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났다. 오히려 너무 많이 자서 허리가 뻐근하기도한것 같아서 침대에 누워 혼자 기지개를 쭉 폈다. 그리고 이 침대 어딘가에 있을 휴대폰을 찾기위해 손을 더듬더듬 거렸다. 아, 찾았다!
“뭐야....”
휴대전화 안에는 수십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다. 다니엘, 다니엘 매니저오빠, 지성오빠 등등...
이정도면 다니엘에게 무슨일이 또 생긴게 분명했다. 쌓인건 전화뿐만이 아니었다. 몇백개나 쌓인 카톡을 확인했을 땐 본인이 잘 들어가는것 까지 확인 했으면서 ‘잘 들어갔어?’ 라고 묻는 민현오빠의 연락이 있었고 아침 일찍 ‘오늘 날씨 너무 좋다.’ 라는 연락이 하나 더 와있었다.
그리고 알고싶지않아도 지성오빠와 매니저덕에 다니엘이 몸이 안좋아서 결국 스케줄을 취소하고 병원에 갔다가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있다는 내용까지도 알 수 있었다. 인터넷 기사에 따르면 다니엘은 억지로 촬영장 까지 왔다가 고열로 인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고했다.
바보같은게 책임감은 강해서 왠만해서는 스케줄을 행하려했을텐데 많이 아픈건가... 덩치는 산만한게 외로움은 많이타서 특히 아플땐 꼭 누군가 옆에 있어줘야했다. 그런 너라는걸 알기에 내 휴대폰에 찍힌 부재중 6통이 더욱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하지만 또 한번 상처받을까 이제는 두려웠다.
♩♪♪♪♪-
“네,이모.”
“어, 여주야. 우리 다니엘 많이 아픈거야? 나도 기사로 방금 알았지뭐니.”
“아... 죄송해요. 저도 방금 알았어요..”
“아냐. 여주 니가 옆에서 간호좀 해줘. 한번 아프면 무지 독하게 아픈거 알잖니.”
네. 걱정마세요. 나도모르게 다니엘의 어머니께 내뱉은 말이었다. 이모는 감기면 약먹이고 푹 재우고 가능하다면 대추랑 호박, 인삼같은걸 달여서 먹이면 효과가 좋더라라는 말까지 덧붙이셨다.
이모의 전화한통에 내가 또 너에게 갈 명분이 생겨버렸다.
***
매니저오빠의 차를 함께 타고 마트에 들려 재료들을 산 뒤 집으로 향했다.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어놓은건지 집안에는 후끈한 열기가 가득했다. 매니저오빠는 내가 와서 안심이라며 회사에 가서 스케줄 정리를 하고 오겠다고 곧바로 가버렸다.
먼저 재료들을 손질해서 끓여놓고 니가 있을 방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한번 다짐했다. 니가 가장 아픈 이순간에도 나를 밀어낸다면 너는 진심인거라고. 그럼 나에게도 더이상 헛된 희망같은건 없는거라고.
그런 마음으로 문을 열었을땐, 이마에 붙은 머리카락이 젖을만큼 땀을 뻘뻘 흘리며 마른기침을 계속해서 내뱉는 니가 침대위에 누워있었다. 또 이렇게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누워있는 너를 보자니 마음 한켠이 아려왔다.
이마에 손을 올려보니 핫패보다도 더 따뜻한게 열이 높은게 한번에 느껴졌다. 내 손길에 잠이 깬건지 너도 힘없이 살짝 눈을 떴다.
“많이 안좋아..?”
“왜 전화 안받아.”
해장국을 가지고오라고 하던 그때의 목소리보다 더 축 져진 목소리는 힘없이 쩍쩍 갈라져 자동으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미안. “
“왜 이제 와.”
“미안.”
“가지마.”
한마디 한마디가 힘들어보이던 너는 투정아닌 투정을 내뱉었고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미안 단 두글자 뿐이었다. 힘겹게 말하고 있는 네 앞에서 내가 니 전화를 왜받아라고 받아칠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가지마라는 말이 진심인듯 너는 내손을 꼭 잡고 놓지를 않았다. 손에서 느껴지는 너의 열에 자꾸만 걱정이 앞섰다.
“약은 먹었어?”
“응.”
“좀더 자. 그래야 열 내려가지. 이모랑도 통화했어. 이모가 너 아플때마다 대추랑 호박 달여서 주신다길래 가져왔어.”
“.......고마워.”
순간 내가 잘못들었나? 싶어 두손으로 만지고있던 다니엘의 손에서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들어 다니엘을 쳐다보았다. 다니엘은 그대로 눈을감고 말하고 있었다.
너의 입에서 고맙다는 말을 들어본게 언젠지. 아플때면 애기가 되곤 하더니 아프고나서 내가 알던 다니엘로 점점 돌아오고 있는것 같았다. 조금 더 하자면 애절함이 추가 된것 같달까.
“미안해.”
너의 입에서 또 듣지못했던 말이 흘러나왔다. 미안해였다. 사람이 갑자기 바뀌면 곧 죽는다는 말이 있던데 죽을병도 아닌 너는 평소와는 너무도 다르게 기침을 하면서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는 너의 말에 대답을 하지도 못하고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나 다른여자랑 안자.... 초딩같이 너 보라고 여자 불렀어...”
“.............”
“가지마.”
“............”
“가지마,여주야...”
“......물 끓겠다. 나 잠시만 보고 올게.”
너는 대답 대신 나의 손을 붙잡았다. 마치 어린아이가 아프면 어리광을 부리듯이 너도 그랬다. 겨우 다잡았던 마음을 니가 그렇게 슬픈 눈빛으로 흔들면 내 마음은 언제 진정되라는건데. 잠잠해졌다 싶으면 흔들고 마음먹었다 싶으면 무너트리고. 너는 진짜 나쁜남자다. 아니 나쁜놈이다.
눈이 풀려 힘은없지만 강렬하면서도 애절한 너의 눈빛에 나는 억지로 다른 손으로 너의 손을 떼어내고 방문을 닫고 나왔다. 물론 “나 안가. 진짜 물 끓어, 끄고 올게.” 라는 말을 덧붙이고.
거실로 나온 나는 유리컵에 시원한 물을 받아 들고는 쇼파에 앉아 벌컥벌컥 들이켰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토록 바라던 너와의 대화였음에도 갑작스레 변한 너는 당황스러웠으니까.
♩♪♪♪♪-
민현오빠였다. 아.. 벌써 시간이 저녁을 향해가고 있으니 오빠의 연락을 받은 뒤로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여보세요?”
“어, 여주야. 무슨일 있어? 연락이 안되서 걱정했어..”
“아, 오빠 죄송해요. 제가 늦잠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급한일이 생겨서..”
“아냐, 별일 없으면 다행이구. 나 애프터 신청했다가 까인 남자되는줄 알았어. 감사하면 연락하랬는데 연락도 없구.”
“아, 죄송해요. 어제 맛있는걸 먹었더니 바로 잠들었어요.”
“더 감사하게 맛있는거 또 먹여야겠네. 근데 무슨일있어? 목소리가 너무 안좋아..”
“아.. 아니에요.”
“다니엘 아프다던데 같이 있어..?”
“아...네.”
오빠는 눈치가 빨랐다. 목소리만으로도 내가 다니엘과 있는지 그래서 기분이 어떤지 바로 알아챘다. 그런 관심이 고마우면서도 이렇게 신경써주는 오빠에게 자꾸 미안할 행동만해서 또 미안했다. 솔직하게는 왜 민현오빠가 고작 나에게 이렇게까지 신경써주는건지 의아했다.
오빠는 다정하게 다니엘의 상태까지 물어봐주었고 역시나 내가 밥은 먹었는지,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면 부르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다니엘은 그뒤로 약기운이 번진건지 잠에서 한번도 깨어나질 않았다. 그렇게 다려놓은 약과 죽까지 준비해두고 다시 나의 집으로 향했다. 금방 전 까지 했던 다니엘의 말이 그 분위기가 너무도 몽롱해서 나까지도 약에 취해 꿈이라도 꾼것같은 기분이었다.
“어흐, 추워.”
낮에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얇은 가을 코트를 입어서일까, 차가운 저녁바람에 온몸이 으스스떨렸다.
“여주야!!”
“어? 민현오빠?”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멀지않은 집에 걸어가기 위해 빠르게 걸음을 옮기던 중 뒤에서 민현오빠의 소리가 들렸다. 오빠가 왜 여기있는거지? 그런 내 표정을 또 읽은건지 오빠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 기분 안좋을것 같아서. 근데 다니엘 집이 어딘지 기억이 안나서 계속 뱅뱅 돌고있었어.”
오빠는 바보같은 웃음을 지었다. 오빠의 하얀 피부가 창백하다 못해 빨개진걸로 보아 꽤 오랜시간을 밖에서 보낸듯 싶었다.
“왜이렇게 얇게 입었어.”
“집이 금방이라서 괜찮아요.”
“잠깐만.”
오빠는 긴 갈색코트를 벗더니 나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이 추운 날씨에 본인은 니트하나만 입고 버티겠다는게 말이 안되서 극구사양을 해도 오빠는 자기는 모자랑 마스크를 써서 얼굴이 따뜻하다고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길가에서 한창 실랑이를 벌였지만 오빠는 자꾸 내 어깨를 잡고 우리집 방향쪽으로 몸을 돌려 걸어가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또 한번 아,맞다 하며 주머니에 있던 핫팩까지도 내 손에 쥐어주었다.
내가 몇걸음 가다가 “오빠 제발 옷입어요.” 하고 멈추면 웃음으로 떼우거나, 빨리가자며 나를 밀거나, 다른 이야기로 주제를 돌렸다. 아무래도 이 오빠의 고집을 이길수는 없을것같아서 결국 빨리 집에 가는게 좋을것 같아 발걸음을 재촉했고 평소에는 10분거리가 5분으로 줄어드는 기적도 일어났다.
집앞에 도착하자마자 오빠의 코트를 벗어주자 그제야 오빠는 코트를 받아들었다. 코트를 넘겨주며 잠시 맞닿았던 오빠의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거기다가 빨개진 오빠의 볼과 코때문에 이렇게 바로 오빠를 보내기엔 너무 미안했다.
“오빠, 몸좀 녹이게 차라도 한잔 하고 갈래요..?”
***
물론 우리집에 들어오는 남자가 (다니엘,지성오빠,다니엘매니저 등등)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토록 어색한 분위기는 처음이었다. 만나는 내내 어색할 틈을 주지 않던 오빠도 여자 집이란 이유 때문인건지 정자세로 쇼파에 앉아 눈동자만 요리조리 돌리고 있었다. 거기다 깔끔한 오빠성격을 알기에 혹시나 해서 피워둔 라벤더향의 향초가 은은하게 피어나 더욱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오빠 볼 차가운거봐요.”
오빠의 차가운 볼에 비해 핫팩으로 데워져있던 내 손을 오빠의 볼에 갖다대니 차가움 때문인지, 갑작스러운 스킨쉽때문인지 소그라치게 놀란 민현오빠는 본능적으로 나에게서 멀어졌다가 본인의 그 반응에 어색해하며 하하하-하는 기계적인 웃음소리와 함께 다시 원래 자세로 돌아왔다.
“오빠 감기걸리면 어떡해요. 이 차 꼭 다 먹고 가야해요.”
“괜찮아. 여주 네가 감기 안걸리면 돼.”
“오빠가 감기걸리면 마음아파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니까 아프면 안돼요.”
“그럼 나도 아프면 여주 네가 간호해줘?”
“당연하죠. 나 때문에 감기걸리는건데. 아니, 근데 아프면 안된다니까요? 아플 생각도 하지마요.”
이 오빠 키도 크고 하는 행동은 오빠미가 넘치면서 이럴땐 꼭 애기처럼 웃으며 그 웃음으로 모든 상황을 넘어간다. 물론 그런걸 알면서도 오빠가 그렇게 웃으면 보는 사람도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는걸.
오빠는 한참을 긴장한 자세로 있더니 여자집에 오래 있으면 실례가 될 것 같으니 이만 가봐야겠다며 생각보다 빨리 일어났다.
남자 한명이 집에 잠시 있었다가 갔을 뿐인데 뭐랄까 색다른 느낌이었다. 그 잠시의 시간동안에도 오빠가 앉아있다가 간 쇼파에는 오빠 특유의 따뜻한 비누향이 베어있는것만 같았다.
***
오랜만에 지성오빠와의 만남이었다. 오빠는 소속사에서 만든 그룹의 리더를 또 맏게 되었고 그래서 다니엘 때문에 더더욱 힘들어했다. 형들과 있을 때의 다니엘은 여전히 초딩같고 발랄했지만 그 이외의 사람들에겐 한없이 차갑고 냉정했다.
괘씸한 강다니엘은 그 뒤로 연락한통 없었고 몸상태가 어떤지, 촬영은 다시 시작했는지는 인터넷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 괘씸함 덕분에 그 몽롱했던 시간은 더욱더 꿈 같았으면서도 그래 이래야 너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에게서 점점 더 멀어져가는 네가 있다면 나에게 점점 더 크게 다가오는 사람도 있었다. 민현오빠였다. 오빠는 늘 주위사람을 잘 챙겼고 타지에서 혼자 지내는 나를 유독 더 잘챙겨주는것 같았다.
만났을 때도 친절하지만 오빠는 연락하는것도 친절했다. 도서관에 있다고 하면 주위에 있는 카페의 기프티콘을 보내준다던가, 밤에 혼자 집에 갈 때면 위험하니 들어갈 때 까지 전화를해준다던가. 처음 느껴보는 따뜻하고 달달한 남자의 정석이었다.
“근데 아무리 민현이가 모두한테 친절해도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아. 너한테 다른마음 있는거 아니야?”
“에이, 오빠. 상식적으로 민현오빠같은 사람이 왜 나한테 관심을 가져?”
“야, 내가 너랑 친하게 지내는것처럼 민현이도 특이취향일수도 있지.”
“민현오빠가 특이해서가 아니라 오빠랑 민현오빠랑 급이 달라서 그런거야.”
“야!!”
지성오빠는 내앞에 놓인 쏘맥잔에 벌이라는듯 소주를 콸콸 따랐다. 오랜만에 보는 오빠와 오랜만의 술자리라서 그냥 기분이다 하고 그대로 오빠와 술잔을 부딪혔다. 알싸한 알코올이 몸안에 들어오자 몸이 달아오르면서도 시원한 맥주가 그간의 갈증을 해소하는 느낌도 들었다. 나 너무 주당같아보이려나?
카톡♬
지성오빠의 카톡알림음이 울렸고 오빠는 내용을 읽어보더니 폰을 던지듯이 내려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살짝 머리를 쥐어뜯더니 혼자 쏘맥한잔을 꿀꺽꿀꺽 원샷했다.
“왜, 무슨일인데?”
“강다니엘, 또 클럽이야.”
“한두번이냐.”
“아, 진짜 내가 뭘 어떻게해야돼? 미치겠다-“
세상누구보다 여린마음을 가진 오빠가 팀을 위해서라면 분명 마음에도 없는 쓴소리를 많이했을거다. 그럼에도 다니엘의 이상한 고집을 꺾긴 힘들었을것이고 막말로 아무리 형이라도 막나가는 동생을 다잡긴 힘들었다.
금세 비어버리잔에 또 술을 채워 먹으려하는 오빠를 위해 함께 술잔을 또 부딪혀줬다. 이번에도 끊김없이 한번에 술을 털어넣은 오빠는 초점없이 입에 안주를 넣다가 갑자기 아!하는 웃음섞인 감탄을 하더니 탁-소리나게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나쁜남자에겐 나쁜여자는 어때?”
“뭔 소리야?”
“여주야, 클럽가자.”
“뭐라는거야.취했어?”
그러니까, 초롱초롱 눈동자가 빛나는 지성오빠의 계획은 내가 그누구에게도 꿀리지않게 세상에서 제일 예쁜여자로 변신해서(이건 지성오빠의 말을 그대로 빌린거다) 다니엘의 앞에 딱! 나타나는거다. 그래서 다니엘앞에서 술도 먹고, 남자도 만나고(이건 위험할것 같아서 패스), 춤도 추고 했을때, 다니엘의 반응을 보자는거다.
물론 나는 반대였다. 다니엘이 이토록 나를 경멸하는 이유 역시 비슷한 상황때문인것 같아서. 하지만 반대로 또 궁금하기도 했다. 너만 하냐? 나도 한다 같은 반발심때문인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코디 by.윤지성에 의한 작품이 시작되었다.
***
나보다 화장에 대해서 잘 아는 지성오빠덕에 나의 기본 화장에 여러가지가 추가되었다. 진한 눈화장에 속눈썹도 붙여보고 눈밑에 반짝반짝 글리터도 해보고 빡센 쉐딩과 하이라이터까지 더해지니 조금 과장해서 연예인 무대화장같기도 했다.
이것만큼은 아니더라도 좀 이렇게 빡세게 꾸미고 다니지그랬냐는 지성오빠의 타박에 그럼 진작에 해주지그랬냐고 나역시 받아쳤다. 그래도 이렇게 꾸민걸 보니 가끔 왜 연예인 제의받는지 이해는 간다며 수긍하는 지성오빠덕에 훈훈하게 집을 나서 비장하게 클럽으로 향했다.
처음입어보는 짧고 딱 달라붙는 미니원피스에 높은 킬힐이 너무 불편했지만 마치 영화에 나오는 여자주인공이 변신한듯한 느낌이라 꽤 설레기도 했다.
매일 클럽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복장으로 클럽을 찾은터라 클럽 웨이터들도 나를 전혀 알아보지못하는것 같았다. 물론 그점은 지금 생각하면 조금 기분나쁘네.
긴장되는 마음으로 또각또각 계단을 올랐다. 어색한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을 때 마다 나를 이렇게 고비로 몰아넣고 자기는 우리집에서 쇼파에 누워 티비를 보고 있을 윤지성을 짓밟듯 구두는 더욱 또각 또각 거렸다.
똑똑-
들어오란 소리도 없이 먼저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모두가 의아해 하는 표정으로 누구냐 물었지만 단 한사람 너는 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한마디도 하지않았다.
“누구야? 이쁜데?”
너는 뭐하자는뜻이냐고 묻듯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훑었다. 너의 눈빛에 침이 꿀꺽 삼켜졌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나긴 싫어서 더욱 도도한척 너에게로 한걸음씩 걸어갔다.
너또한 곧 흥미롭다는듯 쳐다보며 주위여자들을 물러나게했다. 그리고 너의 옆자리는 내자리가 되었다.
“마셔.”
이번에도 역시 네가 마시던 양주를 새로운 잔에 따라 나에게 마시라고 권했다. 미안하지만 나도 더이상 물러날 생각은 없어. 새로운 잔이 아닌 네가 먹던 잔을 빼앗아 단숨에 내 입에 털어넣었다. 석유맛같기도하고 과학실에 있는 알코올을 먹는것같기도한 이런 술을 도대체 왜먹는건지.
그런 나의 도발적인 행동에 너는 손으로 눈을 가리고 웃기시작했다. 그리고 주위 남자들은 그런 나를 보며 환호했다.
“ 다 꺼져.”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그리곤 모두 너의 말 한마디에 눈치를 보며 방을 나갔다.
“뭐하자는건데?”
“너도하는데 나도 못할거 없잖아.”
“그럼 어디한번 해보던가.”
모두가 나가버린 방안에서 너는 술잔을 내려놓고 거칠에 입을 맞춰왔다. 너의 입에서도 쓴 술맛과 담배향이 섞여 기분이 더러웠다. 내가 알던 우리의 달콤한 입맞춤이 아니었다. 입을 마주며 나를 벽에 밀친 너는 입을 떼고는 나의 목덜미에 키스해왔다. 절로 몸이 움츠러들고 눈물이 찔금 세어나왔다. 이런식의 스킨십은 싫었다. 정말로.
그런 내 몸의 반응을 느낀건지 너는 입술 떼었고 입술과 입술이 닿을듯한 거리에서 나를 바라봤다. 조금 차오른 나의 눈물을 너도 본걸까.
“할꺼면 어설프게말고 제대로 하래도. “
아이러니하게도 너의 손은 따뜻하게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바로 옆에 있던 문을 열더니 나의 팔을 잡아끌고 나갔다. 조용했던 룸안과는 다르게 문을 열자마자 밖을 포함한 복도는 시끄러운 음악과 조명이 가득했다. 그리고 너는 나에게서 눈을 떼지않고 1층 홀로 내려갔다. 네가 내려가자마자 기다렸다는듯 여자들이 너의 주위로 보였다. 너는 할테면 해보라는듯 나에게 조소를 날리곤 다시 그여자들과 춤을 췄다.
여기까지왔는데 이번에도 나라고 못할리 없었다. 나또한 조심조심 1층으로 내려갔다. 아씨, 춤은 어떻게 춰야하는거지. 쿵쿵대는 음악소리로 인해서 알싸한 술기운이 훅 올라와서 어지러운건지 이렇게 시끄럽고 사람가득한 곳이 처음이라 어지러운건지 구분이 안갔지만 확실한건 말끔한 정신은 아닌듯했다.
또 한번 생각나는 지성오빠의 모습이 짜증날때쯤, 어느새 내 주위에도 여러남자들이 몰려있었다.
“이쁘네.”
“몸매좋네, 혼자왔어?”
“아니요...”
사람들속에 파묻히자 다니엘은 어디있는건지 보이지도 않았고 이제야 두려움이 찾아왔다. 이남자들은 누군데 자꾸 나를 이리저리 훑어보는것이며 나는 아니요라고 대답했을뿐인데 그게 그리 웃긴건지 한참을 웃어댔다.
“2차갈래?”
“아니요...”
“혼자잖아, 재밌게 해줄게.”
“혼자 아닌데요..”
“그럼 누구랑 왔는데?”
“남자...친구.....”
이번에도 내 대답이 뭐가 잘못됐나? 남자들은 또 한번 박수를 치며 웃기시작했다. 몸은 여전히 음악에 맏겨 리듬을 타고 있었다.
“어떤 남자가 자기 여자친구가 이렇게 입고 노는데 가만히 있어?”
“그러니까요!!!!!!”
거, 참 말한번 잘했네. 그러니까 세상에 어떤 남자가 여자친구가 이렇게 노는데 더해보라고 자극을 하냐고. 더이상 옛 여자친구로도 취급안한다 이건가. 화가나서 입술이 툭 튀어나오고 모두가 춤추는 이곳에 나혼자만 우뚝 서있었다. 그런 나의 행동에 남자들은 “귀엽다.”라고 말하며 더욱더 몸을 나에게 밀착시켰다.
역시 기분이 더러웠다. 내가 니들한테 잘보이려고 이런건 아닌데.
그때 뒤에서 한남자 나의 팔을 쓰다듬었다. 또한번 몸이 움찔했다. 그냥 한번은 우연이라고 넘기겠지만 그 손길은 멈추질않고 팔과 어깨를 타고 넘어와 어느새 가슴까지 향하고 있었다.
무서웠다. 하지만 사람가득한 이곳에서 도망가려해도 사방의 남자를 뚫기가 어려웠고 계속 되는 손길에 결국 눈물이 터졌다.
그때였다. 누군가의 손길이 나의 팔을 잡고 당긴게. 덕분에 그 지옥같은 곳에서 헤쳐나올수 있었고 그 남자는 점점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곳으로 나를 데려나갔자. 그의 뒷모습이 익숙했다.
“여기서 뭐하는거야.”
“오빠...”
처음 보는 민현오빠의 굳은 표정이었다. 오빠는 굳은표정으로 다시 나의 팔을 잡고 밖을 나가려했다. 하지만 나의 팔을 잡는 누군가의 손길에 막혀버렸다.
“어디가.”
이번엔 다니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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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번편은 분량이 조금 길지않나요?! 사실 3화랑 4화를 합쳤어용 ㅎㅎ 그리고 제가 지금 집에 잘 없어서 휴대폰으로만 작업을 해서 글만쓰고 여러분들 댓글 하나하나 다 읽었는데 답글을 못드렸어요 ㅠㅠ 너무 죄송해용 ㅠㅠ글먼저 올리고 답글 드릴게용 ㅎㅎ 너무 과분한사랑에 몸둘바를 모르겠답니다 >< 제가 초록글 메인도 올라가보고 ㅜㅜ 너무 감동적이에요 여러분!! 독쨔님들의 사랑에 보답하기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노렸던건 1화는 다녤 2화는 민현 3화는 둘다! 그리고 생각보다 다녤에게 부들부들 하시는분이 많아서 놀랬어욬ㅋㅋㅋㅋㅋㅋㅋ너무 미녀니만 사랑해줬나... 다녤에게도 발전의 기회를..!주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제 실수로 암호닉에 이름이 없을 수도 없으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 ❤️ 소중한 암호닉 ❤️ [체리봄] [수망이] [강캉캉] [0209] [뿜뿜이] [정태풍] [뷔밀병기] [수리태화] [녤니짱] [유메] [말랑이] [댕댕이] [파요] [댕구르르] [치즈맛쁘레첼][요정][자메이칸] [멜리멜리] [메이♡][양양][호두][99] [참새랑][누리옹][사용불가][뿜뿜이][마요] [부릉부릉] [루지][수망이] [밍멩뮹][군밤] [민향] [지성박수][하늘][녤회] [켈로그] [포로링][녤름][딥러블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