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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


전화가 울렸다. 비가 내리는 어두운 11시 무렵이었다. 나는 눈을 뜨지 않은 채로 손만 뻗어 더듬더듬거리며 핸드폰을 찾았다. 그 녀석은 울고 있었다.뭔가 말하는데, 필사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울면서 말하는데도, 뭐라고 말하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다만, 괴로움만이 전해져왔다.

... 이호원은.

내 말에 수화기 너머의 그 녀석은 입을 다물었다. 훌쩍이는 소리만 들려왔다. 뭐야. 그 자식한텐 말 안 한 거야? 그것보다, 그 자식은 뭐하는 거야? 동우한테 널 잘 부탁한다는 말까지 들어놓고. 조금 바보 같고 유치하지만, 질투했다. 이호원을. 우선, 동우와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였지만, 이호원은 그렇지도 않았다. 게다가 우리는 세 명이서 잘 지냈잖아. 그런데,그런데 어째서 내가 아니라 그 자식인 거야?
그래도, 이호원의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었다. 나도 동우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자식은 동우의 대신으로 나타난 것 같았다. 대신의 존재라고 해도, 동우가 필요했다.
동우는, 우리들에게 그런 존재였다.

 


그 녀석은 전화를 끊지 않았다. 내가 가 봐야지. 나는 생각했다. 가끔씩, 저 녀석은 정말로 울다 그치면 목 매달고 죽을 것만 같았다. 불안했다. 친구를 한 명 더 잃는 다는 것도, 세상에서 나 혼자 남겨진다는 것도, 그리고, 말로는 채 형용할 수 없는 수 많은 감정들.

내가 갈게.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이불을 걷고 일어났다. 검은색 장우산을 쓰고 녀석의 집까지 가서 가만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녀석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내가 건 전화를 받은 녀석은 대학 앞의 작은 카페에 있다고 하였다. 그곳은 우리가, 그러니까 우리 셋이서 자주 가던 곳이었다. 니게 또 어떻게 감당하려고 제 발로 거길 기어들어간 거야. 걱정이 앞서 무턱대고 택시를 잡아탔다. 나중에서야 정신이 들어 지갑을 확인해보니 천 원 짜리 세 장과 동전 몇 개가 고작이었다.

「나 택시 탔는데 택시비가 없다. 지갑 좀 들고 나와라.」

연락을 보냈다. 그제야 정신이 들고 마음이 안정되었다. 한순간에 감각이 넓어졌다. 빗방울들은 차창과 천장에 쉴 틈 없이 노크하며 끊임없는 리듬들을 만들어냈다.덥고 습한 장마철 날씨에 에어컨을 켠 차내는 인위적인 산뜻함이 느껴졌다. 시선을 돌린 거리에는 우산에 얼굴이 가려진 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어딘지 모를 곳으로 제각각 바쁘게 향하는 군중 속 어딘가에, 동우가 있을 것만 같았다. 그가 떠난지 몇 주가 되고 있음에도 항상 그를 떠올리고 있다, 우리는.

 

 

 

 


어이가 없었다. 당연히 나와 있을 줄 알았던 사람은 보이질 않고, 대신 그 사람의 민트색 삼단 우산을 쓴 이호원이 싱글싱글 웃으면서 나를 반기고 있었다.

너 왜 여기 있냐.

괜찮으면 나오라고 하길래. 녀석은 사람 좋은, 시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호원이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속에서 열불이 났다. 왜 저 자식이 여기에 있는 것인가.

뭐해, 얼른 들어가자.

카페로 들어가는 그 뒷모습, 동우가 겹쳐보일 줄로만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이호원은 이호원이고 장동우는 장동우였던 건가. 어쩐지 승리자의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곧, 얼른 가자니까? 하며 뒤돌아 보는 이호원의 웃는 모습에 동우가 오버랩 되었다. 혼란스러웠다. 이게 도대체 뭔지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어쩐지 속이 울렁이고 머리가 어지러워 카페로 행하는 좁은 계단을 벽에 기대다시피 하여 비틀거리며 올랐다. 거의 끌고 있는 긴 검은색 장우산에서는 빗물이 모아져 똑, 똑, 떨어지며 가느다랗고 긴, 투명한 길을 하나 만들어내고 있었다.
3층의 창가에 앉아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녀석은 나를 보자 환하게 웃었다. 이제 오냐, 하며.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렇게 괴롭하는 듯이, 금방이라도 동우의 뒤를 따라갈 것 같던 녀석이 환한 조명아래서 레몬티를 마시며 해사하게 웃고 있다. 너, 이호원 때문이냐, 하는 말이 목울대를 치고 올라왔지만, 조용히 입을 다무는 쪽을 택했다. 서로에게 상처만 안길 질문이라는 걸 뻔히 알고 있었다.

나도 레몬티.
네가 시켜.

별 생각 없이 말했는데 바로 받아쳤다. 그걸 떠나서, 이젠 이런 곳에 와도 제 스스로 나서서 음료를 가져다 줄 사람이 없다는 게 갑자기 실감났다. 아아-.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정말로, 정말로 갑자기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녀석은 내 이름을 부르며 괜찮냐고 물었고, 이호원은 아무런 반응도 보일 수 없다는 걸 알았다.

... 야. 나, 네 기분 알 것 같아.

나는 그 말을 하고 그냥 테이블 위로 엎드려 버렸다.

 

 

 

 

 

 

 

 

 

 

 

to be continude

 

 

 

 

 

 

 

 

 


주저리

다시 돌아왔어요 :) 매번 이런 우중충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만 들고와서 죄송할 따름이예요ㅠㅠ 분량도 완전 적고 말이예요ㅠㅠ

이번 화는 우현이가 화자로서 등장했어요. 다음 번엔 호원이가...☞☜

조만간, 호쫑이나 빙의글 들고 돌아올게요! 그럼 안녕 ;0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독자1
흐핳 조으다....... 저 여자분께 닥빙 아 동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호원아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대 우중충해도 재밌고 조으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밤비
그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ㅠ 으흐규ㅠ 완전 의식의 흐름 기법에 따라 쓴 것 같아서 내놓기 부끄러웠는데...ㅠㅠㅠㅠ 그대는 사랑입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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