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데 보지말구, 나만 쳐다봐 줘요."
아무 이유 없이 웃기만
하던 남편이었거든요
그런데 결혼을 하고
회식자리를 가졌는지
새벽 늦게 들어왔는데
엄청나게 큰 꽃다발을 들고 온 거예요
그래서
"갑자기 왠 꽃다발?"
하며 당황해하니
대뜸
"여보, 나랑 결혼해줘..."
라고 하는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많이 취했어?"
"나도 멋진 남자 되고싶어."
"당신은 이미 나한테 멋진 남자야."
"그런거 말고,"
"내가 먼저 당신한테 고백하는 그런 멋진 남자 될거야."
그 때 얘기했던 것처럼
얼떨결에 제가 먼저 결혼하자고
고백해버린게
그렇게 한이 됐나보더라구요
일단 알겠다며
꽃다발을 받아든 후
남편을 재웠습니다
그리도 다음 날 아침에
먼저 일어나 남편이 일어날때까지
기다리다가
일어나자마자
"어제 일 기억나?"
하고 물으니 고개를 절레절레 돌리길래
"당신, 어제 밤에 나한테 꽃다발들고 결혼해달라고 고백했어."
라고 했더니
자신도 어이가 없다는 듯
웃고 말더라고요.
근데 귀엽기도 했지만
괜히 안쓰럽기도 해서
주책없이 눈물이 나오려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최대한 울음을 꾹 참고
입을 열었습니다.
"어제 꽤 귀여웠어, 당신."
"다행이다. 당신한테 예쁘게 보여서."
"나한테 그렇게 먼저 고백하고 싶었어?"
"그냥...조금 그랬나봐요."
"당신한테 멋진 남자 되고 싶었나봐."
남편의
'멋진 남자' 라는 말에
결국 울었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이 놀란 얼굴로 일어나
왜우냐며 저를 달래주더라구요.
"내가 그 때 미쳤나봐. 괜히 그런 얘길 먼저 꺼내선..."
"결혼하자는 얘기 먼저 꺼내줘서 내가 얼마나 좋았는데."
"거짓말인거 다 알아."
"나 당신 남편이야."
"당신한테 거짓말 한 적도 없고, 하지도 않아."
"아마 우리 여보가 그런 고백 안해줬으면 나 당신 남편 아니었을지도 몰라요."
"당신한테 용기있는 남자 되고 싶어서, 그래서 그래."
남편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하는 소리에 그제서야 눈물을 멈추었습니다.
그러자
"이것 봐봐, 안우니깐 얼마나 예뻐."
라며 저를 안고
한참동안 다독여주더라구요
그 날 한 30분동안은 그렇게
안겨 있었던 것 같네요
그 이후로도
남편은 술만 마시면
꽃을 가득 손에 쥐곤
자기랑 결혼해 달라며
고백을 합니다.
이럴때마다 전 그 고백을 받아줍니다.
그러면 남편은
아이처럼 베시시 웃어보이곤
제 손을 꼭 잡고 잠을 들더라구요
-
이 일이 있고 얼마 후,
제가 한 번은 남편 회사에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쉬는 날이었는데
우연히 남편이 오늘
회의에 필요하다던 서류를
식탁에 그냥 두고가버린거 있죠
그래서 회의 전까진 시간이 있길래
옷을 챙겨입고
급히 서류철을 챙겨들고
회사로 달려갔습니다.
딱 회사 안에 들어서서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마침 직원들하고 저희 남편이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지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더군요
그래서 "남편" 하고 부르려는데 우리 남편이
"제 아내 진짜 예쁩니다."
라고 하는겁니다.
"아마 제 아내 아무도 못보실걸요."
"예쁘다못해 얼굴에 빛이 납니다, 진짜."
"그리고 제가 아무도 안보여드릴거예요."
"제 아내 얼굴은 저만 볼거거든요."
남편의 그 능글스러운 표정이
상상이 되더군요.
그래서 조심스레
"어쩌지, 남편? 그렇게 못하겠는데."
라고 하니
"..우와. 우와....우와..."
라며 감탄사만 내뱉더군요.
주변 직원분들과 인사를 나눈 후에
"안그래도 팀장님께서 엄청 자랑하세요."
"1일 n번 칭찬 실행중이시거든요."
라고 하는 말씀에
제가 남편을 쳐다보니
남편이 어쩔 줄을 몰라하더군요
그래서 먼저 직원분들이
얘기나누시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길래
"당신만 볼 수 있는 얼굴 보니깐 좋아?"
라며 꽃받침을 해보이자
"진짜 예쁘면 나 회의 발표는 어떻게 하라구..."
라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아직까지 발표자료를 안가져간걸 몰라?"
"아..깜빡했다..."
"빨리 들고 올라가."
"싫어요. 우리 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 응?"
"...좋아. 그럼 지금 뽀뽀 한 번으로 끝낼래,"
"아니면 발표 잘하고 집에와서 뽀뽀 100번 받을래?"
"아...뭐야. 그렇게 박력있으면 내 심장 어떡하라구..."
제 말에 고집을 부리던 남편은
곧바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더니
"조금만 기다려요, 여보!"
"뽀뽀 100번 받으러 달려갈게!"
라며 소리를 치는 덕분에
부끄러움은 제 몫이었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