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CHEEZE)- 좋아해(bye)
아이돌아이
- 03% 좋아하는 민현선배 -
"네...? 가까이요?"
가까이 오라는 민현선배의 말에 내가 어쩔 줄 몰라서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였더니, 민현선배는 한번 씩 웃고서는 나를 자신의 옆에 앉혔다.
아, 얼굴이 너무 가깝다. 15년 드라마덕후로서 살았던 인생으로 짐작하건데, 이 다음은 분명히...
입맞춤이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잠재워보려 두 눈을 꼭 감은채로 주먹을 꽉 쥐었는데, 더 다가와서 맞닿아야할 무언가가 안느껴진다.
무언가를 내 귀에 쑤셔넣는데... 뭐지 이게? 어리둥절한 마음에 꼭 감았던 두 눈을 뜨고 두 주먹을 천천히 펴서 나의 귀를 만져보았는데, 그와 동시에 나의 귀에서는 처음 들어보는 달콤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아, 내 귀에 꽂힌 의문의 물체는 이어폰이었구나.
"노래 어때요?"
"좋아요. 노래에서 달콤함이 새어 나오는 느낌이랄까... 말로 표현하기 좀 민망한데, 아무튼 좋아요!"
"음, 그래요?"
'아 맞다, 근데 줄 거 있으시다는게... 혹시...?' 한참을 달콤한 멜로디에 기분좋은 심취감에 빠져있다가 아까 전 민현선배가 말했던 '줄 것'에 대한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나의 질문에 민현선배는 기분좋은 미소를 띄우며 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니까 지금 내 귀에 흘러나오는 이 멜로디가 그 '줄 것'이라는 건가...?
"그 노래, 내가 여주한테 주는 선물이에요."
"...네?"
"근데, 가사가 없어요."
"...네??"
"여주가 써줬으면 좋겠는데."
"제가요...?"
"같이 만든 곡으로 무대에 서고 싶어요. 나."
민현선배의 마지막 말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같이 만든 곡' 설레발같고, 김칫국같겠지만 나는 선배의 그 말이 꼭 나에 대한 감정을 고백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 한마디가 지금 흘러나오는 이 멜로디처럼, 단잠을 자며 꾼 꿈처럼 너무나도 달콤했다.
만약 이 상황이 꿈이라면-.
"감사해요 선배님. 보답으로 세상에서 제일 예쁜 가사 꼭 선물해드릴게요."
조금만 더, 길게 꿈꿀 수 있기를-.
아이돌아이
민현선배에게 곡을 선물받고 그 후로 2주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콘서트 군무 연습하랴, 작사하랴 하루평균 10시간정도 연습실에 살았던 것 같다.
사실 작사를 해보는 것은 처음이라 많이 서툰데에다가, 나에게 점점 큰 의미가 되어가는 사람을 위해서 쓰는 거라 글자 하나에도 민감해져서 거짓말 안하고 300번은 지웠다 썼다를 반복한 것 같다.
드디어 오늘, 나에게 소중한 첫 가사가 완성되었다.
"언니, 근데 아까부터 가방에 뭘 숨겨놨길래 그렇게 계속 꼭 끌어안고 다니는거에요? 혹시 과자 숨겨놨어요?!"
"쉿! 그런거 아니야...!"
쩌렁쩌렁한 예림이의 목청에 혹시 다른 연습생들의 시선이 집중될까 급히 예림이의 입을 틀어 막았다.
아직 민현선배도 못 본 가사인데 절대 남에게 먼저 들키면 안되지...!
덕분에 '까먹고 안챙겨왔을까', '잃어버리진 않았을까', '누가 가져가진 않았을까' 하며 오늘 하루종일 가방 안에 있는 가사가 적힌 노트를 얼마나 확인했는지 모른다. 아직도 무사하구나, 헤헤. 예림이 몰래 가방 속에 있는 가사노트를 확인하며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휴대폰을 하던 예림이가 "헐! 대박!"을 외치더니 나에게 자신이 보던 인터넷기사를 보여주었다.
[요즘 대세 황민현♥떠오르는 샛별 강미나, 2개월 째 교제중…]
설마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닌가 싶어 두 눈을 비비고 다시 기사를 보았다. 그러나 기사 내용은 변함이 없었다. 더 화가 나고 치가 떨리는 것은, 또 강미나라는 것이다. 이미 나의 데뷔기회를 뺏어간 것으로도 모자라서 민현선배까지 빼앗아가버렸다.
"언니, 왜그래? 괜찮아?" 나의 두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을 본 예림이는 안절부절하며 나를 걱정했고, 나는 그런 예림이를 뒤로한 채 연습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회사 출구 옆에 배치된 쓰레기통에 오늘 하루종일 열심히 지키고 다녔던 작사노트를 집어던지듯 버리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끊임없이 차오르는 눈물과 주체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으로 인해 나는 처음으로 나의 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지금 민현선배를 꽤 깊이 좋아하고 있다.
아이돌아이
기사를 본 뒤로, 나는 며칠 째 콘서트 연습에 참여하지도 않고 혹여라도 민현선배를 마주칠까 개인연습실에만 틀어박혀있었다.
밥도 잘 안넘어가고 계속 우울한 상태로 있으니 평소에는 절대 빠지지도 않던 살들이 쭉쭉 빠지고, 매일매일을 어떻게 지내는지 신기할 정도로 꾸역꾸역 버티고 있었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다시 그 기사를 접하게 될까봐 일부러 인터넷도 안보고 지냈다. 진영이와 예림이가 진짜 이러다 죽는거 아니냐며, 도대체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는 거냐며 엄청 걱정을 했지만, 나는 애써 미소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괜찮다고 말할 뿐이었다.
인터넷도 안하고 딱히 연락올 곳도 없다보니 휴대폰은 최신형 시계가 된지 오래였고, 이번에도 그저 시간이 얼마나 됐나 확인하려 휴대폰 잠금을 풀어보니, 모르는 번호로 문자메세지가 와있었다.
- 오늘도 연습 안올꺼에요?
첫 문자를 보고는 누군지 확신이 안섰는데, 연달아 오는 다음 문자들을 보고 발신자가 누군지 확신할 수 있었다.
- 보고싶어요. 예쁜 가사도, 예쁜 여주도.
- 그리고 나 할 말도 엄청 많은데.
- 그러니까 빨리 와요. 기다릴게요.
...좋아하는 민현선배다.
♨작가의 티타임♨
맨 처음 글에 나왔던 미나가 재등장을 했습니다!
여주가 미나를 왜 싫어하게 되었는지도 간략하게 (정말 아주 간략) 나오게 되었죠!
이번화에서는 민현이가 참 여주를 들었다 놨다! 헷갈리게 만들고 상처도 주고.. 나쁜 민현이 ㅠㅠ 엉엉ㅠㅠ
그래도 우리 민현이 너무 미워하지 말아요! 그리고 미나도...!
아, 또 좋은 소식이 있어요!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ㅠㅠㅠㅠ
새해부터 좋은 기운 주셔서 감사해요! 여러분들도 2018년 한 해 행복한 해가 되시길 빌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암 호 닉 ♥
붕어
정태풍
강캉캉
군밤
멜로우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