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조카들 또 내 방 난장판 만들어ㅠㅠㅠㅠ개짜증ㅠㅠㅠ 넌 출발했냐?
- 방금 출발. 난 도착하면 밤이겠다.
- 와 뉴스 보니까 차 겁나 막힌다는데... 애도함 ㅠㅠㅠㅠㅠ 그래도 넌 용케 따라간다. 뻥치구 우리 집에서 자지ㅠㅠㅠ
매년 짜증나지도 않냐? 그 먼거리를? 명절이 돌아오는 매년 그 때마다 매번 물어오던 질문들. 전라남도 산골짜기 산 깊숙한 곳의 할머니댁. TV는 뒤가 툭 튀어나온 언제 샀을지 추측도 안되는 고철덩어리. 컴퓨터는 물론 인터넷선도 들어오지 않은 문명의 오지. 와이파이는 물론 상상도 금지. 그래도 요즘엔 폰 데이터는 되니 예전에 비하면 썩 환경은 좋아진 편이었다. 슈퍼도 없는 이 작은 시골 동네는 같은 씨의 문중들이 모여사는 아주 조용하고 고립된 '시골' 그 자체의 곳. 내 또래의 사촌은 어느새 하나 둘 발을 빼면서 명절마다 모이는 사람들은 그저 어르신들만 북적북적했다.
심심하잖아. 거기 가면 놀 사람도 없고. 가기 싫지 않냐?
마지막으로 남겨진 친구의 툴툴거림에 대충 답하곤 단톡방의 알림을 대충 꺼버렸다. 아까만 해도 술판으로 시끌시끌하던 마당이 조용했다. 폰 액정을 눌러 보니 벌써 새벽 2시 반을 조금 넘긴 시간. 살짝 방문을 열고 나오니 거실엔 대충 이불을 꺼내 덮고 누워 잠든 어른들이 코를 골고 있었다. 드디어. 두근두근 심박수를 올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살금살금 걸어 주방에 들어섰다. 낮에 엄마 옆에 붙어서 한참을 빚어낸 송편과 호박전. 손에 잡히는 보자기를 하나 잡아 채 빠른 손길로 그것들을 한움큼씩 담았다. 주방 뒤꼍으로 이어진 쪽문, 작은 환기창으로 들어오는 밝은 닭 빛에 심장이 뛰어 급하게 문을 열어젖혔다. 어두운 밤 눈 앞을 수놓은 넓은 대지의 대나무숲. 사아아- 밤바람은 대나무 잎을 스치며 스산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저 멀리 언뜻 언뜻 흔들리는 푸른 빛에 홀린들 한 걸음 두 걸음 발을 옮기면, 어느새 나는 대나무 숲 한 가운데 들어와 있었다.
그 어느 때와 같이. 밝게 떠오른 달이 대나무 숲 사이사이를 비추자 천천히 커지던 푸른 빛은 내 앞에 다가와 섰다.
너를 알게 된 지 벌서 10년, 할머니 집을 지키는 나의 푸른 도깨비
" 송월아 "
" 기다렸다, 아가 "
* 별명 듣곤 급하게 투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