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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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늘 빠지지 않고 나오는 그런, 사건 이였다. 3년 전 나는 검도 국가대표 유망주 타이틀만 빼면 졸업을 앞둔 평범한 중학교 3학년에 불과했다. 모두들 입을 모아 떠들어대는 그 사건에 질릴 대로 질려 그 사건에 반감을 가졌었던 나는, 텔레비전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여자가 -아마 그 사건의 피해자의 엄마였던 것 같다- 분을 칠한 볼 위로 눈물을 뚝뚝 흘려 볼에 보기 흉한 눈물길이 나있는 것을 보고 조소를 터트렸던 것 같다. 그 와중에 화장할 정신은 있었나보네. 텔레비전을 끄고 도복을 챙겨들었다.
중학생 유괴사건. 그저 빈번하게 일어나는 범죄들 중 하나였다.
정수기 근처에 친하지도 않은 여선생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쑥덕대는 이상한 광경을 보기까지 했다.
체육은 전해줄 것이 있다면서 책상을 뒤적거렸다. 너저분히 늘어진 책상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딱히 정리를 즐겨하는 입장은 아니었지만, 체육의 책상은 정말 너저분했다. 눌러 붙은 커피자국을 보다 아예 고개를 돌렸다. 아직도 수다를 떠느라 바쁜 여선생들 무리가 보였다. 그 중에는 담임도 속해있었다. 아까부터 어딘가를 흘깃대는 눈빛들은 한 곳을 향해있었다. 무심결에 그 시선이 모인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엔 반듯하게 앉아있는 남학생이 있었다. 어깨가 축 처져있어서 인지 작아 보이는 뒷모습과 반듯하게 다듬은 까만 뒤통수 밑으로 하얀 목이 드러나 있었다. 저 자리는 담임 자린데. 처음 보는 뒤통수였다. 전학생 쯤 되려나. 아 여기 있네. 체육의 굵은 목소리에 다시 고개를 돌리자 종이를 툭툭 치던 체육이 종이를 건넸다. 회장기 검도 대회 신청서. 큼직하게 인쇄된 글자가 보였다.
“한 달 뒤니까, 연습 열심히 하고. 아침 연습, 방과 후 연습 꼭 나와라.”
체육의 잔소리가 지루하게 이어졌다. 무심코 옆을 보자 어느새 갔는지 담임은 전학생과 대화 중이였다. 열심히 말을 하던 담임이 축 처져있는 어깨를 몇 번 두드리고선 미소를 지어보였다. 담임은 어딘가 안쓰러운 듯한 눈빛을 보였다. 대화가 끝났는지 남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하곤 나가버렸다. 그리고 엇비슷하게 체육의 말도 끝났다. 기대한 만큼 결과내야 한다. 입술을 꾹 물었다.
“가보겠습니다.”
응 그래, 열심히 하고. 체육에게 짧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도망치듯 빠르게 걸었다. 교무실 문을 열자 우연스럽게도 오세훈이 서있었다. 내 손에 쥐어진 종이를 훑던 오세훈이 물었다. 체육? 어. 대회? 어. 짧게 이어진 대화를 끝으로 몸을 비켜 교무실을 나왔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쟤가 그 애야? 대박이다, 옛날에 그 티비에 나왔던… 시선들은 모두 한 곳에 있었다. 교무실에 여선생들이 그랬듯. 그 중심엔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교무실에서 봤던 까만 뒤통수의 남학생이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하얗고 긴 손가락이 축 처진 어깨에 걸려있는 까만 책가방 끈을 세게 쥐었다. 1년 전,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 갓 되었을 때 중학생 유괴사건의 피해자는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 지긋지긋한 사건의 끝에서 텔레비전의 딱딱한 화면 너머로 본 마지막 모습은, 오열하며 아이를 끌어안는 여자와 그런 여자를 감싸던 남자 그리고, 아무런 표정 없이 여자의 품에 끌어 안겨있던 깡마르고 더러운 아이, 그리고….
나는 이상하게도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서 그 아이의 눈을 기억에서 지울 수 없었다. 아무것도 담지 못하고 텅 비어있던 눈을.
사람들 틈에서 힘없이 복도를 걷는, 움츠러진 어깨 밑으로 달랑거리는 플라스틱 명찰이 보였다. 변백현.
별 느낌 없이 백현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아, 마지막으로 그 텅 빈 눈을 보며 든 생각이 하나 있었다.
변백현은,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까?
이미 꼬리표가 붙은 이상은 평생 정상적으로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야, 도경수!”
멀찍이서 큰 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변백현의 뒤로 루한이 보였다. 루한은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듯이 밝게 웃으면서 뛰어왔다. 흥미없이 다시 고개를 돌리려 하자 한 번 더, 루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경수! 그 목소리에 변백현이 움찔거렸다. 그리고 줄곧 숙여왔던 고개가 들렸다. 루한의 시선이 잠깐 변백현에게 닿았다, 다시 내게 붙었다.
어째서인지 루한의 시선이 복도와 교실 창문가에 붙어있는 것들과 똑같아 보였다.
“교실 가?”
아니, 보건실. 어느새 옆으로 와 묻는 루한에게 대답했다. 백현은 아직도 움직이지 않은 채 그대로 가만히 서있었다. 끊임없이 종알대던 루한이 가만히 서있는 내 팔을 잡아끌었다. 뭐해, 안가? 뺨께로 루한의 시선이 느껴졌다. 왜일까, 가만히 서있는 백현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뭘 그렇게 봐? 루한의 시선이 나와 같은 곳으로 향했다.
“어, 걔 아냐? 변백현.”
유괴 되서 성폭행 당한 애. 작지 않은 목소리였다. 순식간에 복도가 조용해졌다. 백현의 어깨가 한 번 잘게 떨렸다. 루한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2년 동안이나 그랬다며, 같은 남자한테, 듣기에는…. 더 이상 종알거리는 말은 들리지 않았다. 신경이 백현에게로 쏠렸다. 조용해진 복도에서 다 듣고 있을 백현이 안타까웠다.
백현이 걸음을 뗐다. 아까 와 같이 고개를 숙인 채 걸었다. 전보단 조금 더 느린 걸음이었다. 평범한 걸음 이였지만 왠지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마냥 위태로워 보였다.
“나 같으면, 자살했을 텐데.”
가는 발걸음이 또 다시 멈췄다. 들은 걸까. 평소와 달리 날을 세우는 루한을 잡아끌었다. 야, 천천히 가. 더 이상 무슨 말을 할지 몰라서 멈출 수 없었다. 루한도, 나도,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변백현. 그 이름 뒤로 몇 가지 물음이 붙었다. 찬바람이 얼굴에 닿았다. 천천히 좀! 루한의 목소리에 자리에서 멈춰 섰다. 뒤를 돌자 멀찍이에서 변백현이 보였다.
아직도 가만히 멈춰서 있는 변백현의 고개는 반듯이 들어져있었다. 까만 뒤통수에 물음이 붙었다. 변백현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
꼭 읽어주세요 |
1.2 편 썼는데 왜 또 다시 1편을 쓰게됫냐고 물으신다면, 전 편은 유괴,실종 관련 티비프로그램보다가 삘받고 급하게 쓴거라 스토리 구성도 덜 됬고ㅠㅠㅠㅠㅠ막써서ㅠㅠㅠㅠㅠ다시ㅠㅠㅠ짜서ㅠㅠㅠ쓰는겁니다ㅠㅠㅠ 모르시는 분들이 많지만 말해야될거같아서...암호닉 받구요, 전 편에 암호닉 해주신 분들 다시 신청해 주세여ㅠㅠㅠㅠㅠㅠㅠㅠ 전편은 일주일 후에 삭제할려구영ㅠㅠㅠㅠㅠㅠㅠ 갠홈 파느라 바빠서 이제야 쓰네요. 읽어주셔서 감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