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규! 6 (oh, my gyu!)
벌써 일주일 째 우현의 시선은 성규에게만 향했다. 점심을 먹을 때도 성규가 무슨 음식을 주로 시키는 지, 젓가락질은 올바르게 하는 지 편식
은 하지 않는 지, 그러나 성규가 아무리 흘리고 먹어도 당근은 절대 먹지 않아도 그냥 예뻐 보였다. 그냥 좋은데 왜 좋냐고 물어봅니까? 라는
드라마 주인공의 대사가 떠오르면서 자신이 단단히 미쳤다고 생각했다. 성규의 입에 비빔밥 소스가 묻은 걸 가장 먼저 발견한 것도 우현이었고
휴지를 가장 먼저 건네준 것도 우현이었다. 그런 우현을 성규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지만 정작 우현 갈등이 더 심해졌다. 성규도 그랬고,
회사 사원들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지만 우현은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점점 불안해졌다. 저는 가슴 큰 여자가 좋습니다. 라고 말하던 성규
의 목소리가 떠오르기도 했다. 성규가 게이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게이인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을 보면 얼굴
이 빨개져서 표정을 잃는 성규가 재밌어서 괴롭히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아, 우현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
벌써 일주일 째 성규의 시선은 우현에게만 향했다. 사실 시선보다는 정신이 온통 우현의 생각으로만 가득했다. 지난 번 크리스마스 날 우현
의 그림 전시회에 다녀 온 이후로 성규는 틈만 나면 고민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이 감정이 정말로 자신의 미감으로 인해서, 본능적으로 아름
다움을 찾아가는 것에서 나온 감정인지 아니면 정말로…. 성규는 고민하다가 이 대목이 나오면 애써 머리를 흔들어 다른 생각을 하려 애썼다.
동성애자라는 단어와 자신은 정말로 무관하다고 생각해오던 성규였다. 길을 가다가도 가슴 큰 여자를 보면 눈이 돌아가는 그런 평범한 남자
였다. 성규는 자신이 누구보다도 마초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남자라고 자부해왔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화장실에
가는 우현의 뒷모습을 쳐다볼때면 엉덩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곤색 면바지를 입은 우현의 엉덩이가 씰룩씰룩 할 때면 성규는 정말
정신을 놓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성규는 어쩌다가 자신이 이렇게 됐는 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아, 성규가 깊게 한숨을 쉬었다.
"저…팀장님."
"남우현씨."
회사 자판기 앞에서 만난 그들이 동시에 말을 내뱉었다. 그들은 놀란 듯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말을 다시 꺼냈다.
"오늘 끝나고 시간 있습니까? 할 말이 있습니다."
"마침 잘 됐네요. 저도 할 말 있어요."
이번엔 확실히 해야겠어. 성규와 우현이 생각했다.
*
종업원이 식탁에 음식을 내려놓고 나간 지 이십분이 지났다. 무언가 일을 저지를 것 처럼 비장한 표정을 짓던 그들이었지만 정작 한식당에
들어오자 아무런 말이 없었다. 성규는 젓가락으로 음식을 뒤적거렸고, 우현의 성규의 넥타이만 바라봤다. 성규는 무언가 고민하는 얼굴로
잔뜩 굳은 채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남우현 씨."
"…예?"
멍하니 성규의 넥타이를 보며 참 답답하겠다, 라고 생각하던 우현은 갑자기 말을 걸어오는 성규의 목소리에 놀라 반 박자 늦게 대답했다.
"일단 나는 게이도 아니고 잠깐의 호기심으로 이런 말 쉽게 할 정도로 어리지도 않습니다."
"네? 대체…"
우현은 성규의 말에 아차 싶은 듯 얼굴을 찌푸렸다.
"사랑이라고 낯간지러운 단어는 말하기 싫습니다. 그런 말 할 정도로 제 감정이 확실하지도 않습니다. 근데 만나보고 싶습니다. 물론 장난
도 아니고요. 그냥 이렇게 끝내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습니다. 한 번 만나봅시다."
이런…. 우현이 고개를 숙였다. 성규는 그런 우현을 보며 예상했다는 듯 웃었다.
"기분 나빴다면 미안합니다. 어서 식사하세요."
성규는 애써 웃어보이며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간신히 떨리는 목소리는 숨겼지만 표정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젓가락을 잡은 오른
손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성규가 이렇게 담담한 척을 하는 와중에도 우현은 아무 말이 없었다.
"짜증나요."
성규의 젓가락에 들려 있었던 콩나물이 떨어졌다.
"미, 미안합니다. 그치만 말 하지 않으면…"
"어떤 말을 해야 멋있을 지 고민 많이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선수치기가 어딨어요. 진짜 짜증나요."
"남우현 씨?"
우현은 잔뜩 불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진짜 억울해요. 대신 사랑한단 말은 내가 할래요. 김성규씨 사랑하니까 우리 만나요. 나는 사랑하니까."
성규는 고개를 푹 숙인채로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정말 일주일 내내 고민했었다. 어떻게 말해야 우현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그 자리
에서 박차고 나가지 않게 하려면 어떤 말을 해야하나 고민만 했던 일주일이었는데. 성규는 왜 그런지 모르면서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런
성규를 보고 우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성규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별 말 없이 성규의 허벅지 위에
손을 올려 놓았다.
"다시 말해줄게요. 진짜 사랑해요."
성규가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라와 있는 우현의 손을 잡았다. 둘은 한참 동안이나 서로의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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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왔죠ㅠ.ㅠ 진짜 죄송합니다 ㅠ.ㅠ 서울예대 실기가 13일이라 아주 바빴어요 헝헝
실기가 끝날 때 까지만 사랑하는 나의 독자님들에게 편지를 쓰는 건 잠시 멈출게요ㅠ.ㅠ 글 쓰는 것보다 편지 쓰는 게
더 오래 걸리거든요.. 헝헝.. 죄송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