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Saddest Vanilla_ Feat. Emeli Sande
장마 feat. 정세운
w. 포뇨리
"안녕"
그리고 너는 여전히 예전과 다를 바 없는 항상 제게 보여주던 미소를 지으며 환한 인사를 건넸다. 여전히 창 밖은 흐렸고, 장맛비가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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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손목을 잡았던 네 손이 스르륵 놓여지고 나는 헛기침을 하며 다시 끄트머리에 앉았다. 그저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다 어색한 기운에 눈을 또르르 굴렸다. 쓰레기통에 꽉차다 못해 쓰레기통 주변까지 쓰레기가 버려져있었고, 허물이 벗겨진듯 아무렇게나 나뒹구르는 옷더미가 '나 일주일동안 이렇게 살았어요' 를 보여주는듯했다. 눈시울이 붉어져 시야가 흐릿해질정도로 눈물이 차올랐다. 닦을 새도 없이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뚝 뚝 흘렀고 누워서 제 시선을 따라 함께 돌아가던 네 시선이 순간 멈춰 눈만 깜빡거렸다. 주책 맞기도하지, 여기서 내가 울어버리면 그간 마음 고생한 정세운은 뭐가 되냐고.
"울지마. 괜찮아, 정말"
사실은 괜찮지 않으면서 그렇게 슬픈 표정을 하고 날 보고 있으면서도, 바짝 마르고 입술이 부르틈에도 불구하고 웃어줄 때마다 갈라진 사이에서 피가 고여 올라왔어도
너는 그저 날 보며 옅은 미소만 지어줄 뿐이었다. 송글 맺힌 핏방울을 손가락으로 쓸려는 순간 따가운지 이내 인상을 찡그리는 네 얼굴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도 속상했다.
"미련해"
속으로 되뇠던 말이 목으로 차올라 그만 툭 하고 내뱉어버렸다.
고작 미련하단 세마디만 했을 뿐인데 왜 그렇게도 마음이 미어지는지.
"미련한 거 나도 알아, 그런데 어떡해. 그래도 네가 헤어지잔 그때도, 그 후에도 지금 너를 이렇게 보고 있는 와중에도 네가 너무 좋은데. "
넌 그렇게 내 마음을 다시 뛰게끔 쿡쿡 찌르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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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의 연애 종지부를 찍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권태기였다. 그다지 다른 연인들과 다를 바 없이 연애를 했다.
정말 평범한 연애라는 이유 때문에 정세운이 질려버렸던 것일까.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처음 정세운과의 연애를 시작했을 당시에도 내가 과연 권태기가 온다면 그걸 넘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항시 제 머릿속을 따라 다녔기에.
그냥, 권태기라고, 권태기가 맞다고 판단을 내렸을 땐 이미 혼자서 헤어지는 과정의 절차를 밟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세운은 달랐다. 이겨낼 자신도 없고, 지친 내 마음을 말해줬을 때 나를 더욱 더 모진 사람으로 만든 네 말이 떠올랐다.
'나한테서 멀어지지마. 내가 더 잘할게, 네가 한 걸음 물러나면 내가 다시 한 걸음 다가갈게.두 걸음, 세 걸음이던 상관없어.'
그래, 다가온다는데 조금씩 멀어져봤자 뭐 얼마나 더 멀어질게 남아있겠어. 조금만, 조금씩만 멀어져보자.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자. 라고 생각하고 몸소 실천한 것이 화근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다고 말하는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생각은 커녕 조금씩 멀어지다보니 이젠 아예 네가 다가 올 수도 없게 벽을 쌓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생각했다. 헤어지는게 맞겠구나, 나를 위해서 또 정세운을 위해서. 그게 나는 맞는 선택, 옳은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헤어지는 순간에도 비가 왔었다. 장마가 오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여름의 소나기가 쏴아-하고 내리는 날이었다.
나는 타이밍을 찾고 있었다. 너에게 이별을 고하기 위해. 너와 모든 것들을 공유했던 산책로를 이제는 아무런 감흥도 없이, 한 마디 말도 없이 묵묵히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두 바퀴정도를 걸었을까 내딛던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제 이별을 받아들이는 네 모습을 볼 자신이 없어 고개를 숙였다.
"내가 틀렸더라, 네가 다가와도 나는 너한테서 멀어지기만 했어. 그러니까 나 그만 멈출래. 너도 그 자리에서 멈춰줘. 더이상 내 걸음에 맞춰 따라 올 필요 없어, 세운아."
내가 짊어지고 있던 곧 있음 터질 폭탄을 네게 넘기는 것 같았다.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난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세운의 신발 앞코만 보고 있었다.
작은 것 같음에도 큰 네 손이 제 머리 위로 툭 올려졌다. 세운과 싸우고 난 후엔 항상 난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었다. 자신은 괜찮다라고 말하는 세운의 습관이었다.
" 응, 그렇게 할게."
그 말 이외에 덧붙여진 말들은 없었다. 단지 내 말을 들어주겠다라는 의미에 대답 뿐이었다.
고개를 들자 비가 툭툭 떨어지더니 소나기로 바뀌어 어느새 저와 세운의 머리, 어깨를 적셔갔다.
세운은 그저 자주 매고 다니던 검은색 크로스백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던 색상의 작은 우산을 꺼내 내 손에 쥐어주었다.
갈게, 응, 잘가, 잘지내. 이 네마디가 우리의 마지막 대화였다.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도중 왠지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았다.
그제야 실감이 난 것이다, 내가 3년의 연애를 이렇게 허무하게 끝낼 수가 있구나. 정말 끝이 났구나.
눈물도 났다. 시원하게 내리는 소나기와 같이 제 눈물도 그렇게 흘러 내려 함께 섞여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좋았던 3년의 연애 시절의 나쁜 기억보다 좋은 기억들이 더 많았으니까. 헤어지길 잘한 거야라고 생각 함과 동시에 헤어진 걸 조금이나마 후회한다고 생각했다.
헤어지고 하루, 이틀은 괜찮았다. 아니 삼 사일도 거뜬하다고 생각했다. 겉으로는 그랬다. 속은 이미 후회속에서 썩어 문들어 가고 있었다.
막상 헤어지니 느껴지지도 않았던 네 빈자리가 그렇게 크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헤어진 연인들의 전형적인 모습처럼 울고, 또 울고, 끼니를 거르고, 무기력해졌다.
아, 내가 권태기 하나에 사람을 그렇게 힘들게 만들고 비참하게 만들었을까 하는 후회감이 후폭풍을 쳤다.
헤어지고 나서의 내 모습은 아무렇지도 않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물론 정세운, 너는 더 했음 더 했지 못하진 않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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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때 넌 열병이 난 것 같다. 그것도 그런것이 워낙에 덜렁대는 성격이라 우산을 들고오면 항상 어디에 두고 오는지라 우산은 항상 네가 챙겼었다.
비가 오면 꼭 단 하나의 우산 만을 챙겨 제 옆에 꼭 붙어서서 우산을 잡고 걸어가는게 좋다며 말했던 네가 생각났다.
그게 헤어질 때, 그 때 내게 건넸던 우산이었다. 그 우산이 우리 사이를 얽매는 물건이라고 여겼기에 의미가 남다른 우산이었다.
바보같아, 다시 생각해도 미련하기 짝이 없다.
"세운아, 너 그때 비맞은 채로 집에 온거야..?"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그때 열병이 난 건지 확인하려 말이다.
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냐고 물었지만 입을 굳게 다문채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다.
알 거 같았다, 그 우산이 어떤 우산인지 너도 나도 서로가 잘 아니까.
다른 우산을 써버리면 정말 너와 나 사이의 연결된 것 마저 끊어져버려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돌아갈까봐 그게 싫었던 거겠지.
"내가 많이 미안해" 서로 깊은 고민에 빠져 또 다시 정적이 흐르자 먼저 입을 열었다.
세운은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미안한게 뭐가 있겠어. 물론 미안한 걸 따지면 리스트 작성해서 밤새도록 읽어도 모자라겠지만은.
"너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많이 힘들었어. 난 헤어지는게 별 거 아니라 생각했는데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니까 네가 너무 보고싶더라.
내가 한 말들, 너한테 모질게 들릴 거라고 생각하고 내뱉었던 말들이야. 그렇게해서라도 우리 사이를 끝내고 싶었던 거겠지. 근데 너랑 헤어지고 나서야 너한테 모질게 내뱉었던 말들을 다시 되새겨보니까 그게 내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들로 돌아오더라고. 내가 느꼈던 감정, 세운이 네가 그대로 느꼈을 걸 생각하니까 가슴이 미어졌어. 이제와서 왜 이런 말 하는지 모르겠어, 너한테 미련이 남는 건 맞는데 그 미련을 가지고 다시 관계를 회복시키는게 어렵겠지."
마지막 말은 하지말걸, 괜한 말을 꺼내서는. 아차싶어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푹 숙였다.
푸흐- 하고 미미하게 바람이 빠지는 웃음소리에 숙였던 고개를 들어 널 쳐다봤다. 뭐가 그렇게 좋은건데.. 아픈 것도 구라 아닌가, 그러다가 광대 승천하겠네.
사람 속이 어떤지도 모르면서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아, 정세운.
"나도 아직 너한테 미련이 남았는데, 네가 가진 것 보다 더 큰 미련일지도 몰라.
나는 그 미련을 가지고 차츰차츰 다시 너랑 잘해보고 싶어. 알잖아, 나 이렇게 일방통행밖에 못하는 스타일인 거."
네 말에 지레 겁을 먹었다. 자신없는 내가 유턴이라도 해버리면 어떡해.
내가 정말 괜한 말을 꺼내서 괜히 너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심어준 거라면 어떡해, 세운아.
세운은 그저 여전히 기분 좋아보이는 미소를 띄우며 저를 쳐다봤다. 그리고 내 대답을 기다리는듯했다.
그 일방통행에 끼어들어달란 뜻이겠지, 같이, 함께 가자고.
여태껏 혼자 겁 먹고, 부정적이게 생각했던 것들 다 잊어버리고 정말 네 손을 잡고 한 길로 쭉 갈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나는 끊임없이 두 손을 꼼지락거렸다. 불안했으니까, 생각 할 시간이라도 필요할 것 같았으니까.
세운은 꼼지락거리는 내 손을 살며시 잡아주었다. 따뜻한 기운이 전해졌다.
따뜻한 네 마음, 따뜻한 네 눈빛, 따뜻한 네 목소리, 네 손길. 한번도 내게 냉정하게 대한 적 없는 네 모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렇게 긴 고민을 할 필요가 있을까. 이미 정세운의 마음은 활짝 열리고도 남았는데. 난 그저 발만 들여놓으면 되는데.
제 손을 잡은 네 손길에 나도 덩달아 힘을 주어 잡았다. 그리고 옅은 미소를 띄우며 세운을 바라봤다.
항상 다정했던 너이기에, 항상 내 쪽으로 다가오려 걸음을 바삐 옮겼던 너이기에, 부던히 노력했던 너이기에.
나는 이 장마가 끝나기 전, 너에게 다가가려 한다. 한 걸음, 아니 두 세걸음 바쁘게 너를 따라 갈 것이다.
비가 올 때마다 꼭 붙어서서 우산을 잡고 걸어가는 우리의 모습을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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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
안녕하세요, 작가 포뇨리입니다'u'
단편으로 상, 하로 글을 적다보니 하 글에 조금은 빠른 감이 없지않아 스토리의 진행이
많이 아쉬운 것 같아요. 상편 조회수가 많은데 댓글이 얼마 없어서 조굼은 슬펐지만,,
첫작에 댓글로 관심을 가져주신 독자분들 감사드립니다.
다음도 단편이 될지 장편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올라오면 꼭 보러와주세요!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