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청춘에게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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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에게선 항상 박하 향이 났다
미처 지우지 못한 병원의 냄새리라-
그 앤 몸이 약했다. 항상 밝아보이는 표정과는 다르게 천식이 있어 잘 뛰지 못하고, 곧잘 감기같은 자질구레한 병에 걸리곤 했다. 반장이던 나는 의도치 않게 그 아이와 부딪힐 일이 많았다. 딱히 말을 주고 받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일들로 손이 많이 가는 아이였고, 그와 동시에 신경이 쓰이는 아이였다
우린 3년간 같은 반이었다. 자그마치 3년. 말 한 번 섞어보지 않았던 우리가 가까워지게 된 계기는 그 아이의 '결석' 때문이었다. 중요한 과제가 있었는데 그 날도 역시 그 아인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몸이 안 좋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학교보다 병원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을 줄이야. 그 덕분에 귀찮은 일을 떠안게 되었다. 나는.
"네가 한 번 찾아가줄래?"
사실 선생님이 가시겠지- 하는 마음으로 온 교무실이었다. 내게 부탁을 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선생님이 너무 바빠서 그래."
내게 눈도 못 마주치고 제 할 일을 하시는 선생님의 부탁을 어떻게 거절하겠는가
"네. 제가 다녀올게요."
"그래. 고맙다."
선생님은 종이에 병원의 주소 등과 같은 것을 적어주시곤 다시 일에 집중하셨다. 교무실 문을 닫자마자 한숨섞인 탄식이 흘러나왔다. 친하지도 않은 아이의 병문안이라니. 하지만 나는 그 모습을 보고도 대차게 거절할 능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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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주신 주소를 찾아 걷다보니 어느새 병원 앞에 도착했다. 매우 큰 병원이었다. 내부로 들어서자 이리저리 급박하게 뛰어 다니는 사람들, 앉아서 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몇 명의 사람들과 부딪힐 뻔 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도착한 프론트에는 통화 중인 여자가 한 명 앉아 있었다. 그녀는 앞에 서 있는 날 흘끔 보더니 통화를 마무리 지었다. 내게 접수하러 왔냐고 묻는 여자에게 그 아이의 병실 위치를 물었다. 그녀가 키보드를 몇 번 타닥이더니 그 아이가 1203호에 있다고 했다. 감사인사를 꾸벅 하고는 등을 돌렸다. 아까부터 애꿎은 지갑만 만지작대고 있었다. 정말가도 되는 걸까.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길 기다리다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자 앞에는 박지훈이 서있었다.
"어.. 누구 병문안 왔어?"
"아, 나 과제 때문에 너 볼 일 있어서..."
"아 정말? 그럼 올라가자."
"아니, 아니야. 이것만 전해주면 되는 걸, 뭘."
후다닥 가방에서 프린트물을 꺼내주려 했는데, 그 아이가 내 손을 잡아 끌었다. 얼떨결에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엘리베이터는 12층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색한 침묵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참으로 불편한 자리였다. 숨막힐 듯 한 어색함을 깨려 질문을 하나 던졌다.
"...팔은 왜 다친거야?"
"이거?"
그 애가 내게 깁스를 한 왼팔을 들어보였다.
"응."
"그냥.. 넘어졌어."
"조심하지. 아프겠다."
"괜찮아. 그렇게 많이 다친 것도 아니야."
깁스를 한 왼팔이 안쓰럽게 보였다. 몇 마디를 나누는 사이 엘리베이터는 12층에 도착했다. 먼저 내려 자연스레 제 병실을 찾아가는 박지훈의 뒤를 따라 걸어 들어갔다. 익숙하게 문을 열고 들어간 아이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과제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마감을 정성민 선생님이 하셔. 그 선생님 까다롭잖아. 너 학교 언제 오는지 모르는데 그제서야 주면 네가 너무 촉박할 것 같아서."
"고마워. 안 그래도 일주일은 더 여기 있었어야 됐었는데."
프린트물을 건넸고, 손이 살짝 스쳤다
할 말이 없긴 하지만 올라온 김에 몇 마디를 더 나누고 있는데 아까부터 힘겨워 보이더니 그 아이는 곧 콜록대기 시작했다. 곧 넘어갈 듯 불안정한 호흡으로 더듬더듬 호흡기를 찾는데 자꾸만 손에서 엇나가길래 내가 집어 손에 쥐여줬다. 점차 제자리를 찾는 호흡에 그 아이는 내게 고맙다고 했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아이에게 그런
모습을 들켰다는 생각에 그런걸까. 아이의 귀 끝자락이 불그스름했다. 아까보다 어색한 공기는 조금 멎었지만 여전히 체할 듯이 무거웠다. 그 아이의 아플 곳을 모두 들여다 봐버린 느낌. 과제도 전달해 줬겠다, 나는 그냥저냥 대화를 마무리 짓고 학교에서 보자는 말을 남긴 뒤에 병실 밖으로 나왔다. 봄 끝무렵의 텁텁한 공기가 나를 스쳐지났다. 마지막 그 아이의 말이 내내 거슬려 집으로 향하는 걸음이 가볍지 못했다."자주 와."
그 애는 정말 무엇일까. 어떤 애인지 가늠이 가질 않는다. 자주 오라니? 우린 오늘 처음 말을 나눴는데.
이해할 수 없는 걸음들이 수없이 늘어졌다.
저는 댓글과 반응들을 보고 힘을 내는 사람입니다.. 흑흑 조회수랑 댓글수 너무 차이나면 속상해요 조금. 물론 의무는 아니지만 기분 문제이니까요. 제가 너무 주제 넘지는 않았나 싶네요. 오늘도 편안한 밤 되세요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