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어택
@Youday
08
<전정국 시점>
넌 대체 뭘까.
*
잘 모르겠다는 너의 말에 아차 했다.
나만 널 기억하고 있을 거라는 것을..
하지만 난 말해 주지 못 했다. 왠지 모르게 그냥 말 하고싶지 않았다.
아마 네가 날 먼저 기억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렇지 않게 지내면서
점점 날 편하게 대하는 너의 모습에 기분이 좋았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언제까지 숨길 수만은 없었기에.
체육대회가 다가오면서 축구 연습이 많아졌고, 난 벤치에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내 과거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박지민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애들은 1학년 때부터 수두룩했다.
"너 혹시 어디 아프냐?" 라는 말을 몇 번 들었는지 모르겠다.
1학년 때는 운동은 웬만하면 자제해야 했기 때문에 체육 시간에는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벤치에 앉아 책을 읽었다.
2학년 땐 심한 운동을 제외하고는 할 수 있을 정도로 괜찮아 졌다.
그래서 체육 시간에 참여 할 수 있었지만 축구는 할 수 없었다.
"야 전정국 너 몸 다 나은 거 아니었냐? 다른 건 다 하면서 왜 축구는 안 하냐?"
라고 묻는 말에
그 때마다 내 귀엔 말 한 마디가 계속 맴돌았다.
'다리 병신.'
난 대답할 수 없었다.
자꾸 생각이 났다. 나를 조롱하던 말들이.
"왜 이렇게 궁금한 게 많으실까~ 다들."
그 때마다 박지민이 나서서 막아주는 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오늘도 똑같이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예전에 나와 달라진 점이라고는 내게 찾아 볼 수 없는 건가.
여전히 난 겁쟁이였다.
운동장에 달리고 있는 애들을 봤다.
난 다시 달릴 수 있을까.
다시 책으로 시선을 옮기려는데 네가 내 시선에 들어 왔다.
언제부터 넌 거기 있었던 걸까.
네가 내 옆에 앉은 후 몇 분의 정적이 흘렀다.
넌 뭔가 안절부절 못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 묻고 싶은 거 겠지.
너라면 날 구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겁쟁이인 날.
다시 한 번 날 구해 줄 수 있지 않을까.
*
넌 갑작스런 얘기에 혼란스러워 보였다.
넌 계속 무언갈 생각하는 듯 보였고, 그 모습에 괜히 미안해 졌다.
너까지 아프게 하고 싶진 않았는데..
넌 저녁을 먹고, 체육관에 가봐야 한다며 우리에게 먼저 교실에 가 있으라고 했다.
갑자기 체육관에는 왜 가냐고 묻고 싶었지만 뭐가 그렇게 급한지 달려가는 너의 뒷모습에 묻지 못 했다.
금방 돌아 올 줄 알았던 너는 야자 시작종이 쳐서야 교실로 돌아 왔다.
너에게 왜 이렇게 늦었냐며 물으려는 찰나, 너가 내 이름을 불렀다.
"정국아"
"응?"
"나랑 어디 좀 가자."
지금은 야자 시간인데..?
넌 나를 운동장으로 데리고 왔다. 좀 의아 했다.
왜 여기에 왔는지 묻자, 넌 벤치 밑에서 축구공을 꺼내더니 자기와 축구를 하자 한다.
대체 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진 사람이 이긴 사람 소원 들어 주는 거 어때?"
"탄소야"
넌 공을 차며 골대로 달려간다. 그 모습을 눈을 떼지 않고 쳐다 봤다.
넌 골을 넣은 후 내게 다시 다가 왔다.
"정국아 이제 억누를 필요 없어. 사람들 시선 두려워 할 필요도 없어. 너가 하고싶은대로 해.
꿈이 사라졌어도 다시 만들 수 없는 건 아니야. 다시 만들어 가자. 내가 너 옆에 있어줄게."
예나 지금이나 넌 날 바꿔 놓는다.
다시 일어날 수 없었던 날 다시 일어나게 해 준 건 너였다. 지금의 넌 날 뛰게 하려 하고 있다.
그런 너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다시 뛰고 싶다.' 라는 생각과 함께 난 공이 있는 쪽으로 뛰었다.
탄소야 어쩌면 너라서 날 구할 수 있는 거일지도 몰라.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뛰어 본 적은.
너무 행복했다.
너무 신나기도 했고, 소원이 탐나서 공을 뺏으려고 다가 오는 너를 피해 계속 골을 넣었다.
내기는 결국 내가 이겼고, 넌 툴툴댔다.
"봐주고 싶어도 소원이 너무 탐났어서 말이야."
"음.. 소원이 뭔데?"
내 소원은....
"지금말고 나중에 쓸게."
내 말에 넌 궁금하다는 듯 날 쳐다 봤다.
그러다 갑자기 너의 소원은 뭐였을까. 궁금해 졌다.
"넌 너가 이겼다면 무슨 소원 빌려고 했어?"
넌 글쎄 라고 말한 후 깊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왠지 모를 정적이 흘렀고, 저 멀리서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그 사람도 우릴 본 것인지 소리를 질렀다.
"거기 누구야!!"
"어떡해.. 선생님인가 봐.."
좀 먼 거리였지만 그 사람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정국아"
"어?"
"튀어!!"
넌 내 손목을 붙잡고, 달렸다. 난 당황한 상태에서 잡힌 손목을 바라 봤다.
시선을 너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심각한 표정으로 뛰는 너의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탄소야 잠깐 멈춰 봐."
넌 힘든 듯 숨을 골랐다.
"...이러다가 잡혀."
잡힌 손목을 풀고, 너의 손을 내 손으로 옮겼다.
"이래야 빠르지."
너의 손을 잡고 앞서 달렸다. 얼굴에 웃음을 띄운 채로.
넌 대체 뭘까.
널 만나기 전에 널 계속 생각했고, 언제쯤 널 만날 수 있을까 기다렸다.
딱 한 번이었다. 널 만난 건. 하지만 그 한 번으로 넌 날 일어서게 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널 다시 만났고,
널 만난 후 하루 하루가 너무 즐거웠다.
나를 배려하는 모습 , 웃는 너의 얼굴 , 다른 모든 것들 하나 하나가 날 흔들었다.
그러다 한 가지 알게 됐다.
내가 널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넌 좋아할 수밖에 없는 아이다.
어떤 표현을 써도 부족 할 정도로 넌 눈 부신 사람이다.
탄소야 그런 너를 내가 좋아해도 될까?
내 소원은..
너가 내 마음과 같았으면 좋겠다는 거야.
*
체육 대회 전 날이 되었다.
오늘은 모든 시간이 체육 시간으로 바뀌는 마법을 볼 수 있었다.
모든 반이 체육대회를 위해 운동장에 모였다.
시간을 나눠 연습을 했고, 우리 반과 다른 반의 축구 경기가 시작됐다.
많은 사람들이 그 경기를 지켜 봤다.
연습 경기라도 정식 경기처럼 해야 했기 때문에 수를 맞추기 위해 세 명 정도가 경기를 하지 못 했다.
물론 난 애초에 경기를 할 수 있는 사람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나 포함 네 명이었다.
우리 반 애 중 한 명이 무리하게 상대 팀을 재치고 뛰어 가는 것이 보였다.
옛날 생각이 스쳤다.
저러면 안 되는데. 말려야 했다.
하지만 내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도 전에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 애는 부상을 입었다. 경기를 중단하고, 다른 아이들에 의해 보건실로 옮겨졌다.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몸에 땀이 나는 게 느껴졌다.
"정국아"
너의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넌 더 이상 말을 붙이지 않았다, 그냥 괜찮다고 다 괜찮다고 말 해줬다.
덕분에 진정이 됐다.
"고마워. 탄소야"
넌 대답 대신 내 얼굴을 보며 환히 웃었다.
중단된 경기를 끝마쳐야 했기 때문에 보건실에 있던 남자 애들은 다시 운동장으로 돌아왔다.
"야 어쩌냐. 지금은 그냥 한 명 껴서 한다 치지만 내일이 체육 대횐데 잘 하던 애가 빠졌으니."
"혹시 선수 출전 하고싶은 사람 있냐?"
나를 제외한 세 명을 쳐다 봤다.
그 세 명은 아무래도 운동과는 거리가 먼 애들 같았다.
내 옆에 있는 너를 바라 봤다. 난 아직 겁쟁이다.
하지만..
"내가 할게."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내게로 왔다.
"너가?"
다들 의아해 하는 것 같았다.
"보고, 마음에 안 들면 빼든가 해."
중단된 경기를 마저 하기 위해 운동장으로 걸어가려 했다.
그러나 갑자기 잡힌 손목에 걸음을 멈췄다.
"정국아"
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쳐다 봤다.
"괜찮아. 할 수 있어."
너의 손을 놓고, 운동장으로 걸어 갔다.
운동장에 자리 잡았을 때 박지민이 내 옆으로 다가 와 말을 건넸다.
"이제 에이스라고 불러도 되는 건가?"
박지민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아마."
하지만 이제 괜찮아. 너가 내 옆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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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Youday입니다!
여러분 수능이 연기됐나네요..하하하하하... 지금 매우 슬퍼서 눈물이....그리고 비속어가....
그래서 오늘 올리게 됐습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오늘은 정국이 시점인데요! 정국이가 아주 큰 결심을 했네요.
다시 사람들 앞에서 축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정국이는 여주가 자기를 기억해 주기를 원하나 봐요! 여주의 기억력에 한 번 믿어봅시다!
다음 편은 체육 대회 이야기를 써 볼까 합니다! 다들 기대해 주세요.
그리고 요즘 독자님들 댓글 덕분에 힘이 나서 글을 쓰는 것 같아요.. 몇 번을 감사하다고 말 해도 모자른 것 같네요..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 항상 행복 하세요!
암호닉
치명 / 1201 / 저장소666 / 전스티니 / 꾸꾸야 / 이상형 / 그린내 / 가을
마시멜루 / 오빠아니자나여 / ㄱㅎㅅ / 쫑냥 / 꾸꾸 / 땅위 / 90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