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하겠어요. 음악이 제 길이 아니었나 봐요.”
“그래서, 그만 두겠다고?”
“그거는.”
“확신도 없으면서 확신에 찬 듯 말하는 버릇 고쳐.
그것도 널 가르치는 사람 앞에서 그게 예의있는 행동인가?”
“죄송합니다.”
제 사과에도 교수는 묵묵히 악보만을 넘기고 있었다.
무언가가 자꾸만 내 자신을 좀 먹어가는 것만 같았다.
먼저 무거운 침묵을 깨트린 것은 교수였다.
“정말 네 길이 아니라면 그만둬도 돼.
그래서 이 길이 아니면 다른 길은 있어?
그 길은 잘 맞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냐 이거야.”
“... 없죠, 없겠죠.”
“그래, 없겠지. 당연한 거니까.
너보다 음악을 오래한 나도 아직 그걸 모르겠는데.
내가 교수라서 너희한테 책임감을 가지는 거 같지.
아니, 난 내가 하는 음악을 놓기 싫어서 책임감을 가진 거야.
너네도 그 음악의 범주 안에 있으니까.”
여전히 내게 교수의 말들은 수수께끼와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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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어떻게 연주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듯이
너희도 내가 어떻게 가르치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소리야.
음악에 지지 마, 그럼 음악도 널 놓지 않아.
목표는, 또 꿈은 그런 거야. 네가 먼저 놓치는 순간 끝이야.
얘네는 널 먼저 안 놔. 그러니까 너도 잡아, 잘.
난 너네를 그렇게 가르칠 거야. 놓고 싶으면 네가 놓아.
그땐 신경 안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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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학기 수석 ㅇ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