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성규가 잠에서 깨어났다. 아,저 기계음.진짜 듣기싫어... 이불을 머리꼭대기 올려쓴 성규가 베게에 머리를 부비적거렸다.
...이상하네. 이맘쯤이면 우현이 일어나 욕을 하며 알람을 껐을 타이밍인데 오늘은 어째 알람은 시끄럽게 울려대고 우현만 조용하다.
" 하암…우현아,일어나.학교가야지..."
성규가 자다일어난 달달한 목소리로 옆에벽쪽을 보고 이불을 머리꼭대기까지 뒤집어쓴채로 누워있는 우현이를 보고 말했다.
하지만 꼼짝도 하지않고 누워있는 우현이,혹시나 지각을 할까싶어 우현을 살짝 흔들며 깨웠다.
" 이러다가 지각하면 어쩌려구 그래…"
" ...... "
" ...우현아 ? "
성규가 이불을 살며시 끌어내렸다. 이불을 끌어내리자마자 뜨거운 기운이 확 뿜어져나온다.
우현이가 끙끙 앓고 있다. 얼굴 가득 홍조가 가득했고 땀도 한가득 흘리고 있었다
" 우현아 ! 너 어디 아파 !? "
하얗고 고운 손으로 우현의 이마에 손을 얹자 손이 움찔할 정도로 뜨거운 게 느껴졌다. 아마 어제 비를 한바탕 맞고 들어와 감기에 걸린게 분명했다. 우현이 계속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그 와중에도 아파하는 모습이 자존심 상하는지 크게 소리내지는 않고 작게 들릴 정도로만 끙끙거린다. 인간이 아파할때 곁에 있어본 적이 없는 성규가 서둘러 1층으로 달려갔다. 부엌에 서서 간단한 아침을 준비하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이 보였다.
" 아주머니 !! "
" 깜짝이야 ! "
" 우현이가..우현이가 그러니까 막 열도 나고 아픈데 땀도 흘리고 암튼... "
성규가 발을 동동 구르며 울상을 지은채로 횡설수설하자 계란후라이의 불을 줄인 아주머니가 서둘러 2층으로 올라갔다.
*
" 어제 그렇게 비맞고 올때부터 알아봤어,정말. 으이구... "
아주머니가 앓아누워있는 우현의 이마에 물수건을 얹어준 뒤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
" 학교에는 엄마가 전화해둘께. 오늘은 집에서 푹 쉬어."
" 나 괜찮어... "
우현이 건조한 입술을 달싹이며 말하자 '괜찮긴 뭐가 괜찮아.몸이 불덩이인데'하며 핀잔을 준 아주머니가 성규에게 물수건 미지근해지면 다시 갈아달란 말과 함께 죽을 끓여야겠다며 1층으로 내려갔다. 둘만 남은 방안. 비는 그치고 햇빛이 구름사이로 조금씩 비쳐오기시작했다. 침대맡에 앉은 성규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기웃거리며 우현의 얼굴을 살폈다.
" 내가 잃어버린 잉란때문에 너만 아프구...미안해.."
" 이제 태어날 내 동생이기도 해.그래서 쫓아간거야.길잃어버리지말고 우리집으로 오라고..."
" 휴우... "
성규가 한숨을 내쉬며 울상을 지었다. 감기라는 병에 걸려본 적이 없었고 감기걸린 인간을 본 적도 없는 성규는 갑자기 뜨거워진 우현의 몸과 식은땀을 흘리는 이유를 알지못했으나 우현이 지금 많이 아프다는건 알고 있었다.
" 아,쪽팔리게...무슨 한여름에 감기냐..."
우현이 팔을 들어 지끈거리는 이마에 올린 뒤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겨울날에 나가서 아무리 눈싸움을 하고 썰매를 타고 놀아도 감기에 걸린 적은 별로 없었는데 어제 비를 맞으며 체력 이상으로 달린게 문제인 것 같았다.너는 괜찮냐.우현이 어제 같이 잤던 성규에게 물었다.
" 난 괜찮아. "
" 그래..그럼 다행이네. 옮았으면 어쩌나했는데..."
" 나한테는 안 옮겨지니까 걱정하지마. 근데 너 되게 뜨거워...어쩜 좋지.. "
성규가 손을 들어 우현의 목덜미에 갖다댔다. 얼마나 뜨끈한지 우현의 몸에서 나오는 열기때문에 방안이 후끈해질 정도다.
" 이렇게 뜨거운데 왜 이불덮고 있어 ? 덥잖아..."
" 몰라.감기걸리니까 이상하게 으슬으슬거려. "
" 물수건 미지근해졌다. 잠시만."
이마위에 있던 물수건을 조심스럽게 집어든 성규가 화장실로 가 찬물로 수건을 적신 뒤 서툰 손으로 물기를 꼭꼭 짜고 다시 우현의 이마위에 살포시 얹어놨다.
" 너 이런 거 해본 적 있어 ? "
" 아니. 병간호도 처음이고 인간 병간호도 이번이 처음이야.사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
팔자눈썹이 또 추욱 쳐졌다.아,존나 귀엽다. 우현이 속으로 생각하며 성규를 힐끗 쳐다봤다. 그래도 오늘은 하루종일 얘랑 있을 수 있겠네. 머리는 깨질 것 같고 몸은 코끼리가 올라와있는 것 처럼 무겁지만 가슴은 두근거리고 기분도 그렇게 나쁘진 않다. 아니,좋아죽을 것 같다.히히히히힉흐힉낄낄낄.
" 뭐가 좋다고 웃어,남우현. 아파서 정신까지 나갔나... ? "
쟁반에 약과 물컵,죽그릇을 들고 들어온 엄마가 우현을 보고 중얼거렸다. 침대 옆 서랍장위에 있는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책상 위로 옮긴 뒤 쟁반을 얹어놓은 엄마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진짜 미안한데 엄마가 오늘 나가봐야하거든..일단 죽먹고 약 먹고 있어. 금방 올께. "
" 나 진짜 별로 안 ...콜록...안 아프다니깐..."
" 똥 폼 잡지말고 얼른 죽이나 먹어. 성규는 미안하지만 오늘 하루동안 우현이 좀 맡아주라. 아줌마가 볼일이 있어서."
" 네! 걱정마시구 다녀오세요."
" 그래. 우현이 많이 아프면 바로 전화해.병원가게. 또 미련하게 꾹꾹 참지말구. "
" 알았어..죽은 좀 나중에 먹을래..아무것도 안 내켜. "
" 그래도 식기전에는 꼭 먹어. 엄마 갖다올테니깐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구. "
" 알았다니깐..내가 초딩이냐.."
" 입은 살았네. 아무튼 성규야,부탁해. "
우현의 엄마가 방을 나가고 성규가 쟁반을 들어 침대위에 살포시 얹어놨다.
" 이거 먹어야 낫는거 맞지 ? "
" 안 먹을래."
" 왜 안 먹어...아주머니가 너 먹으라고 끓여오신건데. 얼른. "
" 싫어.안 내켜. 숟가락 들 힘도 없어.그냥 좀 잘래. "
" 먹고 자면 되지. 빨리."
" 아이씨... "
이불을 걷으며 몸을 일으킨 우현이 성규에게 이마에 얹어놨던 물수건을 건네고 손에 들린 쟁반을 가져와 숟가락을 들고 죽을 떠 입안에 털어넣었다. 감기에 걸려서 그런지 도통 뭔 맛인지 모르겠다. 그냥 진흙을 먹는 것 같다.우웩.
" 맛없어..."
" 그래도 먹어."
" 존나...아..."
마음같아선 내팽겨치고 싶은데 다 먹을 때까지 지켜볼 모양인지 옆에 앉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성규때문에 결국 죽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약까지 먹은 뒤 다시 누운 우현이. 성규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쟁반을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 이제 좀 자야겄다."
" 응.푹 자.나 신경쓰지말구. "
어떻게 신경 안 쓰냐.우현이 작게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다시 이마에 차가운 물수건이 얹어지는게 느껴졌고 기력이 없는 우현이 약기운때문인지 곧 빠르게 잠에 들기 시작했다. 아주머니가 했던 것 처럼 이불을 잘 덮어주고 침대에서 조심히 내려와 바닥에 앉은 성규가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거리는 우현의 몸을 가만히 쳐다봤다. 갑자기 어젯밤 자신을 덥썩!안았던 우현의 행동이 생각나고 금새 또 가슴이 콩닥콩닥뛰기 시작했다. 너무...멋있어. 속으로 중얼거린 성규가 혹시나 우현이 듣지는 않았을까 놀라며 침대위에 있는 자신의 베게로 얼굴을 휙 가렸다.
*
" 아,뭐야.남우현..."
" 왠일로 남우현이 감기에 ? 바보는 감기 안 걸린다던데."
찌질하게 7월달에 감기 ? 개같은 놈. 아니 개만도 못하네.개도 7월달에는 감기 안 걸리는데...
동우와 명수가 우현이 얘기를 하며 급식에 나온 요구르트를 꿀꺽꿀꺽 원샷해삼켰다. 막상 있으면 티격태격대도 없으면 심심하고 생각난다.그건 명수도 마찬가지.
아무튼 남우현이 감기에 걸리다니. 무식해서 아프진 않던 놈인데..급식실을 나온 동우와 명수가 서서히 맑아지는 하늘을 보며 매점으로 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었다.
" 오늘 끝나고 뭐하지...심심해.오랜만에 멍수집이나 가볼까. "
" 뭐!? 아,안돼.안돼. "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명수가 절대 안 된다며 고개를 격하게 흔들었다.
" 집에 뭐라도 숨겨놨어 ? "
" 아니...아,남우현네 가봐야되지않을까 ? 병문안 겸..."
" 아,맞다. 가서 좀 괴롭혀야지. "
안도의 숨을 내뱉은 명수와 아이스크림을 쭉쭉 빨고 있는 동우가 2층 계단을 올라갈때쯤 ' 장동우 ! '하며 이 쪽으로 달려오는 동우네 반 반장이 보였다.
" 너 담임이 빨리 오래."
" 나 ? 지금 ? "
" 응.지금 오래.그럼 난 간다. "
내가 뭐 잘못했나. 동우가 불안해하며 명수에게 쭈쭈바를 맡긴 뒤 물기를 바지에 슥슥 닦고 서둘러 교무실로 뛰어갔다.
" 저 부르셨어요 ? "
" 그래. 지금 얼른 가방싸. "
" 예 ? "
담임이 아침에 걷었던 핸드폰 통에서 동우의 핸드폰을 꺼내 건네며 말했다.
" 핸드폰도 안 끄고 내는 애가 어딨어. 아버지한테 전화왔었어. 할아버지 위독하셔서 지금 병원에 가봐야한다니깐 얼른 가방싸서 교문으로 나가봐. "
핸드폰을 받아든 동우가 인사도 하지않고 서둘러 교실로 가 가방을 싸기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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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로 들어가자 고모부와 고모,그리고 엄마와 함께 예전과는 달리 머리에 꽁꽁 붕대를 감싸고 산소호흡기를 차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들어왔다.
" 어떻게 된거야 ? "
동우가 묻자 동우의 아버지가 착잡한 표정으로 '아침에 뇌출혈 조짐때문에 수술하셨어.다행히 고비는 넘기셨는데 좀 더 지켜봐야한대.'라며 말했고 병실안은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한숨을 내쉰 동우가 슬쩍 고개를 돌리니 고모의 딸인 민이가 보였다.
" 어,민이도 왔네. "
아직 7살밖에 안되서 무거운 정적이 낯선건지 눈망울만 또르르 굴리고 있다. 작년 설날에 보고 본 적이 없지만 민이는 동우를 알아본건지 동우가 손을 뻗치자 얼른 달려와 동우의 폼에 쏙 안긴다. 어른들끼리 이야기를 하게끔 민이를 번쩍 안아든 동우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러깔까하며 민이를 데리고 병원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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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이, 오빠 누군지 기억나 ? "
" 웅.기억나. "
" 오빠 이름이 뭔데 ~?"
" 몰라.아이쯔끄림 먹으꺼야."
그래,식탐은 여전하네.동우가 민이의 볼을 꼬집으며 바닥에 민이를 내려놓았다.비가 오고 난 뒤 거짓말처럼 하늘이 맑아졌다. 꼭 봄날같다. 병원앞에 위치한 공원에 민이를 내려놓자 민이가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자갈을 깔아놓은 인공 냇물에 손을 담그기도 하고 잔디위를 콩콩 뛰어다니기도 한다. 벤치에 앉아 그 모습을 보던 동우가 끈적해진 손을 닦으려 화장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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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이러다가 진짜 내가 죽겠다.
호원이 나무 옆에 있는 벤치에 앉으며 하품을 했다.삼일내내 거의 잠을 자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며칠 전엔 고속도로에서 7중 추돌 사고가 나 명부가 완전 뒤죽박죽이 된 적이 있었다. 간혹 살다보면 남의 운명을 건드리는 사람이 있다. 원래 더 살 수 있는 사람에게 해를 끼쳐 일찍이 명을 끊는다던가 혹은 일찍 죽을 운명이었는데 누군가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들. 그런 사람들로 인해 가끔씩 명부가 이리저리 엉키게 된다. 그걸 수정하느라 호원이만 뼈빠지게 고생을 하고.아무튼 4중 추돌 사고로 사(死)할 3명의 혼과 생(生)할 운명인 7명의 혼이 갑자기 섞이는 바람에 다른 지역담당의 사자까지 출동할 정도로 며칠새에 눈코 뜰 사이없이 바빴다. 졸린 눈을 비빈 호원이 공원내에 뛰도는 아이들과 어른들을 구경했다. 한 여자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들고 호원의 앞을 총총거리며 지나가다가 앞으로 퍽 고꾸라졌다. 아이고,저걸 어째. 호원이 혀를 차며 그 여자아이를 쳐다봤다. 누군가 도와주러오겠지싶었으나 아무도 도와주러오지를 않았다.
" 으아아앙!!!! "
결국 여자아이가 울음 터뜨렸고 이쯤되면 부모가 후다닥 달려올텐데 부모마저 달려오질않았다. 호원이 벤치에 명부를 놓고 굵은 나무의 뒤를 지나며 몸을 나타내더니 여자아이에게 향했다. 아이의 몸을 일으킨 호원이 흙이 묻은 아이의 옷을 털어주며 물었다.
" 괜찮아 ? "
" 으아어어엉!!! "
" ...응 ? "
여자아이의 손이 바닥에 떨어진 아이스크림으로 향해있었다. 아,저것때문인가. 호원이 흙묻은 아이스크림을 줏어 아이에게 건네자 울음소리가 더 커졌다. 아,어쩌라구...호원이 안절부절할때 '민이야!'하며 이 쪽으로 달려오는 동우가 보였다.
" 민이 왜 울어 !? "
" 으허허허앙!!! 아이..끅...쯔끄림. "
" 오빠가 하나 더 사줄께. 뚝 ! "
그러자 정말 뚝 그친다.
호원이 황당한 표정으로 일어나자 동우가 민이의 옷을 정리한뒤 신발을 신켜주고 호원을 쳐다봤다. 잘생기긴 했는데 검은 옷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무섭다.
" 누,누구세요 ? "
동우가 민이를 끌어안고 수상한 눈초리를 하며 물었다. 요즘에 납치범,유괴범이 난리던데 설마...
" 꼬마가 넘어졌는데 아무도 안 오길래. "
" 아... 감사합니다. 민이야,너도 인사해. "
" ...... "
민이는 그저 땅바닥에 떨어져 흐물흐물 녹아가는 아이스크림만 훌쩍거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 얼른 감사합니다~해야지'하며 동우가 말하자 호원이 괜찮다고 말하며 동우를 지나쳐갔다.
" 으이구. 너 이제 엄마한테 혼났다. 오늘 이쁜 옷 입었는데 다 버리고..."
" 으어엉!! "
" 아,알았어,알았어. 울지마.뚝 ! "
동우가 민이를 번쩍 고쳐안으며 다시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하려는데 벤치에 놓인 작은 공책이 보였다. 누르스름한 공책을 집어들곤 동우가 공책 여기저기를 살폈다. 앞장에 검은 글씨로 한자 두 글자가 쓰였는데 공부와는 먼 동우가 읽을리는 만무했다.
" 이게 뭐지... "
" 그거 검은 아자찌가... "
" 검은 아자찌 ? 아... "
서둘러 호원이 걸어간 쪽을 향해 공책 놓고 가셨어요하고 말하려던 동우가 멈칫했다. 그새 어디로 간건지 사라졌다.
*
" 오늘 엄마랑 아빠는 병원에 있을테니깐 동우는 집에 가. 내일 학교도 가야하니깐. "
" 나도 여기 있고 싶은데..."
" 고3이잖아. 얼른. "
" 알았어. 무슨 일있으면 바로 전화해줘. 고모,고모부 저 가볼께요. 민이도 잘 있어. "
동우가 꾸벅꾸벅 인사를 한 뒤 병원을 나섰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분명 건강하셨는데...한숨을 내쉬며 버스에 올라탄 동우가 뒷자리로 가 앉아 가방을 앞으로 둘러멨다. 잠시 창밖을 보다가 무언가 생각난 동우가 가방을 열고 아까 벤치에서 줏었던 공책을 꺼냈다. 누르스름한 천재질에 빨간 볼펜이 쿡 박혀있고 안에는 온통 한자와 숫자가 가득하다. 숫자는 대충 생년월일 같았고 한자는 생년월일로 보아 이름인 것 같았다. 동우가 한참 신기하게 공책을 보고 있을때 내릴 정류장에 다다랐고 깜빡하면 정류장을 지나칠 뻔한 동우가 서둘러 허둥지둥거리며 버스에서 내렸다. 나중에 다시 만나면 전해줘야지하며 공책을 주머니에 넣으려는데 갑자기 길거리에서 오래된 악세사리를 팔던 할머니가 버럭 동우에게 소리를 질렀다.
" 어디서 그런 흉물을 들고다녀! "
" 예에 ? "
" 재수가 없으려니깐..에이..쯧쯧. "
할머니가 무서운 얼굴로 동우를 혼내켰고 잔뜩 쫄아버린 동우가 후다닥 집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
" 으... "
자고 일어나니깐 머리가 더 아프다. 열은 좀 가라앉았지만 몸은 물에 젖은 솜마냥 무겁고 머리는 딱따구리가 쪼는 듯이 지끈거렸다. 상체를 일으키자 바닥에 앉아 침대에 팔을 얹고 자고 있는 성규가 보인다. 이불에 떨어진 수건에 아직 물기가 있는 걸 보니 우현이 잠만 자는 동안 계속 수건을 갈아준 것 같았다.
" 아...죽겠다... "
우현이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얼굴이 까칠까칠하다.
한숨을 내쉰 우현이 새근새근 자고 있는 성규의 얼굴을 쳐다봤다. 아침부터 세수도 못하고 잠만 잔 자신과는 달리 얼굴이 뽀얗고 반짝반짝거리는 성규의 얼굴. 우현이 조심히 손을 들어 성규의 볼에 손을 슥 대봤다.
" 오... "
대박 부드럽다.
그리고 말랑말랑거린다. 우현이 좀 더 몸을 기울이고 성규의 얼굴을 살폈다. 얼굴 여기저기에 귀여움이 가득 묻어있다.
눈썹도 귀엽고 눈도 귀엽고 코도 귀엽고 입술...아,입술...
가슴이 또 두근거린다. 한 번보고 두 번봐도 자꾸만 보고싶네.손이가요 손이가 성규에게 손이가요.
" 야...자,자냐 ? "
" ...음..."
성규가 볼을 긁적거리고 숨을 색색 내쉬었다. 자는 게 맞겠지 ? 우현이 손을 들어 성규의 눈앞에 휘저으며 다시 확인을 했다.
그리고 고양이처럼 몰래 다가가 성규의 볼에 쪽 뽀뽀를 했다. 으억. 죽을 것 같다. 사타구니가 저릿저릿하고 입술도 파르르르 떨린다. 아픈 것도 까먹게 된다. 우현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좀 더 욕심을 내보기로했다.
" ...... "
우현이 저번처럼 조심스럽게 성규의 입술로 다가갔고 곧 입술이 꾸욱 닿았다. 아,좋다. 지금 이 순간은 호모고 나발이고 그냥 좋기만하다. 입술이 닿은지 좀 길어진다싶었을때 입술을 부빈채로 우현이 살며시 눈을 떴고 동그랗게 눈을 끄고 있는 성규와 딱 마주쳤다.
아,좆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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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에 따라 달달함이 추가되느냐 마느냐...쿸.....잔인해지겠어요....
댓글달아주세요,눈팅 말구ㅠㅠㅠㅠ
신작알림 필수구요
에그몽은 8~10시 사이에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