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방송을 하는지도 몰랐고
남자나 연예인에 관심 있던 사람이 아니라, 연습생이 누가 있는지는 전혀 몰랐거든.
근데 웬 반가운 얼굴이 있는 거야.
“어? 정세운?”
촬영 세팅을 마치고 연습생들이 우르르 지나가는데
그 사이에 내 중학교 동창이 있는 거임.
나도 모르게 이름을 불렀더니
“어? 안녕!”
마치 어제 본 것 마냥 어색함 1도 없이 인사하는데
안녕이라며 고개 꾸벅하고 지나갔어..
.
.
.
뭐랄까,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참 특이한 애였음.
되게 조용한 것 같은데 보면 은근히 남을 잘 챙기는 것 같고
졸업 후에 기억에 남지 않을 것 같은 아이였으나
짝이 된 이후, 내 중학교 기억에는 온통 정세운이 있는 거야.
매번 수업을 잘 들었는데 가끔 한 번 쳐다보면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음. 꾸벅거리지도 않고 졸았어, 특이하게.
그리고 그 땐 순수해서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설레었던 적도 되게 많았던 것 같아!
짝이었지만 그닥 대화를 많이 하지도 않았고, 뭐 웃으며 농담을 한다던가 그런 건 전혀 없었거든?
그 때 눈이 엄청 많이 왔었는데 남자 애들이 쓰레받기에 눈을 막 퍼 와서
여자애들한테 던지고 그랬단 말야. 근데 내가 그 때 하필 생리를 할 떄라
엄청 예민하고 아팠는데, 나한테 눈 뿌려서 내가 울어버렸거든.
마음이 진정 안 되서 종치고 수업 시작하고도 계속 울적했는데, 얘가 뭘 하나 보니까
컵에 케로로 손난로를 계속 녹이고 있는 거야. 그냥 많이 추운가보다 했는데
다음 쉬는 시간에 “다 녹았다!” 이러더니 바로 똑딱- 하고는 눈 맞추고 내 손에 쥐어줬음..
그 때부터 조금 가까워진 것 같아.
그리고 정세운이 옆 반에 친한 애가 있었거든. 걔만 오면 엄청 재잘거렸어.
손난로 이후였는데 나는 책상 위에 엎드려 자고 있었는데 걔가 그 친구가 왔는지 막 조잘조잘 거리는 거야.
근데 그러면서 아무렇지 않게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내가 머리 묶고 있었는데 그 묶여진 부분을 강아지 꼬리 만지듯이 만짐....
처음에는 누가 만져서 놀라가지고 일어나니까, 일어난 나 한 번 보고 웃더니 계속 만짐.
뭐에 홀린 듯이 만짐. 그래서 그냥 신경 안 쓰고 누우니까 계속 만짐... 친구랑 계속 얘기하면서.
또 뭐 있더라.
아! 내가 생리했을 때, 생리대 갈려면 꺼내가야하는데 뭔가 너무 부끄러워서
얼른 가방에서 꺼내가지고 주머니에 넣으려고 가방 살짝 열고 주위 살피면서 손만 꼼지락 거리고 있었거든.
근데 같은 반 남자애가 “야! 너 혼자 뭐 먹으려고!!”이러면서 가방을 뺏어간거야.
그래서 가방에 있던 생리대가 후두둑-떨어진 거지. 그게 너무 부끄러워서 울었던 적이 있는데
정세운이 그 이후부터 내가 가방 열 때마다 고개 돌림.....
나한테는 그렇게 기억에 남아있던 애였는데.
다 커서 보니까 뭔가 새롭더라.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모습도 참 보기 좋고, 그 떄의 순수한 모습과는 달라 보이기도 하고.
최근에 한 무대는 아예 다른 사람처럼 보였어.
안녕하세요, 복숭이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댓글로 말씀해주시고, 재밌게 읽으셨다면 신알신과 댓글 부탁드려요:)
다음엔 좀 더 길고 재밌게 써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