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찬열이는 어디를 나갔다. 오늘은 누구였더라... 민석? 민석이라는 사람을 만나고 온다고 했다. 우리 주이니는 인기두 많아... 그래도 오늘은 일찍 올 거라는 이야기에 백현은 이미 백 번도 더 본 뽀로로를 시청하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는 중이었다. 으, 심심하다... 심심해... 백현은 강아지가 된 상태로 쇼파에 잔뜽 웅크려 초점 없는 눈으로 티비를 시청하다가 뭔가 생각이 나 쇼파에서 일어났다. 백현은 아직 꼬리와 귀는 완벽하게 숨기는 법을 익히지 못한 탓에 꼬리와 귀를 톡 내 놓고 엉덩이를 잔뜩 씰룩 거리며 부엌으로 향했다.
"콜라, 콜라~ 어어, 콜라가 어디있지..."
백현이는 콜라를 제일 좋아했다. 그래서 항상 찬열이는 콜라를 냉장고에 넣어 두고 외출을 하곤 했다. 심심하고 목도 마르니 콜라라도 마셔 볼까? 하고 냉장고 문을 연 백현이는 어딜 봐도 빨간색 캔이 없어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냉장고 구석 구석을 샅샅히 눈을 굴리며 찾아 봤다. 아이 씨, 콜라... 콜라 없써. 백현은 머리 칼 사이로 삐죽 튀어 나온 귀를 잔뜩 축 늘어트리며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냉장고 문을 닫았다. 아씨, 짜증나... 짜증... 짜증... 꼬리까지 잔뜩 축 늘어져 딱 봐도 시무룩해 보이는 백현은 그렇게 한참을 냉장고 앞을 방황하다가 식탁에 놓여져 있는 컵들에 호기심을 보였다.
"이게 뭐지?"
식탁 위에는 두 개의 작은 컵에 투명한 액체가 반 잔 쯤 담겨져 있었다. 잘 생각해 보니 어저께 찬열의 친구 종이 아니, 종인이가 왔을 때 둘이서 식탁에서 이걸 먹었었는데... 백현은 머리를 굴려 그 때를 생각했다. 그 때, 분명히 종이니랑 차녀리랑 요거 먹구... 으음, 응... 그니까... 아! 분명히 둘이서 이 액체를 나눠 먹고는 싱글 벙글 웃으며 둘이서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었다. 분명히 이걸 먹구 기분이 좋아 보였으니 이건 맛있는 음료수일 거야! 그렇게 생각을 끝낸 백현은 액체가 반 쯤 남아있는 컵을 조심스레 들었다. 킁킁, 하며 냄새를 맡다가 뭔가 톡 쏘는 냄새에 인상을 구겼다. 이게 뭐지... 톡 쏘는데... 아, 백혀니가 좋아하는 콜라도 이케 이케 톡 쏘는데! 백현이 자신이 들고 있는 이 컵에 담겨있는 액체가 콜라와 비슷하다는 거라고 생각을 하니, 분명히 이건 콜라와 비슷한 사이다일거라고 생각을 마쳤다. 아아, 어저께 주이니랑 종이니랑 이걸 먹구 그르케 좋아했던 거구나! 씨잉, 치사하게... 나도 좀 나눠 주지!
어저께 자신만 쏙 빼고 이걸 나눠 마시면서 그렇게 즐거워 하던 찬열과 종인이 왜인지 모르게 치사하고 미워졌다. 백현은 잔뜩 심통이 난 얼굴로 그 둘을 생각하다가, 이내 손에 들려져 있던 컵을 들어 한 번에 다 마셔버렸다. 사이다라고 생각하고 마셨던 백현은 사이다랑은 완전히 다른 맛에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아, 이게 뭐야...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컵을 식탁에 내려 놓았다. 원래 사이다 맛이 이랬나... 아, 아니다. 사이다가 상한 건가? 그럼 어떡하지? 백현이 배 아야하나? 백현은 이런 저런 오만 생각을 다 하다가 혹여 제가 먹은 것만 맛이 이상한 게 아닐까 하며 식탁에 있었던 또 다른 컵을 집었다. 이 컵에는 아까 마셨던 양보다 더 많은 양의 액체가 들어 있었고, 이건 분명히 사이다 맛일 거라고 생각한 백현은 단숨에 마셔냈다. 아, 아... 뭐야... 이것두 맛 이상한데? 컵을 식탁에 내려 놓고 백현은 갑자기 띵해진 머리에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으으, 머리가 갑자기 아야해. 상한 사이다를 먹어서 그런가? 상한 사이다를 먹으면 배가 아니구, 머리가 아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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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아, 나 왔어!"
찬열의 우렁찬 인사에도 집 안은 잠잠했다. 어, 백현이가 자나? 아니면 설마 밖이라도 나간 건가? 혹시 밖에 나갔나 싶어 노심초사하며 얼른 거실로 들어 갔다. 거실에는 아까 제가 틀어 주고 간 뽀로로만 움직이고 있었으며, 거실엔 아무도 없었다. 아, 설마 나갔나? 찬열은 미간을 잔뜩 좁히며 머리를 헝클었다. 밖에 나갔으면 안 되는데, 진짜 안 되는데. 찬열은 서둘러 화장실 문도 열어 보고, 옷방 문도 열어 보았다. 옷이 걸려져 있는 옷걸이 사이 사이를 샅샅이 뒤져 보았는데도 역시 여기도 없다. 찬열은 망연자실하며 마지막으로 제 방 겸 백현이 방 문을 열었다. 다행이도 방 한 가운데에 백현이는 웅크려 자고 있었다. 다행이다... 하는 안도감과 함께 자고 있는 백현의 옆으로 가 앉았다. 새근새근 잠을 자는 백현이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이내 허리를 숙여 백현이의 볼에 짧게 입을 맞췄다. 쪼옥, 쪽, 백현아 일어ㄴ, 어? 입을 맞췄는데 백현이에게 아주 옅게 소주 냄새가 났다. 뭐야, 왜 얘한테서 술 냄새가 나지? 고개를 갸우뚱한 찬열이 내가 잘못 맡았나... 하며 다시 백현이의 이름을 부르는데, 백현이 눈을 천천히 떴다. 어, 어어... 찬, 차녀리, 차녀리다, 히히. 찬!
"우리, 차녀리 와써? 찬, 차녀리~"
"백현이 혼자 잘 있었어?"
"웅, 우응, 잘 이써써! 히히, 어, 어어... 차녀라, 왜 거기 가있어? 이리루 와, 얼른! 이케, 여기루!"
"어? 무슨 소리야. 지금 여기 있잖아"
"엥, 엥? 안니야, 찬, 차녀리, 조오기, 있는데?"
"뭐?"
"어, 어어... 차녀리가 둘이다... 에엥... 주이니가 둘로 변해써!"
백현은 상체를 일으켜 찬열을 와락 안았다. 그러다가는 고개를 돌려 아무도 없는 허공을 쳐다 보다가 '주이니가 둘로 변해써!'하며 손가락질 까지 했다. 둘이 껴안은 상태가 되어버리자 찬열과 백현의 거리는 백현의 숨결이 찬열에게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근데 이상하게도 백현이 말을 하려 입을 열 때마다 입에서는 익숙한 술냄새가 났다. 뭐야, 왜 이래? 찬열은 미간을 찌푸리며 계속 백현을 응시하다가 백현의 이상한 행동에 결국은 질문을 던졌다.
"백현아, 너 혹시 술 마셨어?"
"우응, 응? 술? 수울? 그게 뭔데?"
"그, 있잖아. 어, 뭐라고 말을 해야 하지. 아, 그러면 너 오늘 뭐 먹었어?"
"오, 오늘... 그니까아... 차녀리가 사 준 젤리랑... 또, 식탁에 있었던 사이다..."
"사이다?"
"응! 사이다! 그거, 마셨는, 데에. 아무래도 사이다가 상했나 봐. 사이다가 주겄써! 마셨는데, 막 맛두 이상하구, 머리두 아파"
찬열은 전 날 밤에 종인과 술을 마시고 나서 안 치운 것에 후회했다. 아오, 그러니까 좀 진작에 치울 걸... 찬열은 골이 아파오는 것 같아 마른 세수를 몇 번 하다가 일단 백현일 좀 재워야 겠다 싶어서 백현을 일으켰다. 이리 와, 백현아. 여기서 자면 허리 아프고 그러니까 저기 침대에서 자자. 백현은 웅, 웅! 하며 착실히 대답을 하면서도 엉키는 스텝은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자꾸만 엉키는 발에 백현도 짜증이 났는지 에이, 씨... 하며 성질을 부리다가 간신히 찬열의 부축을 받아 침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침대 근처에 가자마자 백현은 몸을 던져 침대에 발라당 누웠다. 찬열이 그런 백현을 보며 한숨을 쉬다가 한숨 푹 자, 백현아. 하고 나가려 하자 백현은 급히 찬열의 팔을 잡고는 자신에게로 끌어 당겼다.
"아, 아아, 찬, 차녀리, 가지 마아"
"또 왜 그래"
"요, 요기서어 백이랑 같이 자"
"나 할 일 있는데?"
"아, 쪼옴... 그만 하구우... 백, 혀니 오늘, 심심했단 말야!"
"...알았어, 알았어. 같이 자자"
"히,히히... 진짜지? 우리 차녀리, 오구, 머시따! 쪼옥, 쫍, 쪼옥, 쪽! 머시써, 우리 찬. 내 거!"
...다음부턴 꼭 먹고 바로 치우는 습관을 들이겠다고 결심한 찬열이었다.
똥글 망글ㅎ
뎨둉합니다...ㅎ...
미아내... 결론은 백현이가 식탁에 놓여 있던 소주를 마시고 술에 취해서 주정을 부렸다는 이야기
♥생애 첫 암호닉♥
뭉이/주잉/ㅂㅂㅂ
ㅋㅋㅋㅋㅋㅋ단촐한 세 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암호닉 받을 생각은 없었는데 신청 하시는 소수의 분이 있으시길래ㅠㅠㅠ감덩입니다ㅠㅠㅠ
아무튼 그러해서 저도 암호닉을 받습니당...! 댓글로 아무거나 막 신청해주세여...!
아 맞다 그리고 저 작가이미지도 설정함!!!!
그럼 진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