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그런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 그다음날 쑨양은 나갈까말까 망설이는듯해 보였으나 내가 어디가 한마디만 하자 쑨양은 한쪽입꼬리만 쓰윽 올리며 웃어보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2012년이 저물고 2013년이 돌아오는 새벽에는 소리없이 눈이 많이내렸다. 그동안 계속 혼자봐왔던 눈을 이번엔 쑨양과 함께 차갑게 떨어지는 눈을 새벽내내 보았다. 쑨양도 눈을보다 나를 보다 , 나도 눈을 보다 쑨양을 보다 , 그러다 한번이라도 눈이 마주치면 서로 포스스 웃었다. 그렇게 1살이 더 많아지는 새벽은 , 나름 , 행복하게 지나갔다 .
* *
그렇게 매일의 일상에 돌아갔다. 매일 3시까지 슈퍼로가서 멍하게 있다가, 중간중간 밖에서 재롱부리는 쑨양도 구경하고, 12시가 되서 슈퍼앞에서 기다리다보면 쑨양이 오고 , 매일 같은 골목으로 통해서 같이 집에들어가고 , 씻고서 , 같은 침대에서 자고 . 그렇게 지냈다. 매일 똑같은 생활이라도 지루하지 않았고 , 오히려 행복했다. 쑨양이 옆에 있어서일까 , 아니면 내 옆에 사람이라는 휴식처가 있어서였을까. 매일매일 집에 한기대신 사람 온기가 그득히 차있는것을 느끼다보면 , 집에 들어오자마자 한기가 아닌 , 쑨양이 채워놓은 온기가 있어서 이제는 춥지 않았다 . 따뜻했다.
* *
씻고 평소보다 조금 빨리 준비해서 감기걸린 쑨양에게 오늘은 마중나오지 말고 약을 꼭 챙겨먹으라고 여러번 말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쑨양을 본 후에야 집에서 나와 마트로 가는 골목을 지나는 중이였다. 머릿속으로는 쑨양이 아프지않을까 , 약을 안챙겨먹으면 어떻하지 , 밥은 챙겨먹을까 여러가지 고민을 하며 길을 가던중이였다.
“ 태환아.. ”
소연이다 .
내가 그렇게 잘나갈땐 태환아태환아~ 하면서 달라붙고선 .. 내가 그대로 추락해버리니까 , 나를 모질게 버리던 소연이 . 아련하게 부르는 목소리와 다르게 통통하게 보톡스맞은 얼굴과 , 여기저기 남자들이 사준 브랜드가 덕지덕지 달려있었다. 짜증이 밀려와야 되는데 , 저얼굴을 보면 짜증이 밀려와야되는게 당연한데 , 마음속 깊은곳에선 왜이렇게 .. 반가워하는걸까 .
“ 얼굴빛 좋아보인다 ”
나의 가시돋힌 비꼼에 그녀의 얼굴이그대로 일그러져 눈물을 금방이라도 떨굴것 같은 표정으로 바뀌어 나도 여간 당황했다.
“ 아니야 .. 나 ..너.. 떠나보내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 ”
“ 그렇게 힘들었으면 왜 돌려보냈냐 , 계속 옆에 두지 ”
난 죽을것같았는데 .
“ 아니야 ..태환아.. 내말좀 들어봐 .. 응 ? 나랑 .. 다시 돌아가자 .. 응 ? ”
“ 됬다 , 간다나는 ”
일부러 모질게 굴었다. 혹시나 마음속에 아주조금이라도 , 다시시작하고 있는 감정이 더욱이 더 크게 될까봐 , 아직도 잊지못한 감정이 더욱이 크게 느껴질까봐 , 모질게 굴었다. 그렇게 , 고개숙인 그녀의 옆을 돌아가면서도 고민을 했다. 이제야 와줘서 고맙다 , 이러면서 .. 안아줄까 했지만 내가 힘들때 같이 있어주는게 진정한 동반자 아닌가 생각으로 덮어 겨우겨우 지나가 슈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 태환아 , 우리 다시시작하자 응 ? ”
뒤에서 압박해오는 손길과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만 발걸음을 멈췄다. 저렇게 달콤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 나를 자극했다. 다시 시작해 , 다시시작해 좋잖아 ? 다시 서울로 돌아가서 선생님정돈 할수있어 , 옆에 있는 여자랑 행복하게 살아 , 라는 이상향의 목소리.
“ 후 .. ”
모든 혼란의 감정을 담은 한숨이 깊게 밀려나왔다. 머리로는 소연이를 밀어내버리고 뭐 필요해서 왔냐면서 모질게 굴고 있었고 , 마음으로는 왜이제야 왔냐면서 그녀를 마주 안고 있었다.
“ 추운데 왜왔냐 ”
“ 태환아 .. ”
” 나 여기있는건 어떻게 알고 ”
“ 너 부모님한테 .. ”
“ 후 .. 나너 존나 미우니까 .. 돌아가 ”
부탁이니까.. 결국은 그녀의 약간 흐트러진 빨간 목도리를 고쳐 매주며 돌아섰다. 그녀를 향한 최소한의 예의였다. 혹시나, 이번에도 그녀가 안아올까 발걸음을 늦췄지만 , 이번에는 그냥 가게 내비뒀다. 그냥 온거구나 .. 내 얼굴빛 확인하러 . 옛 남자친구 어떻게 지내나 .. 확인하러 온거구나 . 이런 내모습을 보며 무슨생각을 할까 , 불쌍하다? 보듬어주고 싶다 ? 자신의옆에 두고싶다 ? 모두아니였으면좋겠다. 그냥 .. 매달리면서 태환아 내가 잘못했다 .. 너 없으니까 못살겠더라 하면서 잡아주면서 ..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 있으면 좋겠다고 , 마음속 깊은 구석에서 아우성 치고있었다.
* *
” 지랄하네 .. ”
아주 소설을 써요 . 태환이 사라진 그녀만 남은 그 골목에 작게 욕짓거리가 울렸다. 저 욕은 아마도 태환을 향하는듯 하였다. 얼굴과 몸에서 사치라는 단어가 뚝뚝 흘러넘치는 그녀는 , 하얀손에 대조되는 요란하게 꾸민 검은 손톱으로 이번에 남자친구가 선물해준 코트에 묻은 먼지를 팅겨냈다. 그리곤 양다리 아니 문어다리를 가볍게 걸치고 있던 그녀의 다른 남자친구가 사준 새로 나온듯한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기분 안좋은 표정으로 어딘가로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 야 , 저새끼 돈 많은거 맞아 ? ”
- “ 뭐 ? 저새끼가 누군데 ? ”
“ 박태환 , 걔 돈 많은거 맞아 ? 거지 꼴로 다니는데 ? ”
- “ 야 , 그딴 촌구석 살면서 잘도 사입겠다 . 걔 벌어 들인게 얼만데. 걔CF도 찍고 메달따서 달마다 들어오는돈도 많다던데 ”
“ 아니기만해봐 , 내가 시간 남아돌아서 쟤랑 노는줄 아냐 ”
- “ 아맞다 , 야 어떻게 됬냐 , 다시됬어 ? ”
“ 몰라, 지가 드라마속 주인공인줄 아나, 근데 좀만 꼬드기면 넘어올꺼같아 ”
어느새 입에 자리한 껌을 짝짝 씹어가며 소연이란 그녀는 조소를 자아냈다.
- “ 이번에 빽 나온거 그렇게 비싸냐 , 왜 걔한테까지 붙어 ”
“ 아몰라 , 다른 새끼들은 다 돈이없대잖아 . 그거 갖고 싶단 말이야 ”
- “ 참나 , 그래 잘해봐라 ”
대답조차 하지 않은 그녀는 이제는 통화의무가 끝난 핸드폰을 이번엔 가방에 찔러넣었다. 그리곤 약간 긴 생머리를 쓸어넘기며 자신의 차(이것도 다른남자친구가사주었다)에 가며, 대충 주변에 가까운 여관에 머물러서 다음날도 올 계획을 한 그녀는 , 부드럽게 그골목을 빠져나갔다. 이렇게 자신만알고 다른남자들을 물주로 여기는 자신의 전 여자친구의 정체를 아는것은 같이 노는 그 무리들 뿐이여서 그 주변 남자들도 아닌 운동만 주구장창한 태환이 그녀의 정체를 알기 만무했다. 태환은 자신이 만난 전 여자친구 탓에 복잡한 머리를 진정시키려 멍하니 밖을 보고있었다.
* *
“ 태환왔어 .. ? ”
태환을 조금이라도 일찍 보겠다는 요량이였는지 , 쑨양은 온몸을 이불로 꽁꽁 싸매고 아직도 피곤에 쩔은 듯한 표정을 하고 현관앞에서 나를 맞이했다. 평소같으면 꽁꽁 싸매고 뭐하는 거냐며 장난을 칠텐데 , 전혀 그럴기분이 아니라 그를 이끌고 들어와 침대에 눕혔다. 그리곤 침대에 걸터앉아 쑨양을 마주봤다. 쑨양은 태환이 평소같지 않다는것을 느꼈는지 괜히 웃으며 쉰 목소리를 억지로 내뱉으며 기분을 풀어주려애썼다.
“ 태환 , 나 밥 내가 먹었어 ”
“ 정말 ? ”
말로는 놀라는듯했지만 , 표정은 전혀그렇지 않았다. 그저 거의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내뱉을뿐이였다.
“ 나 약도 꼬박 챙겨먹었어 ! ”
“ 잘했어 쑨양 ”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태환의 손길에 뭔가 복잡한 감정이 묻어나옴을 쑨양은 느꼈다. 태환은 두어번더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씻고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일어섰다. 쑨양은 뒤돌아서 가는 그의 뒷모습이 무언가 감정이 뚝뚝 떨어져 갈라지는 목소리로 태환을 불렀다.
“ 태환 ! ”
평소같으면 뒤돌아봤을태환인데 이번엔 잠깐 멈칫할뿐 뒤돌아보지않았다. 그런 뒷모습을 쑨양은 지독히도 보기가 싫었다. 자신을 떠나버리려는것만 같아서.
“ 응,쑨양 ”
“ … ”
“ 왜불렀어 쑨양 ”
그는 여전히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아침에 나가던 사람과 저녁에 집에 들어오던 사람이 이렇게 바뀔수 있는걸까 . 무엇때문에 그러는거예요 , 왜이렇게 힘들어보여요 , 도대체
“ 무슨일 .. 있었어요 ? ”
태환은 망설였다. 아침에 전 여자친구를 만났는데 , 아직도 나를 잊지 못했대 . 나랑 다시 돌아가고싶대. 나랑 다시 시작하고 싶대 . 근데 나 솔직히 아직 못잊은거같아. 이런 말을 해야하나 망설여졌다. 하지만 이런 말을 쑨양에게 해봤자 돌아오는것 없으리라 생각한 태환은 결국 전혀 반대로 이야기해버렸다.
“ ... 아무일도 ... ”
“ … ”
“ 없었어 .. ”
거짓말인데 .. 거짓말인데 , 쑨양은 그대로 믿을것이다. 태환은 생각했다. 쑨양은 자신이 하는 이야기를 다믿고 , 따르기때문에 믿을것이라고 생각했다.
“ 쑨양 , ”
“ 응 ? ”
“ 나오늘은 거실에서 잘게 ”
혼자 생각하고 싶었다. 그냥 , 생각할것도 없었지만 , 이복잡한 머릿속을 조금이라도 정리하고싶었다. 그녀를 모질게 버릴꺼라는 , 내일 다시 만날수 있을꺼라는 기대감을 정리하고싶었다.
“ 아, 그럼 나도 같..”
“ 아니야, 나혼자잘게 ”
“ 왜 .. ”
“ .. 정리할게 있어서 그래 ”
그리고 태환은 어깨가 축늘어진 채로 방을 빠져나갔다. 그런 뒷모습을 보는 쑨양은 괜시리 마음속에 무언가 상처를받았다. 그저 다른방에서 자고 , 태환의 표정과 기분이 안좋아보일뿐인데 , 괜히 쑨양은 마음속에 뭔가모를 상처를 받았다. 그것도 옅은듯 하면서도 깊게.
우복 |
안녕하세요 우복이예요 ㅠㅠ 오늘 너무 부족하게 왔어요 .. 오늘 다 써야하는 일이있거든요 ㅠㅠㅠ 오늘 못쓰면 너무 길게 못올꺼같아서 .. 좀 부족하게라도 내놓습니다 ㅠㅠㅠㅠ 죄송합니다 여러분 ㅠㅠㅠㅠ 그리고 브금도 없네요 흑흑 ..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