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고양이로다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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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고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문학 중 한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사실 문학 책 중 그렇게 큰 비중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 페이지에 조그맣게 위치한 이야기는 내 뇌리에 새기기엔 불충분이었지만 나는 아무렴 좋았다. 봄을 좋아해 봄에 관련된 것이라면 환장을 하고 달려드는 내가 그 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에 푹 빠졌기 때문이었다. 근데 그게 갑자기 오늘 생각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1년이 넘게 지난 21살의 현재에서.
"조소과 윤두준이요"
나는 조소과도 아니었고 그 대학의 학생도 아닌 그저 알바를 하러 잠시 그 학교를 방문한 외부인에 불과했다. 그때 딱 그 남자를 보았을 때 봄은 고양이로다, 그 시가 생각이 났다. 왜일까? 파란 와이셔츠와 어울리게 맨 백팩이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멀리서나마 본 것이었지만 '조소과 윤두준'이라는 이름이 귓가에 빠르게 박혔다. 그 사람은 봄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아니, 잘은 모르지만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이었다. 살짝 멀어져 가는 그 사람을 본다고 눈을 살짝 찌푸렸을 때 그 사람은 웃고 있었다. 봄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라고 나는 확신했다.
"야, 양요섭. 뭐하냐?"
같이 왔던 기광이가 어깨를 툭 침으로 인해서 그 남자에게서 시선이 떨어졌다. 어, 어.. 시덥지근한 대답을 해주고 다시 시선을 돌렸을 때엔 그 남자는 없었다.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조소과면 만날 일이 있으려나? 없을 수도 있고..
"어떻게 됐어?"
괜히 서운해진 마음에 애써 웃으며 기광이에게 물었을 때 기광인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안 될 것 같.. 말이 끝나기 전에 다시 특유의 밝은 웃음을 지으며 활짝 웃었다. 안 되긴 무슨! 당연히 된대. 내일이 실습이래. 중학교 때부터 함께 해오며 여전히 중학생 같은 반응을 서로 주고받는 우리는 다시 그 기쁜 사실에 폴짝 뛸듯이 기뻐했다. 낙엽만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음이 터지는 여고생과 같았다.
실습? 나는 누드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