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수/남순] 애증 00.-흥수야.흥수는 휘적휘적, 앞으로 걸어가는 다리를 바라보았다.-박흥수.그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일까, 여전히 다리는 그 자리에 멈춰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뒤를 돌기조차 무서웠다. 돌면 영원히 다리가 멈춰설 것만 같았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느릿느릿한 몸짓으로 어깨를 돌렸다. 그리고는,"...아,"꿈이였다. 나도 어렴풋이 꿈에 그 아이가 나타난 것을 깨닫고는 있었다.꿈을 부정한 것일까, 그 아이를 부정한 것일까는 알 수 없었다. 알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였다.고남순이, 미치도록 보고싶었다. [흥수/남순] 애증 01.사실 이미 남순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은 눈치챈지 오래였다. 늘 흥수를 바라보는 남순의 눈빛은 무겁지만 한없이 아련했다. 그 감정을 쉬운 감정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었지만, 흥수는 그 반응이 좋았다.자신이 애인이랍시고 데려온 계집을 볼 때면 한 없이 흔들리는 눈빛이. 그리고,-고남순, 내 여친.-안녕하세요! 흥수오빠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남순오빠, 맞죠?-.....굳게 다문 채, 미세하게 떨리는 빠알간 그 입술이 좋았다. 그런데 왜 그 때는 알아채지 못했을까.-야, 대답.마음 한 구석, 남순을 향한 그 감정을.그 감정을 그저 짜증으로 단정지을 수 밖에 없었던 중학생의 나는 단 둘이 남았을 때, 남순을 향해 쐐기를 박았다.-야.-..왜 또.느릿느릿한 그 말투와 몸짓에 열이 났다.-너 나 좋아하냐?느릿느릿하게 감기던 눈이 빠르게 떠졌다. 바보같게도, 부정은 하지 않았다.-진짠가보네. 더러워서 진짜.-.....여전히 말 없이 떨리던 속눈썹이 '더럽다'는 말에 뚝, 하고 움직임이 멈췄다.-나 너 보기 싫은데.-.....-내가 나갈까, 니가 나갈까.-.....-내가 나가?그대로 일어나 가방을 들었다. 어차피 텅 빈 가방이였다.-..아니. 내가 나가.그대로 남순은 가방을 둘러메고 나갔다. 그리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것도 들지 않은 가방이 무거웠다. 왜였을까. 이유는 알 수 없었다.그리고 그 후에는 왠지모를 반항의 연속이였다. 무엇에 대한 반항이였을까. 학교에서 싸움질, 밖에서도 싸움질. 강제전학을 받고 또 받아 오게 된 곳이 바로 이곳, 승리고였다. 남순의 말이 생각났다.-너 날라리 짓 하는 건 괜찮은데, 그래도 졸업은 해. 못하면 너 나랑 절교다!요즘 애들도 안한다는 그 협박이 귀여워서 알았어, 알았어. 라며 싸움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생각해보면 왜 난 그 아이의 되지도 않는 협박에 모르는 척 넘어가 줬을까. 어쩌면 그 때부터 느꼈을지도 몰랐다. 남순을 향한 애증의 감정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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