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오늘 쓸 건 한 해가 가기 전이었는데 이 날은 연말 12월 31일. 사실 남자친구랑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날이 올까 싶었는데 크리스마스 때 내가 봉사가는 날이어서 결국 못 만났어. 저녁에 잠깐 시간 있었는데 어차피 연말에 또 볼 거 뭣하러 시간 내서 그 잠깐 보나 싶어서... 이동혁한테 그 잠깐 나오라고 부르기도 애매했고. 난 항상 12월에는 남자친구가 없었더라고. 근데 드디어. 이동혁이 처음이었어. 이동혁은 영광으로 알아야 하는거지. 쨌든 연말에 볼 생각하니까 또 되게 새롭더라. 그 날은 이동혁이랑 셀카를 엄청 찍어야겠다 생각하고 예쁘게 하고 가려고 했지. 근데 화장은 다 했는데 뭔가 그 날따라 입을 옷이 없는거야. 괜히 신경쓰여서 그런거였겠지 뭐. 그래서 한 참을 고민하다가 올 블랙으로 맞춰입었어. 사실 이동혁이랑 검정색으로 시밀러룩 입고 싶었거든. 근데 얘가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 그래서 그냥 관뒀어. 괜히 또 이런데서 서운해하기 싫었거든. 쨌든 입고 막 부랴부랴 준비하는데 중간에 잠깐 시간 보니까 약속 시간이 임박한거야. 그냥 진짜 10분 전에 출발했어도 늦을 시간? 그래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클린 향수 뿌리고 검정 운동화 신고 달려나갔지. 몇 분 빨리 걸으니까 약속 시간이 다 됐더라. 그 와중에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는데 30분 전부터 이동혁이 연락이 안되더라고. 늦었다고 뭐라 안해서 다행인데 그 생각과 동시에 왜 뭐라 안하지? 이런 느낌. 그렇게 원래 시간보다 15분 늦게 도착했는데 이동혁이 없는거야. 그래서 전화를 걸었지. "어디야 동혁아?" '어, 누나 저 원래 장소 앞에 있는 건물 입구에 잠깐 들어와있었어요.' "아하, 알겠어. 나오지 말고 있어. 내가 들어갈게. 추우니까." '얼른 와요.' 얼른 끊고 그 건물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대박이었던게 얘도 전부 블랙으로 맞춰입고 온거야. 거기서 또 너무 좋았던건 그게 또 잘 어울리는거야, 너무. 밖에 가서 이동혁이 나보다 오빠라고 하면 믿을 정도로 멋있고. 인사할 생각도 못하고 걔 보자마자 얼어가지고 어... 이러고 있었거든. "아, 누나. 왜 이렇게 늦게와요. 저 밖에서 5분 정도 기다리다가 너무 추워서 들어와 있었어요. 아 진짜 보고싶어 죽는 줄 알았잖아요..." "동혁아, 진짜 사랑해." "네?" "너 왜이렇게 잘생겼어... 진짜 사랑해... 나 너 팬할래..." 거의 동문서답 수준이었는데 그 착장은 실물로 봤어야 해. 그냥 말을 잃게 해. 더 웃긴게 이동혁이 어쩔 줄 몰라하는거야. 당연히 지는 막 춥다고 어리광 부리는데 잘생겼다 사랑한다 그러니까 살짝 얼굴 붉게 변해가지고는 아 누나... 그런다고 풀릴거 같으면 정답이에요 진짜. 이러면서 아아아아아 거리더니 나를 끌어안고 막 부둥부둥하는거야. "누나도 오늘 너무 예뻐요. 아, 누나한테 진짜 잘해야겠다. 오늘 뭐할래요? 정말로 거짓말 아니고 하루종일 누나 얼굴만 보고있으라 해도 할 수 있을거같은데." "야... 숨 좀 쉬고 얘기해. 나도 뭐해도 좋아." "아... 어떡해. 오늘 누나가 만나자마자 칭찬해줘서 날라갈 것 같아요." 나 원래 말투에 애교섞여있는 사람 내 취향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내 취향인 것 같아. 이동혁이라서 그런건가.
제 상상 속 도녁스 착장입니다... 코피 줄줄
41. 나랑 이동혁 서로 좋아서 그 입구 안에서 한참을 난리치다가 정신차리고 뭐 먹을지 고민했어. 그러다가 먹고싶은거 몇 개씩 얘기해보자 했는데 둘 다 겹치는게 막창구이인거야. 사실 이게 취향이 조금 갈리는 음식이다보니까 일부러 얘기 안하려다가 이동혁이 딱 얘기하자마자 헐. 나도. 이렇게 된거지. 그래서 손 잡고 나와서 막창구이 가게 찾아서 갔어. 사이다도 한 병 시켜먹고 잔뜩 먹고 나왔는데 꼭 추울 때 찬 음식이 먹고싶잖아. 갑자기 아이스크림이 먹고싶어져서 배스킨라빈스 가서 주문하는데 내가 그린티 진짜 좋아하거든. 그래서 세가지맛 고르는데 내가 그린티 얘기하니까 얘가 당황하는거야. 이동혁은 녹차 싫어해. 완전 애 입맛이거든. 그래서 초코 이런거 좋아하구. 나는 딱히 가리는 게 없어서 얘한테 먹고 싶은거 두가지 고르라 하고 한가지만 내가 그린티 골랐어. 같이 먹는데 얘가 그린티 최대한 안묻게 먹으려고 하는데 티를 내기 싫어하는게 내 눈에 보이는거야. 너무 귀여워서 막 쳐다보다가 이동혁이랑 눈이 마주쳐버렸지. 얘가 그런 의도로 쳐다본걸 눈치채고 아... 웃지마요. 그냥 녹차 좋아해야겠다. 이러면서 눈 꼭 감고 녹차맛 한 입 떠먹는거야. 그러더니 표정관리 못하고. 어차피 녹차 빼고 취향 비슷했는데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나 싶어. 내 입장에서는 그저 귀여웠지만 얘는 안좋아하는 걸 하니까 미안했어. 웃긴게 그 이후로 나랑 최대한 아이스크림 먹으러 같이 안가주더라. 가끔 내가 삐쳤을 때 한 번씩 같이 가주는 거 빼고는.
42. 같이 길 걸어다니면서 구경하고 그러다보니까 벌써 여덟시 넘어가더라. 겨울에는 해가 짧아져서 금방 어두워지잖아. 한 다섯시 되니까 해가 져버려서 어두워졌었는데 그냥 버티고 있다가 너무 어두워져서 결국 여덟시에 집에 가자고 말이 나왔지. 이동혁이 집 데려다 주겠다해서 같이 집 가는데 우리 집 앞에 공원이 있거든. 얘가 갑자기 공원에 앉았다 가자는거야. 나야 물론 좋았지. 어차피 공원에 가로등도 다 켜져있어서 그렇게 어둡지도 않고 분위기도 좋고. 벤치에 앉았는데 춥긴 추워도 기분이 너무 좋은거야. 얘랑 그냥 같이 있는 자체가 너무 신났었어. 남자친구랑 연말 같이 보낸 것도 처음이었고. 눈도 왔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나름대로 만족이었어. 내가 막 신나서 다리 막 흔들흔들 하면서 웃었는데 얘가 뭔가 되게 우물쭈물하는거야. 나는 당연히 눈치가 있는 편이니까 눈치를 딱 챘지. "너 나한테 뭐 할 말 있지."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뭔데?" "저 누나 주려고 뭐 샀어요." 말이 끝나니까 얘가 하루종일 들고다니던 쇼핑백에서 뭘 주섬주섬 꺼내는거야. 그 쇼핑백에서 곰 얼굴모양 상자가 나왔는데 열어보래서 열어보니까 내가 쓰는 클린 향수, 전에 얘가 나랑 사귀기 전에 만들어준 곰돌이 모양 초콜렛, 실팔찌 이렇게 들어있더라. "크리스마스 때 못 봤잖아요. 그 때 주려고 했는데 못 봤으니까 오늘." "야... 이런거 해주자는 말 없었잖아. 난 아무것도 준비 못했는데." "이걸 서로 상의해서 주는 그런건 아니잖아요. 누나가 좋으면 나도 좋아요." 이러면서 헤 이렇게 웃는거야. 잘생기긴 엄청 잘생겼어 누구 남자친구인지. "그래도 미안하잖아, 이놈아." "미안하면 뽀뽀해줘요." "알겠어. 일로와." "아, 잠깐만. 볼에 말고." 사실 이 때까지 입에 뽀뽀한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 그래서 너무 당황스러운거야. 난 전 남자친구들도 이렇게 길게 사겨본 적이 없어서 뽀뽀 그딴거 남자랑 해본 적이 없었거든. 손잡은게 전부였지. 그래서 내가 심각한 내적 갈등을 하고 있었어. 하긴 해야겠는데 너무 떨리는거야. "안해줄거에요? 와, 이것도 못해주나. 진짜 서운하다 서운해." "아니, 그런거 아니야..." "그럼 제가 해요?" "아니... 지금 해줄게." 내가 침 한 번 꿀꺽 삼키고 얘 봤는데 입 다물고 눈도 감고 내 얼굴 가까이 오는거야. 그래서 눈 꼭 감고 짧게 하고 떨어졌지. "됐지." 민망해서 바로 떨어지고 손으로 얘 입술 한 번 톡 쳤더니 얘가 눈감은 상태에서 푸스스 웃더니 이건 입술박치기잖아요. 이러면서 꽉 껴안더니 얘가 다시 먼저 해버렸어. 집가려고 일어나니까 아홉시 돼 가더라. 벤치에 40분도 넘게 앉아있었던거네. 쨌든 그게 얘랑 첫... 그래. 그랬지. 요즘엔 책 읽고 있을 때도 맨날 엄청 쪽쪽거려서 가끔 귀찮아죽겠어.
43. 이제 한 해가 지나고 보니까 졸업까지 두 달도 안남은 상태였지. 겨울방학 끝나고 며칠뒤에 졸업식 했으니까 얘랑 같이 학교 다닐 일이 며칠 안남은거잖아. 뭔가 괜히 섭섭하고 그러더라. 내가 대학 가면 솔직히 매일 보기는 힘들잖아. 이동혁도 아마 그걸 알고 있었을거야. 그래서 겨울방학 때는 거의 맨날 붙어있었던 것 같아. 얘가 권태기 보내고 나서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 때보다 훨씬 잘해줬어. 소중함을 느낀거겠지? 그냥 그렇게 믿을래. 쨌든 겨울엔 추워서 둘 다 나가기 귀찮아서 번갈아가면서 서로 집에 왔다갔다 했어. 귤도 먹고 티비도 같이 보고 떡볶이도 배달시켜먹고. 아, 진짜 웃긴거 하나 생각났다. 우리 집 왔을 때 내 방 침대에 같이 앉아서 얘기하고 있었는데 얘가 되게 오밀조밀 잘생겼는데 화장을 진짜 너무 해보고싶은거야. 우리집에 내 화장품도 다 있겠다 이 때다 싶어서 동혁아. 누나껄로 화장 한 번만 해보자. 이랬는데 얜 당연히 싫다 하지. 내가 해주면 분명 엄청 여성스럽게 해줄게 뻔하니까. 내가 장난으로 정색하면서 아, 그럼 앞으로 뽀뽀 안해줄래. 이랬더니 아아, 진짜. 알겠어요 알겠어... 이러면서 얼굴 가까이 대는거야. 아 진짜 너무 귀여워서 죽을 뻔했어. 내가 화장대에서 화장품 막 몇개 들어다가 내 옆에 내려놓고 얘 턱 잡고 눈감으라 한다음에 파운데이션 막 발라줬어. 조금씩 하얘지는게 너무 웃기고 별 말 없이 받아주는 이동혁이 너무 귀여운거야. 그래서 턱 잡은 손으로 볼 꾹꾹 누르고 그랬는데 피부 진짜 좋더라. 으, 흐즈므으. 내가 볼 누르고 있으니까 발음도 제대로 못하고. 내 눈에는 그저 귀엽기만 하고. 막 눈 화장도 해주고 입술 발라주려는데 너무 고민되는거야. 화장에서 입술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잖아. 그래서 막 색깔 보는데 얘가 저 이거 발라줘요. 이러면서 먼저 고르는거야. 나야 땡큐였지. 그래서 막 얘 입술에 슥슥 발라주고 거울 보여줬어. "아, 진짜 오바다. 진짜 난 이제 남자도 아니야..." "푸흡, 왜 남자가 아니야. 잘어울리기만한데." 웃긴거 참으면서 얘기했더니 얘가 아.. 하면서 앞머리 슥슥 정리하는데 그게 또 너무 웃긴거야. 그래서 결국 크게 웃었더니 얘가 나 째려보더라고. 근데 그게 또 귀여운거지. 아 귀엽다 동혁이. 이러면서 얘 얼굴 양손으로 붙잡고 막 뽀뽀해줬어. 입술에 여러번 쪽쪽댔더니 또 그세 풀렸더라고. 얘는 진짜 단순해. 마지막에 레몬향 립밤까지 발라줬었는데 뽀뽀할 때마다 레몬향 나고 좋더라고. 이동혁이랑 잘 어울리기도 하고.
릠들~~~^^ 시험을 끝내고 제가 왔어요 제가 왔다구요... A little 늦었지만 용서를 구하며 조심스레 와봅니다... 이제 완결이 다음화나 다다음에 끝날 것 같네요! 오늘 그래도 길게...길게... 써보려고 했는데 또 다 쓰고 보니까 그렇게 길지도 않네요... 겨울을 느껴버리고는 겨울 얘기 잔뜩 써버리기~^^ 옷 따숩게 입고 다니세요 everyone :3❤ 그럼 전 이만 짜게 식어가겠습니다 bye bye ~^^ '3'/
암호닉
론리갈맹 숭아숭아 알지알지 토깽이 런츄 어드 달 도랑 요드림 기린 0229 동혁맘 507 0330 데이지 다요 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