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은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는 마왕을 사랑하지 않았다. 마왕은 알면서도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는 인간을 사랑하게 되었다. 마왕은 배신감이 들었지만,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는 인간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그녀와 인간은 행복했다. 행복해하는 그녀와 인간을 지켜보던 마왕은 화가나기 시작했다. 그녀가 아기를 낳았다. 마왕은 그녀와, 그녀의 자식. 둘 다 사랑했지만, 그녀를 용서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마왕은 그녀를 사랑했기에, 그녀를 죽이지 못하고 그녀가 사랑하던 인간을 죽여버렸다. 마왕은 그녀와 그녀의 이쁜 자식이 이제 자신에게 올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그녀는 매일 같이 슬픔에 허덕이다, 끝내 자신의 목숨을 끊고 말았다. 그녀가 죽은 자리엔 태어난지 채, 한 달도 되지않은 엄마의 품을 찾으며 울고있는 아기가 있었다. 마왕은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는 마왕을 사랑하지 않았다.
자신보다 몸집이 훨씬 큰, 사내의 품에 안겨 잠을 자고 있던 아이가 애정을 갈구하듯 사내의 품으로 더욱 더 파고 들었다. 아바.. 자신의 품에서 서투른 발음으로 제 아비를 찾는 아이를 본 사내가 착잡한 표정으로 아이을 더욱 더 끌어안았다. 난 네 아비가 아니란다, 나의 아이야. 속으로 중얼거린 사내는 한참 동안 아이의 등을 토닥거리다 아이가 깨지 않게 조심하며 몸을 일으켰다.
"켄."
"네, 부르셨습니까."
문 밖에서 사내를 기다리던 켄이 사내의 부름에 방문을 열고 들어와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 곧 있을 엔의 성인식을 준비해라. 말을 마친 사내가 켄을 지나쳐 자신의 서재로 들어갔다. 그런 사내를 웃으며 바라보던 켄은 침대 위에 누워있는 아이에게 걸어가, 흥미롭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우리 꼬맹이 도련님이 어떻게 변하려나. 아이는 아무 것도 모른체 깊은 단잠에 빠져있었다.
"형아, 형아."
이게 뭐에요? 우리랑 비슷하게 생겼다! 죽은 인간의 시체를 보며 해맑게 웃는 엔을 보던 재환이 이내 곧 있을 아이의 성인식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서류로 고개를 돌리며 대충 말했다. 덜 떨어진 인간새끼. 말을 꺼낸 켄이 한 번 더 자신의 말을 곱씹어보고서야 아차, 하고 엔을 바라보았다. 평소에 인간을 미천하게 생각하던 켄의 본심이 무신경에 나온 것이다. 아하하, 그렇구나.. 형 바쁘니까 나 혁이형한테 가서 놀게요. 이 상황을 무마하려는 듯, 어색하게 말을 뱉은 엔이 쪼르르르 방을 나가버렸다. 아, 골치 아프게 됐네. 엔이 나간 방문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재환이 자신의 목을 죄어오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렀다.
"혁이 형-"
켄의 방을 나와, 복도 맨 끝 오른쪽 방에 톡톡, 노크를 하고 들어간 엔이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혁을 보고 침대에 앉아 조그만 손으로 혁을 흔들었다. 형아-, 형아 하고 애타게 몇 번이나 부르고 흔들며 혁을 깨우던 엔이 꿈쩍도 하지 않는 혁의 눈꺼풀을 보고 금방이라도 한숨을 쉴 듯 앉아있었다. 그러다 떠오르는 켄이 뱉은 말에,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멈춘 엔이 혁을 보며 말했다. 형 안 일어나면 내가 마왕, 엔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벌떡 일어난 혁이 비몽사몽한 상태로 엔을 껴안았다.
"어흐흐.. 우리 귀염둥이 왔구나.."
아직도 잠에 파묻혀 있는 혁의 눈을 본 엔이 꺄르르 웃으며 혁의 얼굴을 조물딱 거렸다. 형아, 빨리 씻고 엔 놀아주세요~. 웃으며 애교를 부리는 엔을 살짝 웃으며 본 혁이 여전히 잠에서 깨지 못한 채, 방과 연결되어있는 욕실로 비몽사몽 걸어갔다. 형 씻고 올 동안 얌전히 있어. 네-, 하고 밝게 웃으며 대답한 엔은 혁이 들어가자마자 또 다시 떠오르는 켄의 말의 침대에 벌러덩 누워 이불을 자신의 머리 끝까지 덮어버렸다. 우리 아빠도, 덜 떨어진 인간 새끼.
그 동안 구상해놨던 것들 다 완결 내 보는게 제 소원이에요! 하나도 다 못 끝내고 또 일을 벌리네여 으라챵ㅀㄹ러ㅏ호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