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스, 소유 - Officially missing you, too
Happy ending
여전히 추운 날씨에 시린 손을 등 뒤로 맞잡고 아저씨를 올려다보며 웃자 아저씨는 주머니를 뒤져 진한 파란색 장갑을 꺼내 건냈다.
"아저씨는 어쩌구요?"
"난 뭐- 그냥-"
크디 큰 장갑에 손을 넣고 헐렁하다며 흔들어 보였다. 서로에 대해 알면 알 수록 13층에서 1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시간이 짧다고 느껴졌다.
이유가 뭘까?
Happy ending 01편 中
벌써 그게 1년 전 일이다. 엘리베이터에서의 어색한 만남. 그리고 어김 없이 올 겨울도 춥다.
크고 작은 아파트가 밀집 되어 있는 학교 부근에서 친구들과 헤어져 뉘엿뉘엿 해가 지고 노을이 깔린 하늘을 보며 쎄한 바람을 이겨보려 자켓을 더 여미었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려면 조금 높다 싶은 언덕을 올라야하는데 지금 같은 겨울엔 눈이 오고 기온이 뚝 떨어지면 꽝꽝 얼어 오르기가 힘들다.
곳곳이 얼음이라 차는 물론이거니와 사람도 잘 다니지 않지만 우리 아파트는 꼭 이 언덕을 넘어야 갈 수 있다. 올라가든 내려가든 매번 온 몸에 긴장감이 돈다.
흙이 뿌려진 곳만 조심 조심 밟다보면 익숙한 신발코가 눈에 들어온다. 하얀 눈 사이에 홀로 까만 신발코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면 아저씨가 서 있다.
"여기 미끄러우니까 거의 다 오면 전화하라니까-"
아저씨는 주머니에 쑥 넣은 손을 꺼내 단단히 내 손을 잡았다. 따뜻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내 손이 차가운건지 아저씨 손이 따뜻한건지.
"아저씨 부른다고 안 미끄러지나?"
"그래도 이렇게 손 잡고 올라가면 덜 다치지"
말 대꾸 한다며 내 머리를 콩- 하고 쥐어박은 아저씨는 연신 싱글벙글 웃었다. 무슨 좋은 일 있냐고 묻자 오늘은 회사가 일찍 끝나 좋다고 말한다.
"그렇게 회사가 싫어요?"
"맨날 일은 산더미 처럼 주고 나 보고 다 해결 하라고 한다니까-"
"그럼 다른 회사 알아보면 되잖아요-"
"그만둘 수가 없으니까"
아저씨는 종종 알쏭달쏭한 말을 했다. 그럼 나는 아직 내가 어려서 잘 모르겠거니- 하고 아저씨의 손을 더 꼭 잡는다. 아저씨를 올려다보면 빙긋 웃어준다.
"어? 눈 온다"
아저씨의 말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하얀 눈송이가 조용히 내린다. 하루 종일 하늘이 흐리멍텅 하더니 기어코 눈을 흩뿌리고야 만다.
"우리 김밥 재료 사가서 싸먹어요!"
언덕을 다 오를 때 쯤 마트를 가르키며 말했다. 아저씨는 기분 좋게 웃으며 마트로 이끌었다.
* * *
내가 계산하겠다는걸 기어코 말리고 결국 또 아저씨가 지갑을 열었다. 매번 미안하기도 하고 어리다고 무시하는것 같아 기분 나쁘기도 하고.
조금 뾰로통 해져 있자 아저씨는 볼을 아프지 않게 잡아당기며 삐졌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 쟁이라며 코를 잡아 당긴다.
"돈 버는 사람이 내는거야-"
나도 엄마한테 용돈 받는데- 하며 삐죽삐죽하면 아저씨가 내 머리를 헝크러뜨린다. 그리고 주머니 속에서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을 꺼냈다.
아저씨는 조금 인상을 찌푸리더니 조용히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고서 아저씨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상대가 하는 말만 잠자코 듣고 있었다.
무슨 내용의 전화일까 궁금했지만 상대의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점점 심각해 지는 아저씨의 표정에 장난 치려는걸 그만 두었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아저씨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아저씨 바지와 장거리 가득 담겨있는 비닐 봉지가 마찰되 부시럭 대는 소음을 만들어 냈다.
혹여 넘어지기라도 할까 조심 조심 눈길을 밟는 소리가 뽀드득 뽀드득 났다. 먼저 말을 걸고 싶었지만 도저히 먼저 말을 걸 수 없었다.
"안되겠다"
아저씨가 나에게 처음 한 말이다. 우뚝 멈춰선 아저씨는 내 두 손에 마트 비닐봉지를 건냈다. 어리둥절해서 아저씨는 바라보자 아저씨는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회사에 일이 생겨서 가봐야 될것 같아. 금방 올게. 집에 가서 재료 냉장고에 넣어놓고 문단속 잘 하고 있어. 알았지? 아무도 문 열어주지 말고-"
내 양 어깨를 잡고 눈을 한번 맞춘뒤 아저씨는 힘들게 올라온 언덕을 빠른 걸음으로 내려갔다. 넘어지니까 조심하라는 내 외침에 아저씨는 손을 흔들어 보였다.
쫑알 쫑알 대며 아저씨와 함께 걸어온 언덕을 내려다 보니 까마득 했다. 벌써 조그만하게 보이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니 한 숨이 절로 나왔다.
* * *
아저씨 집에 돌아와 먼저 아저씨 말대로 문을 잠궜다. 그리고 주방으로 들어가 사온 식재료를 차곡차곡 정리했다.
내가 오기 전에 춥다고 보일러를 틀어놨는지 집이 따뜻했다. 가방과 벗은 자켓을 쇼파 한 켠에 던져 뒀다.
말은 금방 온다고 했어도 급하게 나가서 빨리는 못 돌아올것 같아 서툰 솜씨는 김밥을 싸기 시작했다. 몇 번 말아 본적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서툴었다.
결국 아저씨는 사온 재료로 몽땅 김밥을 다 싸고 나서도 돌아오지 않았다.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기도 하고 오지 않는 아저씨가 밉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회사 일찍 끝났다고 좋아했던 아저씨의 모습이 떠올라 불편하기도 했다. 잘라 놓은 김밥 꽁지를 하나 입에 넣었다. 좀 짜다 싶다.
붉게 물드는 하늘을 거실 통유리 창문으로 보며 나른한 몸을 식탁에 엎드려 뉘었다. 손가락을 까닥이며 초침을 따라 박자를 맞춰 봤지만 아저씨는 오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초고추장입니다~ 방학이라 여기저기 학원도 다니고 약속도 많아서 이 시간에 글 올리거 죄송합니다ㅠㅠ
낮에는 도저히 시간이 안나네요 어휴... 저는 다시 글쓰면 그 때 그 마음 그대로 술술 써질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ㅠㅠㅠ
막상 써보니 한 문장 쓰고 막히고 한 문장 쓰고 막히고 아주 죽겠어요ㅠㅠㅠㅠㅠ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00편 댓글을 보니 저 안잊고 기다려주신분들이 계셔서 너무너무 감사하고, 기뻤어요! 기대에 못 미칠까봐 걱정입니다..
글을 써 놓고도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것 같아 자꾸만 마음이 안놓여요... Hㅏ... 글 연습 열심히 할게요...
추운 겨울 따뜻하게 나시길 바라면서 오늘 주저리는 여기서 그만 할게요! 굿밤!!
Thanks to.
워더님
기식빵님
지몽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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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gle님
+댓글 달아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