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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2

 

 


 종이 치자, 멈춰놓았던 정지화면이 풀리듯 복도엔 다시 웅성거림과 바쁜 움직임으로 가득 찼다. 아침조례를 하려 올라오는

교사들은 나와 있는 학생들에게 호통을 쳤다. 종쳤는데 왜 복도에 나와있어! 그 소리에 무리들은 우르르 교실로 몰려 들어갔다.

 

 

 

 “이것 좀 놔보라니까?”

 

 

 

 루한이 잡힌 팔을 빼려 이리저리 비틀어 대는 것이 느껴졌다. 손목이 쓰라리고 아려와 내려다보자, 어제 다쳤던

손목이 발갛게 푸르게 멍들어 있었다. 힘을 세게 주고 있었는지 루한을 잡은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꽉 쥔 손에

힘을 풀자, 손가락 끝이 본연의 색을 찾으려는 듯 발갛게 올랐다.

 

 

 

 모든 것은 쉽게 제자리로 돌아갔다. 여기저기 모여 있던 무리들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고,

 꽉 쥔 손을 풀면 하얗게 질린 손가락 끝이 제 살색을 찾아가듯이, 쉽게.

 

 

 

 하지만 손목에 멍은 아직도 푸르게 자리 잡고 있었다. 상처는 쉽게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손목의 멍 위로

변백현의 뒷모습이 아른거렸다. 그 뒷모습이 익숙하다고 느껴졌다.

 

 

 

 변백현은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변백현은, 제자리로 돌아온 걸까. 멍든 손목을 한손으로 쓸었다. 쓰라리고 아려왔다.

 

 

 “종쳤어, 반에 가.”

 

 

 루한이 잡혔었던 팔을 문지르다 밝게 웃었다. 알았어. 조금씩 멀어져가는 루한의 발걸음마다 밝은 갈색의

머리카락이 떴다, 가라앉았다, 반복했다. 그 뒷모습을 보다가 어느새 조용해진 복도를 걸었다.

 

 텅 빈 복도엔 백현도, 루한도,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

 


 “제발 파스를 한 통 사서 가지고 다녀.”

 

 

  하루 이틀 이여야지, 운동하는 애가 파스도 안가지고 다녀. 뒤에서 끊임없이 툴툴대며 잔소리를 하는 준면을 무시한 채,

 체육에게 받은 신청서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 파스를 잔뜩 뿌렸다. 화한 향과 함께 시원한 느낌이 손목에 닿았다.

 

 

 

 “같이 운동하는 세훈이는 잘 챙기고 다니던데, 너도 좀 본받아봐.”

 

 

 

  손목을 몇 번 돌리자 아픔이 느껴졌다. 파스통을 잘게 흔들었다. 속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 자꾸 그 뒷모습이 아른거렸다.

 

 

 “선생님.”
 “..왜.”

 

 

  궁시렁대던 준면이 조금 진정된 듯 차분히 대답했다. 뒤돌아서 파스 통을 던져주었다. 무의식적으로 잡은 준면은 또다시 잔소리를 했다.

 이걸 왜 던져, 잘못해서 다른 데로 날아갔으면 어쩔 뻔, 선생님. 내려놓은 종이를 집어 들었다.

 

 

 “또 왜.”

 

 

 그거 다 썼어요. 보건실에서 나오자 신경질적인 준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도경수! 걷는 발걸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5층 복도엔 간간히 수업하는 소리 외엔 조용했다. 운동장에 호루라기를 부는 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반 뒷문에 다다르자

조그맣게 열린 문 틈새에서 낯익은 까만 뒤통수가 보였다. 변백현. 잇새로 조그만 소리가 새어나갔다.

 

 

 홀수 반이라 늘 혼자 앉던 맨 뒷자리의 한자리가 채워져 있었다. 왜인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문 틈사이로 보이는 까만 뒤통수에 붙은 시선도 떨어지지 않았다.

 

 

 뒷목을 주무르는 손가락이 길게 뻗어있었다. 집요한 시선이 느껴져서일까,

까만 뒤통수가 내 쪽을 향했다. 턱선, 코, 그리고 눈.

 

 1년 전 그 날, 아직도 기억하는 텅 빈 눈. 변백현은 그대로였다.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에 약속이라도 한 마냥 시선이 몰렸다. 거머리같은 시선들이 몸에 달라붙었다. 변백현은

언제 고개를 돌렸었냐는 듯 칠판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문을 닫자 시선들은 다시 칠판으로 몰렸다.

 

 

 

 비어있는 맨 뒷자리의 의자를 빼내었다. 일부러 부산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옆을 보자 마네킹마냥

 빳빳한 하얀 목이 보였다. 만져보고 싶다. 불순한 호기심이 붙었다.

 

 

 

 준면만큼 하얗다. 백현의 옆모습을 훑어 내리다 책상 위로 엎드렸다. 조금 뻗쳐있는 머리칼 위로 시선이

 내려앉는듯한 착각이 들어서 뒤통수를 몇 번 쓸었다. 어디선가 시큼한 냄새가 났다.

 

 

 

 엎드려있던 몸을 일으키곤 책상서랍의 책을 꺼내어 귀퉁이를 작게 찢었다. 서랍에 손을 넣고 더듬자

굴러다니는 볼펜이 만져졌다. 볼펜을 꺼내어 종이에 작게 글씨를 썼다.

 

 

 

 [너한테서 냄새난다]

 

 

 

 종이를 옆으로 밀었다. 백현이 종이를 내려다봤다. 한참을 가만히 내려 보다 종이를 뒤집은 백현이 무언가 끄적였다.

 종이가 다시 밀려왔다.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볼펜을 굴리다 멈추고 종이를 봤다.

 

 

 

 [너도.]

 

 

 

 화 낼 줄 알았는데.. 예상외의 반응에 다물어진 입에서 웃음이 비집고 나오려했다. 더 이상 쓸 공간이 없는

 종이를 바닥에 버리고, 아예 책 가장자리에 글씨를 썼다. [나한테서 무슨 냄새나는데?] 책을 밀어주자 백현이 글자들을 훑어보다 그 밑에 이어서 썼다.

 

 

 

 [파스냄새가 진동해, 향수 뿌린 거 같아.]

 

 

 

 작게 웃음이 터졌다. 웃는 내 얼굴 위로 백현의 시선이 느껴졌다. 볼펜 쥔 손을 몇 번 움직이던

백현이 그 밑에 한 번 더 글씨를 썼다. 비뚤한 내 글씨 아래로 단정하고 반듯한 글씨가 이어져있었다.

 

 

 

 [나한테서 무슨 냄새나?]

 

 

 단정하게 쓰인 문장을 보다가 옆을 보자 손톱 끝을 깨작이는 변백현을 보다가 답을 달아주었다.

 

 

 

 [아니]

 

 

 

 짧은 단어를 읽은 백현의 얼굴에 물음표가 떴다. 그래서 그 옆에 덧붙였다. 그냥 말 걸어보고 싶어서 그랬어.

덧붙여 써진 말을 보다가 내 눈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백현의 시선에 나도 같이 마주봤다.

갈색 눈에 옅게 비친 내 얼굴이 흐리게 보였다. 텅 빈 눈에 내가 담겨있었다.

 

 

 

 변백현에게 호기심이 잔뜩 생긴다. 거머리같이 불쾌한 시선들과 소문의 중심에 서있는 백현이

안쓰러워서 그런 것이라고, 동정쯤이라고 치부했다. 마주보던 시선을 먼저 내렸다.

 

 

 

 [내 이름, 도경수]

 

 

 

 

 백현은 물끄러미 종이만 내려다보다 내 쪽으로 책을 밀어주고, 다시 칠판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 옆모습을 보다가 자리에 엎드렸다. 아직도 시큼한 냄새가 났다.

 

 

 

ㅠㅠㅠㅠㅠ분량이 함정이네요 짧고짧고짧네여ㅠㅠㅠㅠㅠ다음 화부턴 좀 길게 써야지ㅠㅠㅠㅠㅠㅠㅠ아휴ㅠㅠㅠㅠㅠ

읽어주셔서 감4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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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독자2
옴마일빠당
11년 전
독자3
제가 사랑하는 오백ㅠㅠ 공허해보이는 백현이가 안쓰럽네요. 백현이한테 신경쓰는 경수도 멋있긔ㅠㅠ 이대로 둘이 행복했음 좋겠네요 작가님 저 여기 누워서 기다립니다 ㅇ>-<
11년 전
독자4
백구예요 오오오 근데 백현이가 너무 위축되고ㅠㅠㅠ 경수는 와웅 조우다ㅠㅠ
11년 전
독자5
죄와벌1에서는 비회원이었는데.....저 가입했어요ㅜㅜㅠㅠㅠ감동. 근데 죄와벌이 더 감동ㅇ...감격.... 이런 경수의 모습이 너무 좋아요ㅜㅜ 사랑합니다...이런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막 오백이들 모습 상상가고 좋네여......재밌어요!
11년 전
가입추카드려옇! 저..저는 댓글에 감격...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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