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숙소에서 사생들때문에이사를 왔다.
금방 다른데로 가겠지 뭐..
여느 날 처럼 연습을 가려고 나서는데 여자가 하나 있었다.
사생아니야? 하고 저절로 인상이 굳어졌는데
옆집에 사는 여자인 듯 했다.
좁은 엘레베이터에 7명이서 꾸역꾸역 타 내려가는데
백현이 형이 우릴 아냐고 물었다.
잘 모르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신인인걸 알면서도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18살이구나.. 생각보다 어리네.
나도 모르게 형들과 하는 이야기를 엿듣고 있었다.
엘레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 다들 인사를 하고 내리는데
이대로 가긴 아쉬워 발걸음이 멈췄다.
인사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
" 다음에 또 봐요."
라고 했는데 무심하게도 대답은 못 들었다.
거실 쇼파위에 누워서
몽구를 보는데 찌푸둥 해 하는 듯 해서 오랜만에 산책을 가기로 했다.
" 어디가? "
" 몽구랑 산책가려고."
" 이따 6시 되기 전에 들어와 - 밥먹어야 하니까."
"알겠어."
아파트 앞에 공원을 도는데 저번에 봤던
옆집 여자가 있었다.
본인이 키우는 애완견인지
이리 저리 끌려다니는 모습이 퍽 귀여웠다.
다가가서 먼저 아는 채 했더니
꽤나 놀란 눈치이다.
왠지 모를 어색함 속에서 몽구와 그 여자의 강아지는 잘도 놀고 있었다.
" 그 애, 이름이 뭐에요?"
" 큥이요."
내가 알고 있는게 맞다면
백현이 형의 별명은 큥이다.
" 큥이요? "
" 아.. 네."
분명 저번엔 우릴 모른다고 했던거 같았는데..
" 그 애 이름은 뭐에요? "
" 몽구요."
" 몽구요?? 완전 귀엽다 ㅎㅎ! "
" 고맙습니다. "
" 요즘도 연습하세요 ? "
" 네. 매일 매일 해요."
" 아, 힘드시겠다..."
강아지를 키운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지
아까와는 다르게 대화가 술술 이어졌다.
" 방학이세요? "
" 네."
" 학교에서 저희 인기 많아요 ?"
" 완전 많죠!! 저도 팬이에요."
" .. 저번엔 저희 모르신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 "
" 아, 그게 .. ㅈ..저번에뵙고 나서 찾아 봤어요ㅎㅎ! "
" 아.. "
저번에 모른다고 한게 미안했는지 찾아봤다는 말에 굉장히 배려심있는 사람이라 느껴졌다.
" 찾아보기까지 해주시고 감사해요. "
"뭘요ㅎㅎ 아니에요."
초여름이지만 여름인지라
살짝 더운감이 들었다.
" 안 더우세요? "
" 살짝 덥긴한데. 괜찮아요."
"아이스크림 드실래요?"
" 아이스크림이요?"
" 저기 아이스크림가게있는데, 제가 사올게요. 잠깐 몽구 좀."
" 아, 네.."
무슨 맛을 좋아하는지 몰라 대충 멤버들이 자주 먹는 맛을 골랐다.
가게에서 나와 무심코 그녀를 쳐다봤는데
몽구와 큥이 사이에서 쪼그리고 앉아
살짝 미소를 띄운 채 노는 모습이 무척 예뻐보였다.
"여기요."
" 감사합니다."
" 근데 백현씨 좋아 하세요 ?"
" 에??"
" 강아지 이름이.."
" 아.. 그건.."
아까부터 신경쓰이던 큥이란 이름에 대해 물어봤다.
" 저희 언니가 지은거에요 !! ㅎㅎ언니 남자친구 별명이 큥이거든요."
" 아.."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됐다.
"이만 들어갈까요?"
"네."
꽤나 오래 밖에 있었던 것 같아 들어가자 하였는데
막상 들어가려 하니 아쉽다.
"평소에도 자주 산책하세요?"
"그냥 큥이 때문에 가끔? "
" 아.. 정확하게 나오는건 아니시구요?"
"네. 그냥 아무때나."
혹시나 일정을 정해서 나오는 거라면 그 시간에 맞춰 나오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실패한 듯 하다.
" 그럼 들어가세요."
" 네. 연습 열심히 하세요."
작별을 고하는데
갑자기 경수형이 나왔다.
" 어? 왔네? 안녕하세요."
" 아, 안녕하세요."
" 왜 나왔어? "
" 전화도 안받고 안오길래 찾으러 가려고 했지."
" 전화했었어?"
" 응. 세번이나. "
" 미안."
뭘 했다고 바보같이 전화가 오는것도 몰랐지?
" 아, 저기... 전 이만 가볼게요. 안녕히가세요."
" 안녕히가세요."
" 저기 잠깐만요."
" 네?"
"이름 좀 알려 주세요."
그냥 이대로 보내는 것은 아닌것 같아 이름을 물었다.
혹시나 저번처럼 그냥 가버리면 어쩌나 그 짧은 찰나에 무척이나 떨렸다.
" 아, 전 ㅇㅇㅇ이요."
ㅇㅇㅇ
얼굴만큼이나 무척 예쁜 이름이다.
그 날은 하루종일 ㅇㅇㅇ이란 이름만 머릿속에서 맴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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