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첸]SCORPION
W.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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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싶지 않으면 끝까지 남겨놔요, 그쪽 마음속에만,"
힘없이 웃어보인 첸이 종인과 눈을 마주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상처를 들어내고 위로받으면 치유될거라고 믿어요, 그게 아니라는걸 먼저 믿어야 할텐데.. 정말 소중한사람이 아닌이상 상처는 덧날 뿐이에요, 제대로된 위로 받기가 힘들거든요"
첸의 손목을 계속 잡은채로 교실로 들어가 가방을 챙겨 나와 교문을 나설때 까지도 둘사이에 오고가는 말은 없었다.
"나중에, 그쪽한테 정말 소중한 사람이 되면, 그때, 그때 말해줘요. 내가 제대로된 위로해줄께요"
침묵을 깬 종인의 말에 첸은 예쁘게 웃어보였다. 종인도 답하듯 웃어보이며 첸의 손목을 잡았던 손을 내려 첸의 손을 감싸안았다.
*4*
"고등학생 남자 한명이 지내기에는 좀 큰사이즈아닌가?"
"그러게요, 아버지가 예전에 지내시던 곳이라서 좀 커요"
남자 둘이 들아가도 커 보이는 통나무 집이 시내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었다.
"도시 한가운데에 통나무 집이라니.."
"아버지 취향이에요. 그리고 여기가 도시라기에는 좀 애매하지 않나? 그냥 시내하고 해두죠,"
첸이 아까부터 계속 집을 둘러 보며 신기하다는 듯이 트집을 잡자 종인은 계속 심드렁히 맞받아쳤다.
"전기는 어디에 쓰이나.."
"방금 그말 내가 쓸모 없는 사람이다 라는 듯이 들린다?"
"그렇게 들렸다면 뭐"
어깨를 으쓱하며 첸을 놀리는 종인에 첸은 손끝의 스파크로 맞받아쳤다.
"아 아 장난장난 무섭게 왜그래요.."
"종인아..."
잔뜩 풀이 죽어서는 종인의 방 문턱에 서서 손만 조물락 거리는게 꼭 강아지 같은 모습에 종인은 슬며시 입꼬리를 잡아올렸다.
"왜요?"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건지 왜 부르냐고 물어도 고개를 푹 숙인채 대답없이 눈망울에 그렁그렁 눈물을 모았다.
"왜그래요"
"바닥..."
"바닥이 왜요 무슨일 있어요?"
"아니..그게 아니고..바닥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띄엄띄엄 말하자 종인은 답답했는지 첸을 앞세워 어깨를 감싸안고 첸에게 쉬고있으라 일러준 방으로 향했다.
"이게..뭐에요"
"미안해"
잔뜩 수그린채 종인을 올려다 보며 눈치를 보는 첸에게 종인은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했다.
"대체 뭘했길래 바닥이 이모양이 된거에요?"
"벌레가..침대밑에서 벌레가 나와서 놀라서 나도 모르게 그냥 벌레만 죽인다는게 놀라서 힘조절이 안되서 한번에.."
"벌레요..?"
방 바닥은 한 부분을 중심으로 넓게 그을려있었다.
"시설에는 벌레같은거 없어.."
조그만 입으로 오믈거리며 종인을 올려다 보는 첸이 너무 귀여워 종인은 망설임 없이 첸을 끌어안았다.
"왜이래요, 정말"
"왜이래 떨어져 떨여져"
자신보다 한참이나 큰 종인의 품에서 빠져나오려 바둥바둥 애쓰는 모습이 병아리같아 종인은 첸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그렇게 한참동안 안고 있으니 첸은 종인의 품에 얌전이 안겨 종인의 품 속에서 손을 꼬물거렸다.
"오랜만에 혼자가 아니라서 좋네요"
슬퍼보이는 듯한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안고있던 첸을 풀어주고 첸을 돌려 눈을 마주했다.
"바닥은 닦아야 하니까 기다려요 걸레 갖다줄께요"
"이걸 혼자 언제 다해.."
걸레를 가져다 준다며 방을 나간 종인이 기져온 걸레는 하나뿐이였다.
"혼자서 이 넓은 범위를 그을려놨는데 닦는것도 혼자서 해야죠"
첸은 야속한 마음에 입술을 삐쭉 내민채로 정인을 쏘아보았다.
종인은 양손에는 걸레를 쥐고 쭈그려앉아 자신을 째랴보고 있는 첸을 보고있자니 웃음을 참을수 없어 끝내 입 밖으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어쩔수 없네요 오늘은 저랑 자요 내일이면 아줌마오시니까 부탁드리면 되요"
"종인아, 나도 침대"
침대위에 누워 편안히 누워 있는 종인과는 반대로 좁은 쇼파위에 누운 첸이 종인을 간절하게 처다보았다.
"내가 거기에 누울순 없잖아요 한참짧은데 거기에 아떻게 누워요"
"같이.."
첸이 입을 오물조물 가만히 놔두지 못하는게 머릿속에 훤히 그려져 입가엔 미소를 한가득 담고는 침대 한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뭐, 인형같고 사이즈 딱이겠네요"
하하 웃으며 이리 오라고 손짓하니 쫄래쫄래 달려가 눞는 모양새가 딱 병아리였다. 침대에 누워 눈을 꼭 감으니 종인이 첸을 향에 몸을 돌아 누워 첸을 인형안듯 꽉 안았다.
"으으 뭐하는거야"
"왜요, 그럼 쇼파로 가던가"
"아니야 잘께"
입을 삐쭉삐쭉 내밀며 종인을 흘겨보는 첸이 귀여워 종인이 첸의 머리에 볼을 부벼댔다.
"그쪽한테 좋은향기 나는거 알아요?"
"무슨?"
"그냥, 따뜻한 냄새"
첸은 그게 뭐냐며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히히 웃으며 종인을 올려다 보며 눈을 다시 감았다.
커튼사이사이로 햇살들이 조각조각 흩어져 감고있는 첸의 두 눈 위로 흩뿌려졌다. 감고있는 두 눈이 부신지 질끈 힘주어 감고눈 잠에서 깨 눈을 떳다. 익숙하지만 무서운 정적에 눈을 부비며 침대에 내려와 조심히 방문을 열었다.
무서울 만큼 고요한 거실의 풍경은 익숙 했지만 익숙한 만큼 두렵고 겁났다.
"조..종인아..?"
첸에게 버려진다는 것은 고요한 거실만큼 익숙하지만 무서운 존재였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첸은 그자리에 멍하니 서서 부들부들 떨며 손톱을 물어 뜯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단 기억이 퍼즐이 하나둘 맞춰지듯이 뚜렷해지고 눈물이 차올랐다.
첸의 머릿속에는 그동안 없에 버렸던 초록 대문이 자릴 잡고 그날의 세세한 모든것이 다시 찾아와 박혔다.
그날도 다를 것이 없었다.
어린 첸이 눈을 떴을때 집안은 이미 고요한 정적만 맴돌았다. 아버지에게서 풍겨오던 진한 술냄새도, 첸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자신의 몸으로 막아주던 아머니의 흔적도 어디에도 없었다.
"아..안돼, 안돼"
첸은 주저앉아 물어뜯던 손을 양 귀에 대어 귓속을 파고드는 모든 소리를 차단했다.
"으으.."
앙 다문 입술 사이로 참고있는 눈물을 대신하는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그 소리는 점차 흐느낌으로 변해갔다.
"이렇게 울면 내가 어디를 못가잖아요. 그만울고 나 봐요."
쭈구려 앉아 있는 종대의 어깨에 손이 올라가고 익숙한 음성이 귀속을 파고들었다.
귀를 막고 있던 손은 내려가고 종대의 몸은 돌아가 눈높이를 맞춰 앉은 종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왜 울었는지 안물어 볼께요. 다음부터 말없이 나가지도 않을께요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