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어택
@Youday
외전
그들의 이야기
"생각해보니 그 때 이름말고 번호를 물어봤어야 했어."
"하긴. 내가 여기 안 살 거라고는 생각 못 했겠지."
우린 학교에 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그 때 너 찾으려고 모든 학교는 다 뒤지고 다녔는데..."
넌 과거를 떠올리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라도 만났으니 된 거지."
난 너의 그런 모습에 웃음이 났다.
너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 때 교실 문이 열리더니 지민이가 들어왔다.
"어! 지민아!!"
난 반가움에 크게 지민이를 불렀다.
그러자 내 얼굴을 보며 웃음을 지어 보이는 지민이였다.
"아침 일찍 와서 연애하는 중인가?"
지민이는 장난스럽게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래. 그걸 알면 조금만 더 늦게 오지 그랬냐?"
라며 받아치는 정국이의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도와준 사람한테 할 말이냐? 하여간 전정국은 은혜를 몰라."
이렇게 말해도 다 알고있다는 듯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둘을 보고,
갑자기 전에 물어 보지 못 했던 질문이 생각났다.
"아 나 궁금한 거 있어."
나의 말에 둘은 동시에 날 쳐다 봤다.
"둘이 어떻게 친해진 거야?"
둘은 내 질문에 다시 서로를 보며 웃는다.
"처음에 박지민이 좋은 인상은 아니였지."
정국이가 먼저 입을 뗐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여기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어.
뭐 원래 고등학교를 먼 곳으로 오려고 했지만 마침 집이 이사해서 이 학교를 다니게 됐지."
*
이사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도시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버스를 잘못 타는가 하면 책을 사기 위해 서점에 가는 것도 힘들었다.
그런 내게 고등학교 입학이 눈 앞에 다가오다니.
시간이 멈췄으면 했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내 몸은 학교를 향해 가고 있었다.
교실에 도착해 주위를 둘러 봤다.
먼 곳으로 와서 그런지 아는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게 한편으로는 힘들지만 또,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내 다리에 대해.
아직 다리에 보조기를 차고 있지만 좀 여유가 있는 바지 덕분에 많이 티가 나지 않았다.
걸음만 조심해서 걸으면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했다.
난 맨뒷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엎드렸다.
깨어있어봤자 할 짓도 없었기 때문이다.
곧 난 내 등을 두드리는 손으로 인해 잠에서 깨어났다.
이어폰을 빼며 옆을 쳐다 보니 한 남자애가 서 있었다.
"여기 자리 있어?"
라는 말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 앉아도 되지?"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자리에 앉는 너였다.
"나 얼마 전에 이사 와서 이 동네에 아는 사람이 없거든."
묻지도 않은 말을 재잘재잘 말하고 있는 너가 신기해 멍하니 쳐다 보고 있었을 때
"아 그러고 보니 이름도 안 말했네. 난 박지민이야. 넌?"
내 이름을 묻는 박지민이다.
참 빨리도 물어 본다고 생각했다.
"난 전정국."
"전정국? 혹시 방탄중학교 전정국?"
큰일이다. 나를 아는 사람이 나타났다.
*
내 이름을 안 이 후에 박지민이란 놈은 말이 더 많아졌다.
"이름만 들어본 사람을 직접 만나게 되다니 영광인 걸? 나도 축구했었거든.
잘 한다는 얘기도 좀 들었었지만 취미로 했던 거라 그만뒀지.
너도 취미로 했던 거야? 취미라기엔 너무 아까운 실력인데."
기억하고싶지 않은 옛날 기억이 떠오를 것 같아 애써 박지민의 말을 무시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들어왔다.
"너 별명이.. 에이스였지? 이제부터 에이스라고 불러야겠다."
"아 그렇게 부르지 않아줬으면 좋겠는데."
난 충분히 물론 내가 생각하기에 상냥하게 말했다.
"왜~ 좋잖아. 에이스! 앞으로 잘 지내보자."
새학기 첫 날부터 골치 아픈 애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 미칠지도 몰라.
박지민은 매점 , 급식실 내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다녔다.
"왜 자꾸 따라다녀."
"나 친구 없다니까. 보아하니 너도 없는 것 같고. 잘 지내면 좋잖아~"
라며 능글맞게 말하는 박지민을 구린 표정을 하고 지나쳤다.
물론 빠르게 가지는 못 해 금방 따라 잡혔지만 말이다.
"에이스! 같이 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왜 에이스라는 별명은 질려? 그럼 뭐라 할까.
캡틴? 아님 필드 위의 왕자..? 혹시 그런 취향?"
"하.. 말을 말자."
난 박지민을 지나쳐 교실로 향했다.
"아니.. 왕자는 아닌 것 같고 그럼 황제가 낫나.. 뭐가 더 좋냐?
뭐야. 어디로 사라졌어. 나도 데리고 가 에이스!"
혼자 중얼거리다 내가 앞에 없다는 걸 알았는지 다시 내게 달려오는 박지민이다.
하루에도 빠짐없이 에이스라는 말을 100번은 하는 풀네임 박지민새끼.
"에이스! 매점 가자."
"에이스! 오늘 점심 뭐냐."
"에이스! 오늘 겁나 피곤하지 않냐?"
"에이스!"
"존나 뭐 왜 뭐!!!!!"
"그냥 한 번 불러봤어."
하...제발 저 새끼 좀 꺼졌으면..
이렇게 피곤한 하루하루를 보내다 3일 후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다.
그 날은 체육이 든 날이였다.
난 아직 운동을 하면 안 됐기 때문에 체육선생님께 사정을 말한 뒤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하지만 박지민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는지 곧 내게 말을 걸어왔다.
"여기서 뭐 해? 우리 축구하는데 껴야지. 에이스가 빠지면 쓰나."
사실대로 말하면 뭐라 할까.
다시 한 번 그 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몸이 좀 안 좋아서. 쉬려고."
"아 그러냐? 그럼 푹 쉬어라."
의심없이 돌아서는 박지민의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 에이스!"
아. 깜짝이야. 간 줄 알았는데 다시 얼굴을 내밀며 말을 걸어왔다.
"왜. 또 왜..."
"너 항상 보충이랑 야자 안 하길래. 나도 오늘 일찍 가야하거든. 끝나고 같이 가자고."
아. 난 학교가 끝나면 바로 재활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야했다.
그걸 박지민한테 들킬 수는 없었기 때문에 몰래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고작 생각해낸 방법이 숨기라니..
청소가 끝난 뒤 난 박지민의 눈을 피해 화장실에 숨어 있다 휴대폰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오 성공적. 내적 환호를 지르고 있을 때 뒤에서 들리는 그 놈 목소리...
"에이스!!!!!!!!"
미친. 저 멀리서 소리를 지르며 달려 오는 박지민의 모습이 보였다.
난 최대한 내가 걸을 수 있는 빠른 걸음으로 도망을 쳤다.
하지만 뛰는 사람에게서 내가 도망친다는 건 무리였다. 너무 무리였지.
결국 난 따라 잡혔다.
"..야 같이 가자는데 왜 도망가."
달려온 게 숨이 찬지 잠시 쉬었다 말하는 너였다.
"하하하.. 내가 깜빡 잊고 말았네."
연기 좀 배워 놓을 걸 그랬나. 어색한 게 나한테까지 느껴진다.
"날 보고 도망 가는 건 뭔데? 핑계는."
그렇게 난 어쩔 수 없이 박지민과 함께 하교를 해야 했다.
병원으로 향하면서 제발 나랑 다른 방향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너도 이 쪽 방향이야? 나도 이 쪽인데."
라는 말에 바람은 깨져버렸다.
"근데 넌 이렇게 일찍 어디 가는 거냐? 집에 가는 건 아닐테고."
들키는 거 보단 그냥 솔직히 말하는 게 나을 듯 싶어 병원에 간다고 말했다.
"아 아까 아프다더니 그거때문에?
음 근데 항상 일찍 가잖아. 맨날 병원을 가? 너 혹시 불치병..?"
심각한 박지민의 얼굴에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웃으며 가고 있었을 때 앞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전정국?"
난 그대로 굳어 버렸다.
중학교 축구부 동기였던 애였다.
"야 전정국! 오랜만이다. 나 기억 안 나? "
딱히 반가운 얼굴은 아니었다.
난 축구를 잘 했던 만큼 다른 아이들의 존경을 받았지만 그 만큼 질투도 많이 받았다.
저 애는 나를 질투했던 애들에 속해 있었다.
내가 다리부상으로 인해 축구부를 그만두게 됐을 때 절대 잊혀질 수 없는 말을 남긴 애이기도 하다.
난 대답할 수 없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뭐야. 아는 애야?"
박지민이 내 얼굴을 보며 물었다.
내 표정이 심상치 않은 걸 느꼈는지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냥 가자."
난 박지민을 붙잡고 이 곳을 벗어나려 했다.
"다리는 좀 어떠냐?"
비꼬는 듯한 말투가 들렸다.
"하긴 그렇게 심하게 부상을 입었는데 괜찮을리가 없지.
보니 걷는 폼도 이상하고. 설마 계속 그러는 건 아니지?
축구 하나 때문에 다리병신이 되면 너무 불쌍하잖아?
다시 한 번 그 말이 내 귀에 들어왔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 자리에 그냥 멀뚱히 서 있는 것 밖에 난 할 수 없었다.
반박조차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맞는 얘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시 일어섰지만 트라우마는 계속 남아있었다.
그래서 괴로워 할 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 때 옆에 있던 박지민이 내게서 멀어져 갔다.
박지민은 그대로 앞으로 가 그 놈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야 미친. 난 그 모습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다 뱉냐. 미친새끼야."
"시발 지금 쳤냐? 넌 뭔데 지랄이야."
박지민은 그 놈의 멱살을 잡으며 주먹을 한 번 더 꽂았다.
"뭐긴 뭐야. 박지민이다. 시발아
얘가 다쳤어도 니 새끼보단 축구 잘 하겠다.
실력도 좆도 안 되면서 축구 하니까 좋냐? 이딴 말 할 시간에 실력을 더 키워."
그대로 그 놈을 바닥으로 내팽겨치고 내게 다가와 배고프다며 밥 먹으러 가자는 박지민이었다.
"야 시발 어디가!!!"
그 놈의 외침은 싸그리 무시한 채로.
박지민은 날 근처 국밥집으로 안내했다.
"여기 내가 얼마 전에 가봤는데 맛이 그냥 예술이야. 오늘은 내가 쏜다!
이모 여기 콩나물국밥 두 개요~"
라며 엄지를 치켜 세우는 너.
의아했다.
그런 일을 봤으면 물어보기 마련인데 박지민은 오히려 이야기를 딴 데로 돌릴 뿐 묻지 않았다.
"안 궁금하냐."
"뭐가?"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너였다.
"내 다리."
"너가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은 것 같길래."
아무 표정 없이 말하는 널 보니 마음이 따뜻해 지는 것 같았다.
"너가 말하고싶을 때 말 하라고. 오늘 일은 맛있는 거 먹으면서 잊고 말이야."
"그리고, 미안했어. 비록 취미였지만 축구를 좋아해서 너 이름을 많이 들었었거든.
나도 모르게 신나서 에이스라고 계속 불렀던 거 같네. 안 좋은 기억 떠오르게 해서 미안하다."
사실 처음엔 안 좋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에이스라는 별명때문에 일어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작년에 연습 경기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무리를 했어. 결국엔 그게 큰 화를 불러왔지.
앞으로 얼마나 더 재활 치료를 해야할지 몰라. 지금은 보조기를 차고 있어.
조금 뛰는 거 조차 심하면 많이 걷는 것도 힘들어."
"그럼 나중에는 뛸 수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겠지. 근데 그게 언제가 될지.."
"그럼 너가 다시 축구를 하게 됐을 때, 에이스라고 불러도 되는 거지?"
꽤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묻는 박지민.
"상관 없지만.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난 할 수 있다고 본다."
넌 뭘 보고 확신해서 말 할 수 있는 것 일까.
"넌 필드 위에 황제가 될 남자니까!"
진지한 분위기를 확 바꿔버리는 박지민에 웃음이 터졌다.
고마웠다. 이런 내가 다시 뛸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준 게.
"오 국밥 나왔다. 맛있게 먹어라."
"그래. 너도"
*
"뭐 그렇게 국밥을 먹으며 친해졌다는 아름다운 얘기가.."
정국이가 아련한 눈빛을 하고 말했다.
"지금 국밥이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잖아."
지민이는 정국이를 구긴 표정으로 쳐다봤다.
"하여간 둘 다 솔직하지 못 하네."
둘 다 쑥쓰러워 말 못 하지만 서로를 많이 위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정국이한테는 미안하지만
지민이가 참 좋은 친구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아직까지도 투닥거리고 있는 둘을 보며 생각했다.
나도 좋은 친구 둘을 둔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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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Youday입니다!
제가 외전을 들고 돌아 왔습니다~
정국 지민 그들의 이야기를 준비해봤는데요.
다음은 탄소 정국 그 후의 이야기 가 찾아옵니다!
오늘 편 재밌게 읽어주시면 좋겠고, 몇 분이 제 새로운 작품에 대해서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도 쓰고싶은데 주인공이 누군지에 따라 내용도 달라질 것 같아요..
그래서 주인공을 누구로 할지 제게 추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암호닉
치명 / 1201 / 저장소666 / 전스티니 / 꾸꾸야 / 이상형 / 그린내 / 가을
마시멜루 / 오빠아니자나여 / ㄱㅎㅅ / 쫑냥 / 꾸꾸 / 땅위 / 9094 / 춘향아 / 새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