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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년 XX월 XX일 날씨 맑음. 

오늘 새 일기장을 샀다.  

남자 주제에 무슨 일기장이나 끄적인다고 이상한 눈빛을 보낼지 모르겠지만 어릴 적부터 계속 써온 하루 일과는 이젠 하지 않으면 더 이상한 일이 되어버렸다.  

당당하게 문구점에 가서 핑크색 일기장을 계산대에 올려놓으니 여자 알바생이 " 이거 계산하실 건가요? " 하고 물어봤다.  

기분이 언짢았지만 그러려니 웃으며 넘어갔다. 아이라인을 그리고 왔으면 변태 취급을 받았을까? 아니다. 나는 이쁘니까.  

이 커다란 일기장을 품에 안고 집으로 가는 길에 키가 엄청 큰 남자를 봤다. 헤어스타일도 좋고 얼굴도 잘생기고 몸매도 좋다. 조금 멋져보였다.  

그치만 이 세상에선 내가 제일 최고다. 나는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좋고 노래도 잘 부른다. 그래, 노래. 그 남자는 나보다 노래를 못 부를거야.  

집에 오니 엄마가 점심을 먹으라고 보챘다. 아침 먹은지 얼마 안되서 배가 고프지 않다고 말했는데 등짝을 때리며 그러게 일찍일찍 일어나라고 잔소리다.  

얼마 남지 않은 겨울 방학동안에 실컷 꿈나라를 돌아다니고 싶은데 항상 엄마는 11시만 되면 나를 깨운다. 어제는 멋진 남자랑 키스를 하려는데 꿈에서 깼다.  

그러고 보니 꿈 속의 남자랑 오늘 밖에서 본 남자랑 조금 닮은 것 같다. 갑자기 기분이 더러워졌다.  

아, 내일 이쁜 펜을 사야할 것 같다. 이쁜 일기장을 샀으니 그에 맞게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핑크색 일기장이니까 펜 디자인도 핑크색으로 골라야겠다.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 

  

  

20XX년 XX월 XX일 날씨 구름많음. 

오늘은 펜을 사기 위해 오랜만에 아침 일찍 일어났다.  

엄마도 무슨 바람이 들었냐고 물어보길래 이쁜 펜을 사러 간다고 그랬더니 쯧쯧거리며 혀를 찼다.  

무슨 펜이 더 이쁠까 고민할 생각에 기분이 들떠 삼선 슬리퍼를 신고 신나게 달렸는데 문구점 문이 닫혀있었다. 하마터면 머리를 문에 박을 뻔했다.  

문을 몇 번 흔들었지만 안에서 주인 아저씨가 문을 열어줄 일은 없었다. 애꿏은 도어락만 열었다 닫길 반복했다.  

시무룩해져서 안그래도 쳐진 눈꼬리를 더 내리고 문에 비친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어제 그 키 큰 남자가 내 뒤에 서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얼굴쪽으로 팔이 쑥 들어오길래 이 남자는 변태였구나 하고 눈을 꼭 감아버렸는데 삑삑 소리가 나서 한 쪽 눈만 살짝 뜨니 도어락을 풀어줬다.  

맑고 경쾌하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안으로 들어가서 펜을 고르자 남자는 다시 문을 닫더니 계산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핑크색 펜이 새로 들어온건지 종류가 많아 고민하다가 결국 전부 다 사버렸다.  

차례대로 쓰면 되겠지. 일기장은 그렇게 두껍지 않으니까 일기장을 새로 사도 펜을 또 사는 일은 없을거다. 갑자기 내가 똑똑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계산을 하려는데 200원이 부족했다.  

전부 다 완벽하게 사고싶었기에 뭘 빼야할까 슬픈 선택을 하려는데 남자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다음에 와서 부족한 돈을 더 내라고 그랬다.  

좋은 사람처럼 보여서 감사하다고 말한 뒤 뛰쳐나왔는데 앞으로 내가 그 문구점에 갈 일은 없을거다. 

  

  

20XX년 XX월 XX일 날씨 엄청 추움. 

어제 늦게 자서 그런가 오후에 일어났다. 엄마는 오늘 일찍 회사에 나가셨다. 밥을 먹기 귀찮아서 냉장고에서 우유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엄마는 설거지 통에 그릇이 없다고 밥을 먹은게 확실하냐고 물어볼게 뻔하기 때문에 새 그릇을 설거지 통에다가 넣어놨다.  

밥알 몇 개를 그릇에 묻혀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난 정말 천재가 아닌가 싶다.  

배가 꼬르륵 거렸지만 손이 귀찮았기에 애써 무시하고 소파에 앉아 TV를 보려고 했는데 리모컨이 안보였다. 이 아줌마가 또 어디다 숨겨둔게 틀림없다.  

내가 이런다고 공부를 할 거라고 생각하는건 큰 오산이다. 당장 도경수한테 전화를 해서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궁시렁거리지만 절대로 약속 시간에 늦지 않는게 도경수다.  

왜 불렀냐고 짙은 눈썹을 씰룩씰룩 움직이며 얘기하는 녀석에게 심심해서-라고 천천히 말하자 딱밤을 때렸다. 몸집은 작아도 주먹은 더럽게 아프다.  

울먹거리면서 길을 걷고 있는데 문구점이 보이고 또 그 남자가 보였다. 그리고 눈이 마주쳐버렸다. 날 쳐다보는 강한 눈빛에 도경수를 툭툭치며 혹시 200원 있냐고 물었다.  

흔쾌히 주머니에서 50원짜리 네 개를 주는 녀석을 째려본 뒤에 옆 편의점에 가서 100원짜리로 바꾼 후에 문구점으로 들어왔다.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어서와-라고 하는 녀석의 목소리는 심장을 울릴만큼 낮았다. 내 평생에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였다.  

절대절대로 그런 목소리는 아닐 것 같았는데, 아니 사실 어쩌면 더 잘 어울리는 목소리일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내가 초라해보여서 200원을 던지듯이 계산대에 올려놓고 뛰쳐나왔다. 어딜 가냐고 소리치는 도경수를 무시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눕기전에 거울을 봤다. 오늘따라 왁스바른 머리가 이상해보였다. 분명 나갈 때는 멋져보였는데, 바람이 다 망쳐버린거다. 앞으론 바람을 미워하기로 결심했다.  

휴대폰에서는 미친듯이 도경수한테서 전화와 카톡이 왔지만 다 씹고 다시 잠을 청했다.  

요 며칠 간 그 남자가 내 눈에 거슬린다. 오늘 밤에는 꿈에 그 남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20XX년 XX월 XX일 날씨 어제보다 더 추움. 

오늘 엄마에게 엄청나게 등짝을 맞았다. 이리저리 도망가봤지만 엄마는 날 때릴 때가 가장 빠른 것 같다. 이유는 내 방 때문이였다.  

아무리 사내새끼라지만 방 꼴이 이게 뭐냐면서 앞으로 용돈은 없을 줄 알라고 선전포고를 내렸다. 그래도 내 방을 치우기는 귀찮았다. 아직 깨끗해보였기 때문이다.  

엄마는 내가 맨날맨날 샤워하고 머리감는 것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른다. 다른 녀석들은 방학 때 나가지 않으면 - 설사 나간다 해도 - 머리는 물론이고 몸도 씻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도경수가 그랬다. 으으, 더러운 자식. 여튼 엄마의 잔소리를 듣기 싫어 무작정 밖으로 나갔는데 어제보다 더 추웠다.  

문득 어제 갔던 문구점이 생각났다. 문구점은 바깥 날씨에 비해 엄청 따뜻했기 때문이다. 가서 조금만 있다가 가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문구점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엊그제 부터 그 싸가지 여시는 사라지고 남자가 계산대를 지키고 있었다. 오늘도 변함없이 어서와- 하고 입꼬리를 올린다.  

추워서 그런데 조금만 있다가 가면 안되냐고 눈썹을 축 늘어뜨리자 계산대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까딱 하더니 의자를 갖고 와서 나를 앉혀줬다.  

의자 바로 옆에는 난로가 있었다. 계산대 앞에만 따뜻했던 이유가 이 이쁜이 때문이였다. 앞으로 이 난로의 이름은 이쁜이다.  

나 말고 이쁘다는 단어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난로는 사람이 아니기에 한 번만 봐주기로 했다.  

기분이 좋아져서 방실방실 웃고있는데 남자가 어딜 가더니 뜨거운 핫초코를 타서 왔다. 하얀 머그컵안에는 초코향기가 가득했다.  

진짜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가슴에 달려있는 이름표를 보게 되었다. '박찬열.' 얼굴과 어울리는 이름인 것 같다.  

고마운 마음에 하트를 잔뜩 담아 싱긋 웃으니 또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가끔 놀러가도 괜찮을 것 같다. 

  

  

  

  

  

다들 안녕하신가요? (ㅇㅅ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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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ㅈ궁디에여
작가님 이렇게 사람 기대하게 만드시는 픽을 Aㅏ..기다리겠어요 내용 괘짱..

10년 전
독자2
헐. 내용 진짜 대박인것같아요 헐... 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 뭔가 이런거 좋아요ㅠㅠㅠㅠㅠㅠ신알신하고가요ㅠㅠㅠ
10년 전
독자3
헐댜박...이런거좋아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신알신기다리고있을깨요!!
10년 전
독자4
어이구변백현ㅋㅋㅋㅋㅋ이쁜건알아가지고ㅎㅎ
10년 전
독자5
백현아ㅠㅜㅠㅜ그랬어?ㅠㅠ다음편 기대할께요,잘보고갑니다!!
10년 전
독자6
귀엽다ㅜㅜㅜㅜㅜㅜㅜㅜ일기가 깜찍해요ㅜ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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