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약 향기가 퍼지는 순간
" 나 놀이공원 가고싶어졌어. 오늘 만난 친구가 애인이랑 데이트한걸 자랑했거든. "
" 언제가고 싶은데. "
" 우리가 그런거 언제 정했나. 내일 아침에 일찍 가자. "
-
" 빨리 안나오면 안갈꺼야. "
어제 그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관계를 가지고 새벽에 조용히 일어나 편지를 썼다.
그에게 쓰는 첫번째 편지이자,
" 지금 나가!! "
마지막 편지가 되겠지.
편지에는 그닥 중요하지 않는 내용들만 잔뜩 써져있었다.
진지하게 쓰려니 당장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아 정말 필요한 말들을 쓰지 못했다.
결국 내일 입고 나갈 옷 주머니에다가 넣어버린채 다시 잠이 들었다.
너무도 따뜻한 그의 품 안에서.
" 가자, 출발! "
" 다른 날보다 더 들떴네. 왜그래? "
" 어? 내가 언제 놀러가는데 얌전했던 적 있어? "
" 하긴. "
오늘은 눈물을 참을 일이 많을 것 같다.
.
" 끄아아아아아악!!!! "
" 와아아아아아아!!!!! "
하필 사람이 많은 날을 골라서 놀이공원이 복잡하다.
그래도 오랜만에 와본 장소이기에 놀 땐 놀자는 생각이 들어 그의 손을 꼭 붙들고 줄을 섰다.
어린이들이나 타는 작은 기구들부터 시작해서 롤러코스터까지 쭉 돌았더니 벌써 해가 저물어간다.
축제가 있는 날인지, 직원들이 이것저것 짐을 나르기 시작했고
한쪽에서는 작은 무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즉석으로 앞에 나와 노래를 부르는 무대.
관객들의 호응도에 따라 선물이 정해지는 듯 했다.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난 옛 약속이 떠올라
그가 부르는 것도 듣지 못한 채 무대위로 올라섰다.
" 자기소개부터 해주시고 시작하시면 됩니다! "
" 아....저, 애인이랑 같이 여기에 놀러왔어요. "
" 애인은 어디에 있나요? "
당연한듯이 물어보는 직원을 보다가 앞을 보니 벌써 맨 앞자리에 앉아서 나를 보며 웃고있는 박찬열이 보인다.
그 모습에 환하게 웃자 객석이 조용해지면서 나에게 집중해왔다.
" 예전에 애인한테 꼭 노래부르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약속했는데, 오늘 마침 이런 자리가 있네요.
작은 선물하나 주고싶어서요. "
" 부르실 곡은? "
" Jessica의 Goodbye. "
음원을 찾기가 어려울텐데,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노래를 틀어준다.
절대로 고백엔 어울리지 않는,
이 상황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그래서 더 달콤한 노래.
" I can feel your heart and I sympathize
And I'll never criticize
all you've ever meant to my life "
그는 역시 가사를 알아들은 것 같다.
그래, 못알아들을 수가 없지.
중간의 가사가 들리자 눈에 띄게 표정을 굳히곤 나를 쳐다본다.
그 불안한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살짝 웃어주자 일어나려던 행동을 멈추고 계속 나를 본다.
" I would rather hurt myself
Than to ever make you cry
There's nothing left to say but goodbye "
노래가 계속 될수록 가사가 맘에 안들었던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무대위로 올라와선 내 팔을 끌고 내려간다.
바보같은 사람.
이렇게 작은거에도 불안해하고, 상처받으려한다.
단지 노래를 부른다는 것만으로도, 아파한다.
날 보려하지 않고 팔을 잡은채 빠르게 걷는 그가 안쓰러워 몰래 눈물을 흘렸다.
' There's nothing left to try
Thought it's gonna hurt us both
There's no others way than to say goodbye. '
.
" 나 이것들 사줘! "
" 왜 이것들인거야. "
" 선생님도 써야지! "
나는 토끼귀, 박찬열은 호랑이귀.
동물귀 모양 머리띠를 쓰고 사진을 찍었다.
그와 사진을 찍는 동안은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그러나 약속시간이 다가오는것은 멈출 수 없었다.
" 우리 롤러코스터 한번 더 탈래? "
" ...... "
" 끄악!!!흡!!으악!!!! "
" 으하!!!! "
끝도없이 돌아가는 탓에 정신을 못차리다가
내 앞에서 소리지르는게 조금 창피했는지
입을 앙다물고 눈을 꾹 감더니 몇 초 지나지 않아 결국 포기한다.
그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 박찬열이 못들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사랑해, 평생 같이 있지 못해서 미안해. "
눈에서 벗어난 눈물이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
흐르지 못하고 방울방울 떨어진다.
사랑해.
사랑해, 박찬열.
.
놀이동산 폐장시간이 다가왔는지 하나 둘 불을 끄는 탓에 남아있는거라곤 회전목마 뿐이였다.
사람이 많은 탓에 줄이 길었고,
다가오는 약속시간에 촉박해했지만.
" 나 음료수 마시고 싶다. 줄 서고 있을테니까 사와줘 선생님. "
결국 회전목마 타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 아, 이거 입고가. "
추워하던 내게 벗어준 그의 코트를 벗어 다시 그에게 줬다.
" 안돼, 너 감기걸려. "
" 내가 열이 없어서그래, 갔다 오는 동안 다시 뎁혀놔. "
" 응. 조금만 기다려. "
멀어져가는 그에게 손을 흔들어주기도 하고 펄쩍펄쩍 뛰기도 하다가
결국 그가 보이지 않자 눈물이 흘렀다.
바보같은 변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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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벌써 탔나? "
음료수를 사고 빠른 걸음으로 왔는데, 아이가 없다.
벌써 타버린걸까.
그러나 놀이기구가 세번째 손님을 받는데도 아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무슨일이 있는건지 걱정이 되기 시작해, 주머니 속에 있을 휴대폰을 꺼내는데 작은 종이가 딸려나온다.
음료수를 버리고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변백현.
백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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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쓰려니 오타가 많이 나네요...
자...사라져버린 백현이는....ㅋㅋㅋ
찬열이는 백현이를 찾을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흑흑
백현이가 부른 노래는 여자노래지만...
좋아하니까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