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w.복공 (글의 내용은 허구로 저의 상상입니다!) 손에 든 노트북을 들고 낑낑 언덕을 올랐다. 죽음의 언덕이라고 선배들이 줄곧 말하던 그 언덕. 정말 딱 죽을 것 같았다. 노트북은 그리 무게가 나가지 않지만 언덕을 올라가는 나에게는 정말 안타깝게도 짐이 되었다. 아 그냥 확 버려?! 가벼운 노트북으로 바꿀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빌어먹을 언덕을 다 오르고 나서 건물에 들어가려던 순간이었다. 어디서 봤더라... 어딘가 익숙하고도 신선한 얼굴을 가진 남자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발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생각이 났다. 저 앞에서 석고가 덕지덕지 묻은 앞치마를 매고 휴대폰을 하는 사람은 내가 밤새 울부짖으며 H대에 기를 쓰고 온 이유인 “오세훈!”
오세훈이 되시겠다. Oh! 오세훈을 쫓아서 H대에 온 이유는 간단하다. 오세훈은 나의 짝사랑 상대다. 고1 여름 미술학원 교실에서 마주한 그 순간부터 쭈우우욱! 늦게 찾아온 사춘기 덕에 인생의 권태로움을 느끼다가 진로를 찾아보겠다고 이것저것 찔러 보다가 미술학원까지 흘러들어온 나는 오세훈을 보자마자 전기에 찌릿하고 데인 듯한 기분을 받았다. 그리고 집에 가자마자 선언했다 “엄마! 나 미대 갈래!”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하던데 쫄보의 근성이 더 위대했나보다. 같은 교실에서 수업받는 반년 넘는 시간동안 말 한마디 제대로 섞어본 적이 없었다.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 언니들 사이에서 묵묵히 자기 그림만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함께 다니는 친구와 쌩 하고 나갔다. 말 한마디 못걸어서 아쉬워하는 나의 교복 주머니에는 오세훈에게 줄 사탕이 항상 자리를 지켰다. 못내 흐물흐물하게 녹아버려서 새로 넣고 다니긴 했지만. 오늘은 꼭 사탕을 줘야겠다고 결심한 날이었다. 그날따라 시간은 왜그렇게 빨리가는지 결국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됐는데...! “1층입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마음이 급해져서 무작정 오세훈을 붙잡았다. “저기 오..오빠!” “...” “이..이거... 드시라고...” 주머니에 있는 사탕이 땀 때문에 자꾸 미끄러졌다. 아이씨 왜이렇게 안빠져... 간신히 꺼내들어 주려던 순간 눈이 마주쳤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사탕을 한 번 보더니 그 손을 쭉 내밀었다. 건네주고 나서 한 번 더 올려다보니 말없이 목례를 하고 휑 가버렸다. 사탕을 주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2분도 안됐지만 주고싶어서 사탕을 넣고 다닌지는 2개월이었다. 나는 그날 밤 한 숨도 못자고 나를 내려다보던 오세훈을 생각했다. 손에 묻어있던 물감, 간신히 잡은 옷자락, 살짝 스친 손바닥까지 무엇하나 빠짐없이 좋았다. 그래서 그날 결심했다. 꼭 대학 따라갈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