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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203l 1


"아,"
앞서 가던 한성재가 돌아봤다. 또 넘어졌냐-면서 서서히 다가오는 모습에 또 눈을 돌려버린다. 
"괜찮아, 안다쳤어."하며 싱긋 웃어보이고 앞서 걸어나갔다. 지금은 도저히 널 못보겠어. 얼굴이 빨개진 것 같거든.
넌 지금 나를 보고 있을까?








찰칵-
"야, 왜 이제 나와아-지금이 몇시야, 지금이?"하며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미안해-내가 오늘 피크닉 사줄께. 됐지?"
그렇게 또 베시시 넘어가준다. 한성재, 내가 널 어째야되냐. 베시시 웃는 모습에 또 넋을 잃고 봤나 보다. 눈 앞에 손을 휙휙 저어 보이더니 입을 삐죽거리며 뭘봐-하는 모습이 또 설렌다.

어렸을때부터 이웃집 해가며 같이 자란 소꿉친구, 한성재. 지금이 18살이니까 13년쯤 됐겠다. 우린 유치원을 같이 나오고, 초등학교를 같이 나오고, 중학교, 심지어 고등학교도 같은 곳에 왔다.
게다가 바로 옆집이니 안 친할 수가 없다. 못 볼 꼴 다 보고 자랐으니 남자, 여자가 아니라 말 그대로 부랄친구였는데 언젠가부터 달라져 있었다. 
항상 같이 다니는 가족같은 존재였는데 우리는 변해온 것이다. 우리에게 사춘기가 찾아와버렸다.
내 마음이 이렇게 변한 건, 중학교 2학년때 체육시간이 시작이었던 것 같다. 



야-!거기!!거기 말고 패쓰!!패쓰해! 와, 골!!골이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남자들은 축구 삼매경이다. 여자들은 그늘진 곳에 모여서 수다를 떨고, 축구를 지켜보고. 항상 그랬듯이 다른게 없다.
아, 다른게 하나 있다면 오늘은 비가 오고 성재는 그 비를 다 맞으며 축구를 한다는 점이었다.
어렸을땐 나보다 작던게 점점 자라 178이 되버렸고 지금 저기서  공을 몰고 가고 있다. 비에 젖으니, 뭐 좀 섹시한데?
"야 이은지, 너 진짜 부럽다. 어떻게 한성재랑 소꿉친구냐"
"맞아, 나도 쟤랑 같이 등하교 하고 싶다-"
여기저기서 한성재를 향한 음란한 눈빛들이 달라붙는다. 쟤가 뭐가 좋다고-
꺅- 갑자기 주위가 소란스러워 친구에게서 눈을 떼고 위를 보니 한성재였다. 비인지 땀인지 머리카락에서 물을 떨어트리며 내가 먹던 아이스크림을 뺏어서 지가 물더니 웃으며 말한다.
"이겼지롱-"
주위 애들이 점점 멀어지며 내 눈엔 성재가 가득 찬다. 왜, 왜 달리는데. 순식간에 운동장 중간까지 와버렸다. 운동장 한가운데에 있던 교복 조끼를 집더니 말한다.
"가자"
"어, 야. 잠깐만." 아, 또 왜 뛰는 것일까. 키가 작아 항상 달리기를 못해왔고 싫어한다. 성재는 그걸 잘 알면서 계속 손을 잡고 뛰어나간다. 얄미워, 진짜.
"우리 종례 하지 말고 집에 가자. 젖어서 좀 추울라 그래."
"너때문에 나까지 젖은건 안보이고요? 아이고, 나 우산 있는데 왜 젖은거야-"하며 찡찡거리니 머리를 부비며 괜찮아 괜찮아-하는 한성재. 짜식, 너 왜 멋진 척 하냐?
그 상태 그대로 가방과 우산도 학교에 두고 집에 왔다. 집에 엄마가 있었다. 종례를 빠진걸 알면 화를 내실 것 같아서 한성재 집에 와버렸다. 성재는 엄마가 옛날에 성재를 버려서 아빠와 단 둘이었다. 
아빠는 일본지사에서 일하셔서 집에 혼자 살았다. 
어렸을때부터 많이 와서 이 집에 내 옷이 꽤 있다.
"야, 나 먼저 씻는다. 옷 갈아입고 있어."하며 욕실로 들어가는 한성재. 와이셔츠가 다 달라붙어 살색이 보인다. 
"넌 안에 티도 안입냐? 아우, 야해라"
"왜, 섹시하냐?"하면서 웃는 한성재. 응, 쫌.
난 자연스럽게 옷장으로 갔다. 내 옷이 마땅치 않아서 그냥 교복 조끼만 푸르고 티비 앞에 앉았다. 화 안내겠지, 뭐.
옷 갈아입고 티비를 보고 있으니 문이 열렸다. 
"임마, 왜이렇게 느려. 때 밀었나."
그 순간 얼었다. 쟤 뭐야? 문을 열어 몸을 좀 내밀어 나를 본다. 근데 왜 맨몸이야.
상의 탈의한채 머리를 털며 나오는 한성재가 어색하기만 하다. 축구를 해서 그런거 탄탄하네...아니, 이게 아니라.
"너, 뭐, 뭐야!!옷은?!"하면서 고개를 휙 돌리니까 또 웃는다.
"야, 우리가 무슨 사이인데 부끄러워하냐. 나 옷좀. 깜빡하고 안가져왔다."
옷을 꺼내는 내내 이상하단 생각을 했다. 내가, 한성재를 보고 얼굴이 빨개지는 나도 이상하고. 쿵쿵 뛰면서 설레하는 내 마음도 이상하다.
"자, 여기."하면서 옷을 건네는데 시선은 계속 다른 곳을 본 내가 이상해보였나보다.
"너 감기 걸렸어? 왜 얼굴이 빨개?" 걱정하는 얼굴로 내 볼에 손을 댄다. 그 뒤엔 뒷목을 잡는다. 뭐야, 자세가 이상하잖아. 너무 가깝다.
아냐, 괜찮아.하며 벗어나니 갑자기 내 옷을 푸른다.
"너 왜 옷 안갈아입었어, 감기 걸린 것 같아. 안에 티 입었지? 빨리 씻어, 옷 갖다 줄께."
왠지 모른다. 난 그때 얼굴이 무지 달아올랐고, 성재의 손이 닿는 곳마다 화끈거렸다. 내 심장소리를 들을까봐 겁났기도 했고, 너무 뜨거워서 난 손을 내치고 집으로 왔다.


그 사건 이후로 나는 성재에게 느끼는 감정이 달라져왔다. 성재는 아직도 날 부랄친구로 보는 듯 했다.
난 우리 사이가 연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들어와-"
오늘이랑 내일 엄마 아빠가 부산에 있는 할아버지댁에 가서 나 혼자 지낸다. 엄마가 혼자 있으면 위험하다고 성재랑 같이 있으래서 오늘은 같이 잔다. 13년 전부터 매년 있었던 일이다. 
물론 13년 전과 그 마음이 같진 않다.
엄마, 나 오늘은 성재랑 있으면 더 위험 할 것 같은데? 
성재 집은 언제 와도 깔끔하다. 남자애가 나보다 깨끗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가방을 풀었다. 바로 옆집이지만 놀러오는 기분으로 항상 짐을 챙겨온다. 내 가방에서 usb를 꺼내서 척-내밀었다. 
이거봐라?나 이거 진짜 보고싶었어. 같이보자.하며 내민 것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였다.
남자애가 이런걸 좋아할 리 없다라고 생각했겠지만 성재는 이런걸 좋아한다. 마음이 설렌댔나?
"헐, 콜."하면서 성재는 노트북을 킨다. 나 치킨 시킨다. 하면서 방을 나가는 성재. 난 노트북에 usb를 넣고 이것저것 열어보았다. 인식이 안되서 파일 찾기를 눌러 .avi를 찾으니 가관이었다. 짜식, 너도 남자구나.
영화를 찾을 생각이었던 나는 이미 그 중 가장 재밌어 보니는 야동을 켜봤다. 쟤 오면 놀려야지. 사실 나도 이런 동영상 많이 봐왔다. 여자애들도 이런 걸 즐긴단다.
인기척에 동영상을 황급히 끄니 성재가 가만히 서 있었다. 헐, 봤나? 
"봤어?...." 
".......너도?"
하면서 내 옆에 앉는다. 아 근데 뭐 이렇게 어색하지. 갑자기 이상해진 분위기를 못 견딘 나는 실 없는 말을 해댔다.
"너도 이런거 많이 봐? 짜식. 꼴에 남자라고. 괜찮아, 괜찮아. 누난 이해 할 수 있어."
"...야, 넌 아무 생각도 안들어? 너 지금 이 집에 나랑 딱 단 둘인데? 게다가 지금 이 동영상..."
".........."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야 너 좋아하니까 아무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근데 넌 아니잖아.
"왜그래.....넌 나 여자로 안보잖아-"하며 살풋 웃었다.
"니가 여자가 아니면 뭔데."하면서 날 쳐다본다. 
분위기가 이상하다. 왜 여기는 침대 위인거지? 왜 노트북을 여기서 핀걸까. 내가 멍청했어.
"넌 내가 남자로 안보여?"
눈을 봤다. 봐버렸다. 평소와 다르게 진하다. 너무 진하다. '위험해'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이었다. 입술이 닿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우린 지금 키스하고 있다.
그것도 성재 집 성재의 침대 위에서 야동을 켜놓고.
위험하다.
성재를 확 밀쳤다. "너 나 안 좋아하잖아."
이 말이, 이 말을 뱉는 내가. 그 자체로 서럽다. 눈물이 나오는걸 억지로 참고 말했다.
"왜 안 좋아하는 애한테 키스를 해?" 이 말도 너무 서럽기 그지없다. 결국엔 눈물이 흐른다. 이것도 비참하다.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이런 식으로 말하고 싶진 않았어. 내가 너한테 느끼는 감정이 점점 변하고 있는 것 같아."하면서 뜸을 들인다.
설마, 설마. 그럴리가.
"나 너 좋아. 친구로서 말고, 이성으로."
고백을 들어 버렸다. 다시 말하지만, 성재네 집, 성재 침대 위에 야동을 틀어놓고 키스를 한 상태에서.

내가 너무 울었나 보다. 정신을 차릴때쯤 치킨이 왔다. 성재는 내 눈치를 보고 치킨을 깐다. 다리를 건네면서 먹어-하는데 또 설렌다. 미치겠다.
울면서 뭐라고 한지도 모르겠다. 그냥 내가 여태껏 겪어온 힘든 감정들을 성재도 똑같이 겪고 있었다는 것에 기뻤고, 이제서야 그걸 말한 성재가 미웠다.
우는 얼굴 못났을텐데, 성재의 눈치를 살피며 치킨을 집는다. 같이 정적 속에서 치킨을 먹고 치우면서 성재가 말했다.
"그래서, 결론 났어?"
".........내 결론은 3년 전에 났는데?"
눈이 마주쳤다. 내가 부은 눈으로 베시시 웃으니 성재 눈빛이 또 변한다. 나 너랑 너무 오래 지냈나봐. 눈빛이 바뀌는게 다 보이네.
"너 그 말 후회하지 마."하고 상을 옆으로 제끼더니 나한테 돌진한다. 내 첫사랑이 내가 좋다고 했다. 난 지금 첫사랑이랑 키스중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입술을 떼고 "나 눈 부어서 못생겼지." 했더니 웃는다. "아니, 이뻐. 이뻐서 내가 오늘 자제를 못할 것 같아."하더니 영화를 튼다. 로맨틱 코미디를 연인과 보는건 위험한 짓이다.
15세인줄 알았는데 베드신이 나온다. 물론 중간에 잘렸지만, 성재와 손을 잡고 봤더니 의식하게 된다. 옆을 슬쩍 봤더니 계속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놀라서 가만히 있으니까 성재가 다가와서 입술을 맞댄다. 입술을 슬쩍 물더니 핥는다. 간지러움에 웃으니 성재가 고개를 비틀며 들어왔다. 지금 섞이는 침이 내 침인지 너의 침인지 모르는게 좋다. 내 침이 니 침과 섞인다. 우리 마음처럼.









 
독자1
으아...짱됴아여..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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