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 속아 후회하는 정국이가 보고싶어 쓰는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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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주는 사실 알고 있었어. 정국이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것을. 당연히 그걸 노리고 온 거니까. 사실 앞에 있는 남자는 여주의 친구 남친이야. 여주가 하도 정국이 못 잊어하는 거 같으니까 어떻게든 이어주려고 여주 친구가 제안을 한 거지. 질투 작전 어떠냐고. 왜냐 여주 친구는 눈치챘거든 정국이도 여주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말이야.
여주는 정말 질투 작전까지는 안 쓰려고 노력해왔음. 근데 어쩔 수 없었다고 하자. 왜냐 정국이가 자기 편지를 버린 걸 알아도 괜찮을 만큼 정국이가 좋았음. 밉기는커녕 계속 정국이가 생각난 여주였음.
몰래몰래 정국이 쳐다보다가 미연이 정국이를 데리러 오거나 하면 저절로 눈이 찌푸려졌음. 물론 정국이가 못 보게 친구가 여주에게 눈치를 주었지만.
2.
시간은 계속 흘렀음. 어느덧 여주가 정국이 안 따라다닌지 6개월이 지났음. 정국이도 여주도 둘 다 초조했음. 여주가 자기를 안 따라다니니까 다른 남자애들이 안심하고서 대놓고 여주에게 들이대는 것을 보자니 정국이는 안달이 났지. 그건 여주도 마찬가지였음. 이제는 미연이 더 정국이를 좋아하게 되어서 어떻게든 정국이 안 놓치려고 정국이 학교까지 매일 데려다주고 데리러 옴. 거기다 얄밉게 여주 얼굴 한 번씩은 꼭 쳐다보고 갔음.
이 둘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여주 친구는 화병이 나지. 이 두 답답이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다가 찾아온 게 술. 술이었음. 동아리 회식. 정국이랑 여주는 같은 동아리였는데, 6개월 동안 정국이 때문에 여주는 온갖 변명을 다 대고선 술자리를 피했음. 그런데 여주 친구의 노력으로 이번에는 꼭 참석을 해야만 했음.
여주가 술자리 장소로 들어오니까 동아리 사람들이 모두 환호성을 질렀음. 오랜만에 술 먹는다면서. 이때 정국이랑 좀 친한 선배가 정국이한테 문자를 보냄, 왜냐하면 정국이도 여주가 안 오니까 술자리에 참석 안 했었거든. 이번에도 여주가 안 올 줄 알고 참석 안 했던 정국이였음. 이 선배도 정국이랑 여주 상황 다 파악하고 도와주기 위해서 정국이한테 문자 보냄
선배가 정국이한테 문자를 보낸 지 거의 20분도 안 돼서 띠링- 소리와 함께 정국이가 들어 옴. 문자를 보낸 선배는 놀랐지. 식당이랑 정국이 집이랑 좀 먼 거리인데도 이렇게 빨리 왔으니까. 거기다가 웃긴 건 정국이 본인은 닦은 줄 알았겠지만 이마에 살짝 맺힌 땀이 보였음. 암튼 정국이가 들어오자 다들 오늘 무슨 일이냐면서 안 왔던 애들이 다 온다고 난리였음. 그러면서 정국이가 지긋이 여주를 바라 봄. 물론 여주는 애써 정국이를 쳐다보는 것을 참았지만 내심 놀랐지. 그동안 자기만 술자리에 안 나온 줄 알았는데 정국이 도 안 나왔었다니까 괜히 기분 좋고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감. 그리고 그걸 캐치한 정국이도 웃었음.
3.
술자리 분위기는 후끈하게 달아오르고 있었음. 다행히 여주랑 정국이네 동아리에는 진상 선배가 없었음. 다른 동아리 같았으면 여자 후배들한테 치근덕거리는 남자 선배들이 많은데 이 동아리는 청정한 동아리였음. 정국이는 안심했지. 그런데 여주는 불만 가득했음. 어떤 여자 후배 한 명이 계속 정국이 쪽 쳐다보면서 정국이 팔 터치하면서 웃고 정국이가 입은 티 끝을 계속 만지는 거야. 거기다 여주 술이 들어가니까 표정관리 못하고 눈에 띄게 표정 굳어짐. 물론 여주 친구는 그걸 알아채고서 여주한테 눈치를 주지만 한번 술 들어간 여주는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음.
쾅-하고서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 친 여주야. 당연히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여주한테로 향했지. 여주 친구는 당황해서 여주를 앉힐려고 했는데 여주는 그걸 뿌리치고 말했음.
"씨-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멀쩡하게 있다가 갑자기 화를 내면서 가겠다는 여주의 말에 당황스러운 사람들이었음. 물론 딱히 붙잡지도 않았다. 워낙 여주가 술에 약한 걸 알았던 사람들이어서 차라리 더 사고 치기 전에 집으로 돌려보내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지. 물론 이어지는 여주의 말 때문에 사람들은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리고,"
"전정국! 너도 따라 나와!"
여주는 정국이를 손끝으로 가리키고 따라 나오라는 말과 함께 화가 난 듯이 쿵쿵 소리가 나게 발을 구르면서 밖으로 나갔음. 여주가 나가고 난 테이블은 당연히 정적이었지. 정국이는 당황해서 큰 눈만 깜박거렸어. 그리곤 씩- 웃으며 정신을 차리고 여주를 따라 나갔지
4.
정국이가 나오자마자 여주는 바로 정국이에게 다가갔어. 그렇게 여주는 계속 정국이를 쳐다봤고, 정국이도 뭐 그에 맞서서 여주를 쳐다봤지. 계속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니까 여주가 못 참고서 말했음.
"전정국, 너 알고 그러는거지?"
"...뭘?"
"내가 아직 너 좋아하는거 말이야! 너 그거 알면서 계속 후배들한테 잘 해주고, 미연인지 뭔지하는 그 언니 데리고 오고 그러는거지?"
"...김여주"
따지는 듯한 말투로 말하는 여주였지만, 정말 귀여웠음. 더워서 빨개진 볼이랑 앞머리가 살짝 땀에 젖어 있어서 더 귀여웠음. 여주는. 나름 여주는 무섭게 보이려고 노력했겠지만 절대로 무섭지 않았음. 그리고 정국이는 행복했지. 이제야 자기도 여주를 좋아하게 됐는데 여주는 이제 자기를 싫어하는 줄 알았거든. 근데 알고 보니까 여주도 여전히 자기를 좋아한대. 당연히 정국이는 놓칠 수 없었지. 그렇게까지 생각을 하고서 여주를 바라보니까. 이게 무슨 일인지. 여주의 큰 눈에는 눈물이 잔뜩 고임. 그러다 정국이를 보면서 막 우는 여주야.
"너무해... 내가 이렇게까지 좋아하는데... 너는 아니고... 너는 나 안좋아하고......"
마치 억울하다는 듯이 얼굴로 떨어지는 눈물을 손바닥으로 계속 닦는데 너무 귀여운 여주였어. 결국 정국이는 참지 못하고 직접 눈물을 닦는 여주의 손을 제지하고 정국이, 본인이 여주의 눈물을 닦아 줌. 정국이의 이런 행동은 예상 못 했는지 어느새 눈물은 그치고 정국이를 바라보는 여주야.
"...너 왜 그래... 전정국... 나 그러면 착각한단 말이야."
"착각 아니야. 진짜야 나도"
"...뭐?"
"내가 다 미안해. 네 편지 버린 것도, 그동안 네 맘 알면서 무시한 것도"
"..."
"네가 내 곁에 없으니까, 나 쳐다보지도 않으니까 알게되더라"
"..."
"내가 좋아하는 건... 너야... 김여주"
순간 여주는 술이 확 깨지. 드디어 들었으니까. 드디어 쌍방이 되었으니까. 여주가 계속 멍하니 있으니까 정국이는 개구지게 웃으면서 여주를 따뜻하게 껴안는다. 그러다 잠시 여주를 떼어내고는 문자를 보내는 정국이야. 당연히 미연이한테지. 둘이 쌍방이 되었으니 이제 냉정하게 미연을 찰 수 있는 정국이었다. 여주는 정국이가 문자 보내는 것을 다 보고 나서야 이번엔 자신이 정국이를 껴안음. 딱 상상했던 그대로였음. 넓은 품도 좋은 향기도 자신을 쓰다듬는 정국이의 손길도.
다시 한번 기억하자. 둘은 지금 길거리에 있었고 식당 문을 사이로 동아리 사람들이 모두 여주와 정국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아, 지나가는 사람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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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러브입니다!
전편을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주셔서ㅠㅠㅠㅠㅠㅠ 늦었지만 후속을 들고 왔습니다...ㅎㅎ
당분간 이렇게 썰 형식으로 글이 올라갈 거 같아요...ㅎㅎㅎㅎㅎ
부족하지만 항상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해요!