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가 뷔의 주인이 되어 줘. "
호랑이와 늑대의 사이: 02
w. 숑숑
1. 반인반수는 일반 인간보다 수명이 짧다.
3. 반인반수는 주인이 있어야한다.
7. 연구의 변화가 없는 반인반수는 사살 당한다.
집으로 돌아 왔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고, 뷔와 친해질 시간도 필요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윤기의 끈질긴 부탁으로 며칠 동안 연구소로 출근하기로 하였다. 연구의 목적이 아닌 뷔와의 교감을 위해서.
"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
" 어? "
" 내가 몇 번이나 부른 줄 알아? "
3년 전, 연구소에서 만난 정국이다. 내가 처음으로 연구를 한 늑대의 유전을 받은 반인반수 정국이. 정국이는 사실 연구소에서 태어난 반인반수가 아니다. 인간과 반인반수 사이에서 태어나 버림을 받은 아이였다.
4. 반인반수와 인간이 결혼할 경우 자식은 100% 반인반수가 나온다.
운 좋게도 버림 받은지 얼마 안 되어 연구팀에게 발견이 되었고 죽을 뻔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버림을 받았지만 정국이는 늘 밝았다. 투정 하나없이 말 잘 듣는 아이였기에 모든 연구원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반인반수 중 하나였다. 몇달 간 연구를 하면서 나는 정국이와의 유대감이 누구보다 높아졌다. 정국이는 언제나 나를 항상 믿었다.
" 나 주인이랑 살래. "
" 나 데려가 줘"정국이는 나를 선택했다.
" 있잖아, 정국아 "
" 응. "
" 새로운 친구 오면 어떨 것 같아? "
" 친구...? "
웃으며 대답하던 정국이가 웃음을 감추고 말이 없어졌다. 반항을 못하는 정국이의 나름대로 싫다는 표시였다.
.
.
.
뷔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차가웠다. 어두웠고, 인간에 대한 유대감이 전혀 없었다. 일주일간 아무리 뷔를 유리창 너머로 불러봐도 대답은 커녕 대놓고 무시까지 하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내린 결정이 뷔가 있는 공간 안으로 들어가는 것. 매우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이었지만 이 방법 뿐이었다. 공간의 비밀번호와 각종 잠금장치를 풀었다. 문이 열리자 뷔가 일주일만에 처음으로 나를 쳐다봤다.
" 뷔. "
" ... "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조심스럽게 한발짝, 두발짝 뷔에게 다가갔다. 점점 가까워지자 뷔는 경계했다. 이빨을 들어냈고 싫다는 표현을 했다. 하지만 난 굴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다가갔고 경계하는 그런 뷔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줄려하던 그때, 결국 일이 났다.
강하게 내 손등을 물었다. 손등은 찢어져 피가 흘렀고 피 냄새를 맡은 뷔는 더욱 더 흥분했다. 큰 고통에 잠시동안 얼굴을 찌푸렸지만 비명을 지른다던가, 난리를 치지는 않았다. 물린 부위 치고는 나름 잘 참아냈다.
보통 반인반수들은 인간을 공격한 후 본능적으로 놀라거나, 자책에 시달린다. 하지만 뷔는 예외였다. 놀라는 기미는 전혀 안 보였고 오히려 성질을 더 내고 있었다.
" 뭐야 무슨 일이야? "
윤기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재빨리 다친 손을 뒤로 감추고 유리창 너머에 있는 윤기를 보았다. 윤기는 놀란 표정이었다. 뷔와 같은 공간에 있다니, 게다가 코 앞 거리에.
" 김탄소 너 괜찮아? "
뷔는 이로써 인간을 공격한 횟수가 2번이 넘었다.
" 너 다친 거 아니지? "
설명서에 따르면 뷔는 당장 사살 당한다.
" 야 대답 좀 해 봐! "
" 난... "
뷔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뷔 답지 않게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 괜찮아. "
뷔가 나를 쳐다봤다.
" 나 다친 곳 없어. "
나도 뷔를 쳐다봤다. 눈을 피하지 않고 나를 계속해서 쳐다보는 뷔였다. 여전히 차가웠지만 부드러운 눈맞춤이었다. 뷔는 나에게 간접적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난 뷔에게 작게 속삭였다.
" 난 괜찮아. "
뷔의 눈동자가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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