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그냥.. 망상의 끝.. 구독료 무료의 날이니까..
방금 욕쟁이 본편 보고 생각난 글입니다^0^/
역시나 제목은 따로 없고..
그냥.. 아가들이랑 세봉이들 보고싶어서..
#1 나는 신참이다.
6월이다.
어느새 내가 이 곳에서 일한지도 4개월 째인가..
잠깐, 계산이 안되는데..? 4개월이 맞나..? 2월 초부터 한 거니까.. 음..
"선생님들 회의 시작합니다. 교무실로 모여주세요."
청소를 위해 들고 있던 조그만 청소기를 내치듯 내려놓았다.
계산 할 틈도 없이 교무실로 후다닥 달려갔다.
왜냐면 나는 이곳에 처음 온 아침이슬반(5세 종일반) 교사이기 때문이다.
#2 우리 유치원 종일반교사들이다
대부분의 유치원은 남자 선생님을 잘 채용하지 않는다.
근데 내가 취직한 이 샤다유치원은 이번에 꽤나 큰 도전을 하였다..
남자 선생님을 대거 채용한 것이다.
7세 종일반, 높은하늘반 최승철 선생님(27) 경력 0년차
1. 군대에 다녀오니 어느새 나이만 먹었다고 슬퍼하신다.
2. 7살 종일반 선생님이시지만 우리 반 아이들(5살)이 좋아 죽겠단다.(맨날 자기반으로 보내달라고 함)
3. 아이들이 싸우면 중재를 끝내주게 잘하신다.
4. 유치원 내 별명이 승행설이다.(승철이 행동은 다 설레)
5. 종일반 선생님들끼리 회식하면 항상 끝까지 남아 계신다.(술을 진짜 잘하심)
6. 손이 꼼꼼하셔서 만들기를 진짜 잘하신다.(내 똥손 눈감아)
6세 종일반, 푸른바다반 권순영 선생님(25) 경력 0년차
1. 맨날 보면 아이들이랑 유치하게 대화하고 계신다.
2. 분명 나랑 동갑인데 반말을 못한다.(원장님이 유치원 쌤들끼리 반말하는 거 극혐하심)
3. 특강 중 방송댄스 강사님보다 춤선이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나 나는 본 적이 없다.
4. 가끔 우리 반에 들려서 아이들 몰래 나에게 간식 챙겨주신다.
5. 내가 무거운 거 들고가면 어디서 나타나는지 항상 나타나 구원해주신다. 순렐루야
6. 아이들이 예의 없는 것을 정말 안 좋아하신다. 그럴 때는 호되게 혼내시는 편. (그래서인지 그 반 아이들은 무슨 서당에 다니는 아이들 같음)
5세 종일반, 아침이슬반 김00 선생님(25) 경력 0년차
1. 초상권 침해라 사진 없음.(((최승철)))(((권순영)))(((이지훈)))
2. 내가 꿈을 찾아 방황 좀 하느라 나이가 이럼..ㅎ
3. 종일반 교사 중 나만 여자다.
4. 회식메뉴는 항상 내입에서 나오는 듯..
5. 자주 깜빡하는데 부담임이신 이지훈 선생님이 챙겨주신다.
6. 엄청난 오바액션으로 아이들에게 인기 최고다.(내생각)
7. 먹성이 좋아서 맨날 뭘 쳐먹고 있다.(원감님이 나 때문에 식비 더 나온다고 착잡해하신다..)
1. 우리 반이 연령에 비해 인원이 많아 부담임을 맡고 계신다.
1-1. 원래는 내가 부담임이었는데.. 아 이건 나중에 풀어야지
2. 역시나 동갑인데 존댓말을 하는 중이다. 근데 그럴 수밖에 없음..
3. 사실 우리반 부담임이신데 제일 안 친하다..
4. 생각보다 무뚝뚝하시다. 5세에 안 어울리는데, 막상 아이들과는 잘 놀아주신다.
5. 항상 무언가 시킬 때(예: 간식 가져오기, 자료실 다녀오기) 내가 가자는 주의인데, 절대 나를 보내지 않는다.
#3 7세반 유명인사들
유치원에 근무하면서 많은 인원의 아이들을 다 외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된다.
그런데, 내가 맡은 연령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름을 아는 아이가 간혹 존재한다.
우선 7살은, 윤정한이랑 홍지수다.
정한이는 진짜 진짜 잘생겼는데 진짜 진짜 말 잘하기로 유명하다.
간혹 보면 얘가 7살이 맞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저번에 지나가다 나를 보더니 유턴해서 오는 거였다.
딱히 나는 마찰이 잘 없는 아이라서 뭐지..? 싶었는데 귀 좀 대보라 해서 더 뭐지..? 싶었다.
"(속닥)선새님, 스타킹 처참해요."
...? 싱긋 웃고 가버리는 정한이에 의해 멘붕이 왔다.
아..!? 교사 화장실로 뛰쳐 들어가 무릎 뒤쪽을 보니 올이 나가있는 거였다.
그렇다고 정한아.. 처참이라니.. 선생님 상처받아..ㅠ
지수는 진짜진짜 말 예쁘게 하기로 유명하다.
귀공자처럼 생긴 것 만큼이나 말하는 거나 행동하는 것이 어른스럽기 그지없다.
정한이랑은 좀 다른, 엄연히 다른 어른스러움이다.
최근에 진짜 놀랐던 언변은 지수가 막 전학왔을 때였다.
막 전학와서 친구가 없는데 종일반까지 하느라 꽤 스트레스 받았었나보다.
안 그래도 *2호차량반이던 우리 반에 있던 지수가 계속 혼자 있는 거였다.
걱정되는 마음에 다가가니 그 예쁜 눈꼬리가 잔뜩 쳐지더니 물기가 어리는 것이었다.
(*2호차량반: 종일반 하원 2호차 아이들이 모여 있는 반; 현재는 아침이슬반)
"지수야, 무슨 일이예요..?"
"여기, 여기가.."
"응..?"
"꽉 막힌 듯 너무 아파요.. 아물지가 않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곤 오열을 하는 거였다.
당황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심장이 꽉 막힌 듯.. 아프다니.. 아물지가 않다니.. 아니 이게 어떻게 7살이 한 말이야..? 시인아냐..?
전학와서 많이 힘들었을 지수가 안쓰러워 종일반 하원 차량 내내 옆에두고 고민을 들어주었다.
다 내려주고 유치원에 도착하자마자 승철쌤에게 달려가 물어보았다.
"오늘 지수 혼자 있던가요?"
"네. 애가 워낙 숫기가 없어서 친구랑 못 어울려 놀더라고요."
"아... 오늘 지수가 차량 타기 전에 심장이 꽉 막힌 듯 아프다는 표현을 막 쓰면서 우는 거예요.. 너무 놀라가지고.."
"아, 지수 엄마랑 아빠가 국어 선생님이라 하던데.."
"와.. 영향이 진짜 크긴 큰가봐요.."
"그니까요. 아니 근데 뭘 이렇게 뛰어오셨어요. 머리 다 망가지게."
내 앞머리를 살살 만져주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승철쌤을 뚫어지게 보다가 심장 터질까봐 그만 두었다.
와.. 죽을 뻔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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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음음? 뭐지..?ㅎㅎ
아무튼 뭐.. 아가들 이야기는 100% 실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