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오해나 엇갈림으로 사랑은 일순간에 모두 깨지고 만다.
#첫사랑 모먼트 DK (1)
" 야 이석민 왜 학교 안 와? "
" 몰라. 그 미친놈을 왜 나한테 물어. "
긴 여름방학을 돌아서 다시 학교에 온 지 한 달째. 소식이 없다. 흔적도 소문도. 넌 없는 사람 같았다.
늘 네 이름 옆에는 내가 붙었기에 모두 너를 찾을 때면 내 옆으로 와 물었다. 하지만 돌아가는 건 웃음기 굳은 냉담한 표정. 그 뒤로 잠잠한가 싶었더니 학교 안 나오기로 유명한 권순영까지 찾아와 내게 너를 물었다. 이전과 같이 내쳤지만 권순영이 내쳐질 애는 아니지. 빈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는 내리 이석민 얘기를 늘어놓았다. 엉덩이 무거운 건 제 친구를 쏙 빼닮아선.
" 나랑 석민이 집에 가자. "
" 뭐? "
내가 걔를 찾아가는 날 내 손으로 장을 지지겠다고 다짐을 하며 뒤돌았는데 내가 미쳤냐고요. 권순영은 제 힘으로 나를 끌고 교실 밖으로 나가려 했다. 의자가 교실 반쯤 끌리고 체념하고 있을 즈음 담임이 와서 다행히 상황은 일단락되었지만 권순영은 쉬는 시간만 되면 뒷문에 바싹 붙어 으르렁댔다. 나는 뭘 알 거라 생각하는 건가. 그만하자고 버럭 소리를 지르던 그 애를. 내가 안다고? 웃기는 일이다. 괜히 옆자리에 붙은 책상에 반짝거리는 놈의 이름표가 싫어 책으로 덮었다. 이제는 내게 없는 이름이다.
학교가 끝나고 나서 권순영을 피해 집으로 가다가 결국 뒷문에서 붙잡혔다. 제 얘기를 들어달라 하도 하소연하며 울먹거리길래 맘이 약해져 운동장에 자리를 잡았다. 없는 돈 탈탈 털어서 샀다며 건넨 아이스크림은 권순영 손에서 반쯤 녹았다. 먹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 너희 여름방학에 연애했냐. "
" ...큽! "
입 밖으로 반이나 새어 나온 아이스크림은 권순영 바지 위로 흩어졌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놈의 먼 운동장 끝을 바라보던 시선은 제 바지를 스쳐 나에게로 꽂혔다. 난 너희 첫날부터 알고 있었어. 더 들으면 안 되겠다 싶어 아이스크림을 한 입에 넣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엉덩이를 탈탈 털며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할 때까지 권순영은 내내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흐리게 퍼진 눈동자가 괜히 사람 떨리게 만든다.
" 그렇게 쳐다보면 뭐 어쩌자고. 나 갈 거니까 계속 쳐다보던지. "
" 먹은 거 다 토해내고 가고 싶지 않으면 얼른 앉아. "
" ... 아 뭔데! 뭐 말하려고 뜸 들이는데! 걔 이름 빼고 말해. 짜증 나니까. "
결국 도로 자리에 앉았다. 권순영은 저도 끼고 싶지 않았지만 누구 하나 죽어야 끝날 것 같아 보이길래 말하는 거란다. 괜히 가슴이 콩닥거려 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해줘? 묻는 권순영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운동장을 달려 나갔다. 창피하게도 집에 도착하자마자 서러움에 다시 눈물을 쏟았다. 그 애와 함께한 날들이 너무 생생해 싫었다.
*
" 너 집 반대잖아 왜 자꾸 따라와. "
" 할 말 있어서. "
" 됐어. 오늘 돈 없어서 아무것도 못 사주거든? 얼른 돌아ㄱ… "
" 나랑 사귀자 "
늦은 학원을 마치고 집에 가던 중, 이석민에게 느닷없이 고백을 받고 너무 놀라 따라오던 이석민의 발을 밟아버렸다. 악 소리를 지르며 뒤로 자빠진 네가 저린 엉덩이를 부여잡고 멍한 내게 손을 뻗어 말했었지.
" 나 일으켜 줄래? "
그 말이 곧 헤어지자는 건지도 모르고, 네 손을 잡은 나였다.
*
붙어 다니던 학원을 뒤로한 채, 버스를 타고 놀러 갔다. 학원을 째기도 처음, 둘이 먼 곳으로 놀러 가기도 처음이라 가슴이 마구 떨리고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핸드폰을 들었다 놓기를 수십 번. 이석민은 재빨리 내 손에 쥔 핸드폰을 꺼 제 가방에 넣었다. 저거 봐 밖에 진짜 푸르다. 창밖을 가리키는 네 손가락이 부르르 떨렸다. 그럼에도 당황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재빨리 손을 걷어내는 게 웃겨 픽 비웃었더니 왜 웃냐며 한쪽 볼을 제 큰 손바닥으로 마구 뭉갰다. 야 화장 다 번져! 예상대로 떨어져 나간 손바닥에 화장품이 잔뜩 묻었다. 잠시 정적이 맴돌았고 나는 그대로 이석민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내가 얼마나 공들였는데 그거 좀 웃었다고 다 뭉개...?
" 못하는 화장 몇 주 전부터 빡세게 연습하고, 새벽부터 일어나 화장한 건데 너한테 얼마나 잘 보이고 싶었는데 우리 첫 여행인데! "
악을 지르며 달려들자 찔끔 나온 눈물을 훔친 이석민은 내 입을 다급하게 막았다.
" 야 예뻐 괜찮아. 원래 예뻐. 너 예뻐. 예쁘다니까 진짜. "
*
푸른빛 도는 바다가 보이자마자 샌들을 벗어던지고 바다로 뛰어갔다. 발끝에서 살랑거리는 파도와 질척이는 모래에 기분이 좋아 히히덕 거리고 있던 때, 이석민은 날 들어 안더니 무섭게 척, 척. 바닷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엉덩이 밑으로 바닷물이 느껴지고 이석민의 허리 높이까지 바닷물에 잠기니 나는 그 상황이 굉장히 아찔했다. 악착같이 이석민 목을 세게 껴안고 안돼. 진짜 아니다 이건. 이라며 떼를 써보았지만 킬킬 웃으며 날 안은 팔에 힘을 푸는 이석민이 참 얄미워 차라리 팔뚝을 물고 떨어져 버릴까 했다.
" 나 좋아, 싫어. "
" 그건 왜 물어봐. "
이석민은 무릎을 굽혀 내 허리까지 바닷속으로 한번 깊게 들였다 내보냈다. 이럴 거였으면 진작에 말했을 텐데. 나는 차가운 물에 발버둥을 치며 다시 한번 이석민을 세게 붙잡았다.
" 좋아! 너 좋아서 죽을 것 같아! "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네가 이내 알겠다더니 나를 바다 그 한가운데로 던졌다. 아 내가 속았구나. 몸이 붕 뜨고 나서 후회를 하긴 했지만,
네가 좋다니 좋았다. 같이 웃고 있다는 게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
해가 바다 끝에 반쯤 걸려 푸른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우리는 돈도 없고 가져온 도시락도 몇 알 빼곤 다 먹어치운 터라 빈 배를 두들기며 큰 바위에 앉아 다 불은 발을 바닷물에 넣고 첨벙대기만 했다. 몰래 빼왔다던 제 누나의 귀여운 하트 선글라스를 내게 씌워주곤 한참을 말없이 쳐다보다 제 품 안에 꽉 들어차게 날 안았다. 갈비뼈가 눌릴 만큼 세게. 쿵쿵. 심장이 울린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혹시나 네게 전해질까 몸을 최대한 닿지 않게 수그렸지만 그럴수록 넌 날 더 꽉 안았다. 귀가 후끈하다 못해 얼얼했다.
" 야 됐어. 옷 갈아입고 와. 집에 가야지. "
간신히 떼어놓고 젖은 머리 위로 수건을 던져 마구 헤집었더니 답지 않게 애교를 부리며 칭얼댔다. 가야 돼 얼른.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간신히 참고 이석민을 끌고 일어나 탈의실로 걷기 시작했다.
" 우리 나중엔 꼭 제주도 가자. "
" 돈 많이 벌어서 고기 사줘 석민아. "
" 알겠어 사줄게. 배 터지게 사줄게. "
" 약속해. "
불쑥 내민 손을 바라보던 네 눈동자가 커졌다.
" 너 얼마나 먹으려고 약속까지 하냐? "
" 배 터져서 죽을 때까지. "
어이없다는 듯 웃은 네가 이내 눈앞에서 흔들거리며 춤추는 내 새끼손가락에 손을 걸었다. 얼른 도장 찍어. 그 말에 주춤하나 싶던 너는 두 눈을 질끈 감은 체 엄지손가락 끝이 아닌 내 입술 끝에 도장을 찍고 달아나 버렸다. 멍한 나와는 다르게 달려나간 네가 뒤를 돌아 세상을 다 가진 표정으로 웃었다. 네 웃음이 어찌나 사람을 녹이던지.
내 닿지 못한 엄지 끝에는 찬 바람이 스쳤다.
*
그 여행을 뒤로 우리는 외출 금지를 당했지만 가족들 눈을 피해 주고받는 연락으로 근근이 살았다. 깔깔 웃는 소리가 문 밖으로 새어날까 긴 열대야에도 에어컨 바람 한 번 스치지도 못한 채 방문을 걸어 잠그고 집 전화로 전화를 했는데, 근데 며칠 전부터 전화가 닿지 않는다. 손가락에 길게 꼬인 전화 줄만 매만지기도 며칠 째인지 몰라. 학원도 말없이 끊어버려서 말할 틈이 없었다. 마지막 수신음이 끝나자마자 나는 안방 탁상에 있는 휴대폰과 함께 집을 뛰쳐나왔다. 내 이름으로 집이 고래고래 울리니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숨이 턱 끝까지 차도 엄마가 뒤따라올까 한 번도 뒤돌지 않은체 더 열심히 뛰었다. 들고 나온 돈이 없어 버스를 못 타 걸어오느라 노을질 때 집을 나왔는데 한밤중에야 도착했다. 차마 집 앞까지는 못 가고 바로 앞에 있는 놀이터 그네에 앉아 계속 전화를 걸어봤지만 똑같았다.
내가 진짜 벨튀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쓴 한숨을 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락하나는 줄 수 있던 거 아니냐고. 혼자 생에 배운 욕이란 욕을 다 뱉으며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려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옆 동 불 꺼진 가로등 아래 이석민이 눈에 들어왔다. 옆에는 그림자 져서 얼굴은 안 보여도 긴 머리가 살랑거리는 건 보였다. 듣기에 이석민 누나는 단발머리인데 저 여자는 누구람. 빠득 이가 갈렸다. 전화 안 받고 연락도 안 하는 게 그래서 그런 거야? 장난도 도가 있지. 콧김을 뿜으며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근데 오히려 가까워지니까 두려워지더라. 이석민을 몇 발 앞에 두고 걸음이 느려지다 못해 멈췄다. 해맑게 웃는 걸 보자니 괜히 목울대가 울렁거리고 코가 찡했다.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나는 크게 소리를 내며 울었다. 맨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벅벅 문질렀지만 어째 닦이기보단 번졌다. 큰 울음소리에 내게 이석민의 눈길이 닿았다. 난 곧장 그곳에서 달아나려 달렸고 너는 그런 나를 쫓아 달렸다.
얼마 못가 나는 붙잡혔다. 신호등이 빨간 불인지도 모르고 달리다가 차에 치일뻔한 나를 이석민이 품에 안았다. 퉁퉁 부은 눈이나 손바닥에 쓸려 빨갛게 올라온 볼을 보이기 싫어 신발 앞 코만 쳐다보며 뒷걸음질 치는 나를 한참을 쳐다보던 너는 왜 우냐며 억지로 내 고갤 들어 올리려 애를 썼다.
" 몰라서 물어? "
" ... "
" 몰라서 묻냐고 지금. "
이석민은 제 목덜미만 매만졌다. 왜 전화 안 했냐는 내 물음에도 여전히 목덜미만 만졌다. 왜 학원 안 다니냐는 내 물음에도. 왜, 왜 답을 못하냐는 내 물음에도.
" 장난해? "
답답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결국 주먹으로 네 어깨를 때렸다. 힘없이 뒤로 밀리는 네가 신호등에 붙을 때까지 나는 너를 뒤로 밀어냈다.
" 왜 따라왔어? 말도 못할 거면서 잡기는 왜 잡았냐고. 말을 해야 알 거 아냐! "
빽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네가 목덜미에 올려져 있던 손을 내렸다.
" 그만하던가 그럼. "
너는 내 몸에 손도 대지 않은 체 나를 무너뜨리더라. 산산이 조각 내 버리더라.
*
한참 울고 쓰려져 잔 뒤에 열이 올랐음에도 학교를 나갔다. 안 갈 법도 한데 그 애 때문에 내가 아픈 게 싫었다. 퉁퉁 부은 눈으로 수업을 듣다 쌤들에게 한껏 놀림을 당했지만 버텼다. 책 귀퉁이에는 개새끼야. 와 같은 몇 글자만 가득했다. 그렇게 까매진 귀퉁이에도 네 이름은 없었다.
시간은 잘 갔다. 몇 시간 자습을 날로 먹고 속으로 욕을 하다 퍼질러 잤는데 어느덧 점심시간인지 교실이 텅텅 비었다. 진짜 어떻게 아무도 안 깨워주냐. 창가로 고개를 돌리는데 옆자리에 권순영이 앉아있었다.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뒤로 반쯤 넘어간 의자를 덥석 잡은 놈은 울었냐며 추근댔다.
" 왜 자꾸 찾아와. 또 무슨 얘기하려고. "
" 학교 끝나고 놀자. "
뭐? 내가 잘못 들었나. 몇 번 후벼판 귀가 무색하게도 놈은 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석민 없어서 심심하다며 책상에 엎어져 찡얼거리는데, 왜 하필 나야. 나는 대충 얼버무리며 권순영을 반에서 몰아내고는 귀찮은 손을 흔들며 알겠다며 내쫓았다. 신발 끈을 단단히 묶어놔야겠다고 생각했다.
" 피시방 먼저 갈까? "
튀기는 개뿔. 제대로 목덜미 붙잡혀서 끌려가는 중이다. 그러게 뭐 하러 빨리 뛰겠다고 뒷문으로 갔냐고. 거기가 권순영 아지트라던데. 그래도 나름 가방도 들어주면서 돈도 다 대준다길래 순순히 따라갔다. 또 그 애 얘기를 한다면 바로 정강이를 차고 집에 가버려야지. 게임을 끝내고 집으로 가려다 시간이 이른데 어딜 가냐고 한소리 들었다. 이왕 노는 거 한번 죽어보자며 시내로 옮긴 발걸음과는 다르게 핸드폰이 징징 울렸다. 엄마한테 깨지겠네. 타는 속을 푹푹 퍼 넣는 빙수로 달랬다. 띵한 머리를 부여잡으면서도 손을 멈추지는 않았다.
" 야. 천천히 먹어. "
" 왜 "
" ... "
" 왜! "
" ...이석민 온대. "
곧바로 권순영의 정강이를 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가 부르래! 아주 가지가지 해 미친놈아! 다급하게 가방을 챙겨 일어나 건물을 빠르게 뛰어나갔다. 그냥 야자나 할 걸 뭣하러 일찍 나와선. 뒤쫓아 달리던 권순영은 사라지고 그 시내 한복판에 나는 혼자 달리고 있었다. 단단히 묶었다 생각했던 운동화 끈이 다 풀린지도 모르고 겁 없이. 우리의 마지막 날처럼 달렸다. 어째 쫓는 사람도 없으니까 더 슬픈 거 있지. 차라리 널 기다렸다가 뺨이라도 한대 치고 올 걸 그랬다.
시내를 벗어나기 직전 빨간 신호등.
반대편 끝에는 네가 걸쳐 있었다.
10초 남짓한 신호등을 사이에 두고 우린 달려오느라 가빴던 숨을 정리할 뿐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많이 야윈 게 보기 싫었다. 신호가 끊길 무렵 이석민은 내 코앞까지 달려왔다. 뒷걸음치던 나는 풀린 신발 끈을 밟고 넘어졌다. 오지 마. 오지 마. 오지 마. 내 속 말은 입 밖으로 내뱉지도 못했는데. 내 눈앞에는 네 손이 와 있었다.
" 잡아. "
엉덩이가 저려 일어나지도 못하고. 뻗친 손만 내려다봤다. 우리가 시작한 그날과 똑같은 것 같아서. 이 손을 잡으면 다시 또 악몽을 꿀까. 두려움에 잡지도 못하고 눈물만 울컥였다. 얼른 잡으라 몇 번을 보채는 목소리에 손을 등 뒤로 숨겨버리자 너는 답답한 머리를 헤집으며 한숨을 쉬었다. 지나가면 될 걸 왜 챙겨주고 있냐고. 그날처럼 스쳐 지나가면 될걸.
" 마지막이니까 잡으라고.
나 이민 가서 너 못 보니까
얼른 잡아달라고. "
결국 나보다 먼저 울음이 터진 네가 한 손으로 빨리 눈물을 훔치며 떨리는 손을 내게 더 가까이 디밀었다. 이민이라는 말에 나 또한 눈물이 터져 자리에서 일어났다.
" 가긴 어딜 가. 놀리는 거지 너. "
이내 나를 꽉 붙잡고 껴안은 너는 더 서럽게 울었다. 떨리는 어깨를 토닥여 봤지만 더 센 전율이 일었다. 어깨가 다 젖고 나서야 너는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붉은 눈을 마주한 뒤 가슴은 여러 갈래로 조각이 났다. 어디서부터 엇갈린 걸까. 우리의 시간이 언제 멈출지 몰라 두려웠다. 눈물을 간신히 정리하고 너는 주머니를 한참이나 뒤적이다 쭈뼛대며 내 목을 감싸 안았다. 목덜미가 차갑게 식어 시선을 내리니 그 끝에 참 예쁜 꽃이 달려 있었다. 너는 미처 닦지 못한 눈물 자국을 지우며 웃었다. 그 웃음이 그렇게 아프더라.
" 예쁘네. "
내 볼을 쥔 너의 손. 그 온도가 뜨거웠다. 언제 올 거야. 묻는 답에 고개를 저었다. 너 더 예뻐지면 올게. 웃음 끝에 달린 물기에 차마 네 얼굴을 보지도 못한 체 널 일그러지게 안았다. 내 어깨만큼 네 가슴께가 젖었다.
우리의 첫사랑은 언제 다시 돌아올까.
。석민 번외로 찾아뵙겠습니다. 。
암호닉 신청 받아요. 후에 메일링 있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