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유가 없다.
왜 없지?
작은 머리통이 한참을 갸웃거렸다.
그 다음은 어깨가 한번 으쓱거렸고, 그 다음엔 작은 오른손이 신문을 말아쥐었다.
기다렸다는 듯 왼손은 문을 열어주었고, 작은 문은 길고 얇은 몸을 삼켰다.
어, 안녕? 잘 지냈어요?
아, 뭐하냐구요?
우유에 밥 말아 먹고 있었어요.
어릴 때 엄마가 이렇게 해서 주셨던 기억이 있어서.
양볼에 밥을 가득 욱여넣은 체 우물거리던 홍빈의 낯에 어두운 그림자가 깔렸다.
사실 그렇게 맛있지는 않네요, 그냥 먹는 거예요.
그냥이요.
숟가락을 꼭 쥐고 있던 작은 손은 어느새 얼굴에 번져 흐르는 눈물들을 닦아내고 있었다.
맑고 투명한 꽃망울이 피어오르며 흩날리는 물방울과도 같은 울음이었다.
예전에, 절 보며 깨끗하게 운다고 했었던 형이 있어요.
그땐 무슨 변태 같은 소리냐며 툴툴댔는데.
이젠 그 말 한 번 더 들어봤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아, 우리 어느 정도 친해졌어요?
아직 저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지요?
친해져요. 우리, 그럼 내 얘기도 좀 해줄게요.
그쪽 얘기도 해줘야 해요?
복숭아나무 02
우리 집... 아니, 내 집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이 열대어예요.
인사해요!
물고기한테 인사해서 무엇 하냐고요?
무슨 그런 말을 해요, 인사해요. 어서.
안녕!
맑게 웃으며 어항에 손을 흔들어 보이던 홍빈은 말려 올라간 니트를 끌어내리며 맑은 웃음을 지워버리고 멋쩍은 웃음을 새로 그려냈다.
미안해요. 내가 좀 엉뚱해서 그래요.
다른 거 볼래요?
어어, 안돼. 내 방은 안돼요.
이것도 조금 더 친해지면 보여줄게요.
아, 자꾸 재촉 말고요. 다음에!
그리고는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 창문을 활짝 열어 버린다.
여기에서 보면, 저기 커다란 복숭아나무 보이죠?
저기... 아니, 몸을 더 빼 봐요.
저기에 걸린 봉지 보여요?
까만 가지에 걸린 봉지가 햇빛을 받아 매끈하게 빛을 냈다.
묵직한 봉지 안에는 무언가 들어있는 듯 바람이 덮쳐도 쉬이 움직이지 않았다.
저거, 제가 진짜 아끼는데.
나중에 알려주려구요.
자, 이제 우리 좀 앉을까요?
제가 누군가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 알려주려구요.
아. 비밀이에요, 알겠죠?
얼굴을 한껏 구기며 웃던 홍빈의 얼굴 위에 보조개들이 짙게 패였다.
짙게 번지던 보조개들은 오랫동안 남아있지 못하고 어두운 그림자가 자리를 채웠다.
얼마 안 된 이야기예요.
이제 일 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제가 여기에 이사를 온 지 딱 일주일이 된 날이었어요.
-항상 뜸한데 자꾸 짧게 올려서 죄송해요
조금 더 일찍, 최대한 많이 좋은 글 써올 수 있게 할게요!
기다려줘요 내 독자님들
오늘도 제 글 봐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 드립니다
복 받으실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