그냥 뛰었다. 옆에 차가 달려오는지도 못 보고.
내 다리는 아스팔트 바닥 위에 붙어있어야 되는데 왜 공중에 떠 있을까?
난 망했구나.
..이런 미친 세상아 안녕.
" ...흐억, 아. 뭐야. 또 꿈이야? 죽는 꿈도 다 꾸.. "
" 깼어? 괜찮아? 정신은 들어? 와, 너 아주 미쳤지? "
" 악! 누구세요? "
" 누구세요? 정신까지 빠졌어? "
" 네..? "
" 네에? 네 오라버니를 몰라봐? 너 뭔 짓 한 거야? 뭘 어쨌길래 이 지경이 된 거야! "
오라버니? 나랑 전혀 안 닮은 이 사람이 내 오라버니? 여긴 또 어디야? 이 사람 옷은 또 왜 이래?
나 지금 과거로 돌아온 거야? 파란 도포..? 환장하겠네.
" 아니. 잠시만, 저기요. 그쪽이 제 오라버니라고요? 우리 알아듣게 얘기합시다. 화부터 내지 말고! 휴, 일단 내가 누굽니까? "
" 뭐? 너 진짜 기억이 안 나는 거야? 미친.. 너 김은빈. 태어난 지는 스물하고도 한 해가 지나갔다. 그리고 난 네 오라버니야. 사실대로 말하자면 양오라버니지.
잠시 나갔다 온 사이에 네가 쓰러졌단 소리를 들었어. 너 저기 봐봐. 저 연못 보이지? 저 연못은 사내새끼가 들어가도 살아 나오기 힘든 곳이다.
그만큼 깊고 위험한 곳이야. 그런데 네가 저기에 빠졌었어. 넌 민현이 아니었으면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고! "
미친.. 나 지금 남의 몸에 들어온 거야? 와. 진짜 미치겠다.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죽일 거면 그냥 천국으로 보내주시지. 왜 과거로 돌려보낸 거냐고요 이 망할 염라대왕아!
나도 모르겠다. 저기서 사나 여기서 사나 똑같겠지 뭐. 기억 잃었던 척해야지. 조용히 살다가 내 집으로 돌아가길 바라자.
오늘 자고 일어나면 내 방 침대겠지? 제발 그러길 바라자. 한서영.
" 하하.. 살아 돌아오면 된 거잖아. 안 그래? 오라버니? 내가 미안해.."
" 응? 너 기억 돌아오고 있는 거야? 그런 거야? 다행이다. 다행이야. 일단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몸 챙겨.
그리고 나중에 민현이한테 고맙다고 인사하는 게 좋을 거야. "
" 민현? 오라버니 벗이야? "
" 응. 너도 오래 봤잖아. 워낙 숫기가 없어서 친하지는 않겠지만. 기억 안난다면 항상 무슨 형체도 이상한 천으로 만든 인형 고리를 달고 다니니 알아보기는 쉬울 거야. "
내 양오라버니라는 사람이 나가고 방 안은 고요함으로 가득 찼다.
이름이 다니엘이랬던가. 이 몸 주인은 저 사람과 많이 친했나 보다. 저 사람 눈에 걱정이 한 가득하던데.
그나저나 민현이란 사람은 또 누구야? 날 구해줬다니까 고맙다는 인사는 꼭 해야겠지?
나중에 그 사람을 보면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단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떠보니 방 안은 살짝 어두워졌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된 건가.
이곳으로 와서 바깥 구경을 한 번도 안 했다.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그런 생각조차 못했는데 지금은 이 문 밖으로 나가보고 싶다.
침대를 빠져나와서 거울로 내 상태를 확인했다.
수수한 색의 고운 한복을 입고 있었다. 머리는 긴 생머리고 피부 또한 고왔다.
생긴 건 난데, 뭔가 다른 이 느낌은 뭐지?
한참 멍하니 서있다가 이상한 생각을 떨쳐두고 밖으로 나섰다.
문을 열자마자 방 안보다 환한 덕분에 난 눈을 감아버렸다. 눈을 조심스레 떠보니 바깥세상은 정말 아름다웠다.
서울에서는 보지 못하는 그런 풍경.
" 와, 예뻐.. 미쳤다. "
나도 모르게 앞에 보이는 정원 같은 곳으로 이끌려 갔다. 그리고 발을 내딛을수록 예쁜 풍경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와버렸다.
한참을 구경했다. 발이 아파지는 지도 모르고 구경하다가 앞에 보니 모르는 남자가 책을 읽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 남자를 빤히 쳐다보며 멍을 때렸다. 그 공간은 바람 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남자가 책장을 넘기는 소리뿐이었다.
내적 외침과 함께 정신을 차려보니 남자의 눈과 내 눈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 이런, 미친. '
몸이 굳어버렸다. 서서 가위에 눌리는 게 가능한 거라면 이 세상에서 내가 최초가 아닐까.
귀신이 내 몸을 붙잡고 있는 건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겠다. 아, 주여..
남자가 나에게 시선을 거두더니 책을 덮었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고 한숨을 내뱉으려는데 왜 내 쪽으로 오고 있는 거야!
' 오지 마! 오지 말라고! '
마음으로 소리 지르면 뭐 하니. 들리지도 않는걸. 이 멍청한 바보야.
결국 남자는 내 앞에 서버렸다. 눈을 마주치지 못하겠기에 시선은 우리 둘의 발로 향해버렸다.
어색한 침묵이 우리 둘 사이에서 돌고 있다. 죽겠다.
내가 대학교 오티 때 처음 본 친구와도 이런 어색함은 없었다. 이런 망할 분위기.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리고 있는데 내 앞에 있는 남자 옷에 달려있는 이상한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꽃 모양 같으면서도 네 잎 클로버 같으면서도 이게 뭐지 싶었다가 다니엘 오라버니가 한 말이 떠올랐다.
헐. 이 사람이 민현?
여러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고 있을 때
" 몸은 괜찮아? "
안녕하세요. 꽃보라입니다!
글을 배운 사람이 아닌지라 많이 모자란 부분도 있을 테지만 애교로 살짝궁 넘어가 주세요 :)
사진이 사극 합성짤이 없어서ㅠㅠ..
그리고 다니엘이란 이름이 사극에는 안어울리지만 제가 쓰고싶은 글 캐릭터에는 딱 적합한 친구라 하핫,
처음에 반응이 어떨지 몰라서 포인트 5로 설정합니다!
( 그리고 댓글.. 좋아해요..♥) 감사합니다!
다음 닻별 둘 로 찾아뵐게요.
닻별은 아주 천천히 굴러갑니다 현생이 바빠서 이해해주세요!
닻별은 순 한글로 카시오페이아자리를 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