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사람들
09편
"후우.."
아직은 쌀쌀한 늦겨울.
야상에 몸을 폭 담근채 내쉰 한숨이 하얀 연기가 되어 하늘로 사라진다.
"......."
항상 종인과 나섰던 현관에 혼자 서있으니
왠지모르게 씁쓸해진 경수가 작게 웃고서 발을 뗀다.
"..어?"
오랜만에 장을 보러 마트로 향하는데 건너편에서 백현의 모습이 보인다.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백현의 모습이.
"헥헥,경수씨!"
"안녕하세요.."
"어디 가는 길이에요?"
"저, 장보러.."
"아..제가 줄게 있어서"
줄게 있다며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백현.
아.하고 작게 탄성을 내뱉더니 작고 예쁘게 접어진 종이를 경수에게 내민다.
"..이게 뭐에요?"
"읽어봐요. 지금."
"...."
"아, 그리고 밥좀 잘 먹고 다녀요! 얼굴이 반쪽이 됐네"
"....아.."
"쪽지 지금 읽어봐요!!"
손을 세차게 흔들며 뒤돌아 가는 백현.
이 상황이 얼떨떨한 경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 백현이 준 쪽지를 폈다.
[우리가 처음 눈 마주친 곳.]
쪽지 가운데에 정갈한 글씨체로 쓰여진 한 문장.
단번에 알아본 경수의 코끝이 찡해지고,
한참 쪽지만 쳐다보다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
[엑소아파트 지하도서관]
"......"
끼익-
여전히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도서관의 문을 열고,
웬일인지 밝은 계단을 밟고 조심히 내려갔다.
아무도 없이 불이 밝게 켜져있는 도서관 안.
첫번째 책상에 놓여진 또다른 쪽지 하나.
[우리가 항상 보던 책.]
쪽지 가운데 또 적혀있는 한 문장에 경수는 또 멍-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다,
바로 눈에 띠는 책 한권을 빼내었다.
첫장을 펼치자마자 떨어지는 편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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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도경수
경수야 안녕
나 종인이야
나 사실 출장가는날이 내일로 미뤄졌어
전화로 목소리 들으면서 말하고 싶었는데
우리가 지금은 그럴 사이가 아니더라고
그래도 생일은 꼭 챙겨주고싶다
내년생일도 챙겨주고싶어
지금은 친구사이지만
내년 경수 생일에는 연인사이였으면 좋겠어
이게 나만 바라는게 아니였으면 좋겠다
우리 처음으로 뽀뽀한곳 기억나?
쉼터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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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급해진 경수가 얼른 쉼터방 앞으로 걸어갔다.
얼른 문을 열려다가,
안에 종인이 있다라는 생각에 쉽게 문고리를 잡은 손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후"
심호흡을 한번 하고서, 살짝 문을 열었다.
"..어"
"......"
어두운 쉼터방에 몸을 살짝 들여놓자마자,
팔이 당겨져 누군가에게 안긴 경수.
"......."
놀라 가만히 안겨있는데,
점점 풍겨오는 향기에
마음이 놓인 경수의 몸에 힘이 빠진다.
그런 경수를 한사람이 어둠속에서 더 꽉 끌어안는다.
"..보고싶었어"
"......."
경수가 팔을 들어 그 사람의 허리를 감쌌다.
"..생일 축하해"
"........"
그사람이 점점 경수에게서 떨어지고,
쉼터방의 불이 켜졌다.
"......"
"..경수야"
"..응"
"..나 안보고싶었어?"
집은 옆집이지만,
서로를 잘도 피해다닌 두사람.
"..보고싶었어"
"......"
경수의 말에 일렁이는 종인의 눈동자.
다시 팔을 뻗어 경수를 세게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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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물"
"...이거"
종인이 건넨 상자를 열어본 경수가
상자안에 예쁘게 담겨있는 가방에 놀란 표정을 짓는다.
"갖고싶어했잖아"
"..이거 비싼데"
"..이제 1년동안 못볼텐데 비싼게 무슨상관이야"
"....."
종인의 낮은 목소리에 가방을 요리조리 살펴보던 경수가 멈칫.
"..가는..거야?"
"..응. 다녀올게"
"..다녀와"
종인을 쳐다보지는 못하고
눈물을 조금 글썽이며 작게 말하는 경수의 모습에
종인이 쓴 미소를 짓는다.
"경수야"
"응"
울지 않으려 입술을 꾹 깨무는 경수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려던 종인이 멈칫한다.
"......미안"
"......"
그 모습을 보던 경수가 결국엔 눈물을 주르륵, 떨어트린다.
"..이..병신아.."
"......."
울먹거리는 경수의 목소리에 고개를 푹 숙이는 종인.
"......"
먼저 입을 맞춰오는 경수에 놀란 종인이 몸을 굳힌다.
짧게 입을 맞추고서 무릎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쏟아내는 경수의 모습에,
종인이 경수를 끌어당겨 더 진하게, 더 오래 입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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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인이 출장가는 날.
[비행기 몇 시야]
[오후 1시]
종인에게 온 답장을 보고서 한숨을 푹 내쉬는 경수.
'잘 다녀와, 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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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 암호닉
낑깡
슈웹스
비회원
치즈
유유
네임펜
여세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