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니어스 비하인드 스토리에서
차유람씨가 콩에게 "귀여운데요?" 라고 말하는 영상을 보고 쓴 썰입니다.
지니어스 게임을 촬영하면서 스트레스도 받지만 그만큼 행복한 몇 가지가 있다. 게임을 한다는 것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음식에 어찌나 신경을 써주시는지.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최대한 머리를 굴리는 중간 중간 내 손은 쉴틈 없이 먹을 것으로 향한다. 덕분에 카메라 안에 무엇인가를 열심히 먹는 내 모습이 잡히곤 한다. 지니어스 게임을 임대갈과 함께 보다가 또 열심히 먹는 내 모습이 화면속에 나온다.
“그만좀 먹으라고”
“왜에~! 저게 얼마나 맛있는줄 아냐?”
나란히 쇼파에 앉아있던 임대갈이 갑자기 한팔은 척 배를 두르고 한팔은 내 배위로 손을 얹어 손을 흔들며 조금... 부푼 내 배 위에 파문을 만든다.
“점점 두꺼워지는거 아냐? 귀여운 거에도 정도가 있지. 더 찌면 진짜 콩처럼 굴러다닌다 너”
“사돈 남말 하시네. 그쪽은 안찌는줄 아냐? 먹는게 다 얼굴로 가고 있는거 알고 있냐?”
소위 ‘리즈’시절이라고 불리던 때보다 좀.. 불긴 했다. 나이도 있고. 세상에 워낙.. 맛있는 음식이 많다보니까. 지니어스 게임도 거들고 있고. 임대갈은 손으로 자꾸 파장을 만들며 꿀렁꿀렁 꿀렁~꿀렁~ 놀려덴다. 나이가 몇인데.. 한심한 놈. 아 귀찮아 자꾸 쭈물럭 거리지 말고 치워. 팔을 처낸다. 이게 쭈물럭이냐? 진정한 쭈물럭을 보여주지 헛소리를 지껄이면서 여기 저기 간지럽게 쪼물딱 거린다.
임대갈은 아무 생각없이 한 말이었겠지만. 다음 촬영날이 되자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팬들도 점점 동그래 진다고 하고.. 임대갈도 그러고.. 촬영하는 사람들이 옹기 종기 모여있는 가운데 멍때리는 듯 보이지만 음식들과 줄다리기를 하며 치열한 인내심 테스트를 하다 결국 이기지 못하고 하나를 집어든다. 그래 인생 뭐 있어? 맘껏 먹다 가는 거지. 생각했는데 이번에 살과 무슨 마가 낀 건지 성규녀석이 내 리즈 시절 얘기를 꺼낸다.
“지금도 멋있으시지만 살찌기 전에는 정말... 대단 하셨죠”
“살찐거야?”
경란씨의 물음에
“좀 찌긴 쪘죠.”
대답하면서 다시 한번 빼야 하나.. 고민한다. 때마침 유람씨가 말한다.
“그래도 전 지금 진호씨 귀여운데?”
“귀여워요?”
의외의 말에 되묻는다. 유람씨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봐봐 귀엽다는 사람도 있다니까? 피곤한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안에 들어가자 제집인냥 임대갈이 쇼파에 누워 퍼자고 있는게 보인다. 멀쩡한 집 놔두고 자꾸 왜저런데? 이해 할 수가 없다 할 수가 없어. 야 야야 일어나~ 툭툭 쇼파를 찬다. 으음.. 잠투정을 부리더니 갑자기 불숙 손을 뻗어 날 잡아 당긴다. 잠이 그득 담긴 목소리로 어디 어디 우리 콩 얼마나 불어왔나 보자 헛소리를 중얼거리면서.
“역시 콩껍질이 한겹더 두꺼워 졌군”
“미친놈. 촤뎡 한번 한다고 그게 바뀌냐.”
“그럼~ 촤뎡한번 할때마다 열심히 한겹씩 두꺼워 지고 있지~”
또또 이러지 그냥 넘어가면 안돼냐? 시끄러 빨리 일어나서 집으로 가. 뭐냐 자고 갈거면 숙박비를 내놓던가. 바둥거리며 품에서 빠져나온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냐 양손으로 내 볼을 잡고 됐지 숙박비? 입을 맞춘다. 또또 좋다고 실실 웃는거 봐라. 입술을 비벼 닦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척 올린다. 미친놈. 내가 지니어스 한번 찍을 때 마다 얼마를 쓰는줄 알아? 가넷 하나당 백만원이라고. 감히 이따위 침묻히는 걸로 숙박치를 채우려 들어?
“빨래를 하던가 청소를 하던가 하다못해 밥통에 밥이라도 해놓던가.”
“안돼지~ 콩이 열심히 움직여야지 콩껍질 벗을거 아냐~”
이 새끼가 진짜
“넌 그렇게 말해도 다른 사람은 귀엽다고 하거든?”
이 인간이랑 대화를 하면... 나도 저 인간 수준으로 이렇게 유치하게 변한다. 우와 내가 생각해도 심하게 유치했어. 아까말은 하는게 아니었는데. 생각하는 나와 달리 임대갈은 실실 쪼개던 얼굴을 멈추고 가뜩이나 찢어진 눈을 가늘게 뜨며 묻는다.
“누가 그래? 그거 다 훼이크야~ 너 더 먹게 만들어서 굴러 다니게 하려는 음모.”
“유람씨가 그랬거든?”
........반박을 왜하냐 홍진호 미친놈아. 더 있다간 초딩에서 연령이 더 내려가 유딩싸움이 될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간다. 임대갈은 졸졸 쫒아오며 묻는다. 유람씨? 그 미녀프로당구선수? 얼씨구. 세삼 스럽게 뭘 그렇게 묻냐. 나 지니어스 게임 처음 들어가면서부터 출연자 목록 꼼꼼하게 살폈던 인간이. 그래 맞습니다. 미녀프로당구선수. 그와중에 미녀인건 기억하네.
“와.. 유람씨 그렇게 안봤는데 사람 무섭네. 멍청한 콩을 낚으려고 하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지적질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 인간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네. 어떻게 거런 말을 저렇게 뻔뻔한 얼굴로 할 수 있는 건지. 나한테는 너가 더 무섭다 무서워. 시꺼. 나 배고파 밥 먹을 거야. 밥통을 여는데 아무것도 없다. 와.. 뻔뻔한 인간. 딱 한 그릇 분량 남겨놨었는데 홀랑 먹고 밥 해놓지도 않냐? 투덜 투덜 거리며 쌀을 퍼와서 씻는다. 다른때 같으면 좔영가서 그렇게 먹어 놓고 또 먹고 싶냐고 깐족깐족 거렸을 인간이 갑자기 뒤에서 덥썩 안고 우리 오랜만에 회식 할까? 느끼하게 속삭인다.
이 인간이 또 무슨 짓을 하려고 밑밥을 까는 거야? 됐어 밥먹을래. 내치는 내 손을 기어코 끌고 나와 고기를 열심히 구워 먹인다. 사주니 먹긴하는데... 오늘 약먹었냐? 왜 이래? 쪼르르 따라주는 소주를 의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니 약 안 탓어 마셔. 그런다.
“너 나한테 뭐 실수했냐?”
“또또 까분다. 형한테 너가 뭐냐 너가”
“시끄럽고. 빨랑 불어 뭔데?”
“와.. 서운할라 그런다? 밥 사줘 놓고도 의심 받는 거냐 나?”
살빼라 살빼라 노래를 부르던 인간이 이러고 나오니까 이상한거지. 그날은 그래도 갑자기 고기가 급하게 땡겨서 그랬겠거니 하고 넘겼다. 문제는 그 다음날부터.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숙박비라는 명목하에 꼬박꼬박 아침을 차리질 않나. 야식을 사다주질 않나. 간식을 양손 가득 사오질 않다. 요즘 식욕이 왕성해졌나 보다 하고 넘기기엔 너무 과했다. 내가 마치 사육 당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임대갈이 점점 콩 같아진다 라고 할 때는 웃어 넘겼는데 임대갈이 주는 대로 받아먹으니 나도 점점 빵빵해지는 기분이고. 그럴 때마다 왜 이러는 거냐고 캐물어봐도 초지일관기분 나쁜 웃음이나 실실 흘리고 말이지. 다시 촬영을 하러 갔을 때 날 보자마자 상민이 형이 던진 어라? 잠깐 사이에 좀 부운 것 같다? 이 한마디가 결정적이었다. 더는 그 인간 패이스에 휘둘리지 않겠어.
“어? 진호형 저분 형님 라이벌 그분 아니에요?”
성규의 말에 고개를 돌리자 임대갈이 척하니 보인다. 저 인간.. 왜 저기 실실 쪼개면서 서있는 건데? 야 너 왜왔냐? 라는 눈빛을 보내니 술마시고 싶어서 사줄테니까 가자. 라고 말한다. 임대갈 주위로 상민이 형님이 다가오신다. 어라? 누구? 진호 친구? 내 어깨를 툭툭 치신다.
“에이 친구라뇨 딱 봐도 형이잖아요.”
“얼씨구 언제부터 형 취급 했다고.”
우리의 대화를 듣고 아 그래? 하는 상민이 형 옆에서 성규가 형님 모르세요? 완전 유명한데 스타프로게이머였잖아요. 진호형이랑 완전 라이벌인데 하며 임대갈과 나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상민이 형님은 그제야 기억 난 듯 아아아~ 그 임요환씨 반가워요. 하며 손을 내미신다. 임대갈은 실실 웃으며 악수를 하고. 다음 스캐줄이 있는 두 사람이 떠나고 임대갈을 나에게 또 음식물을 먹이려고 끌고 가려했다.
“됐어”
“왜?”
왜긴 왜냐. 상민이 형님이 농담처럼 이야 동갑인줄 알았는데 형이였어? 콩이 요즘 불어서 그런가 둘이 동갑처럼 보이는데 던진 말이 가슴에 콕 박혔다. 다른때 같으면 그냥 허허 웃으면서 아니에요 형 섭섭하네 이 인간이 나랑 동갑처럼 보인다구요? 했을 텐데. 이게 다 저인간 수작 때문이란 말이지. 나 살찌워서 어따 팔아 넘기려는거 아니야 저거? 아무리 먹여도 버텨야지 생각하다 문득... 아니지. 맨 정신으로 아무리 캐물어 봐야 대답할 가능성이 적으니 차라리 술을 맥여서 캐내자 라는 결론을 내렸다.
오랜만에 집에서 마시자 라고 말하고 끌고 왔다. 나는 술은 마시는 척 하면서 슬쩍 슬쩍 흘리고 술을 열심히 마시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열심히 마시던 인간이 드디어 취한 기색을 내비친다. 좋았어. 너 오늘 내가 기필코 알아 내고야 만다. 왜 날 사육하고 있는지.
“형.”
“응”
“솔직히 말해봐 나한테 뭐 잘못한거 있지?”
“아 그런거 없다니까~”
“근데 왜 자꾸 못맥여서 안달인데?”
눈이 풀린 상태로 비틀 비틀 거린다. 으헤헤헤 웃으며 식탁에 머리를 박고 웃다가 한쪽 손으로 삐딱하게 거대한 머리를 지탱하며 날 바라본다. 가뜩이나 평소에도 풀린 눈인데 제대로 풀리니까 무섭기 까지 하다. 뭔데 뭐? 말해봐. 무서운 눈을 피하지 않고 응시한다. 양손을 뻗어 얼굴을 잡아 당기더니 얼굴에 마구 도장을 찍는다. 아.. 술냄새 나잖아 인간아 그만 못해?! 밀어낸다. 진리 콩 까나 진리 콩 까나~ 갑자기 내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노래를 흥얼거린다.
“...야 너 그만 못하냐?”
“콩~ 콩~ 통통한 콩”
....너무 먹였나?
“귀여운 콩!”
“....하아. 됐다. 그냥 발 닦고 자라.”
인사불성 된 인간하고 무슨 대화를 하겠다고. 손을 잡고 당기는데, 술에 취해 이성이 날아 간만큼 쓸 때 없이 힘만 세져서 날 그대로 잡아당겨 안는다. 풀풀 술 냄새를 풍기며 어깨에 얼굴을 묻고 콩콩 귀여운 콩~ 소음공해 수준인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나한테만 귀여우면 돼~”
“...뭐?”
“한창 잘나갈 때 실컷 이쁨 받았음 됐잖아. 이젠 나만 알면 되는데 요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아본단 말이야..”
중얼 거리며 또 쇄골가에 입술을 묻고 간지럽게 쪽쪽거린다.
“보이지 않는 쇄골이 섹시한 것도 나만 알면 되는데 요즘 댓글 보니까 귀엽네 섹시 하네 난리고..”
들릴 듯 말 듯 중얼 중얼 거리더니 갑자기 툭 나에게 기대 정신을 놓고 바로 잠들어 버린다. 뭐야. 결론은....? 그런거였어? 왠지 픽 웃음이 나온다. 쓸 때 없는 생각 하기는. 잠든 임대갈을 옮겨 놓고 어지러운 술판을 치운다. 으으음 잠투정을 하며 벅벅 옷 속에 손을 넣고 긁는 모습은 저 인간이 한창 날리던 그 시절 보다 확실히 칙칙하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하긴 싫지만. 나이가 들어도 불쑥 드는 생각. 임대갈 주제에 가끔은 귀엽다는거. 그리고 정말 싫지만 저렇게 인사불성으로 흐트러진 모습에서도 내 눈은 매력을 찾아낸다는거다.
다음날 아침. 숙취로 끙끙거리는 임 대갈에게 꿀물을 던져준다. 꿀물을 쭈욱 마신 인간은 손을 뻗는다. 아무 생각 없이 잡자 마자 잡아 당겨 꼭 끌어 안고 숨막히게 뒹굴거린다. 아 아파 빨리 안 놓냐? 버둥 거리는 네 귓가에 숙취와 잠기운 범벅으로 까슬까슬한 임대갈의 목소리가 들린다.
“좀 만 더 자자”
“...”
“...오늘 왠일로 이렇게 순순하냐?”
“하잔데로 해도 지랄이더라. 왜 그냥 가?”
“아니.”
씩 웃으며 꼭 안는다. 숨소리가 들린다. 다른 이가 보면 결코 아름답지 않을 풍경이겠지만. 째깍째깍 움직이는 시곗소리와 임대갈의 숨소리가 들리는 지금 순간이 세삼 편안하게 느껴니며 몸이 노곤해진다.
“형.”
“응”
“유람씨한테 연락왔는데”
혹시나 하고 던진말에 아까까지만 해도 노곤하던 임대갈의 몸에 힘이 들어간다.
“뭐라고 왔는데?”
“비밀인데.”
“뭐?”
눈을 번쩍 뜨는 임대갈을 보며 씩 웃는다. 좋았어. 이걸로 몇 달간 편안히 지낼수 있겠구나. 품속을 파고 들며 말한다.
“자자며 졸려 더자기나 해.”
“..야 빨리 말해봐 뭐라고 했는데?”
“아 시끄러 잠이나자”
ㅋㅋㅋㅋㅋㅋ아저씨들이 이러고있다...
뭔가.......... 양심에 가책을 느끼며 쓰고 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순수한 우정이로 갈까 하다가도...
약간의 스킨쉽을.. 보시는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난 왜 이제와서 이 아저씨들에게 빠져 이러고 있는 것인가.....
재밌게 봐주고 댓글 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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