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준 익슾 고마워=_=(하트)
늦어서 미안해 익슾아...ㅠㅠㅠㅠ
ㅠㄱㄷ맏ㅍ두 | ||
어렸을 때 이야기다. 방 안은 끔찍하게 어두웠고, 밖은 엄마의 비명으로 시끄러웠다. 어둠이 무서워 방 문을 조금이라도 열면 항상 엄마를 때리는 아빠가 보였다. 미친듯이 욕을 하는 아빠와 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지르는 엄마가 무서웠다. 집은 항상 추웠다. 이불 속에 들어가도 사라지지 않는 추위에 난 항상 바들바들 떨었다. 편하게 잠드는 날이 없었다. 내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아빠는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나에게 '잠' 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가 없었다. 아빠가 내 배를 걷어차고, 엄마가 아빠의 바짓가랑이를 움켜쥐고 울부짖는. 어쩌다 너무 심하게 맞아 기절이라도 하면 그게 그 시절 나의 유일한 휴식이었다. 하루는 머리를 얻어 맞아 피가 난 적이 있었다. 눈을 떴을 때 내 주위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도망간 엄마와 경찰에게 잡혀간 아빠. 경찰서에서 아빠는 나에게 매달렸다. 우현아, 아빠가 다 잘못했어. 우리 나가서 다시 행복하게 살자. 그의 말에 내가 흔들렸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아빠는 풀려나게 됐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없었다. 그 길로 나는 엄마처럼 집을 도망쳐 나왔으므로. 하지만 난 쉽게 그 일들을 잊을 수가 없었다. 매일 밤을 지새웠다. 어쩌다 누가 밤에 문이라도 두드리면 아빠일까 싶어 이불 속에서 떨기만 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한 불면증이 쉽게 사라질 리가 없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무서워졌다. 나는 그 기억들에 얽매여 버둥거리는 바보 병신일 뿐이었다. * 그렇다고 손을 놓고 살 수는 없었다. 돈이 없었으니까. 난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력서를 넣어도 날 뽑아주는 회사는 없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결국 구한 것이 카페 아르바이트였다. 내가 사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작은 카페. 직원은 나와 그 사람 밖에 없었다. 그 사람은 차분한 갈색머리에, 하얀 얼굴에 눈이 쭉 찢어진 남자였다. 이름은 김성규. 잘 부탁한다며 그가 손을 내밀었지만 나는 그 손을 멀뚱히 바라보기만 했다. 길쭉하고 예쁜 손가락이 아빠와는 많이 달랐다. 내가 가만히 있자 그가 먼저 내 손을 잡았다. 화들짝 놀라 손을 빼자 그가 머쓱하게 웃었다. …스킨쉽 싫어 하시는구나, 그래도 이럴 땐 보통 악수 하는 거에요. 그가 다시 손을 내밀었다. 좀 망설이다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처음 느껴보는 온기에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잘 부탁해요." 씨익, 웃는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가 깜짝 놀라 손을 뺐다. 따뜻했던 기운이 빠져나가자 조금 아쉬웠다. "스킨쉽 진짜 싫어하시네. 죄송해요. 앞으로 안 그럴게요!" "……." "원래 말을 잘 안 해요? 음, 샌드위치 만드는 법 부터 알려드릴게요. 따라오세요." 그는 직접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이며 아주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내 눈은 샌드위치보다 그의 얼굴에 집중했지만, 어쨌든. 내 시선을 느낀 그가 어색하게 웃었다. 이거 나중에 못 만들면 혼낼 거에요. 다행히도 그 샌드위치는 무척 쉬워서 하루 만에 그처럼 만들 수 있었다. 카페는 단골 손님 중심으로 운영되는 듯 했다. 점심 때가 되면 사람들이 좀 몰려오기는 했는데, 그것도 그 뿐. 시간이 남으면 나는 컵을 닦았고 그는 구석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다. "우현씨는 책을 잘 안 읽나?" "네." 그 시절 나에게 책을 읽는다는 게 가당키나 했는가. 책이라도 피고 있으면 아빠가 달려와 찢어버렸으니까. 무뚝뚝한 대답에 성규가 읽던 책을 내밀었다. 읽어보세요, 그러고는 일어나 내게 자리까지 양보해주었다. 커피 한 잔 줄 테니까 읽고 있어요. 생소한 책의 감촉에 온 몸이 굳는 것 같았다. 책을 읽는다, 그 사실만으로 내 가슴이 쿵쾅거렸다. 조심스레 책장을 넘기는데 뜨거운 기운이 정수리에 아른거렸다. 고개를 들어보면, 그는 웃으며 커피를 내밀었고 나는 그것을 받았다. 그 때 내 표정이 어땠을까. 나름 웃는다고 애썼는데 생각해보면 아주 바보 같지 않았나 싶다. 그 이후로 나는 종종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기도 했다. * "우현이는 은근히 착한 것 같다." "은근히요?"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상한 사람인 줄 알았어. 악수도 싫어하는 사람은 처음 봤거든." 그가 남은 쿠키를 먹어치우며 깔깔 웃었다. 그는 내가 그보다 어리다는 것을 알자마자 반말을 쓰기 시작했다. 참 여러모로 솔직한 사람이다. 아르바이트 하는 내내 그를 보며 느낀 게 몇 가지가 있다. 일단 그는 거짓말을 싫어하는 것 같다. 그가 뒤에서 욕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거짓말쟁이다. 또 그는 지나치게 솔직하다. 기분도 얼굴에 다 보일 만큼 말이다. 그리고 그는 커피를 잘 먹지 않는다. 나에게는 줄곧 잘 타주면서 자기 자신은 먹지 않길래 물어봤더니 먹으면 잠이 안 와서 그렇다고 했다. 넌 잠을 잘 자나 봐? 그의 물음에 머쓱하게 웃었다. 카페에서만 잘 자요. 나의 대답에 그가 벼락같이 달려들었다. 일 안 하고 게으름 피는거냐며. 집에서는 수면제를 먹어야 잘 자요, 라고 대답할 수는 없어서 웃기만 했다. "나는 어땠어? 내 첫인상은?" "무슨 여자애도 아니고 그런 걸 물어봐요." "궁금하니까." "성규씨는 처음 봤을 때 부터 좋았어요." 나의 대답에 그가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내 첫인상 좋다고 한 건 네가 처음이야, 하면서 짐짓 감동 받은 표정도 지어 보였다. 내 손 잡아준 것도 성규씨가 처음이에요……. 그 말을 내뱉지는 못했다. * 열리지 않은 카페 문에 놀라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는 꺼져있었다. 그에 대해서 아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집이 어딘지, 차가 있었는지, 어디가 아픈 것인지, 이사를 가기라도 한 것인지. 한참 뒤에 장례식이 있으니 오라는 문자를 받고 나서야 알았다. 그가 죽었다. 장례식장에 가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앞에 걸려있는 김성규의 사진만 보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가기 전 슈퍼에 들려서 술 몇 병을 샀다. 술을 마시다 보니 눈 주위가 시큰거렸다. 졸려서 그런거겠지, 사 온 술을 내팽개치고 수면제가 든 약통을 집어들었다. 한 알, 두 알… 무심코 약들을 늘어놓다가 두 알 이상 먹지 말라던 의사의 말이 생각났다. 딱 두 알만 삼키고 아무렇게나 누웠다. 점점 눈이 감겨왔다. "안녕."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떴다. 성규가 서 있었다. 깜짝 놀라 일어나려 했는데, 약기운 때문인지 몸이 무거워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가 내 손을 잡고 일으켜 주며 웃었다. 왜 여기 있어요? 나의 물음에 그가 잡은 손을 놓으려 했다. 황급히 다시 그의 손을 잡았다. 난 여기에만 있을 수 있으니까, 대답하는 그의 표정이 어두웠다. 그는 내 집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현관 쪽으로 향했다. 왠지 지금 그를 붙잡지 않으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어디 가요?" "어디든지." 성규는 맨발로도 잘 걸었다. 조심스레 그의 뒤를 따라가다 이리저리 휘적거리는 그의 손을 붙잡았다. 나의 행동에 그는 웃기만 했다. 도착한 곳은 카페였다. 나와 그가 함께 일했던 그 카페. 나는 여기가 좋아, 너는 어디로 가고 싶어? 그의 물음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럼 어디 가 본 적 있어? …여행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가 없었다. 가족끼리는 고사하고, 그 흔한 학교 소풍조차 집에서 맞으면서 지냈으니까. 그가 과연 이런 한심한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눈을 질끈 감았다. "다음에는 그럼 바다로 가자." 그가 마주 잡은 손에 힘을 꽉 줬다. 눈이 번쩍 떴을 땐 아무 것도 없었다. 모든 것이 꿈이었다. 그와 만났던 것도, 손을 잡았던 것도, 같이 카페로 간 것도. 전부 내 상상이 지어낸 일이었다. 잠에서 깨고도 한참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시계가 똑딱거리는 소리와 추위만이 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내가 지금 있는 곳에는 그가 없다. 다시 한 번만 더 그를 만나고 싶었다. 나에게 따뜻함이라는 것을 알려준 사람을. 이번에는 딱 세 알만, 세 알만 먹고 말자. 내가 미친 것 같았다. 꿈에서 그와 함께 바다를 갔다. 난생 처음 본 바다는 생각보다 더 아름답고 더 멋졌다. 그와 손을 맞잡고 해변을 걸었다.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자꾸 떠올랐다. 너무 따뜻하고, 좋고, 더 같이 있으면 좋겠다…. 이게 바로 행복인가 싶었다. 그가 다시 잡은 손을 빼냈다. "또 봤으면 좋겠어." 그의 손을 다시 붙잡았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빨리 남우현, 아무 말이라도 좀 해보라고. 나 자신을 욕해봐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 나의 무력함에 눈물이 나왔다. 당신이랑 1초라도 떨어지기 싫어…‥. 성규는 말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나는, 성규씨랑 같이 있고 싶어요……." "난 항상 여기 있을 테니까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 또 다시 나는 혼자가 됐다. 시간은 도대체 얼마나 흐른걸까? 약 때문인지, 머리가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 괜찮아, 그가 없어도 나는 잘 살아갈 수 있다.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자. 수없이 되뇌었지만 차가운 바닥이 나의 울분을 터뜨렸다. 전혀 괜찮지 않아. 한 번 터진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 아빠한테 받은 폭력도, 혼자 두려움에 떨었던 것도, 그리고 그걸 잊게 해줬던 그가 없는 것도 전혀 괜찮지 않았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려있던 술병들을 집어던졌다. 흘러나오는 술마저도 차가웠다. 나는 그에게로 되돌아 가야만 했다. 결국 나는 다시 약을 집어들 수 밖에 없었다. 통 안에 들어있던 모든 약을 삼켰다. 가끔 구역질이 나오기도 했지만 참았다. 점점 의식이 흐려졌다. 그도 이렇게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 "남우현! 너 왜 이렇게 늦었어! 기다렸잖아." "이거 사느라……." 성규에게 미리 준비했던 꽃다발을 내밀었다. 그의 표정이 금세 환해졌다. 와, 진짜 예쁘다. 그는 꽃다발을 품에 안고 웃음을 멈추질 못했다. 우현아, 오늘은 어디로 갈까? 그가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우리는 이제 헤어지지 않을 것이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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