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ㅡCherry Blossom!
봄이다! 이번 년도는 유독 겨울이 길었었다. 아마 3월 중순까지 눈이 왔더랬지? 싱그러운 마음으로 시작하려던 새 학기를 부들부들 떨면서 시작한 탓에 유독 이 싱그러운 봄이 더 반갑다. 반 친구들도 이제 슬슬 두꺼운 외투를 벗어던진다. 마찬가지로 나도 덩달아 가벼워졌다. 3월 거의 막바지쯤에 시작된 봄과 함께 봄보다 더 싱그러워 보이는 남자아이가 전학을 왔다. 드르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앞문이 열리고 선생님 뒤로 누군가 쭈벗쭈벗 걸어들어왔다. 그 폼이 마치 백화점에서 엄마랑 처음 옷을 사러 온 아이 같았다.
“ 김민석이라고 해. 잘 부탁할게. ”
그 아이는 말을 끝내자마자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난 순간 보았다 주먹을 쥔 그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수줍음이 굉장히 많은 아이였다. 내가 그를 처음 봤을 때는 정말 수줍음이라는 걸로 가득 찬 아이였다. 우연찮게 내 옆자리가 비어있었다. 3월부터 담임이 누누이 말하곤 했다. "ㅇㅇ아 네 옆자리는 아마 1년 동안 채워지지 않을 거다. 전학생이 오지 않는 이상.' 이라며... 근데 뭐 이렇게 빨리 짝꿍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어?
“김민석 네 자리는 저 빈자리다.”
선생님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김민석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난 너에게 나쁜 감정이 없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눈웃음을 쳤는데 확 피해버렸다. 이게 뭐지?라는 생각도 잠깐 김민석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뚜벅뚜벅 내 옆자리로 왔다. 난 그가 앉기 편하게 의자를 살짝 빼놓고선 덜그럭 거리며 앉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반가워, 난 ㅇㅇㅇ이야.
내 짝꿍은 수줍음도 많았지만 말도 별로 없었다. 8시간 동안 어째 말 한마디를 안 한다. 내가 인사를 걸었을 때도 내 얼굴만 빤히 쳐다보더니 그냥 자리에 앉아버렸다. 수업이 시작하고서도 각 과목마다 들어오는 선생님들이 '오? 전학생?' 이럴 때마다 한번 고개를 한번 끄덕여주는 게 다였다. 수업이 지루한 탓도 있지만 누군가 관찰하는 걸 좋아했다. 그동안 누가 옆에 없었다. 옆에 누군가를 관찰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생겼다. 그것도 짝꿍이. 턱을 괴고 옆을 노골적으로 쳐다보았다. 분명 너도 느꼈겠지? 내가 널 보고 있다는걸?
“…….”
“와, 속눈썹 되게 길다.”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 있던 말이 튀어나왔다. 김민석도 내 말을 들었는지 힐끔 곁눈질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다시 교과서로 눈을 돌렸다. 순간 뻘쭘했지만 그래도 그를 관찰하는 건 생각보다 재밌었다. 아침조회시간 때부터 느꼈던 거지만 얼굴이 엄청 작다. 나보다 더 작은 거 같기도 하고... 또 눈은 무쌍인데 엄청 크다. 얼굴에 반... 은 오버고 여하튼 크다. 이마에서 코로 떨어지는 선이 굉장하다. 반듯하고 오밀조밀한 얼굴을 가진 아이였다. 한마디로 진짜 잘생겼다. 뭐 이런 애가 내 짝꿍이야?
“…그만 봐.”
“ 어? “
“ 내 얼굴. 그만 보라고.”
괜히 무안해져서 고개를 확 돌렸다. 무안은 둘째치고 일단 다 구경했으니까 후회는 없다. 고개를 돌린 후 책상에 철퍼덕 엎드렸다. 창밖을 보니 날씨가 굉장했다. 따듯한 느낌이 들자 잠이 왔고 난 결국 잠이 들어버렸다. 왠지 누가 내 뒤통수를 빤히 쳐다보는 기분이었지만 내 뒤통수는 봄기운을 이길 수 없었다.
단잠에 빠져있었는데 시끄러운 쉬는 시간 종이 울렸다. 부스스하게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나와 같이 전멸한 애들이 잔뜩 했다. 역시 나한테만 봄기운이 찾아온 건 아니었구나, 하면서 인기척이 없는 옆을 봤는데 역시나 김민석이 없었다. 그새 내가 싫다고 짝 바꿔달라고 담임한테 갔나? 내 짝꿍의 행방을 찾아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는데 드르륵하는 소리와 뒷문이 열렸다. 뒤쪽에 있어서 문 열리는 소리가 선명했다. 문을 연 사람은 김민석이었다.
“……?”
“…….”
분명 김민석 자리는 내 옆자리라서 그 자리를 보면서 걸어오는 거 같은데 뭔가 날 보면서 걸어온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기분 탓이겠지.
“……?”
기분 탓이 아니었다. 김민석은 지금 내 앞에 섰다. 혹시 아까 쳐다봐서...?
“ 아까 쳐다본 건 미안! 내가 누굴 빤히 보는 버릇이 있어서...”
“…….”
나 분명히 사과했다? 근데 왜 자꾸 나 쳐다보냐? 정면에서 보니까 김민석의 눈은 좀 올라가있었다. 뭔가 고양이같이... 고양이... 야옹... 쭈벗쭈벗 그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데 갑자기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뭔가 꺼냈다. 낯이 익은 모양에 자세히 그 물체를 쳐다보면...
“…마,마이쮸?”
저건 새학기 친해지고 싶은 애들한테 주는 그 달콤한 젤리 아닌가...?
4개월 만이네요 여러분 잘 지내고 계셨나요? 봄과 함께 다가온 민석이를 어서 환영해주세요!!!!!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